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분순/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치질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주위에 예전에 없던 항문 전문병원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치질로 고생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질병의 특성상 치질이 있다고 해도 남에게 쉽게 환부를 드러내 놓고 치료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때 집에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치질은 항문 내에 어혈과 독가스가 차 항문의 근육과 말초혈관이 부풀어 오른 현상이다. 달리 설명하면, 보일러관에 에어가 차면 아무리 불을 지펴도 물이 돌지 않고 방이 냉하듯이 항문 근육과 말초혈관에 어혈과 독가스가 찬 나머지 피가 순환되지 못하고 굳어진 현상이다. 이렇게 굳어지고 부풀어 오른 덩어리를 치핵(痔核)이라 하는데, 치핵이 항문 내부에 생기면 내치질이라 하고, 항문 외부에 생기면 외치질이라 한다. 항문 내에 어혈과 독가스가 차는 원인은 육류 음식과 화학적으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 등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식생활 때문이라 하겠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육류 음식은 본래 사람에게 주어진 먹거리가 아니다. 즉 사람은 태생 때부터 곡식과 채소와 과일 등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살아왔고, 이에 맞춰 인체의 소화기관을 진화시켰다. 이런 점에서 동물성 단백질인 육류 음식을 섭취하면 인체의 소화기관이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장내에 산독성 가스가 생기고 피가 탁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육류 음식은 곡물과 채소와 과일과는 달리 장운동을 활발히 일으키는 식이섬유를 지니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육식을 하면 음식물이 인체의 기다란 대장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쌓이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장내에서 부패되고 산독성 가스가 생기기 마련이다. 썩는다는 것을 뜻하는 한자인 ‘腐’만 보더라도 어떤 중심을 뜻하는 ‘府’에 고기 ‘肉’이 들어있는 형태이다. 즉 오장육부에 고기가 들어가면 부패된다는 뜻이다. 인스턴트식품이 어혈과 독가스를 유발하는 이유는 인스턴트식품이 각종 인공 화학첨가제로 가공되었기 때문이다. 화학 첨가제는 자연의 물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체의 소화기관이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체내에 쌓인 화학 독소는 피를 독혈(毒血)로 오염시키고, 인체를 오염시키기 마련이다. 그 결과 장내에 산독성 가스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던 할배가 일러준 치질 처방인 삼백탕(三白湯)이다.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할배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인데,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하였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할배가 일러준 처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삼백탕 ▶처방 내용 : 돼지의 대장 2백 그램, 지렁이 14마리, 삼백초 ․ 마치현 각 40그램 ▶복용법 : 상기의 약재를 돼지 대장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끓여 하루 3번 나누어 마신다.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은 동기요법(同氣療法)으로 돼지 대장을 주된 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해독 소염의 효능이 큰 지렁이와 마치현을 가미하였고, 혈행을 원활하게 해 주는 데 효능이 큰 삼백초를 가미하였다. 따라서 상기 처방은 치질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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