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금산사
미륵정토 발원한 천년고찰… 민중 보듬다
금산사(金山寺)는 전북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39(모악15길 1)에 있다.
백제 제29대 법왕(재위: 599~600) 1년에 왕실의 복을 비는 자복사찰로 창건되었다.
처음은 소규모 사찰이었으나 신라 혜공왕 2년(766) 진표율사에 의해 크게 중창되면서 사찰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진표율사는 완산주 벽골군 두내산현 대정리(지금의 김제시 만경읍)에서 사냥꾼인 아버지 진내말과 어머니 길보랑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냥꾼의 아들답게 어릴 적부터 몸이 날쌔고 민첩하였으며 활 쏘고 사냥하는 것을 즐겼다.
그가 스님이 된 것은 생명에 대한 고귀함을 체득하고서부터다.
하루는 개구리를 잡아 구워먹을 생각으로 버들가지에 코와 입을 꿰어 물에 담가 놓았다.
마침 사슴이 지나가자 이를 쫒다가 개구리 잡아 놓을 일을 잊고 집에 돌아왔다.
다음해 봄에 그곳을 지나가는데 버들가지에 꿰인 채 울고 있는 개구리들을 발견했다.
자신이 잡아 놓았던 개구리들이었다. 양심에 가책을 받은 그는 개구리들을 풀어주고 출가의 뜻을 품게 되었다.
열두 살 때 금산사에 출가한 그는 주지인 순제법사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하루는 진표가 스승에게 물었다. "부지런히 수행하면 얼마나 되면 계를 얻게 됩니까?" 스승이 말하기를 "정성이 지극하다면 1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스물일곱 나이에 변산의 선계산 불사의암(不思議庵)에 들어가 미륵상을 모시고 부지런히 계법을 구하였다.
1년은 고사하고 3년 동안 법을 구했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절망한 그는 죽기 위해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땅에 떨어지기 직전 어디선가 청의동자가 나타나 그의 몸을 받아 바위 위에 내려놓고 사라졌다.
이에 용기를 얻은 그는 자기 몸을 돌로 찧으며 참회하는 망신참법에 들어갔다.
무릎과 팔뚝이 부서지고, 피가 비 오듯이 쏟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목숨을 건 삼칠일(21일)의 기도 끝에 마침내 천안이 열려 도솔천의 미륵존불과 지장보살을 친견하게 되었다.
이때 지장보살은 진표에게 과거의 선악행위와 그 보를 점치는 점찰경(占察經)을 내려주었다.
미륵존불은 진표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신명을 아끼지 않고 계를 구하다니"라고 감탄하며 자신의 손가락뼈로 만든 두 개의 목간자(글을 적은 대나무 조각)를 주었다.
하나는 9간자로 구족계를 적은 이름이고, 8간자는 새로 얻은 묘계가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너는 이것으로 세상을 구제하는 뗏목으로 삼으라"하고 하늘로 사라졌다.
금산사로 돌아온 진표율사는 신라 왕실의 후원을 받아 6년에 걸쳐 가람을 대규모로 일으켜 세웠다.
본래 불교는 스스로 수행을 통해 자력으로 번뇌를 끊고 부처가 된다는 개인구제 사상이다.
그런데 모든 중생들이 수행을 통해 스스로 구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번뇌 망상을 끊지 못하는 중생들을 집단으로 구제하는 신앙이 미륵정토사상이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미래에 반드시 와야 할 부처가 미륵불이다.
그러므로 현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며 미륵신앙을 믿기 시작했다.
이후 금산사는 개벽을 꿈꾸는 사람들의 성지가 되었다.
금산사의 주산은 모악산(795.2m)이다.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에서 내려온 맥의 끝자락에 사찰이 있는데 주변 산들이 겹겹으로 감싸며 보국을 형성했다.
모악산 자락에서 발원한 물들이 흘러 김제평야를 적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를 이루었다.
모악산을 중심으로 동쪽은 산악지역이고 서쪽은 평야지대다.
서쪽 호남들판에 사는 사람들은 죄를 짓거나 누군가에게 쫒길 때 도망갈 곳이 없었다.
멀리 보이는 모악산만이 유일하게 숨을 곳이었다.
자식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자식을 품에 안는 것이 어머니다.
호남 들녘에 사는 사람들에게 모악산은 그런 어머니 같은 산이다.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 안아주는 산으로 여겼다.
특히 후천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의 성지였다.
동학혁명이 실패로 돌아가자 실의 빠진 민중들을 보듬어 준 곳도 모악산이다.
앞으로도 모악산은 세상을 구원하는 안식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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