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나무
고로쇠·고로실나무·오각풍·수색수·색목이라고도 한다.
산지 숲속에서 자란다. 높이 약 20m이다.
나무껍질은 회색이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잔가지에 털이 없다. 잎은 마주나고 둥글며 대부분 손바닥처럼 5갈래로 갈라진다.
잎 끝이 뾰족하고 톱니는 없다.
긴 잎자루가 있으며 뒷면 맥 위에 가는 털이 난다.
꽃은 잡성으로 양성화와 수꽃이 같은 그루에 핀다.
4∼5월에 작은꽃이 잎보다 먼저 연한 노란색으로 핀다.
꽃잎은 5개이고 수술은 8개,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시과로 프로펠러 같은 날개가 있으며 길이 2∼3cm로 9월에 익는다.
고로쇠라는 이름은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하였다.
한방에서는 나무에 상처를 내어 흘러내린 즙을 풍당(楓糖)이라 하여 위장병·폐병·신경통·관절염 환자들에게 약수로 마시게 하는데,
즙에는 당류(糖類) 성분이 들어 있다.
고로쇠 약수는 나무의 1m 정도 높이에 채취용 드릴로 1∼3cm 깊이의 구멍을 뚫고 호스를 꽂아 흘러내리는 수액을 통에 받는다. 수액은 해마다 봄 경칩 전후인 2월 말∼3월 중순에 채취하며, 바닷바람이 닿지 않는 지리산 기슭의 것을 최고품으로 친다.
잎은 지혈제로, 뿌리와 뿌리껍질은 관절통과 골절 치료에 쓴다.
재질(材質)은 산공재로 변재와 심재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고, 빛깔은 붉은빛을 띤 흰색이거나 연한 홍갈색이며 나이테는 희미하다.
한국(전라남도·경상남도·강원도)·일본·사할린섬·중국·헤이룽강 등지에 분포한다.
비슷한 종으로 잎이 깊게 갈라지고 갈래조각이 바소꼴이며 잎자루가 매우 긴 긴고로쇠(for dissectum), 잎이 얕게 5개로 갈라지고 뒷면에 짧은 갈색 털이 나는 털고로쇠(var. ambiguum), 잎이 대개 7개로 갈라지고 갈래조각이 넓은 삼각형이며 열매가 거의 수평으로 벌어지는 왕고로쇠(var. savatieri), 열매가 수평으로 벌어지는 산고로쇠(var. horizontale), 열매가 예각으로 벌어지는 집게고로쇠(for. connivens), 잎자루가 붉은 붉은고로쇠(for. rubripes)가 있다.
줄기껍질
어린 나무는 푸른빛 도는 회색을 띠며 세로로 옅게 갈라진다.
묵을수록 짙은 회색이 되고 얇은 코르크처럼 세로로 얕게 갈라지며 수액이 흘러내려 흰 얼룩이 생긴다.
줄기 속
붉은 노란빛 도는 밝은 갈색을 띤다. 한가운데에 짙은 회갈색의 작고 무른 속심이 있다.
속껍질은 붉은빛 도는 갈색을 띤다.
가지
햇가지는 붉은 갈색을 띠다가 노랗고 붉은 갈색이 된다. 묵으면 회갈색을 띤다. 껍질눈이 많다.
잎
길이 7~15㎝ 정도의 잎이 가지에 마주 달린다.
손바닥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5~7갈래로 뾰족하게 갈라지며 톱니는 없다.
앞면은 가을에 노랗다가 붉게 물든다.
꽃
4~5월에 새로 나는 햇가지 끝에 어린 잎과 함께 노란 연녹색으로 핀다.
어긋나게 갈라지고 갈라져 쟁반처럼 퍼진 꽃대가 나와 끝마다 지름 5~7㎜의 꽃이 달린다.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핀다.
암술은 1개, 수술은 8개, 꽃잎은 5장, 꽃받침잎은 5장이다.
