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추간판탈출증) -
백중환
침구 임상 경험 속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증상이 요통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이 접하는 게 디스크라는 병이다.
이 질병을 대할 때마다 안타까운 점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쉽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양방 의료진들은 거의 맹목적으로 수술을 권하며, 다른 요법이나 방법들은 아예 처음부터 깡그리 무시해 버리거나 거들떠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는 참으로 하늘을 우러러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오랫 동안 많은 디스크 환자를 대해 오면서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기타 특수한 발병기전을 가진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는 100이면 99명이 침구로 치료가 가능한 대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제대로 된 전통 침구의자(鍼灸醫者)를 만난다면 경제적이면서도 후유증이 없이 요통을 완치할 수 있으리란 점을 천명하는 바이다.
디스크에 대한 경험을 쓰려 하니 디스크에 관한 책도 많고, 정보도 홍수 같아서 필자가 굳이 그 원인까지 나열하기는 구구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기왕 펜을 들었으니 간단히 그 원인에 대해서 밝히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디스크는
첫째, 무거운 것을 들다 삐끗하거나, 불량한 자세를 지속했을 때 발생한다.
둘째는 각종 사고나 과로의 후유증으로 발생하고,
셋째는 장기의 허약에서 발생한다.
특히 신장과 간 기능의 쇠약은 만성 디스크의 핵심적 요인이다.
하지만 양방에서는 신장과 간 기능의 저하가 디스크 발병에 왜 핵심적 요인이 되는지에 대해선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스크 치료를 위해 신장과 간을 돌보아 주는 걸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
디스크 발병의
넷째 원인은 각종 스트레스와 합병증이고,
다섯째는 기타 특수한 합병증이다.
예를 들면 척주카리에스, 임신, 극심한 퇴행성관절염, 골다공증, 극심한 허약체질 등이다.
고성(古聖)이 이르기를 ‘공성신퇴(功成身退) 공성불거(功成弗居)’라 했다.
즉,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별히 이룬 공도 없고, 도움도 못된 처지에 거론하기에는 거창한 구절이지만, 이제 유곡(幽谷)에 머물며 스스로의 진사(眞師)를 좀 더 성숙시키고자 한다.
필자는 어느 때부터인가 평생 매진해 오고 있는 일이 침구 공부와 무예 공부가 되었다.
인간의 주어진 한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끝없는 고민과 좌절을 겪은 끝에 두 가지를 선택해서 노력해 왔다.
수많은 세월의 과정 속에서 두 가지 공부는 결코 필자를 배신하지 않았고, 두 가지 공부를 통하여 인간의 궁극적인 가치관과 물질세계 너머의 상상을 초월하는 도계(道界)의 실상을 조금은 맛보게 되었다.
이야기를 더 진행시키면 황당한 사람으로 비쳐질 것 같아 각설하고, 어찌되었건 한 인간이 뜻을 두고 한 분야에 30년 40년, 아니 평생을 매진한다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그것은 도둑질과 강도질이 아닌 이상,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받들어 모셔야 할 일이다.
침구계에서도 마땅히 국존(國尊)의 대접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는 위대한 원로들이 있지만,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일제 강점기 때보다 더욱 모욕적인 대우를 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참으로 많은 집단 이기주의에 젖은 패거리에 둘러싸여 있다.
의사패거리, 약사패거리, 한의사패거리, 종교적 배타패거리 등 집단 이기주의에 젖은 수많은 패거리들이 있다.
또 지연·학연·혈연을 따져 또 다른 형태의 패거리를 수없이 양산해 내고 있다.
따라서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런 집단 패거리 의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재간이 없다.
오히려 사람들은 어떤 패거리에 소속되기를 원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그 패거리의 이익에 반하는 일은 그것이 아무리 만인을 위한 진리요 진실이라 하더라도 가차 없이 제거하고, 고발하고, 은폐해 버리고 만다.
