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분순/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신트림과 함께 신물이 넘어오고, 속이 쓰린 증상이 나타난다. 또 명치 밑이 트적지근하면서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게 계속되면 위산의 자극으로 위염과 위궤양은 물론, 위암까지 발생하게 된다. 위산을 과다하게 분비되게 하는 요인은 위열(胃熱)과 간열(肝熱)을 꼽을 수 있다. 즉 위산은 위에서 분비되는 강한 산성을 띠는 소화액으로 음식의 섭취 등으로 위에 자극이 가해지면 자율신경의 작용에 의해 분비되어 음식을 소화시키게 된다. 그런데 위에 열이 차 있으면 위장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아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간열이 심한 경우엔 목극토(木克土)의 원리에 따라 간열이 위에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위에 자극이 가하져 역시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게 된다. 오늘날은 화학적으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가 만연해 있다. 따라서 위열이 발생할 소지가 큰 실정이다. 즉,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를 가공하는 데 사용하는 화학첨가제는 석유에서 물질을 추출한다는 점에서 그 성질이 화(火)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 식품을 섭취하면 위장에 열이 차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이런 사실은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만을 여러 날 먹었을 경우 속이 쓰리고 신물이 넘어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또 하나 위장에 열을 발생시키는 요인은 화학약이다. 화학약이 위열을 발생시키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화학첨가제와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그 사실 역시 화학약을 장복했을 때 위가 쓰리고 신물이 넘어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한편 간열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는, 과로와 지나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간은 인체의 모든 피로 물질과 독소를 수렴하여 분해해 주는 장기이다. 또 간주소설(肝主疏泄)이라 하여 모든 감정을 원활하게 소통시켜 주는 장기이다. 그런데 과로가 심하면 피로 물질이 간에 뭉치게 된다. 또 분노와 고민 등 정신적 압박감이 심하면 감정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간에 응체되게 된다. 이를 간기울결(肝氣鬱結)하는데, 이렇게 되면 간열이 발생하여 간염 내지는 위산과다증이 생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위산을 과다하게 분비되게 하는 요인을 하나 더 꼽는다면 그것은 과음과 흡연이다. 즉, 과음은 주독(酒毒)으로 인해 일차적으로 위에 열을 발생시키고, 이차적으로 그 독소가 간에 몰려 간열을 발생시키게 된다. 그리고 흡연을 하면 폐에 열이 차게 되는데, 폐에 열이 차면 금극목(金克木)의 원리에 따라 간에 압박을 가해 결국 간에도 열이 발생하게 된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에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던 할배가 일러준 위산과다 처방인 ‘이진탕(二陣湯)’이다. 이 ‘이진탕’을 일러준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할배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인데,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하였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에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할배가 일러준 ‘이진탕’의 처방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진탕
▶처방 내용 : 진피 ? 적복령 ? 치자 ? 갈근 ? 연교 ? 황련 ? 향부자 각 4그램, 지실 ? 천궁 ? 창출 ? 백작약 ? 모려분 각 3그램, 시호 ? 현삼 ? 원지 ? 석창포 ? 산사 ? 맥아 ? 소엽 ? 감초 각 2그램 ▶법제법 ① 치자, 황련, 맥아 : 볶는다. ② 모려분 : 굴 껍질을 깨끗이 씻어 불에 구웠다가 감식초에 담가 식힌다. 이것을 9번 반복한 다음 분말한다. 이를 모려분이라 한다. ▶복용법 : 하루 3번 식전 30분에 1첩씩 달여 복용한다.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은 간열을 꺼 주는 데 효능이 큰 치자와 위열을 꺼 주는 데 효능이 큰 갈근을 주된 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삼초(三焦)에 몰린 열을 꺼 주는 데 효능이 있는 황련과 모려분을 가미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능이 있는 원지와 석창포를 가미하였다. 또한 울체된 기운을 풀어주는 데 효능이 있는 진피와 지실을 가미하고, 간을 안정시키는 데 효능이 있는 시호와 현삼을 가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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