열매
10월에 곤충 날개 같은 긴 타원형의 날개 2개가 붙은 총 길이 2~3㎝ 정도의 납작한 열매가 자줏빛 도는 노란 갈색으로 여문다.
날개 각도는 대개 좁으며 날개 위쪽에 씨앗이 들어 있다.
다 익으면 가까운 곳으로 날려 간다.
겨울에도 가지에 조금 매달려 있다.
용도
• 주요 조림수종 : 특용수종
• 공원수, 생태공원, 가로수, 고로쇠 수액을 관광자원으로 이용할 가치가 크다.
• 목재는 건축재, 선박재, 차량재, 악기재로 이용한다.
• 새눈이 나올무렵 수액에는 1.5-2.0% 의 당분이 들어 있고 약알카리성을 띠므로 특히 위장병에 좋다고 하며 허약체질, 신경통, 치질등에도 쓰인다.
잎은 설사 멈춤약으로 사용한다.
고로쇠나무는 꽃이 산방꽃차례에 달리며 수술이 5-8개인 특징을 갖는 단풍나무속 고로쇠절(section Platanoidea)에 속하는 분류군이다.
한국에 분포하는 단풍나무 중에서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갈리고, 꽃이 산방꽃차례에 달리며, 겨울눈을 싸고 있는 포의 수가 5-8개인 점에서 다른 분류군으로부터 구분할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단풍나무(A. palmatum Thunb.)나 당단풍나무(A. pseudo-sieboldianum (Pax) Kom.)와 비교할 때 이들 분류군들에 비해서 가장자리는 톱니가 없이 밋밋하므로 구분된다.
그러나 분류군 내의 형태적 변이가 극심하여 종의 한계에 대한 학자 간의 일치된 견해가 없고, 종 내에 수많은 아종, 변종 등의 하위 분류군이 기재되어 왔다.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 장진성 교수는 한국산 고로쇠나무를 비롯해 중국 및 일본에 분포하는 근연종들을 포함하는 고로쇠분류군(Acer pictum complex)에 대해 자세한 분류학 연구를 수행하였다(장진성, 2001).
형태 형질의 통계 분석을 통해 열매의 크기, 각도, 날개의 크기, 잎의 결각 등의 정량 형질보다 털의 유무나 수피 형태 등의 정량 형질이 종을 식별하는 데 유용하다고 밝혔다.
고로쇠나무는 고로쇠분류군 중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광범위한 분포를 나타내며, 한국의 중부지방 이북과 중국에 분포하는 만주고로쇠, 한국의 중부지방 이남과 일본 및 중국에 분포하는 털고로쇠(Acer pictum Thunb. var. pictum)와 유사하다.
만주고로쇠(Acer pictum Thunb. var. truncatum (Bunge) C. S. Chang)는 수피가 눈에 띄게 갈라지는 반면 고로쇠나무는 그렇지 않고 매끈하다.
털고로쇠에 비해 고로쇠나무는 잎에 털이 없거나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수액을 받아서 음료로 마시거나 농축시켜서 시럽으로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단풍나무 시럽을 짜내는 북아메리카산 설탕단풍(Acer sacchrum Marshall)의 수액보다 당의 농도가 훨씬 낮다.
목재는 장식용구와 가구재로 쓴다.
고로쇠나무는 우리나라 산 어디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으며, 잎이 떨어지는 넓은잎나무로서 아름드리로 자란다.
잎은 물갈퀴가 달린 개구리의 발처럼 5~7개로 크게 갈라지고, 5월에 연한 황록색으로 꽃을 피우며, 마치 프로펠러 같은 날개가 서로 마주보며 달리는 것이 열매다.
잎이나 열매 모양으로 보아 단박에 단풍나무와 같은 집안임을 알 수 있다.
봄날, 등산길에 오르다 보면 새하얀 플라스틱 파이프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이상한 고로쇠나무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물을 뽑아내기 위한 수액(樹液) 채취 장치다.