특히 종교와 의학 분야의 경우 그것이 더욱 극심하고, 모욕적이며, 배타적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한의대에서 하늘처럼 떠받들며 배우고 있는 『황제내경』, 『상한론』, 『금계요략』, 『의학입문』, 『동의보감』, 『동의수세보원』, 『방약합편』 등은 저자가 무슨 특정 대학을 나오고, 무슨 면허증을 운운했던 분들이었던가?
그분들은 후세에 길이길이 덕이 되고, 누구든 의서 속의 글을 통해 의안(醫眼)을 열어 활인제세(活人濟世)하기를 염원하며 저서를 남기셨다. 하지만 이마저도 패거리를 만들고, 그 저서를 자신들만의 전유물인 양 만고의 스승님들을 욕되게 하고 있다.
일찍이 <회남자(淮南子)>에 이르기를 “망해 가는 세상의 말단에 치우친 학술은 마음의 근원을 찾아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모른다.
단지 자신의 본성을 인위적으로 꾸미고, 그 감정을 억지로 조정하여 세속과 교류한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패거리로 인한 극심한 집단 이기주의는 이제 근본으로조차 돌아갈 길을 잃었다고 하겠다.
끝으로 침구학에 뜻이 있는 후학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간혹 후학들이 침구의 근본 진리를 망각한 채 사방(邪方)이나 비방(秘方)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있다.
사실 수십 년간 침구의 길을 걸어온 필자도 가끔 그런 침법들이 있어나 할 정도로 이 세상에는 훌륭한 침법도 있고, 반대로 엉터리 침법도 무수히 존재한다.
필자가 단순히 생각나는 침법만 나열해도
이침(耳鍼), 비침(鼻鍼), 면침(面鍼), 두침(頭鍼), 수침(手鍼), 족침(足鍼), 오행침(五行鍼), 사상침(四象鍼), 팔상침(八象鍼), 16상침, 오운육기침, 역침(易鍼), 사암침, 피내침, 복침(腹鍼), 소도침(小刀鍼), 납자법침(衲子法鍼), 납갑법침(納甲法鍼), 자오유주침(子午流注鍼), 영구팔법침(靈龜八法鍼), 비등팔법침(飛騰八法鍼), 격팔상생역침(膈八相生易鍼), 전침(電鍼), 약침(藥鍼), 매선침(埋線鍼), 투침(透鍼), 봉침(蜂鍼), 집합침(集合鍼), 구침(九鍼), 주역침(周易鍼), 활혈침(活血鍼), 자석침(磁石鍼), 선침(仙鍼), 극침(棘鍼), 안침(眼鍼), 자락침(刺絡鍼), 도침(陶鍼), 조침(挑鍼), 매화침(梅花鍼), 화침(火鍼), 온침(溫鍼), 냉자침(冷刺鍼), 삼통침(三通鍼), 동씨침(董氏鍼), 동연침(東然鍼), 일혈침(一穴鍼), 장씨침(張氏鍼), 평형침(平衡鍼) 등 이름만 들어도 질려버릴 만큼 무수히 많다.
이렇게 수많은 침법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또 비방에 집착하여 쫓아다니기에 앞서 진정으로 침을 배우고자 한다면 위대한 스승을 찾아 12정경과 기경8맥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부부터 할 것을 부탁하는 바이다.
그것이 바로 <회남자>에서도 언급한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또 한편으로 진정 침구에 뜻을 두었다면 그 어떠한 무예가 되었건 평생을 할 생각으로 몸에 익혀 공력(功力)을 쌓아야 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엎드린 자세에서 3손가락으로 팔굽혀펴기를 적어도 매일 20회 이상 하여 손에 공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공력이 침을 통하여 환자에게 발공(發功)될 수가 있다.
그런 연후에 그 어떠한 이름의 침법이라도 하나하나 섭렵하기를 10여 년 정도 하다 보면 이미 그 과정 속에서 성숙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실 세상의 그 어떠한 침법이건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침법이건 반드시 나름대로 장점과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벌나비가 꽃에 다가가 꿀을 취하듯이 장점만 내 것으로 취하면 그뿐이다.
