賢者 殿閣/조용헌 살롱

龍八虎一

초암 정만순 2014. 2. 24. 12:39

龍八虎一

 

 

'용법(龍法)을 8할 정도 쓰고, 호법(虎法)은 1할만 쓴다'는 말이다. 권법(拳法)의 배분이자 원리이기도 하다. 용(龍)은 물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물은 유연하고 낮은 데를 향해서 흘러간다. '도덕경'의 핵심도 물에 있다. 바로 '상선약수(上善若水)'이다. 높은 차원의 선은 물과 같다는 이치이다.

무술권법에서 용이 의미하는 것은 상대의 공격을 맞받아치지 않고 피하는 노선을 가리킨다. 나도 상대를 충분히 공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하는 것이다. 피할 때는 물처럼 유연해야 한다. 반대로 호랑이(虎)는 공격을 의미한다. 공격도 간단한 공격이 아니라 상대를 기절시킬 정도의 강력한 공격이다.

'용팔호일'은 무술의 고수가 상대와 붙었을 때 될 수 있으면 직접적인 가격을 하지 않고 피해 다니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필살의 한 방을 날리는 이치이다. 20년간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무술의 고수들을 연구한 채희배(蔡熙培) 선생이 필자에게 전해준 무림의 비급(秘笈)이다.

원래 중국 무술의 본산지인 소림사의 권법은 호랑이를 닮은 호법(虎法) 위주였다고 한다. 한 방 아니면 두 방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초식(招式)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격하는 사람도 충격을 받았다. 필살기를 쓰다 보면 본인도 근육에 손상이 가고, 필요 이상의 원한을 사는 수가 있었다. 될 수 있으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은 없는가? 그래서 나온 것이 용법(龍法)이었다. 상대가 날리는 공격을 계속 피해 다닐 수 있다는 것은 고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공격하는 측에서도 도망 다니는 상대가 자기를 배려해서 반격을 안 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용은 도가(道家)를 상징하고, 호는 불가(佛家)를 상징한다. 소림사에서 시작된 불가 무술이 도가 사상과 결합되면서 '용팔호일'이 나왔다고 본다. 호법의 대가였던 곽운심(郭雲深·1820~1901)이 용법의 대가였던 동해천(董海川·1797~ 1882)과 붙었을 때 곽운심은 팔괘장(八卦掌)을 사용하는 동해천을 한 방도 제대로 가격을 못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대결을 계기로 곽은 동해천을 존경하게 된다. '용팔호일'은 삶의 원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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