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김시서 묘
봉우리가 감싼 좋은 기운 스며든 터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11대조인 자연당 김시서(1652~1707)의 묘는 전북 순창군 복흥면 산정리 산39-1(산정길 141) 내오마을 뒤편에 있다.
김시서는 울산김씨로 하서 김인후의 5대손이다.
그의 아버지는 복흥면 자포리 자봉포란형에 묻힌 김창하다.
송시열의 문인으로 시를 잘 써 당대에 이름이 높았다. 숙종 때 학문과 덕행으로 종6품 외관직인 관찰방에 제수되었다.
김시서의 호는 자연당으로 5대조인 하서의 시 자연가에서 따왔다.
하서는 인종이 죽자 벼슬을 버리고 처가가 있는 순창군 점암촌(쌍치면 둔전리)으로 낙향하였다.
그리고 훈몽재를 세우고 강학을 열며 약 2년간 머물렀다.
그때 지은 시가 자연가다.
청산도 자연이고 녹수도 자연이고 나도 자연이니, 인생도 자연스럽게 늙어 가면 되는 것이라고 노래했다.
하서가 부친상을 당하여 장성으로 돌아가고 세월이 지나자 훈몽재는 헐리어 없어지고 말았다.
이를 김시서가 다시 중건하여 자연당이라 이름 짓고 후학을 양성하였다.
김시서의 묘는 옥룡자유산록에 소개된 천마입구혈(天馬入廐穴)로 유명하다.
말이 마구간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란 뜻이다.
옥룡자유산록은 신라말기 도선국사가 전국을 유람하며 혈의 위치를 가사체로 기록한 책이다.
물론 도선국사가 직접 쓴 것이라고 믿어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풍수가들이 이 책을 근거로 혈을 찾아다녔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유산록을 보면 "백산(백방산) 아래의 칠절맥 천마입구혈 더욱 좋도다.
건해로 박환하여 음래양작 하였구나.
혈성이 원후하고 당국이 평포하니 칠대한림에 구대장상, 그 이름이 온 나라에 떨치리라.
천마는 뒤에 있고, 외양실은 앞에 있고, 목성은 자기충천하고 칠성이 나열하니 도집국권하리라."로 소개되어있다.
이곳을 가려면 복흥면소재지에서 가인로를 따라 '산정리 내오'라는 표석을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산정교 쪽으로 가면 외오 마을을 지나야 하는데 길이 좁다.
마을 이름인 내오(內午), 외오(外午)는 말마구간이란 뜻으로 본래는 안외양실, 바깥외양실이라 불렀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다보니 말띠를 뜻하는 오자를 넣은 것이다.
그렇다면 말은 어디에 있을까?
내오리 진입로에서 마을 뒷산을 보면 산들이 순하면서도 아름답다.
그중 뒤쪽 봉우리가 말의 등처럼 생긴 천마사다.
천마사 아래에 둥그렇게 생긴 봉우리가 있는데 그곳에 묘가 있다.
뒤는 천마봉이고 아래 마을은 외양간이니 묘는 외양간 입구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마을회관을 지나면 울산김씨 자연당묘역이라는 표석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재실인 율수재(率修齋)가 나온다.
재실 뒤로 오르면 10여기의 묘가 있다.
제일 위가 자연당 김시서와 성산이씨 합장묘다.
비문은 호남의 대표적 서예가인 강암 송석용(1913~1999)의 글씨다.
그 아래 묘비도 모두 강암의 글씨다.
이곳의 산세는 호남정맥 내장산의 추령봉에서 분지한 것으로 백방산(667.8m)과 소백산(540.1m)을 만든 다음 천마봉을 세웠다.
그리고 그 아래로 몇 개의 봉우리를 만들며 내려가 반듯하고 우뚝한 현무봉을 세웠다.
현무봉의 중심에서 내려온 맥이 과협한 다음 위로 솟구쳐 순한 봉우리를 만들었다.
그곳에 묘역이 있다.
그러나 천마봉에서 현무봉까지 이어진 맥과 달리 현무봉에서 묘까지 이어진 맥은 변화가 활발하지가 않다.
맥이 살아 있기는 해도 기세가 크지는 않다는 뜻이다.
맥이 연결된 것은 김시서 묘와 증손인 김방즙의 묘다.
천마봉에서 좌측으로 뻗은 갈마봉이 청룡이고, 그 너머로 옥녀봉과 투구봉이 있다.
우측으로 뻗은 장대봉이 백호인데 내오마을과 이곳 묘역을 감싸며 아늑한 보국을 형성하였다.
앞의 조산은 호남정맥으로 큰 봉우리들이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
마을 앞의 들판은 작지만 평탄한 명당이다.
명당의 물은 우측에서 좌측으로 흘러나가 내청룡·내백호 밖의 추령천과 합류한다.
섬진강의 상류인 추령천이 밖에서 공배수 역할을 하며 보국을 감싸고 있으니 기운이 오랫동안 보전된다.
용맥의 기세가 약함에도 대대로 후손들이 발복을 한 것은 보국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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