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 遺跡 /山寺 情報

고불총림 백양사

초암 정만순 2014. 4. 16. 16:56

 

고불총림 백양사

 

 

   
봄전경


명산에 명찰이 있고, 명찰에 큰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남도를 대표하는 장성 백암산에도 고불총림 백양사가 자리해 있고, 역대 선지식 대부분은 백학봉의 기운에 의지해 정진했다.

어찌 수행자만 그러했으랴. 풍수(風水)를 알지 못하는 이라도 백암산 자락에 들어서면 범상치 않은 산세에 저절로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대웅전 뒤로 펼쳐진 백학봉 바위산은 우주의 중심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수미산을 옮겨 놓은듯하여 경외감마저 든다.

예로부터 ‘춘(春)백양 추(秋)내장’이라 했다. 백암산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춘 3월(양력 4월)에 발걸음을 하는 것이 좋다. 이때쯤이면 애기단풍으로 유명한 백양사 주위의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생명이 깨어나는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애써 다른 곳에서 극락을 찾지 않아도 된다.

백양사는 1400여 년 전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여환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지리적으로는 백두대간이 남으로 내려와 남원, 순창, 장성으로 뻗은 노령산맥의 백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창건 당시는 백암사였다. 고려 덕종 3년(1034년) 중연선사가 중창하면서 정토사로 이름을 바꾸었고, 조선 선조 7년 환양선사가 백양사라 이름을 고쳐 불렀다.
‘하얀 양’이란 이름을 갖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당시 환양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법석을 열었는데 흰 양이 내려와 법문을 들었다. 회향하던 날, 스님 꿈에 양이 나타나 '축생의 몸을 벗고 극락왕생한다'고 하였다. 이후 사명을 백양사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웅장한 산세와 생사를 초월한 용맹정진으로 백양사에는 선지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려 각진국사를 비롯해 조선시대 소요, 태능, 편양, 진묵, 연담 스님 등이 법을 설했고, 근현대에는 백파, 학명, 용성, 인곡, 석전, 만암, 묵담, 고암, 서옹스님 등 한국불교의 법통을 이은 선지식들이 기라성같이 늘어서있다.

특히 백양사는 임진란, 정유재란, 갑오농민개혁 등 어려웠던 시기에 민중들과 함께 해온 전통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만암스님이 민족교육의 산실인 광성의숙을 비롯해 1930년 중앙불교전문학교(동국대 전신), 해방 후에는 광주 정광중고등학교를 세워 사회교육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백양사는 경관이 빼어날 뿐 아니라 영험 좋은 기도도량이 산재해 있어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내 암자로는 참선도량인 운문암과 물외암, 금강대, 청량원, 청류암, 비구니 선원인 천진암이 있다. 기도 도량으로 약사암과 영천굴, 홍련암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경내에는 난대성 늘푸른나무인 비자나무가 군락(천연기념물 제153호)을 이루고 있으며, 일주문에서 쌍계루까지 수백년 된 아름드리 갈참나무 거목과 고로쇠나무, 비자림은 산림욕 하기에 더없이 좋다.

 

   
사진 왼쪽부터 만암, 서옹, 수산, 지선스님.


1947년 20여곳 사암모아 총림 결성

고불총림은...

   
최초 고불총림을 기리는 기념비. 이뭣고 스님으로 불리던 만암스님의 화두 이뭣고가 쓰여있다.


해방이후 1947년 만암스님이 호남의 20여개 사암과 포교당을 모아 호남 고불총림을 결성했다. 국내 최초 총림인 고불총림은 일제잔재 청산, 민족정기 함양, 승풍진작 등 3대 목표를 내걸고 출범했다. 이후 1967년 해인사 가야총림을 시작으로 1969년 송광사 조계총림, 1984년 통도사 영축총림과 수덕사 덕숭총림 등 종단에서 공식으로 지정하는 총림이 열렸다. 자체적으로 시작한 고불총림은 한국전쟁이후 제 역학을 하지 못하다가 1996년 5번째로 총림 지정을 받아 오늘에 이르고있다
초대방장 만암종헌(曼庵宗憲·1876~1956)스님은 30년 가까이 백양사에 주석하면서 불사와 전통승풍 계승에 진력했다. 조계종 초대 종정을 역임한 스님은 “승려는 행(行)이 기본이 된다”고 강조하고 “머리를 깎았다고 다 승려가 아니고, 먹물 옷을 입었다고 모두 중일 수 없다”며 승가상을 제시했다.
스님은 일제강점기에 백양사 산내암자 청류암에 ‘광성의숙(廣成義塾)’을 설립하고 전통강원의 교육인 교학, 선, 율과 함께 국어 국사 수리학 등 현대 학문도 가르쳤다. 또한 쌍계루 옆에 일반인을 위한 보통학교인 ‘심상학교’를 세워 한글과 국사, 수리와 농학을 교육했다.
반농반선(半農半禪)을 강조하며 사찰재정 자립을 강조한 스님은 농사와 양봉, 숯 굽기, 죽세공품 만들기를 통해 ‘선불장(選佛場)’이란 공동기금을 조성했다.

