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와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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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와룡산은 ‘화신(花信)’을 맞는 사열대. 최남단에서 제일 먼저 봄을 영접한다. 산자락 홍매화`목련`산수유는 벌써 꽃 수술을 활짝 드러냈고 중턱의 생강꽃, 철쭉도 꽃망울에 제법 물이 차올랐다. 사천대교 쪽 넓게 펼쳐진 보리밭과 백천사 옆 산죽도 초록의 채도(彩度)를 제법 높인 상태다. 와룡산 산행은 이름처럼 바다위에 떠서 용(龍)의 등을 타는 기분이다. 시원스레 펼쳐진 암릉의 퍼레이드, 끝없이 펼쳐진 다도해의 파노라마는 반나절을 달려온 등산객들의 여독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고려왕실 ‘금지된 사랑’ 추문 얽힌 곳 와룡산은 성문(城門)`파병산(派兵山)`퇴병산(退兵山) 등과 같은 지명에서 보이듯 임진왜란 때 격전지였다. 거북선이 최초로 등장한 사천해전이 벌어졌던 현장이기도 하니 수륙(水陸)에서 온몸으로 왜(倭)에 맞선 셈이다. 가야시대엔 철(鐵)의 집산지로 인도`중국`일본에서 온 무역선들이 철광석을 실어 나르던 국제무역항이기도 하다. 와룡산에 ‘호국(護國)’, ‘국제무역의 중심’ 같은 좋은 이력(履歷) 만 있는 건 아니다. 와룡산은 고려시대 왕실의 추문이 얽힌 현장이기도 하다. 고려 태조의 8번째 아들 욱(郁)은 조카 경종의 부인이었던 헌정왕후와 정을 통해 아이까지 갖게 되었다. 이들의 금지된 사랑은 성종에게 발각되고 욱은 그의 아들(뒤에 현종이 됨)과 함께 와룡산 기슭으로 귀양살이를 오게 된다. 지금의 관점에서 이런 일들은 불륜이고 패륜이지만 근친혼이 일반화되었던 당시 풍속으로 보면 큰 문제도 아니었다. 다만 기혼자라는 ‘금단(禁斷)의 선’을 넘은 게 실수라면 실수다. 기혼자들의 탈선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1천년 세월을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도 사천에서는 매년 5월 고려 현종의 유년시절과 와룡산과의 인연을 기념하는 ‘와룡문화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장쾌한 암릉`남해 앞바다 조망 일품 한려해상공원의 중심에 자리 잡은 와룡산은 해발 798m로 높진 않지만 장쾌한 암릉으로 이루어져 산세가 웅장하다. 특히 다도해 해상공원의 시원한 조망이 압권이다. 산행길 따라 새섬바위, 상사(相思)바위, 기차바위 같은 빼어난 암벽과 시원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져 사계절 산행지로 적격이다. 특히 와룡산 철쭉은 ‘사천팔경’의 하나로 개화시기인 5월엔 전국에서 수백대의 관광버스가 운집한다. 산행코스는 와룡동 버스종점-도암재-새섬바위-민재봉-백천계곡으로 이어진다. 종주코스, 원점회귀코스 등이 있지만 산불예방을 위해 5월까지는 입산이 통제돼 초봄까지는 이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도암재를 경계로 새섬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상사바위는 민재봉 등산로와 반대편에 위치한 때문에 지나치기 쉽다. 부모의 반대로 좌절한 남녀가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는 애틋한 로맨스가 전해지는 이곳에 오르면 사천시내의 시원한 전경과 삼천포 화력발전소, 사천대교 쪽 상쾌한 조망까지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도암재에서 급경사 길을 1시간쯤 가쁜 숨으로 오르면 새섬바위에 이른다. 민재봉에 정상석을 내주었지만 두 번째 고도(高度)를 자랑하기 때문에 최고의 관망대로 사랑을 받고 있다. 맞은 편의 기차바위`사자바위도 한눈에 들어온다. 청룡사쪽 능선을 따라 구절양장(九折羊腸)으로 펼쳐진 촌길은 한편의 서정시요, 한폭의 동양화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덕유산부터 지리산 주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새섬바위의 남서릉 구간은 철쭉 군락지. 개화가 절정에 이르는 4월말 5월초쯤엔 철쭉들이 능선을 따라 핑크빛 융단을 이룬다. #삼천포어시장엔 멍게`해삼이 제철 하산길은 백천계곡으로 잡는다. 민재봉에서 발원하는 백천계곡은 와룡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수량도 풍부하고 송림도 우거져 하산 길 내내 쾌적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산 밑 백천사엔 동양 최대의 목조와불이 있다. 입상(立像)의 엄숙한 분위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누운 부처는 무척 편안하게 다가온다. 비스듬히 팔을 괴고 누운 와불의 넉넉한 미소를 보노라면 지친 심신에 절로 힘이 솟는다. TV에 소개된 적이 있는 ‘우(牛)보살’은 백천사 또 하나의 명물. 혀로 목탁소리를 내 관광객들과 불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등산 후에 지친 심신이 해조음엔 반응할 때면 삼천포어시장에 들러볼 만하다. 연안여객선이 쉼 없이 드나들어 항구 분위기가 제법 난다. 부둣가 노점엔 제철을 맞은 멍게, 해삼이 관광객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만원짜리 한 접시면 둘이 먹기에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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