賢者 殿閣/덕화만발

[스크랩] *덕화만발* 쓰 죽 회

초암 정만순 2014. 4. 17. 08:02

 

 

*德華滿發*

 

쓰 죽 회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재산 안주면 맞아 죽고, 반만 주면 쫄려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 ‘출가시킨 후 아들은 큰 도둑, 며느리는 좀도둑, 손자들은 떼강도’,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노년층의 이런 푸념 끝에는 대개 다음과 같은 결의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죽을 때까지 돈을 쥐고 있어야 해. 안 그러면 자식들한테 무시당하고 서럽기 짝이 없어지는 거지.”, “다 쓰고 죽어야 해. 그래야 나중에 유산을 놓고 자식들 간에 분란이 일어나지 않지.” 그래서 ‘쓰 죽 회’를 만들기로 한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쓰 죽 회는 ‘다 쓰고 죽자’고 하는 뜻으로 줄여서 ‘쓰 죽 회’란 명칭을 붙이고 있지요.

 

도반 동지 여러분!

저와 같은 무산자는 쓰고 죽고 싶어도 쓸 돈이 없어 죽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정말 돈 많은 사람들은 재산 때문에 아마 잠도 자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요즘 인기를 끄는 KBS의 정통 역사 드라마 ‘정도전’에 등장하는 부패 권력자 이인임(박영규 분)이 실권(失權)하여, 귀양을 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성계와 정도전에게 죽임을 당하죠. 죽기 직전 이인임은 아주 의미 있는 말을 토합니다. “내가 하루 먼저 죽는 것 보다 권력 없이 하루를 더 사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라고요.

 

그렇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우리는 하루 먼저 죽는 것 보다 돈 없이 하루를 더 사는 것이 두렵다.”가 아닐까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유명한 희곡을 쓴 테네시 윌리암스는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돈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낼 수는 있지만 돈 없이 노후를 보낼 수는 없다.”

 

도반 동지 여러분!

우리나라에 60세 이상 노인의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불과 10년 사이 2배가 훨씬 넘는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노인 절반이 ‘빈곤노인’으로 세계 최악의 노인빈곤국군(群)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그 어려움이 매년 더 악화하고 있는데다 특히 고령층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쓰 죽 회’는 고사하고 정반대 상황 속에서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 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돈 없는 노년 정말 두렵기만 하네요.

 

도반 동지 여러분!

그런데 한 편에선 “다 쓰고 죽어야 해” 정도가 아닙니다. 점점 노년층이 두터워지면서 부자들을 위한 가문관리 서비스 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세금을 최소화하여 유산을 물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평생 일궈온 사업체를 어떻게 잘 넘길지 까지 관리해준다고 하네요. 은행들마다 'VVIP'로 모시는 국내 상위 0.1%의 수백억대 ‘수퍼 리치’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죠. 그런 초부유층은 아니더라도 웬만큼 부를 갖춘 노년층의 경우도 어떻게 하면 돈을 잘 쓰고 이 세상을 떠나느냐는 숙제를 안고 있는 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것이 경제력 있는 ‘골드 시니어’들의 또 다른 고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쓰 죽 회’가 유행인 것이죠. 젊은 시절 고생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 다 키워 출가시켰으니 이제 나를 위해 써야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분들은 가정 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인생을 다 바쳤으니 그럴 자격이 차고도 넘치는 분들이겠죠. 이런 골드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종로와 강남의 괜찮은 뷔페 음식점들은 예약 없이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일반 소비시장에서는 물론이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까지 문화며 건강, 레포츠 상품들에 대한 ‘그레이 파워’가 날로 도드라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내미는 자식들을 아예 외면할 수 없어서인지 그나마 번 돈 움켜쥐고 안절부절 하는 부자들도 많죠. 아마 자식들이 홀로서기에는 우리 사회구조가 여전히 녹록치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분들도 ‘재산 안주면 맞아 죽고, 반만 주면 쫄려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 ‘출가시킨 후 아들은 큰 도둑, 며느리는 좀도둑, 손자들은 떼강도’,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임을 당해 보면 그런 미련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 런지요?

 

도반 동지 여러분!

그런데 그 어렵게 번 재산 꼭 다 쓰고 죽어야 가야 하는 것인지요? 그나마 출근길 지하철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읽고 버린 신문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은 나은 편인모양입니다. 이들이 온 종일 신문을 주워도 하루 5~6천원 벌이가 힘들다고 합니다. 한 달에 10만원 벌이도 어렵죠. 자식들에겐 바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신문을 거둘만한 힘조차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다 쓰고 죽자’와는 정반대 상황 속에서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 되는 것이지요.

 

‘가난구제는 나라에서도 못한다.’는 건 옛말입니다. 이제는 국가가 적극 나서서 이런 노인들이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요? 지난해 ‘기초노인연금’ 대선공약이 깨지고 그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실망을 했는지 위정자나 부자들은 알기나 할까요? 문제는 그 재원(財源)입니다. 이를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더라도 모자라는 것은 ‘쓰 죽 회’를 결성하는 부자들이 기꺼이 수긍하고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재산을 헌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네요.

 

도반 동지 여러분!

평생을 땀 흘려 번 돈을 다 쓰고 죽으면 얼마나 허망할까요?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듯 당하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그 허망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들 부자들에게 쓰고 죽을 돈도 없는 가난한 노인들을 위해 그 정재(淨財)를 헌납시키면 어떨까요? 그리고 거기에 상응하는 나라의 표창이나 훈장을 수여해 그 뜻을 기리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요? 그러니까 쓰고 죽는 ‘쓰 죽 회’가 아니라 남을 돕는 <보은회(報恩會)>를 결성케 하는 것이죠.

 

도반 동지 여러분!

하늘은 짓지 않은 복을 내리지 않습니다. 우리 원(願)은 큰 데에 두고, 공(功)은 작은 데에서부터 쌓으면 어떨까요? 세상에서 몰라준다고 한 할 것이 없습니다. 진리는 공정한지라 쌓은 공이 무공으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쓰고 죽으면 허망한 ‘쓰 죽 회’보다 세세생생 복 받는 <보은회>를 결성하면, 그 돈이 최상의 공덕인 음덕(陰德)과 무념(無念)의 덕으로 화(化)하지 않을 런지요!

 

원기 99년(2014) 4월 10일 덕 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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