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배나무
열매가 붉은 팥알같이 생겼다고 팥배나무라고 한다.
한국·일본·중국에 분포한다
물앵두나무·벌배나무·산매자나무·운향나무·물방치나무라고도 한다.
높이 15m 내외이고 작은가지에 피목이 뚜렷하며 수피는 회색빛을 띤 갈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에서 타원형이며 잎자루가 있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겹톱니가 있다.
잎 표면은 녹색, 뒷면은 연한 녹색이다.
꽃은 5월에 피고 흰색이며 6∼10개의 꽃이 산방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5개씩이고 수술은 20개 내외이며, 암술대는 2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반점이 뚜렷하고 9∼10월에 홍색으로 익는다.
잎과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쓰인다.
열매는 빈혈과 허약체질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일본에서는 나무껍질을 염료로도 쓴다.
잎의 뒷면 잎맥에 달린 털이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을 털팥배(var. hirtella)라고 하며, 잎에 얕게 패어진 모양이 생긴 것을
벌배(var. lobulata), 열매의 길이가 12∼14mm, 지름이 6∼7mm인 것을 긴팥배(var. lasiocarpa), 잎이 길고 열매도 긴 것을
왕잎팥배(var. macrophylla), 잎이 긴 타원형인 것을 긴잎팥배(var. oblongifolia)라고 한다.
줄기껍질
어린 나무는 회색빛 도는 갈색을 띠며 밋밋하다.
묵을수록 짙은 회색빛이 되고 밝은 청회색의 얼룩이 생기며 세로로 짧고 옅게 자주 갈라진다. 껍질눈이 있다.
줄기 속
노란빛 도는 흰 갈색을 띤다.
한가운데에는 흰 갈색의 작은 속심이 있다.
가지
햇가지는 붉은 자줏빛 도는 갈색을 띠며 윤이 난다.
묵으면 회갈색이 된다. 흰 갈색의 껍질눈이 있다.
잎
길이 5~10㎝ 정도의 잎이 가지에 마주 달린다.
끝이 점점 뾰족해지는 달걀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하고 날카로운 겹톱니가 있다.
좌우의 잎맥은 8~10쌍이다.
어릴 때 앞뒷면 잎맥에 잔털이 있다가 점차 없어진다.
잎자루는 붉은빛이 돌기도 하며 어릴 때 잔털이 있다가 없어진다.
꽃
5~6월에 작은 가지 끝에 흰색으로 핀다.
어긋나게 갈라져 쟁반처럼 퍼진 꽃대가 나와 끝마다 지름 1㎝ 정도의 꽃이 달린다.
암술대는 2개, 수술은 20개다. 꽃잎은 5장이다.
꽃받침잎은 5갈래로 갈라지며 연한 녹색을 띤다.
열매
9~10월에 씨방이 응어리지고 과육이 있으며 분 같은 흰 가루와 허연 반점이 있는 지름 1㎝ 정도의 타원형 열매가 노란 붉은색으로 여문다.
봄까지 가지에 매달려 있다.
용도
약용: 고열, 기침 가래
열매를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고열, 기침 가래에 말린 것 120g을 물 2,000㎖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나무 전체를 덮는 꽃과 열매의 관상가치가 높아 정원수, 공원수, 가로수로 많이 이용된다.
겨우내 달려있는 열매로 인하여 생태공원의 조류 유인식물로 좋고, 꿀샘이 깊어 밀원식물로도 이용된다.
목재는 가구재, 공예재로 쓰인다.
팥배나무란 이름부터 생각해본다.
열매는 팥을 닮았고, 꽃은 하얗게 피는 모습이 배나무 꽃을 닮았다 하여 팥배나무라 부른다.
이름으로는 배나무와 깊은 관련이 있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팥배나무와 배나무는 속(屬)이 다를 만큼 먼 사이다.
팥배나무는 늦봄에 가지 끝에 깔때기 모양의 꽃차례가 2중, 3중으로 이어져 손톱 크기만 한 하얀 꽃이 무리지어 핀다.