조계종 5대 종정을 지낸 서옹석호(西翁石虎. 1912~2003)스님은 전국 제방에서 용맹정진하던 중 1939년 일본 교토 임제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스님의 임제대학 졸업논문인 ‘진실자기(眞實自己)’는 일본 불교학자의 선(禪)학설의 오류를 지적해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1944년 귀국한 스님은 천축사 무문관을 비롯해 선방에서 수행정진을 계속했다.

근검한 가풍과 치장하는 일에는 뜻을 두지 않은 스님은 1996년 고불총림을 다시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참사람 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지위 고하나 출,재가에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법을 묻는 무차선대회를 여는 등 눈푸른 납자 제접에 혼신을 다했다.

수산지종((壽山知宗. 1922~2012)스님은 2004년 만암, 서옹 스님에 이어 3대 방장에 오른 뒤 호남불교 발전과 후학들을 이끄는데 진력했다. 스님은 무위진인으로 총림청규를 강화해 수행을 독려했다. 평소 반선반농(半禪半農)을 강조하며 수행 중에도 사찰음식, 차, 불교 전통의례 등에도 일가견을 이뤄 후진양성에 힘썼다.

지난해 4대방장으로 추대된 학봉지선(鶴峰知詵)스님은 스승 서옹스님이 즐겨쓰던 휘호 ‘수처작주’의 실천인. 수행정진과 대중포교, 사회운동을 나누지 않고 머무는 곳마다 주인되어 힘쓰고 있다. 대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면서도 20여년 안거에 빠지지 않고 정진하고 있다. 특히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재야활동에도 적극 동참해 참여불교를 이끌었다.

 

<주지 진우스님 인터뷰>

   
주지 진우스님


“세계적인 힐링센터 조성해 한국불교 세계에 알리겠다”

백양사는 칠성신앙 근본도량... 칠성본지 성전조성

금년에 학봉수석관. 사찰음식 전시관 개관

“새벽예불 마치고 1시간30분씩 칠성기도로 하루를 열고 있습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백양사 주지 진우스님은 ‘직접 기도를 주관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주말이면 쌍계루 앞 연못에 등(燈)을 띄우는 유등법회, 토요 철야정진, 초7일마다 ‘자녀를 위한 기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법회와 기도를 주지스님이 직접 주관한다.

그동안 백양사에서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수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위한 주지스님의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면서 스님은 ‘백양사가 칠성신앙의 근본도량’임을 강조하고 “칠성본지 성역화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뜻밖이었다. 간화선을 최고의 수행덕목으로 삼는 종단풍토에서 총림과 칠성신앙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스님은 “환인석재는 우리조상들이 믿어온 하늘님(하느님)으로 하늘의 상징은 곧 칠성이며, 불교의 제석천왕이 곧 환인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칠성을 상징하는 태백은 백두에서 시작해노령산맥 끝자락인 백양사로 떨어져, 예부터 칠성신앙의 근본도량은 백양사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백양사 칠성각은 큰 법당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독특한 가람형태를 보이고 있다.
조곤조곤 풀어내는 스님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었다.
스님이 전개하고자하는 칠성본지 성역화사업은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弘益)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부연설명이다.

“요즘 사회는 치유를 뜻하는 힐링(Healing)이 대세입니다. 홍익이 곧 힐링이고 사찰은 힐링으로 으뜸입니다”

스님은 힐링사업의 하나로 서옹스님이 주창한 ‘참사람 운동’을 수행결사로 전환해 수련관건립, 100만회원 확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오는 4월 20일 곡우절을 맞아 성보박물관 영역에 학봉 수석관과 사찰음식전시관을 마련하고 문을 연다. 눈과 입으로 힐링하는 공간이다.

올해 사찰경내의 진입로 포장을 걷어내 환경과 자연을 살리는 것도 백양사 힐링사업의 하나이다.
스님은 칠성본지 성역화를 근간으로 하는 백양사 힐링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사하촌 상가를 약수리로 이전하고 이곳에 국제적인 힐링센터를 조성해 세계화할 계획이다. 백양사 힐링센터는 마음치유와 관련된 의사, 교수, 연구진 들이 함께 생활하며 힐링과 관련된 산업도 선도해 간다는 복안이다.
스님은 고불총림의 전통 수행문화를 계승하는 데도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운문선원을 전면적으로 정비해 ‘남운문 북마하연’의 옛 명성을 되찾고, 만암사상선양회를 결성해 금년 가을에 승가의 본모습을 되찾기 위한 만암사상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그동안 있었던 백양사 갈등은 방장스님을 만장일치로 추대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총림 대중 모두가 초발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 기필코 고불총림의 본 모습을 되찾겠습니다”

