■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봄만 되면 맑은 콧물을 달고 지내며 재채기나 기침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감기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지만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면 천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천식은 주로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에 의해 유발된다. 새집증후군의 원인인 벤젠이나 아세톤, 클로로폼, 공업용 접착제 등이 천식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 집 먼지, 진드기, 꽃가루, 매연, 동물의 털, 곰팡이, 비듬, 바퀴벌레, 심한 온도차 등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천식이나 아토피성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많아지는 것은 서구식 생활습관에 따른 인체의 면역력 저하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즉,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서구의 화학 물질문명에 구조적으로 장악되어 의식주 전반에 걸쳐 화학물질이 만연해 있다. 우리의 식탁에는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식품이 넘치고 있고, 농산물은 화학 농약과 비료로 재배되고 있다. 또 가축과 양식 어류는 화학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 등이 첨가된 사료로 키워지고 있다. 여기에다 주거 공간은 화학 건축자재로 지어지고 있고, 생활용품은 화학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화학 독소가 입과 코와 피부를 통해 체내에 무차별적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고, 피가 독혈(毒血)로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 독혈이 인체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일단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오면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면역체계를 사용해 이물질을 죽이거나 몸 밖으로 밀어낸다. 그러나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면역력이 약화된 경우 재채기, 가려움증, 두드러기, 콧물, 설사,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이 계속된다. 또 천식이 발생하면 폐 속의 기관지에 알레르기성 염증이 생긴다. 또 기관지 점막이 붓고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통로가 좁아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이때 바로 감기와 비슷한 기침과 가래가 나타난다. 보통 건강한 사람은 1분에 7리터 정도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10cc~20cc 정도의 가래가 나오지만, 자연스럽게 목 뒤로 넘어간다. 하지만 천식 환자는 숨 쉴 때마다 가래가 걸린 것처럼 느껴지고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갑자기 심한 발작적인 기침이 일어나 숨이 멎는 것 같은 고통을 겪기도 한다. 알레르기 천식의 예방을 위해선 원인이 되는 물질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렵다. 양방 병원에서는 천식 환자에게 화학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가라앉히고, 기관지 확장제 등을 사용하여 기관지를 넓히는 처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처치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뿐이다. 이와 달리 전통의학에서는 몸의 균형과 면역체계를 회복시켜 우리 몸이 스스로 질병을 이겨내도록 하는 방법을 쓴다. 따라서 인체가 외부의 기운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는 폐를 강화시킴으로써 근본적으로 병을 다스린다. 천식이 있는 사람은 매일 따뜻한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가래를 묽게 해 기도에서 쉽게 배출시킬 수 있으므로 도움이 된다. 음식은 너무 차갑거나 자극적인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지방질이 많은 음식 또한 좋지 않다. 잣, 호두, 해바라기씨, 참기름, 들기름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불포화 지방산은 폐를 윤택하게 하는 데 좋은 음식이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던 할배가 일러준 알레르기 천식 처방인 ‘가미정천탕(加味定喘湯)’이다. 이 ‘가미정천탕’을 일러준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렇게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이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에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다.
[가미정천탕(加味定喘湯)]
▶ 처방 내용 : 마황 12그램, 행인 8그램, 소자·상백피·반하·황금·길경·천문동·맥문동·과루인·관동화·백부근·자완·감초 각 4그램, 백과(白果) 21개 ▶ 법제법 : 백과는 볶고, 반하는 생강 달인 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말린다. ▶ 복용법 : 위의 약재를 한 첩으로 달여 식후 30분에 마신다. ▶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은 『섭생중묘방(攝生衆妙方)』에 나오는 ‘정천탕’에 기초한 것이다. 약성이 수태음경(手太陰經)에 작용하여 선폐정천(宣肺定喘)과 청열화담(淸熱化痰)의 효능을 발휘한다. 특히 폐와 기관지에 담이 차서 표효하듯이 숨을 쉬는 효천(哮喘)과 돌발적으로 숨이 가쁜 알레르기 천식에 효과가 뛰어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