賢者 殿閣/덕화만발

[스크랩] *덕화만발* 죽음마저 거부한 사랑

초암 정만순 2014. 4. 16. 17:25

 

 

*德華滿發*

 

죽음마저 거부한 사랑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람의 영혼(靈魂)이란 있는 것일까요? 없는 것일까요? 원불교《전서(全書)》<천도품(薦度品)> 제 8장에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 생사관을 밝혀놓으신 것이 있습니다.「사람의 생사는 비하건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것과도 같고, 잠이 들었다 깼다하는 것과도 같나니, 그 조만(早晩)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치는 같은 바로서 생사가 원래 둘이 아니요 생멸(生滅)이 원래 없는지라, 깨친 사람은 이를 변화(變化)로 알고 깨치지 못한 사람은 이를 생사라 하나니라.」

 

도반 동지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확신이 잘 들어오시지 않지요? ‘영혼은 살아있다’는 실화가 있습니다. 지금으로 5년 전, 어느 의사가 <죽음마저 거부한 사랑>을 목격한 얘기입니다.

 

「내가 진주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공사장에서 추락 사고로 뇌를 다친 26살의 한 젊은이가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이미 그의 얼굴과 머리는 심하게 손상되어 원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고 의식은 완전히 잃은 후였다. 서둘러 최대한의 응급조치를 했으나 살 가망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식물인간이 된 상태나 마찬가지인 그가 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그날 아침,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심전도를 체크하는 기계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나의 가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규칙적이고도 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나타내던 ECG(심전도) 곡선이갑자기 웨이브 파동(V)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힘차고 반복적인 정상적인 인간의 심장 박동에서 점차 약해지며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그것은 죽음이 가까이 옴을 의미했다. 보통 이러한 ECG의 곡선이 나타난 이후 10분 이상을 살아있는 이는 나는 본적이 없었다.

 

간호사에게는 심전도 파동이 멈추면 곧바로 영안실로 옮기라고 일러두었다. 다른 환자를 보고 잠시 후 다시 그 중환자실을 지나치면서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시간이 지난 아직도 그의 심장 박동이 느린 웨이브파동을 그리면서 살아있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를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신기하게 생각되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날 오후는 쏟아지는 응급 환자들을 돌보느라 더 이상은 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응급실은 거의 매일 전장의 야전병원 같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왠지 갑자기 생각이 들어 다시그 중환자실을 가 보았다. 물론 지금쯤은 아무도 없는 빈 침대이거나 다른 환자가 누워있으리란 당연한 생각이었지만 왠지 그의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음은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었다.

 

방에 들어선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그가 있었다. 더없이 나약하지만 끊이지 않는 ECG곡선을 그리며 그의 영혼은 아직 몸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왠지 이 세상에서 그가 쉽게 떠나지 못할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이것은 과학적, 의학적 상식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였다.

 

난 의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없는 그 이상의 어떤 존재를 그 순간 무의식중에 감지했던 것 같다. 하루가 다시 그렇게 지나고 그의 심전도가 웨이브 파동을 그린 지 장장 이틀이 지났다.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중환자실에 가보았다. 그의 신체는 죽은 것과 다름없었지만 영혼은 어떠한 이유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더없이 미약하게나마 이 세상에 오래도록 머물고 있었다. 심전도를 나타내는 모니터화면이 그 상황을 보여 주고 있었고 나의 예사롭지 않은 느낌도 그것을 뒷받침 해주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한 젊은 여인이 중환자실로 들어왔다. 이제까지 보호자 중에 없었는데, 마치 멀리서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급하게 온 듯 했다. 젊은이의 애인인 듯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제대로 환자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나는 한 옆으로 비켜주었다. 젊은 여인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가까스로 침대 옆에 섰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그의 심전도 파동이 멈추었다. 모니터화면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던 웨이브파동이 한순간 사라지고 마치 전원이 꺼진 것 같은 한줄기 직선만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틀간 미약하게나마 뛰어왔던 그의 심장이 바로 그때 멈춘 것이었다. 가슴은 순간 서늘해지면서 왠지 모를 거대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이젠 정말로 이 세상을 떠난 그와 그의 곁에 남겨진 여인을 두고 나는 중환자실을 빠져나왔다.

 

그의 임종 소식을 전하고 나는 보호자 중의 한 사람에게 방금 온 그녀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내게는 그녀가 그의 삶을 오늘까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장시킨 어떤 존재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녀는 결혼한 지 3개월에 접어드는 그의 부인이었고 뱃속에 아기를 임신 중이었다. 놀라움과 마음 속 깊숙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옴을 느끼며 나는 그 순간 내가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야기해 주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당신과 뱃속의 아기를 만나기 위해 그가 얼마나 그 오랫동안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면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지, 얼마나 힘겹고 가슴 아픈 영혼의 기다림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부인과 그의 아기에게 전하는 그의 이 세상 마지막 메시지라고, 그것은 바로 사랑의 작별 인사라고, 듣고 있는 그녀의 눈에서 넘치는 눈물을 바라보며 나는 두려움과 함께 어떠한 경외심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간직한 한 영혼이 바로 우리 곁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존재를 믿을 뿐 아니라 생생히 느꼈고 경험했다. 그리고 그 존재를 이끌어주는 가장 큰 힘이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 역시. 우리에게 가장 없어서는 안 될 영혼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의사의 길에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나는 요즘도 이 이야기를 자주 해주고는 한다.」

 

도반 동지 여러분!

이제 그 영혼의 존재를 부인 할 수는 없겠지요? 설사 영혼이 없다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 우리가 죽음에 다다라 영혼이 있다면 얼마나 두렵고 당황하겠습니까? 영혼은 있습니다. 그것을 깨쳐 아는 것이『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이고『인과보응(因果報應)의 이치』인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바로 이 진리를 깨치는 일입니다. 오죽하면 대산(大山) 종사님께서는 “중생들의 머리를 쪼개서라도 이 두 가지 진리를 집어 넣어주라”고 하셨을 까요!

 

원기 99년(2014) 4월 14일 덕 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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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의 세계를 공부 삼아, 더듬어 보면 좋을 것입니다

 

 

 

출처 : 덕화만발(德華滿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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