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최근 국내 한 대학병원이 국민건강 영양 조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그리고 미국 신장데이터시스템(USRDS) 자료를 토대로 만성 신장병 환자의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투석 치료한 만성 신장병 환자 수가 1986년 2천5백34명에서 지난해 8만6백74명으로 30년 동안 약 30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미국과 멕시코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분석됐다. 진료비도 지난 2006년 9천억 원에서 2010년 1조4천억 원으로 5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었다. 신장병은 콩팥에 병변이 발생해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하는 질환이다.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콩팥 기능 상실 여부에 따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화학 당뇨약이나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 화학 독소로 인해 신장이 망가져 신장병으로 진행될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즉, 화학 당뇨약과 고혈압약은 이뇨제다. 따라서 혈중의 탁한 피를 신장으로 끌어다가 몽땅 쏟아 부어 놓는다. 이로 인해 혈당 수치와 혈압 수치는 눈 속임으로 뚝 떨어지나 그 이면에서는 신장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 몸에서 신장은 혈액을 걸러서 노폐물을 오줌으로 배설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체내 수분 대사와 혈압을 조절한다. 특히 나트륨·칼슘·인과 같은 미네랄과 영양 물질들의 균형을 유지해 주고, 적혈구 생성과 호르몬 분비 등을 한다. 신장병이 있으면 피곤함을 자주 느끼고, 식욕 감퇴와 빈혈 등이 나타난다. 또 밤에 소변이 자주 마렵고, 혈뇨와 갈색뇨를 본다. 소변에 거품도 많이 생긴다. 또한 소화불량, 구토, 수면장애, 두통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체내에 쌓인 요산 독으로 아침에 눈 주변을 비롯해 손과 다리, 발등이 붓는다. 또 얼굴이 거무스름해지고, 몸이 가려우며, 피부도 거칠어진다. 신장병의 내인(內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체내에 쌓여 있는 화학 독소다. 오늘날은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등 비자연적인 식품의 섭취가 많은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체내에 화학 독소의 축적이 심해져 피가 독혈로 오염된다. 그 결과 피를 걸러 주는 신장 기능이 상실되면서 여러 가지 신장 질환이 생긴다. 전통의학의 옛 의서(醫書)에는 ‘신자작강지관(腎者作强之官) 기교출언(技巧出焉)’이라고 기록했다. 즉, 신장은 인체를 강화시키는 뿌리요, 모든 기교를 분출하고 다스리는 원천이라고 했다. 따라서 전통의학에서는 이런 원칙에 따라 병증을 여러 단계로 세밀하게 변증한다. 그리고 병의 근본을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에 서울 종로에서 약을 잘 짓던 할배가 일러준 만성 신장병의 치료법이다. 할배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노인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이다.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했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에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생맥사군자탕(生脈四君子湯)
▶ 처방 내용 : 인삼·맥문동·오미자 각 100그램, 백출·산수유·구기자·백복령·황기 각 80그램, 감초 40그램 ▶ 법제법 : 위의 약재 가운데 백출은 쌀뜨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볶아서 사용한다. 또 황기는 꿀로 밀구((蜜炙)하여 쓴다. ▶ 복용법 : 상기 약재를 물에 넣고 달여서 하루 3번 나누어 마신다. ▶ 처방 해설 : 상기 처방은 ‘생맥산(生脈散)’에 ‘사군자탕(四君子湯)’을 가미한 것이다. 신허(腎虛)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신장병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큰 묘방(妙方)이다. ‘생맥산’은 기(氣)를 보(補)하고, 진액을 생기게 한다. 또 음을 수렴하여 땀을 그치게 하는 공능이 있다. 따라서 기(氣)와 음(陰)이 부족하여 생기는 만성피로뿐만 아니라, 심장을 강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신장병 예방과 치료에 활용된다. 처방 약재 가운데 인삼은 원기를 보(補)하고, 기혈(氣血)이든 진액(津液)이든 부족한 것을 치료한다. 또 고혈압과 관상동맥경화, 심장의 통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맥문동은 양음윤폐(養陰潤肺)하고, 청심제번(淸心除煩)하며, 익위생진(益胃生津)하는 효능이 있다. 즉, 음을 보해 폐를 윤택하게 하고, 번열(煩熱)을 없애 가슴을 시원하게 하며, 진액을 생성시키면서 위장을 보하는 효능이 있다. 오미자는 염폐자신(斂肺滋腎)하고, 노상(勞傷)으로 몸이 여위며, 신정(腎精)을 돋워 주는 데 효과가 커 음이 부족한 것을 보충해 준다. 아울러 산수유는 콩팥을 보(補)하는 작용이 탁월해 신허(腎虛)로 인한 요실금과 야뇨증 등 제반 신장병 치료에 활용되는 약재다. 황기, 백출, 구기자, 백복령은 양기(陽氣)를 보하는 효능이 큰 약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