갓 자란 진한 초록 잎을 배경으로 많은 꽃이 피어 금방 눈에 띈다.
많은 꿀샘을 가지고 있어서 밀원식물로도 손색이 없다.
타원형의 잎은 가장자리가 불규칙한 이중톱니를 가지고 있고, 10~13쌍의 약간 돌출된 잎맥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잎맥의 간격이 거의 일정하여 일본 사람들은 ‘저울눈나무’라는 별명을 붙였다.
팥배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으며 키 15미터, 지름은 한두 아름에 이르는 것도 있다.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을 좋아하나, 자람 터 선택이 까다롭지 않아 계곡에서부터 산등성이까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숲속의 수많은 나무에 파묻힌 여름날의 팥배나무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나무일 뿐이다.
그러나 가을날 서리를 맞아 잎이 진 나뭇가지에 팥알보다 약간 큰 붉은 열매가 매달리면 등산객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게 된다.
코발트색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긴 열매자루에 팥배 열매가 수백 수천 개씩 열려 있는 모습은 흔한 표현으로 가히 환상적이다.
열매는 작아도 배나 사과처럼 과육을 가진 이과(梨果) 다.
과일주를 담그기도 하나, 별다른 맛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열매는 아니다.
팥배나무는 흔히 고갯마루에서 잘 자라므로 수없이 고개를 넘어 다니는 산새들의 독차지다.
‘감당지애(甘棠之愛)’란 옛말이 있다.
중국의 《사기》 연세가(燕世家)에 보면 주나라 초기의 재상 소공(召公)이 임금의 명으로 산시(陜西)를 다스릴 때,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귀족에서부터 일반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적절하게 일을 맡김으로써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그
는 지방을 순시할 때마다 감당나무 아래에서 송사를 판결하거나 정사를 처리하며 앉아서 쉬기도 했다.
그래서 소공이 죽자 백성들은 그의 치적을 사모하여 감당나무를 귀중하게 돌보았으며 ‘감당(甘棠)’이란 시를 지어 그의 공덕을 노래했는데, 《시경》 〈소남〉 〈감당〉 편에 그 내용이 실려 있다.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베지도 마소
소백님이 멈추셨던 곳이니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꺾지도 마소
소백님이 쉬셨던 곳이니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휘지도 마소
소백님이 머무셨던 곳이니
이후 감당은 목민관의 소명의식을 비유할 때 수없이 인용되었다.
그렇다면 감당(甘棠)은 실제 무슨 나무였던 것일까?
2천 년 전, 그것도 남의 나라 시가집에 나오는 감당이 오늘날 무슨 나무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간단치 않다.
그런데 팥배나무의 한자 이름이 감당이며, 당이(棠梨), 두이(豆梨)라는 별칭이 있다.
《물명고》에도 한글 훈을 붙여 ‘파배’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감당나무는 필자를 비롯하여 대부분이 팥배나무라고 번역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문헌과 일본 문헌 등을 참고하여 분석해보니, 감당나무는 간단히 팥배나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또 우리나라 이외에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감당나무를 팥배나무로 번역하지 않는다.
팥배나무의 중국 이름은 화추(花楸)로 감당과 관련된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평범한 숲속의 보통 나무일 뿐, 팥배나무를 민가 근처에 일부러 심고 아껴야 할 귀중한 나무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수목지(中國樹木誌)》를 살펴보아도 감당이란 특정 나무는 없으며, 감당의 다른 이름인 당이나 두이 등도 돌배나무나 콩배나무 등 배나무 종류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나무들은 열매를 식용하는 나무로서 이름으로 보나 쓰임으로 보나 팥배나무보다는 소공의 감당나무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일부에서는 능금나무라는 의견도 제시하는 등 감당나무를 과일나무로 보는 견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나무의 이런저런 특징 등을 고려해본다면 감당나무는 돌배나무 등 배나무 종류로 번역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