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푸드
코로나에 안전한 먹거리 찾기
해인사 된장(왼쪽)과 왜관수도원 분도푸드 소세지
수도원에서 만드는 소시지, 수녀회 잼, 사찰 된장 등 종교 단체에서 생산하는 먹을거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깨끗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종교 단체에서 만드는 식품이라면 아무래도 속세의 기업들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왜관수도원 소세지
분도식품이 생산·판매하는 부어스트(소시지)는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독일 유학파, 미식가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독일에서 먹던 소시지 맛과 똑같다"고 정평 나 있었다.
독일에서 소시지 만드는 원칙을 고수해 당일 도축한 돼지고기만을 사용하고, 일반 소시지 제조업체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두 단백질이나 전분을 섞지 않는다.
독일식 부어스트 본연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인 수도자들이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과 뮌스터슈바르작수도원에 가서 제조 기술을 전수받기도 했다.
신자들의 꾸준한 요청으로 지난 2011년부터 분도식품이라는 이름으로 한정 생산한 부어스트를 서울 명동 분도출판사 매장과 왜관수도원에서 판매하다가, 2019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해인사 된장
절집에서는 장(醬)이 중요하다.
고기를 먹지 않고 조미료도 쓰지 않기에 간장·된장이 사실상 유일한 양념이자 단백질 공급원이다.
그래서 유서 깊고 규모 있는 사찰은 대개 장맛이 좋다.
경남 합천 해인사가 대표적이다.
해인사는 2011년부터 된장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스님들이 먹을 장만 담그면서 절을 찾는 신도들과 알음알음 나누는 정도였다.
현대적 식품위생 기준에 맞는 장을 대량으로 만들기 위해 생산시설을 따로 차렸지만 재료와 방식은 그대로다.
물은 해인사의 가야산 암자 23개 중 가장 높은 해발 950m에 있는 고불암 약수를, 콩은 국산, 소금은 5년 동안 간수를 뺀 전남 신안 천일염을 쓴다.
2013년 생산한 7년 묵은 된장이 주로 나간다.
장류 업체에서는 비용 회수를 위해 장을 일찍 파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7년이면 매우 오래 숙성시키는 편이다.
생산을 맡고 있는 '해인사통' 이현우 대표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특별히 판매가 늘지 않았지만 줄지도 않았다"며 "우리 된장·간장 드시는 분들은 꾸준히 찾는다"고 했다.
'엄률 시토회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여자 수도원' 잼
경남 창원에 있는 '엄률 시토회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여자 수도원'에서 생산하는 과일 잼은 '수녀원 잼'으로 통한다. 이곳 잼 생산을 맡고 있는 김 그라치아 수녀는 "우리에게 노동이란 생계 수단이자 기도·수도 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1997년 처음 잼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시장에서 과일을 사다가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프라이팬에서 졸이는, 그야말로 수작업으로 만든 잼은 많은 이가 찾았다.
수녀 8명이 온종일 매달려도 200병 정도밖에 만들지 못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2006 년 하루 1700병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설립했다.
손으로 만들던 잼을 이제는 기계로 만들지만 원칙은 같다.
고령·상주·함평·제주 농가에서 계약 재배한 유기농 딸기·포도·무화과·귤과 유기농 설탕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라치아 수녀는 "그게 원칙이고 그렇게 만들어왔기 때문"이라며 "싸다고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 맛이 변해서 바꾸지 못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