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표충사 풍수
대광전 전형적 배산임수… 참선·학문 최적지
표충사는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23(표충로 1338)에 위치한다.
고찰치고 명당이 아닌 곳이 없지만 표충사는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명당임을 알 수 있다.
붓끝처럼 우뚝 솟은 문필봉, 한일자 모양으로 된 일자문성, 반원처럼 생긴 안산 등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특이한 것은 사찰 표충사(表忠寺)와 서원 표충사(表忠祠)가 한 공간에 있다는 점이다.
서원은 유교를 대표하고 사찰은 불교를 대표한다.
억불숭유의 조선시대에 절과 서원이 한 공간에 있는 유일한 곳이다.
원래 이곳에는 신라 무열왕 1년(654) 원효대사가 창건한 죽림사(竹林寺)가 있었다.
절 이름은 대나무 숲이 무성한데서 유래되었다.
지금도 대광전 뒤편으로 대나무 숲이 있다.
흥덕왕 4년(829) 인도스님인 황면선사가 삼층석탑을 세우고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셨다.
당시 흥덕왕의 셋째 왕자가 나병에 걸려 명약을 찾아 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죽림사의 약수를 마시고 완쾌되자 왕이 기뻐하여 절을 크게 중창하고 이름을 영정사(靈井寺)로 바꾸었다.
영험한 우물이 있다는 뜻이다.
이후 신라 진성여왕 때 보우국사, 고려 문종 때 해린국사, 충렬왕 때 일연국사, 공민왕 때 진각국사 천희 등 4대국사와 많은 고승들이 머물렀다.
특히 일연국사는 충렬왕 7년(1281) 이곳에 삼국유사를 탈고하였다.
그때 충렬왕이 찾아와서 과연 천하명산이라 감탄하고 동방제일의 선찰(禪刹)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또한 조계종 초대 종정을 역임한 효봉 스님이 머물다 1966년 열반한 곳이기도 하다.
표충사라는 이름은 사명대사로 인해서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절이 불타 없어지자 선조 33년(1600)이 혜징화상이 다시 중건했다.
그러나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승려들은 흩어지고 절은 폐허가 되었다.
이에 헌종 3년(1839) 사명대사의 8대 법손 월피선사가 사명당의 고향에 있던 표충서원을 이곳으로 옮겼다.
서원은 선현을 제향하는 사당과 교육을 담당하는 강당으로 구분한다.
표충서원은 사당 이름을 따서 보통 표충사(表忠祠)로 불렀다.
이후 절을 중창하면서 이름도 표충사(表忠寺)로 고쳤다.
서원은 유교적 공간으로 스님을 제향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사명대사는 승과에 급제하였고, 임진왜란 때 전공을 세웠으며, 전쟁 후에는 선조의 친서를 가지고 일본에 건너가 강화를 맺고 조선인 포로를 데리고 돌아왔다.
벼슬도 종2품인 가선대부 동지중추부사였으므로 그 충훈을 그리기 위해 사당을 세운 것이다.
사당 중앙에는 사명대사 영정, 동쪽에는 스승인 서산대사 영정, 서쪽에는 금산전투에서 전사한 기허당 영규대사 영정을 배치하였다.
이곳의 산세는 낙동정맥 능동산(983m)에서 비롯된다.
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산맥 하나가 천황산(1,189m)과 재약산(1,119m)을 세웠다.
주변은 영남알프스에 속하는 만큼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고산들이 첩첩이다.
그런데도 표충사 경내에 들어서면 넓게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천황산에서 좌우로 뻗은 산줄기가 크게 원을 그리며 안아주듯 보국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표충사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입구 쪽의 서원 영역으로 사당인 표충사와 강당인 표충서원, 유물관 등이 있다.
서원 건물 뒤쪽으로 보이는 문필봉이 크고 웅장하며 단정하다.
서원 건물을 이곳에 배치한 이유일 것이다.
두 번째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삼층석탑 영역이다.
이곳에서는 골짜기와 천황산·재약산의 바위들이 뾰족하게 보인다.
풍수적으로 좋지 않은 기운들이다.
이를 누르기 위한 비보석탑 역할을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사찰의 중심인 대광전 영역이다.
주산인 재약산의 최고봉인 수미봉에서 완만하게 내려온 중심맥이 대광전으로 연결된다.
변화가 활발하며 내려오면서 산세는 점차 순해진다.
대광전 바로 뒤 현무봉은 야트막하면서도 순해서 재약산의 험한 기가 순화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앞은 우화루 지붕 너머로 보이는 안산이 둥근 금형으로 편안함을 준다.
우화루 아래로는 남계천이 흘러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이룬다.
표충사는 참선과 학문, 거기다 휠링의 장소로 최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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