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기/龜潭醫林
해수(咳嗽)를 논하기에 앞서 많은 의자들이나 일반인들이 애매하게 생각하는 효증(哮症)과 천식(喘息)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효증(哮症)과 천증(喘症)을 묶어서 효천(哮喘)이라고도 하지만, 이 둘은 그 원인이나 증상이 엄연히 다르다. 먼저 효증이란 목에서 쌕쌕 소리가 나거나 피리소리가 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기관지에 가래가 잔뜩 끼어 있어 숨을 쉴 때마다 공기의 흐름이 방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의 핵심은 가래를 없애는 것이다. 의서를 보면, “비자생담지원(脾者生痰之源), 폐자저담지기(肺者貯痰之器)”라 했다. 즉 비장은 가래를 생기게 하는 근원이요, 폐는 가래를 저장하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이 뜻을 보건대 가래의 근원을 치료하려면 어느 장기를 다스리고, 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효증은 비장을 다스려야지 폐에 아무리 좋은 약을 쓰고, 폐에 아무리 이로운 침법을 구사하여도 근본 치료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천식(喘息)이란 숨을 헐떡이는 것을 말한다. 즉 조금만 움직여도 숨쉬기 힘겨워하고, 숨을 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며 헐떡거리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대부분 폐 기능뿐만 아니라 심장 기능까지 심각하게 저하되었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호흡의 주요 기능은 폐가 담당하고 있지만, 호흡의 뿌리는 신장이 담당하고 그 기동처(起動處)가 단전(丹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식은 단순히 폐만 다스려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폐뿐만 아니라 신장을 다스려 주어야 하고, 나아가 오장(五臟) 전체를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오늘의 주제는 해수(咳嗽)이니 해수에 대한 개념부터 설명하도록 하겠다. 해(咳)란 기침만 하고 가래가 없는 것을 뜻하고, 수(嗽)란 가래만 끓고 기침이 없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침과 가래가 동시에 동반하므로 해수라고 합쳐 부른다. 감기로 말미암아 해수병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감기의 특징인 코 막힘 ․ 콧물 ․ 재채기 ․ 오한발열 등의 증상과는 구별해야 한다. 해수의 원인은 크게 외인(外因)과 내인(內因)으로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도 몇 가지로 변증(辨證)하여 세분할 수 있다. 먼저 외인을 세분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폐한해수(肺寒咳嗽) : 항상 코가 막히고, 맑은 콧물이 흐르고, 가래 색깔이 흰색인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런 증상은 거의 대부분 근본적으로 폐의 기가 허(虛)하기 때문에 기인한다. ▶풍열범폐(風熱犯肺) : 대개 목이 쉬고, 누런 콧물이 흐르고, 가래 색깔이 황색인데 잘 뱉어지지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조사상폐(燥邪傷肺) : 마른기침이 나오고, 입술과 코가 건조하며, 가래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뱉어지지 않을 만큼 적은 것이 특징이다. 상기 세 가지 외인은 외부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지나치게 추위에 노출되거나, 더위에 노출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조사(燥邪)로 인한 해수의 경우는 방이 건조하지 않게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필요하다. 이렇듯 해수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구분하여 그에 따라 처치를 달리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으로 해수에 무슨 약이 좋다는 식으로 약을 썼다가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한편 내인(內因)은 체력과 오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해수가 발생한 것을 말한다. 