단, 인체의 엉뚱한 부위에 제멋대로 줄을 그어 놓고 그것이 최고라며 사부(師父)의 침법을 폄하하거나, 고전을 무시하는 무리들은 따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뇌성경이(雷聲傾耳) 전광개안비학인(電光開眼非學人)’이란 선문(仙門)의 경책(警策)이 있다.
즉, 천둥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번갯불에 놀라 눈을 번쩍 뜨면 그것은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진정으로 공부하려면 바로 옆에서 천둥번개가 쳐도 모를 정도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침구학도들도 그런 정신으로 수십 년 매진하다 보면 어떤 침법을 구사하건 간에 특정 침법에 얽매이지 않는 의안(醫眼)이 열리게 되리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회남자>에서 이르기를 “신명(神明)과 도(道)를 밖에서 구하는 자는 이를 안에서 잃게 된다.
하지만 이를 자신의 내면에서 지키는 자는 밖에서도 얻게 된다”고 하였다.
진리란 결코 구름 위나 밖에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에게 이미 다 갖추어져 있다.
우주의 진리나 의학의 진리 역시 결코 특정 종교나 특정 집단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주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평생을 찾아 헤매면서 찾은 진사(眞師)도 결국은 자신이었다.
지금의 심정을 시 한 수에 담아 보며, 운무(蕓霧) 아득한 유곡에 잠시 머물고자 한다.
현강호제현진존사(顯江湖諸賢眞尊師)
강호의 재현과 높은 스승님 앞에서
난서부화수일월(亂書付火數日月)
수년을 어지러운 글로 세상을 더럽혔으니
부소기죄청원량(不少其罪請愿凉)
그 죄가 적지 않으나 용서하시고
원일조귀진진영(愿一助歸眞盡榮)
부디 진리에 들어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디스크에 좋다는 약이 하도 많아 필자가 재삼 나열한다는 것이 좀 쑥스럽지만, 그래도 핵심 약은 밝혀야 될 것 같아 간단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예로부터 허리병에 쓰는 처방은 ‘독활기생탕’, ‘대방풍탕’, ‘소풍활혈탕’, ‘신력탕’, ‘만령단’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디스크에 효과가 있는 처방은 ‘백중환’이다.
약리를 모르고 함부로 썼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처방이라 공개하기에 주저되는 점이 있지만, 이 글을 읽는 강호제현은 대부분 약리(藥理)를 어느 정도 깨우치고 있다는 믿음 하에 처방을 공개한다.
‘백중환’의 처방 내용은
창출·남성·백지 각 150그램,
천오·초오 각 75그램,
당귀·천궁·석곡·위령선·강활·진범·계지·방풍·방기·하수오·세신·목향 각 37.5그램이다.
이것을 곱게 분말하여 찹쌀풀로 녹두 크기의 환을 만들어 한 번에 7-10환씩 하루 2회 정도 복용한다.
그러면 그 효과가 가히 괄목상대할 정도로 나타난다.
다만 천오와 초오 같은 약을 법제를 하지 않고 쓰거나, 함부로 양을 늘려 복용시켰다가는 위험하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 처음부터 ‘백중환’을 10환 이상 과감하게 복용시켰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으니 경험이 부족하거나 약리에 서툰 사람은 사용에 절제를 할 필요가 있다.
복용할 때 환자의 체질에 맞는 탕제를 선택하여 그 탕제에 ‘백중환’을 충복시켜도 좋고, ‘백중환’만 복용시켜도 좋다.
기타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약재로는 두충, 지네, 전갈, 구척, 위령선, 속단, 오가피 등이 있다.
이들을 기본 방제에 적절히 가미해서 쓴다면 더욱 좋은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단, 지네와 전갈은 반드시 법제해서 써야 된다.
또 두충은 볶아서 쓰는데, 약성 면에서 뿌리껍질을 쓰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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