2월 중순 거제도에서 시작하여 4월 초 휴전선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고로쇠나무는 몸살을 앓는다.
우리나라 고로쇠나무는 최근 수난시대를 맞았다. 그가 갖고 있는 ‘물’ 때문이다.
도대체 이 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봄이 오면 나무들은 가지나 줄기 꼭지에 있는 겨울눈이 봄기운을 먼저 알아차린다.
땅속 깊숙이 있어서 언제 봄이 오는 지 잘 모르는 뿌리에 ‘옥신(auxin)’이라는 전령을 파견한다.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여 잎과 줄기로 올려 보낼 것을 재촉하기 위함이다.
나무 종류에 따라 전령의 활동시기가 다른데, 고로쇠나무는 유난히 일찍 설치는 셈이다.
위로 올려 보내는 고로쇠나무 줄기의 물속에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녹아 있어서 수난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나무마다 양의 차이는 있지만 ‘물’이 나오지 않는 나무는 없다.
그러나 고로쇠나무가 고난의 삶을 이어가게 된 데에는 확인되지 않은 전설 탓이 크다.
왕건의 고려 건국에 많은 도움을 준 도선국사(827~898)는 오랫동안 좌선을 하고 드디어 도를 깨우쳐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엉겁결에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다시 일어나려고 하자 이번에는 가지가 찢어지면서 국사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허망하게 앉아 위를 올려다보니 방금 찢어진 나뭇가지에서 물방울이 맺혀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국사는 갈증을 느낀 터라 이 물로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이 물을 마시고 일어났더니 무릎이 쭉 펴지는 것이 아닌가.
이후 뼈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골리수(骨利樹)’라고 하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부르기 쉬운 ‘고로쇠’가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 백제군과 신라군이 전투를 하다가 화살에 박힌 고로쇠나무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마시자 갈증이 풀리고 힘이 솟아 전투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상처 입은 지리산 반달곰이 고로쇠나무 물을 마시고 깨끗이 나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수, 경칩에서부터 늦게는 춘분을 지나서까지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고 파이프를 꽂아 샘처럼 쏟아지는 물을 받아 마신다.
조금은 섬뜩하지만 이것은 바로 나무의 피다.
나무 굵기에 따라 다르나 한 계절 동안 한두 말(斗), 많게는 네댓 말이나 강제 채혈을 당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해마다 반복적으로 당하다 보니 나무가 온전할 리 없다.
과도하게 채혈을 당한 나무는 6월의 따사로운 햇빛에도 짙푸름을 자랑하는 주위 나무들과 달리 놀놀한 잎사귀 몇 개를 달고 버티는 경우가 있어서 쳐다보기가 애처롭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1~2개의 구멍을 뚫어 적당한 양을 채취하면 생장에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 ‘적당한 양’이 잘 지켜지지 않으니 고로쇠나무의 삶은 참으로 고달프기 짝이 없다.
고로쇠 물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산도(pH)가 중성에 해당되는 5.5~6.7 범위에 있고, 단맛을 내는 성분으로 자당, 과당, 포도당이 들어 있다.
또 무기성분으로 칼슘과 마그네슘을 비롯한 몇 가지 미네랄이 들어 있는 정도다.
이런 성분이야 우리가 먹는 과일에도 흔히 들어 있는 수준이다.
일단 세포막이라는 고도의 정수 장치를 통과한 산속 나무에서 나오는 고로쇠 물이 평범한 상식으로 생각해도 건강에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특정 병을 고치는 약리작용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단지 약간 달큼한 천연 식물성 건강음료일 뿐이다.
과도한 채취로 이 땅의 고로쇠나무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안타까움을 더한다.
비슷한 처지의 나무들로는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다래나무 등이 있다.
차츰 ‘물 빼먹는 나무’가 더 많아지는 것은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걱정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