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學 方劑 世界/법제

본초 법제 - 저근백피

초암 정만순 2020. 12. 15. 09:02

본초 법제 - 저근백피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의 낙엽성 교목(喬木)이다.

뿌리를 봄부터 여름 사이에 캐어서 겉껍질과 속껍질을 벗긴 다음 햇볕에 말려서 ‘저근백피(樗根白皮)’라는 약재로 쓴다.

주성분으로 쓴맛을 내는 아일란틴, 쿠아씬, 타닌, 피토스테롤(Phytosterol) 등이 함유되어 있다.

타닌이 유독 성분인 알카로이드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데, 유해성 중금속이나 니코틴도 같이 배출시키기 때문에 해독 작용이 크다.

또 타닌은 수렴 작용이 강해 피나는 것을 지혈시켜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고, 설사와 이질을 낫게 하며, 장과 위의 점막을 보호한다.

피토스테롤은 부드러운 흰색의 가루로 물에는 녹지 않고 알코올에 잘 녹는다.

장(腸)에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줄이고, 콜레스테롤에 대해 저항 작용을 한다.

피토스테롤을 콜레스테롤과 동시에 섭취했을 때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의 상승이 억제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노화연구센터 고병섭 박사팀이 저근백피를 이용하여 생쥐를 대상으로 약리 실험을 한 결과, 저근백피 추출물 등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들은 95퍼센트 가량의 체중 증가를 보인 반면, 투여한 생쥐들은 체중 증가율이 75퍼센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고 박사팀은 비만을 억제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 박사팀은 저근백피의 성분 중 아일란틴이 대단히 뛰어난 항비만 효능을 갖고 있다며, 국내 모 제약회사에 기술을 이전했다고 한다.
전통의학에서는 저근백피를 이질과 대하증, 설사를 멎게 하는 지사제로 사용했다.

민간에서는 이질로 인한 혈변이나 위궤양에 뿌리의 껍질을 진하게 달여 마셨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달인 물로 씻거나 가루를 내서 기초제에 섞어 바른다.

 

 


◎ 문헌으로 본 법제 요령


저근백피를 법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동의보감』과 『향약집성방』, 그리고 『본초비요』에 잘 설명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는 약재의 겉껍질을 벗겨서 볶은 다음 쓰도록 기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뿌리껍질을 벗길 때에는 뿌리를 캐서 흙을 털고 물로 씻은 다음 잔뿌리를 다듬어 버리고 벗긴다.

이때 쇠로 만든 도구로 벗기면 쇠가 닿는 부분의 빛깔과 성분이 변하므로 가능한 나무나 짐승의 뿔 등으로 벗기는 것이 좋다.

껍질을 벗긴 다음 볶는 이유는 약재에 들어 있는 효소들의 활성을 억제하여 유효 성분의 분해를 막고, 곰팡이와 세균의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 『동의보감』은 약재를 꿀물이나 술에 담갔다가 볶아서 쓰도록 추천하기도 한다.

이처럼 약재를 술에 담그거나 술에 적셔서 볶는 것을 ‘주초(酒炒)’라고 한다.

꿀물이나 술과 같은 보조 약재에 담갔다가 볶는 목적은 약재의 작용을 돕기 위해서다.

특히 이렇게 하면 약재를 비교적 오랜 기간 보관하더라도 벌레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이때 사용하는 술은 담근 술이나 보통 술이 아니라 찹쌀로 만든 청주를 사용해야 한다.


한편 『향약집성방』은 약재를 쌀뜨물에 담가서 끓이도록 하고 있다.

보통 쌀뜨물에 담가서 끓일 때에는 뚜껑을 닫지 말고 개방된 상태에서 섭씨 100도 안팎에서 끓인다.

끓일 때 성분이 우러나므로 우린 액을 버려서는 안 되며, 우린 액이 약재에 다시 잦아들도록 적당히 졸여야 한다.

『본초비요』는 약재를 식초에 담갔다가 볶아서 쓰도록 하고 있다.

식초에 담갔다 볶는 것은 앞서 언급한 술이나 꿀물을 보조 약재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다만 식초는 저근백피와 같이 알칼로이드 성분이 강한 약재를 중화시키는 데 사용한다.

또 물로는 우려낼 수 없는 성분을 우려내어 약으로 사용해야 할 경우 식초를 많이 이용한다.

식초는 양조 식초나 화학물질인 빙초산을 써서는 안 되고, 반드시 천연 식초를 사용해야 한다.

 


◎ 경험으로 본 법제 요령


일반적으로는 저근백피의 겉껍질을 벗겨 버리고 깨끗이 씻은 다음 7~8밀리미터 정도로 잘라서 말린다.

이것을 그대로 쓴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볶아서 쓰거나, 태워서 쓰는 경우도 있다.

또 약재를 꿀물이나 식초에 담갔다가 볶아서 쓰는 경우도 있다.

어느 방법을 쓸 것인가 하는 것은 저근백피의 성분 중에서 어떤 성분을 약으로 쓸 것인가에 따라 다르다.

약재를 볶거나 태워서 쓰면 독성이 약해지고, 지혈 작용이 강해진다.

꿀물로 처리하면 이질을 치료하고, 식초로 처리는 경우에도 지혈 작용이 강해진다.

임상에서 그때그때 증상에 맞게 법제하여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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