이를 세분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폐기허해수(肺氣虛咳嗽) : 늘 기운이 없고, 기침 소리에 힘이 없고, 맑은 콧물과 맑은 가래 또는 흰색 가래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걸핏하면 감기에 걸리고, 겉으로 보아도 안색이 창백하고 부실하다. ▶폐음허해수(肺陰虛咳嗽) : 오한(惡寒)이 있고, 수족이 화끈거리며, 대개 오후에 미열이 나는 게 특징이다. 또 코 ․ 입술 ․ 피부 등에 건조 증상이 나타나고, 가래가 적은데 가끔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다. 방치하면 폐결핵으로 갈 가능성이 크므로 신속히 치료를 해야 한다. 이런 경우 폐에 수기(水氣)를 공급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맛을 좋게 하여 영양 상태를 증진시키고, 신수(腎水) 즉 신정(腎精)을 돋우어 그 뿌리를 튼튼히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담습열해수(痰濕熱咳嗽) : 이 유형은 담습(痰濕)과 습열(濕熱)로 구분할 수 있다. 담습해수는 기침을 하다가 울컥 가래를 뱉어내면 엄청난 양이 나오고, 느글느글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더운 기침과 가래가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유형은 반드시 내장 기능을 살려 놓아야지 천편일률적으로 폐를 좋게 하는 처방만 했다가는 병세만 악화될 뿐이다. 습열해수는 열이 나고, 가래가 많되, 가래가 대단히 노란하면서 끈적끈적하고, 가래에서 비린내나 썩은 내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경우 폐 농양(膿瘍)과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할 때가 있으므로 병력이나 환경 등을 자세히 물어보아 정확히 변증(辨證)을 해야 한다. ▶간화범폐(肝火犯肺) : 이 유형은 체질적인 요인도 있지만, 감정의 변화와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극심한 분노와 스트레스로 인해 촉발된 간화(肝火)가 폐에 들어가 폭발함으로써 생기는데,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기침을 하고, 기침을 할 때 거의 오른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게 특징이다. 이밖에도 수만 가지 병과 합병증으로 인해 해수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해수를 치료함에 있어 포괄적이면서도 직관적으로 변증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해수에 어떤 약이 좋다는 식으로 치료했다가는 병세만 악화시킬 뿐이다. 특히 화학 양약은 근본적으로 폐의 기운을 살리지 못할뿐더러, 폐음허 ․ 습담 ․ 간화범폐 등으로 변증하여 해수를 다스려 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침구 치료 ▶기본 치료 혈 : 어떠한 유형의 해수이건 먼저 인영(人迎) 혈에 동자(洞刺)한다. 동자 침법에 대해선 지난 호에 설명하였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등에 있는 치료의 기본 혈은 풍문 ․ 폐유 ․ 정천(定喘) ․ 천식(喘息)이다. 정천 혈은 대추 혈에서 0.5치 떨어진 곳이고, 천식 혈은 대추 혈에서 1치 떨어진 곳이다. 가슴에 있는 치료의 기본 혈은 중부 ․ 중완 ․ 관원이다. 이 기본 혈에 온침(溫鍼)하거나 뜸을 떠 주고, 척택에 자침을 하면 즉석에서 기침이 멈추게 된다. 그 위력은 실제로 자침해 보면 알 수 있다. 단 관침(管針)으로 피부나 겨우 뚫어 놓아서는 전혀 효과가 없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증상에 따라 가미하는 혈 : 가래가 많을 때는 반드시 비유와 풍릉 혈에 자침해야 한다. 이는 생담지원(生痰之源)인 비장을 다스려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풍릉 혈은 위경의 낙혈(絡穴)로서 위경에서 갈라져 비장으로 곧바로 들어가 강력하게 비장을 강화시켜 주는 효력을 발휘한다. 제대로 자침하면 담을 제거하는 데 특효를 발휘한다. 폐가 마르거나 음(陰)이 허할 때는 신유, 삼음교, 음곡, 곡천, 태계, 수천 등에 자침하여 원천(源泉) 수기(水氣)를 생성시켜 폐를 촉촉하게 적셔 주어야 한다. 