 

“꽃과 향에서 본래면목 찾아라”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천연기념물 제486호)

   
4월 고불매 사진제공=김광수


이즈음 백양사를 찾으면 귀한 ‘님’을 만날 수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고불매다. 화엄사 흑매, 선암사 백매와 더불어 호남5매(梅)의 하나이다. 수령 350여 년인 이 매화나무는 1947년 백양사 고불총림을 결성하고 본래면목(古佛)을 찾는다는 뜻에서 ‘고불매’로 명명했다.
사찰의 매화나무 손질은 노스님들이 전담했다. 스님들의 수행 경지는 그대로 나무모양에 투영된다. 그래서 선지(禪旨)가 깃든 생명체로 여겨진다.
고불매는 3월 말경 연분홍빛 꽃을 피우는 홍매이다. 꽃 색깔도 좋지만, 향이 짙어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도량을 가득 채운다. 줄기의 뻗음이 깔끔하고 고목의 품위와 매화나무 특유의 기품이 살아 있어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다.


“5백나한, 수석으로 만난다”

학봉수석관 개관... 지선스님이 모은 수석전시

   
학봉수석관과 성보박물관


올해 백양사는 국내 처음으로 사찰에 수석을 전시하는 학봉수석관을 개관한다. 수석관에는 자연석에 나타난 나한상 수석 500점을 전시한다. 고불총림 방장 지선스님이 40여 년간 수집한 것이다.
예로부터 스님들은 선석(禪石)이라 하여 돌에서 법을 구했다.
<삼국유사>에는 “당나라에서 <화엄경>을 공부한 신라 승전 법사가 만경사에서 80여 개의 돌을 모아놓고 경전을 강독하며 아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승전 법사의 경전강독을 듣던 돌에서 꽃이 피었고 지금도 금오산에서는 ‘매화석’이 나온다고한다.
지선스님은 영광 불갑사 주지시절, 바닷가에서 우연히 돌을 보게 됐다. 천지에 깔린 것이 돌이지만 그날은 돌을 바라만 보아도 편안했다. 그 후 수행에 어려움이 있으면 강과 바다로 나서 돌을 만났다(壽石漫行).
탐석에 앞서 강가에 앉아 선(禪)에 들면 돌들도 선승이 됐다. 염불을 하면 돌에서 염불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달마나 나한석을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법담을 나눴다.
지선스님이 들려주는 수석관은 ‘돌과의 대화’이다. 처음엔 돌의 모양이나 색깔을 보지만 시간이 흐르면 돌의 좋고 나쁨이 사라진다. 이때쯤이면 돌이 말을 걸어온다. 꽃무늬 석에서 향내가 나고, 산수석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꼿꼿한 노승석(老僧石)과 선문답을 하다보면 ‘삼매경’에 빠지게 된다. ‘선석일여(禪石一如)’이다.
백양사 학봉수석관에 가면 돌을 볼 것인지, 나한의 가르침을 들을 것인지 자신을 점검해 볼일이다.



<선원,강원,율원>

고불총림 선원(유나 일수스님. 선원장 무아스님)

   
운문선원


고불총림 선원은 백양사 고불선원과 운문암 운문선원에서 함께 방부를 받는다. 백학봉 아래에 자리한 운문선원은 ‘남 운문, 북 마하연’으로 불리는 국내 최고선원으로 현대 한국불교 선종의 산실. 고려 각진국사와 조선 진묵스님을 비롯해, 용성스님, 고암스님, 석전스님, 만암스님, 서옹스님 등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지식이 정진했으며 지금도 눈푸른 납자들의 발길이 끊이지않는다.


율원(율주 혜권스님. 율원장 법장스님)

   
율원-청류암


2006년 산내 청류암에 율원개설. 조선시대 대은낭오 율사로 시작된 해동율맥이 금해-만암-서옹스님에 이어 혜권스님에 이르고 있다. 흐르는 맑은 물처럼 수행한다는 사명(淸流庵)에 걸맞게 철저하게 율원청규에 따라 정진하고 있다.


중관유식승가대학원(원장 원철스님)

   
승가대학원


지난해 승가대학을 2년과정 승가전문교육기관으로 개편하고 국내최초로 중관유식을 전문으로하는 승가대학원 개설. 토론중심으로 근본불교·중관·유식학을 연구하고 현대심리치료학과의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

'文化 遺跡 > 山寺 情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계총림 쌍계사  (0) 2014.07.31
서산 도비산<島飛山> 부석사  (0) 2014.07.31
팔공산 파계사 성전암(聖殿庵)  (0) 2014.04.16
향일암  (0) 2014.03.28
해외성지순례 - 중국 4대 불산(佛山)  (0) 201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