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100년의 맛] 우록마을 흑염소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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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염소는 음식보다는 약으로 통한다.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저오염의 3저와 고칼슘, 고철분, 고비타민, 고단백의 4고를 특성으로 갖추고 있어 보양식으로 많이 애용되어 왔다. 중국의 약학서 ‘본초강목’에서도 흑염소는 신이 내린 보양식으로 손을 꼽을 정도다. 하지만 그 특유의 냄새인 ‘노린내’ 때문에 흑염소 요리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흑염소 요리는 노린내를 어떻게 잡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다. 대구~청도 방면에서 팔조령터널 가기 전, ‘우록리 먹거리 골목’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올라가면 가창 2번 버스종점에 ‘고향흑염소가든’이 개업 때부터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 식당 간판은 ‘고향흑염소가든’이지만 대부분의 단골손님들에게는 그냥 ‘고향염소집’으로 통한다. 이곳 우록리 먹거리 마을에서 흑염소요리로서는 최고의 전문식당으로 손꼽힌다. 다른 초식동물과는 달리 흑염소 특유의 노린내와 약간 질긴 육질 때문에 전문점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여기다 미식들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의 ‘훌륭한 맛’을 내기란 더욱 어려운 게 바로 흑염소 요리인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흑염소 식당들이 개업 후 얼마 못 가 문을 닫든지 아니면 다른 메뉴로 바꾸는 게 다반사다. 한때는 이곳 우록리가 ‘흑염소 마을’로 불리면서 주변 식당가에 흑염소 요리를 내놓는 곳이 무려 30여 곳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그때의 흑염소 식당들은 닭, 소, 돼지고기 등을 주재료로 하는 식당으로 바뀌었고 현재 ‘고향흑염소가든’이 23년째 그 명맥을 이어 가면서 흑염소 마니아들의 입맛을 맞춰주고 있는 것. 흑염소 육회, 수육, 주물럭불고기, 곰탕 등 이 식당 흑염소 요리의 맛을 내는 사람은 바로 주인 임형옥(55) 씨다. 임 씨는 음식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전주에서 1980년 이곳 가창 우록리의 남편 김용관(57) 씨와 결혼 후 처음엔 농사일을 도우면서 가정을 꾸려나갔다. 원래 처녀 시절부터 음식 솜씨가 좋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어온 임 씨. 결혼 후 남편이나 시댁식구들에게도 음식 솜씨만큼은 인정받았다. 어느 날 남편이 농사일로 허리를 삐끗하는 등 이런저런 계기로 결혼 6년 차에 결국 식당을 열게 된 것이다. 처음엔 닭백숙, 닭찜 등 닭요리를 주로 하는 식당을 운영하다 1990년도 지역에서 흑염소축협이 설립되고 남편이 창립이사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흑염소 전문식당을 개업하게 됐다. 올해로 23년째를 맞고 있다. 그 당시 흑염소 요리가 주민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우록마을 주민 대다수가 흑염소를 집에 직접 키우는가 하면 흑염소 전문식당도 30여 곳이나 생겨났다. 게다가 마을에서는 흑염소 전문식당 단체인 ‘번영회’도 조직돼 운영되기도 했다. 특히 1992, 93년에는 지금의 소싸움대회처럼 우록마을에서‘염소싸움대회’도 개최할 정도로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1997년 IMF 사태(국가부도 위기) 이후부터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흑염소 식당들이 한두 곳씩 차례로 다른 메뉴의 간판을 달기 시작했다. 임 씨는 “그때는 주로 10명 이상의 단체손님들이 몰려와 흑염소 요리를 마리 개념(한 마리당 25만원)으로 주문해 먹고 갈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며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은 그때의 맛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손님 덕분”이라고 했다. 남편 김 씨는 “지난 7, 8월 여름철 성수기 때 하루에 많을 때는 500여 명의 손님이 다녀갈 정도로 바빴다”며 “아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여름장사를 하고 나면 찬바람이 나는 가을에는 꼭 몸살을 한 번씩 앓게 된다”고 했다. 김 씨는 흑염소 박사다. 지금까지 흑염소 식당을 운영해온 탓도 있지만 꾸준한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도 무시 못한다. 지금도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농민사관학교’에서 흑염소 수정과정 등을 배우고 있다. 이 식당에서는 흑염소 전문요리 가운데 수육과 불고기, 전골 등이 주로 많이 나간다. 마늘, 생강, 매실 효소. 감초, 숙지향, 오미자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함께 넣어 삶아낸 수육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어서 술안주로는 그만이다. 또한 뼈를 12시간 이상 푹 고아 육수를 낸 후 갖은 양념한 고기를 수육과 미나리, 버섯, 쑥갓, 파, 한약재, 들깨 등 야채를 넣고 끓여낸 전골은 시원하고 독특한 국물의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지금은 개인 도축이 금지돼 김천의 전문 흑염소 농장으로부터 암염소 고기만 공급받는다. 수컷은 껍질에서 노린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각종 채소와 양념은 직접 밭에서 재배해 손님들 상에 내놓는다. 청정도로 따지면 최상등급에 속한다. 거의 자연에 가까울 정도로 신경을 쏟는 게 철칙이다. 이 식당에는 탁구장 2개, 농구장 2개, 족구장 2개 등 다양한 오락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도 또 다른 매력 중의 하나다. 또 조선으로 귀화한 일본장수 김충선의 위패를 봉안한 녹동서원, 전통사찰인 남지장사 등의 볼거리와 우록리의 뒷산인 우미산(747m) 산행도 겸하면 금상첨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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