간화범폐(肝火犯肺)의 경우에는 간건(肝健)과 행간을 크게 사(瀉)해 주어야 한다. 간건 혈은 심경(心經)의 소해와 신문을 일직선으로 이어 정중앙에 있는 기혈(奇穴)이다. 행간 혈은 간경(刊經)의 화혈(火穴)로서 간화를 꺼 주는 데는 특효를 발휘한다. 기타 여러 침법들이 많지만, 여기서는 핵심만 밝히니 자신의 능력에 따라 오행침이든 약침이든 곁들이길 바란다. 그러면 그 효과가 배가 되고도 남으리라 본다. 어쨌든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의자(醫者)의 능력에 달렸으니, 의자라면 치료의 원리를 이해하고 공력(功力)을 쌓는 일에 평생 매진해야 한다.
약물요법 약을 투여하기에 앞서 폐가 차가워져서 해수가 생겼는지, 폐에 열이 차서 해수가 생겼는지, 아니면 폐가 건조해서 해수가 생겼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폐에 찬 기운이 차 있는데, 차가운 약을 투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뻔하다. 변증을 하지 않고 폐에 좋다는 약을 30~50가지 한 데 모아서 중탕하여 투여한다면 죽도 밥도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변증별로 증상에 맞는 약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폐한해수(肺寒咳嗽) : 폐에 외부의 차가운 기운이 침습한 경우는 폐를 따뜻하게 해 주면서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는 발산약(發散藥)을 써야 한다. 이에 대한 약으로 마황, 길경, 자완, 관동화, 백개자를 4~8그램 가미하여 산한온폐(散寒溫肺)시켜 주면 적절하다. ▶폐열해수(肺熱咳嗽) : 폐에 열사(熱邪)가 침범했다면, 소풍열청폐(疎風熱淸肺)시켜 주는 약을 써야 한다. 이에 대한 약으로 국화 ․ 상엽 ․ 박하를 써서 청열해표(淸熱解表)시켜 주고, 행인 ․ 전호 ․ 우방자를 써서 선폐지력(宣肺之力)을 강화시켜 주면 적절하다. 이와 함께 길경을 써서 약성을 폐로 인경(引經)시켜 주면 아주 효과적이다. ▶폐조해수(肺燥咳嗽) : 폐가 건조할 때는 보음윤폐(補陰潤肺)시켜 주는 약을 써야 한다. 이에 대한 약으로 사삼 ․ 맥문동 ․ 패모 ․ 백합을 적절히 가미하여 폐를 윤택하게 하고, 길경을 써서 폐로 약성을 인경시켜 주면 적절하다. 그리고 폐가 지나치게 건조하여 각혈을 할 때는 백모근을 가미하여 지혈시켜 주면 된다. ▶양조해수(凉燥咳嗽) : 폐가 건조하면서 차가울 때는 폐를 따뜻하게 해 주면서 촉촉하게 해 주는 약을 써야 한다. 이에 대한 약으로 자완 ․ 관동화 ․ 백부근 ․ 합개 등을 가미하여 온폐생진(溫肺生津)시켜 주면 적절하다. ▶폐기허해수(肺氣虛咳嗽) : 폐의 기운이 허할 때에는 인삼 ․ 홍삼 ․ 황기 ․ 오미자 ․ 꿀 등으로 온폐(溫肺)시켜 주고, 행인 ․ 자완 ․ 관동화 등으로 지해정천(止咳定喘)시켜 주면 적절하다. 이를 무시하고 50~100가지 폐에 좋다는 약을 다 섞어서 복용하게 되면 인체에 엄청난 부담만 안겨 주게 된다. ▶폐음허해수(肺陰虛咳嗽) : 폐에 음이 허해서 해수가 생긴 경우에는 사삼 ․ 맥문동 ․ 백합 ․ 천화분 ․ 천문동 등으로 폐를 촉촉하게 해 주고, 건지황 ․ 구기자 ․ 산수유 ․ 토사자 ․ 복분자, 산약 등을 가하여 신수(腎水)를 배양하면 적절하다. 이와 함께 길경 ․ 비파엽 등을 써서 약성을 폐로 인경시키고, 산사 ․ 맥아 ․ 신곡 등 소화제를 가미하여 약의 흡수를 도우면 아주 효과적이다. ▶담습해수(痰濕咳嗽) : 가래가 많이 끓는 해수에는 ‘이진탕(二陣湯)’을 기본으로 소자와 나복자를 8~12그램을 가미하면 특효를 발휘한다. 여기에 소엽 ․ 지각 ․ 목향을 가미하여 흉중지기(胸中之氣)를 소통시켜 주고, 산사 ․ 맥아 ․ 신곡 등 소화제를 가미하여 약을 흡수를 도우면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때 폐가 냉하면 백개자 ․ 건강 ․ 계피를 살짝 가미하여 폐를 덥혀 주고, 담열이 심하면 황금 ․ 상백피 ․ 과루인을 가미하여 폐열을 다스려 주고, 악취까지 날 때에는 어성초를 12~20그램 가미하여 담열과 염증을 다스려 주면 적절하다. ▶간화해수(肝火咳嗽) : 간에 화가 심해서 생긴 해수에는 청피, 목단피, 치자를 써서 간화를 내려 주면 적절하다. 이때 초룡담 등을 쓰면 좋은데, 초룡담은 간화를 다스려 주는 데는 특효가 있지만, 약이 너무 쓰고 정기(精氣)를 손상시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을 기해 써야 한다. 폐열과 합세한 간화를 다스리는 데는 황금과 상백피를 적절히 가미하고, 기운이 상기(上氣)되어 있으면 우슬 ․ 현삼 ․ 독활을 가미하여 기운을 하강시켜야 한다. 