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초 법제 - 도인
살짝 볶아서 쓰면 약성 더 좋아진다
도인(桃仁)은 복숭아의 딱딱한 씨 속에 들어 있는 알맹이다.
맛이 달고, 성질이 차다. 약성이 주로 간경(肝經)과 심포경(心包經), 대장경(大腸經)에 작용한다.
도인에는 니트릴 배당체의 대표적 성분인 아미그달린이 많이 들어 있다.
또 에물신이 3퍼센트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이 인체에 작용하여 혈을 잘 돌게 하고, 대장을 윤활하게 한다.
또 경락을 잘 통하게 하고, 적취(積聚)와 어혈을 풀며, 담(痰)을 없애 준다.
또한 생리를 잘 통하게 하고, 위경련을 그치게 하며, 회충을 죽인다.
약리 실험에서 알코올로 우려낸 액이 혈액 응고를 억제하고, 약한 용혈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무월경, 코피, 산후복통, 변비, 타박상, 옹종, 장옹(腸癰), 징가(癥瘕) 등의 치료에 사용하면 좋은 효과가 있다.
하루 6~10그램을 탕약 또는 환약으로 만들어 복용한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짓찧어 붙인다.
옛 의서(醫書)에 기록된 도인의 효능을 보면 “복숭아씨는 어혈과 혈적(血積)을 주치(主治)한다.
생리를 잘 통하게 하고, 위경련을 그치게 하며, 회충을 죽인다.
꽃은 신장과 방광의 결석을 없애고, 대소변을 고르게 한다.
겨울이 되도록 나무에 달려 있는 덜 익은 열매는 중독(中毒)과 심복통(心腹痛)을 다스리고, 어혈을 없앤다.”고 하였다.
다만 임산부가 출산 후 혈허(血虛)로 인해 복통이 있을 경우, 진액(津液)이 부족하여 대변이 막힌 경우, 기혈(氣血)이 양허(兩虛)하고 설사(泄瀉)하는 경우는 복용을 금한다.
도인을 활용한 단방의 치료법을 보면 어혈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에 껍질을 벗긴 도인 반 되를 쌀뜨물에 하룻밤 재운 다음 3시간 정도 쪄서 부드럽게 만든다.
이것을 말려서 가루 내어 꿀과 찰밥에 개어 녹두알 크기의 환을 만든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물로 30~40알씩 먹으면 효과가 좋다.
또 월경불순과 월경통이 있는 경우에 도인과 대황을 1:2의 비율로 섞어 가루를 낸 다음 밀가루와 반죽하여 오동나무씨 크기의 환을 짓는다.
이것을 식후에 5알씩 복용한다.
◎ 문헌으로 본 법제 요령
도인의 법제 방법에 대해『향약집성방』등 4종의 의서는 “약재를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겨낸 다음 끝의 뾰족한 부분은 떼어내고 쓴다.
또 맞붙은 쌍 도인은 독성이 있으므로 골라 버리고 쓴다.”고 했다.
또『의종손익』등 3종의 의서는 “복숭아씨에 밀기울을 섞고 누렇게 볶아서 쓴다.”고 했다.
또한 일부 의서는 “복숭아씨를 갈아서 즙을 내어 쓰거나 으깨어서 쓴다.
또 불에 살짝 볶거나 태워서 쓴다.”고 했다.
특히 “볶아서 쓰는 것은 약성을 완화시키고 먹기도 좋다.
태워서 쓰면 지혈 작용이 강해진다.”고 했다.
다른 문헌에는 “약재를 불에 볶아서 쓰되 마른 옻과 함께 볶아서 쓴다.
마른 옻으로 처리하는 것은 어혈을 풀어헤치는 작용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 경험으로 본 법제 요령
임상에서는 일반적으로 약재를 잘 고르고, 뜨거운 물에 담가서 불린 다음 겉껍질을 벗긴다.
그리고 햇볕에 말려 가루 내어 쓰거나, 으깨어서 그대로 썼다.
일부 임상가들은 도인의 뾰족한 부분과 쌍으로 된 약재는 버리고 품질이 좋은 것만 골라서 썼다.
이는 씨껍질을 그대로 복용하면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옛 고의통(古醫通)들의 문헌 내용을 근거로 한 것이다.
반면 껍질을 깨끗하게 벗겨서 쓰면 약재의 질이 더 높아져 약효가 더 좋아진다고 한다.
의자(醫者)들은 약재를 불에 볶아서 쓰는 경우가 더 많았다.
◎ 현대적인 법제법
앞서 밝힌 문헌과 경험 자료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러 법제 방법은 약재에 들어 있는 성분 가운데 인체에 해가 되는 성분을 쓰지 않고, 고유한 약성이 인체에 그대로 전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문헌 자료에서 제기하고 있는 약재를 불에 볶거나 옻과 함께 볶아서 쓰는 방법은 약재에 들어 있는 소량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볶는 이유는 살구씨와 마찬가지로 효소의 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법제 방법은 약재를 잘 고른 다음 뜨거운 물에 넣어 충분히 불린다.
그러고 나서 껍질을 벗겨내고 햇볕에 말린다.
약재가 다 말려지면 붙어 있는 나머지 껍질을 완전히 제거하여 이것을 그대로 쓴다.
만약 오래 보관해 두고 쓰기 위한 경우라면 약간 볶는 것이 좋다.
이것을 병증에 맞게 양을 조절해서 그대로 복용하는 것이 약성의 효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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