이때 산사 ․ 맥아 ․ 신곡 등 소화제를 가미하여 약을 흡수를 도우면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후기 도라지, 산삼, 녹용 등 해수에 좋다는 약이 많다. 또 폐병에 만병통치라는 백년초와 죽봉도 있다. 또한 ‘절체보폐탕’, ‘사삼맥문동탕’, ‘진해고’, ‘소자도담강기탕’, ‘청상보화탕’ 등 이름만 들어도 당장 폐암이라도 좋아질 것 같은 처방도 무수하다. 하지만 특별하다는 비방약 하나로 해수라는 병이 감쪽같이 해결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약의 이치와 의술의 이치를 깨우치지 않는 한 해결의 길은 요원하기 마련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내의원을 비롯하여 외교문서를 담당하는 전 부서에 국내는 물론 중국과 아시아에 있는 모든 의료 관련 문서를 수집해 오라고 어명을 내렸다. 당시 지엄했던 왕명에 따라 신하들은 십수 년에 걸쳐 방대한 양의 의서들을 남김없이 수집해 왔다. 그리고 내의원의 대학자들이 모여진 의서의 내용을 하나하나 목록별로 분류하고 편집하여 『의방유취(醫方類聚)』라는 의서를 탄생시켰다. 이 『의방유취』는 3백60여 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의서로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전(大典)이다. 참고로 중국의 경우 수많은 고전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상당 부분 천금같은 의서들이 유실되고 없는데, 그 유실된 대부분의 의서 내용이 『의방유취』에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종 이후 『의방유취』는 역대 의가(醫家)들에게 의술의 규범이 되어 오다가 광해군과 선조대왕 당시 허준 선생에 의해 다시 한번 정수가 발췌되어 『동의보감(東醫寶鑑)』이라는 시대의 명저가 탄생되게 된다. 그리고 선조 이후 의가들의 규범이 되어 온 『동의보감』은 고종과 순종 당시 명의(名醫)였던 황도연 선생에 의해 다시 한번 정수가 발췌되어 편찬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방약합편(方藥合編)』이다. 결국 자자손손 대대로 포도주를 거르고 걸러 그 정수인 백포도주가 만들어지듯이, 역대의 방제와 본초학이 거르고 걸러져서 『방약합편』이 탄생한 것이다. 결국 역대 의서의 정수를 모아 놓은 『방약합편』은 약과 방제(方劑)의 원리를 터득하기에 적합한 의서라 할 수 있다. 필자의 스승님이나 필자 또한 『방약합편』을 수십 번 쓰고 수백 번 읽어서 거의 암기하게 되었는데, 약과 방제의 원리가 저절로 터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부하건데 어디서 무슨 비방 하나 훔쳐서 부자가 되어 보겠다는 생각은 그 자체가 어리석음을 넘어 위대한 착각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의술을 한다면 이내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약합편』에 실려 있는 약성가(藥性歌)를 1번 인삼에서부토 515번 석유까지 눈을 감고 약성을 줄줄 외우고, 방제를 상통(上通) 1번 ‘신력탕(腎瀝湯)’부터 하통(下統) 163번 ‘이비탕(理脾湯)’까지 수백 번 읽고 쓰는 노력을 한다면 굳이 책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처방이 순식간에 가슴에서 터져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고 『방약합편』만 외우면 의학의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다. 의학은 무궁무진하게 다양하며, 그 이치에 도달하는 길이나 문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어떠한 분야의 길도 먼저 올바른 방법을 찾아야 하며, 정성과 노력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노력만큼 무궁무진한 의술의 세계가 열리리라 본다. 어쨌든 산재되어 있던 귀한 의서들이 『의방유취』로 모이고, 이 『의방유취』가 정제되어 『동의보감』으로 편찬되고, 이 『동의보감』의 정수가 『방약합편』에 모였으니 후학들로선 얼마나 공부하기 편리한가? 앞으로도 더욱 훌륭한 진서(眞書)들이 배출되리라 본다. 끝으로 『의방유취』의 진본은 임진왜란 때 왜구에게 약탈되어 일본의 모 도서관에 가 있고, 허준 선생이 남긴 침구서적들은 세상의 빛도 못 본 채 인천이 모 도서관에서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요기나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