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자귀대의 손잡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무였기 때문에 자귀나무라고 하며 소가 잘 먹는다고 소쌀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자귀나무는 밤중에 수면 운동으로 잎이 접히는 모습이 부부 금실을 상징한다 하여 음양합일목·합환목(合歡木)·합환수·합혼목(合魂木)·합혼수·야합수·유정수라고도 한다.
이런 연유로 예전에는 자귀나무를 울타리 안에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
자귀나무처럼 잎이 예민한 미모사(신경초·잠풀)는 외부의 자극에 잎이 오므라들어 붙어 버리지만 자귀나무는 낮에 펼쳐졌던 잎이 해가 지면 서로 마주 보며 접힌다.
이처럼 밤중에 잎이 접혀지기 때문에 자귀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도 하고, 자귀의 손잡이를 만드는데 많이 쓰이는 나무여서 자귀나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또한 소가 잘 먹는다 하여 소쌀나무·소밥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콩깍지 같은 열매가 바람이 불면 흔들려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여설수라는 이름도 붙었다.
꽃이 아름답고 화려하여 사랑을 받는 관상수이다.
유사종으로 작은 잎이 길이 2~4.5cm, 나비 5~20mm인 것을 왕자귀나무라 한다
나무의 줄기는 굽거나 약간 드러눕는다.
높이 3∼5m이고 큰 가지가 드문드문 퍼지며 작은 가지에는 능선이 있다.
겨울눈의 아린 (芽鱗, 겨울눈을 싸고 있는 단단한 비늘 조각)은 2-3개가 있지만 거의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잎은 어긋나고 2회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낫 같이 굽으며 좌우가 같지 않은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작은잎의 길이는 6∼15mm, 너비는 2.5∼4.0mm 정도로서 양면에 털이 없거나 뒷면의 맥 위에 털이 있다.
꽃은 연분홍색으로 6∼7월에 피고 작은 가지 끝에 15∼20개씩 산형(傘形)으로 달린다.
수술은 25개 정도로서 길게 밖으로 나오고 윗부분이 홍색이다.
꽃이 홍색으로 보이는 것은 수술의 빛깔 때문이다.
열매는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익으며 편평한 꼬투리이고 길이 15cm 내외로서 5∼6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특이한 점은 신경초나 미모사는 외부의 자극에 잎이 붙어버리지만 자귀나무는 해가 지고 나면 펼쳐진 잎이 서로 마주보며 접혀진다.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신경쇠약·불면증에 약용한다.
한국(황해도 이남)·일본·이란·남아시아, 인도, 네팔, 중국 중부와 남부, 대만에 걸쳐 분포한다.
과거에는 목포 유달산에 자생하는 종으로 자귀나무보다 소엽(작은잎)이 매우 큰 (길이 20∼45mm, 너비 5∼20mm)인 것을 왕자귀나무(A. coreana Nakai)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중국 중남부, 대만 북부, 일본 큐슈 남부에 자생하는 종과 동일하게 Albizia kalkora (Roxb.) Prain. 이라는 학명을 사용한다.
자귀나무의 껍질은 합환피(合歡皮)라고 하여 약재료 사용한다.
약재의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며 부기를 가라앉히고 통증을 멎게 하며 근육과 뼈를 이어준다
줄기껍질
어린 나무는 노란빛 도는 밝은 회갈색을 띤다.
묵을수록 회갈색이 되며 밝은 회색과 어두운 회색의 세로 줄 무늬가 생긴다.
고목이 되면 짙은 회갈색이 된다.
밋밋하면서도 껍질눈이 많아 거칠다.
줄기 속
가장자리는 흰 노란 갈색을 띤다.
안쪽에는 노란빛 도는 짙은 갈색의 넓은 심이 있다.
한가운데에는 노란 갈색의 작은 속심이 있다.
가지
햇가지는 녹색을 띠다가 점차 검은 갈색이 되며 모가 져 있다.
묵으면 갈색을 띤다.
갈색 껍질눈이 있다.
잎
가지에 어긋나게 나온 길이 6~15㎝ 정도의 긴 잎줄기에 7~12쌍씩 마주 난 작은 잎줄기에 길이 6~15㎜ 정도의 잎이 15~30쌍 정도 촘촘히 마주 달려 짝수로 난 2겹의 깃털 모양이 된다.
끝이 뾰족한 초생달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앞면에 털이 없으며 뒷면 잎맥에는 잔털이 있다.
밤에는 작은 잎줄기에 난 잎들이 오무라져 합쳐진다.
새순이 나올 무렵 진딧물이 많이 생긴다.
꽃
6~7월에 가지 끝에 핀다.
끝이 우산살처럼 갈라진 꽃대가 나와 끝마다 총 15~20개의 꽃이 달린다.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나온다.
암술은 1개로 수술보다 길다.
수술은 길이 3㎝ 정도에 25개 정도 나오며 위쪽이 연붉은 자주색을 띠고 아래가 희다.
꽃부리는 꽃받침통은 끝이 5갈래로 옅게 갈라지고 연한 녹색을 띤다.
한 번 피면 1달간 피어 있다.
열매
9~10월에 끝이 갸름한 길이 15㎝ 정도의 납작하고 긴 꼬투리 모양 열매가 노란빛 도는 밝은 갈색으로 여문다.
다 익으면 꼬투리가 갈라져 5~6개의 씨앗이 튀어나온다.
용도
나무껍질을 합환피(合歡皮), 꽃봉오리를 합환화(合歡花)라고 하며 약재로 사용한다
주로 부인과·신경계·이비인후과 질환을 다스린다.
관련질병:
강장보호, 건망증, 골절, 골절증, 관절염, 구충, 늑막염, 보폐·청폐, 불면증, 불임증, 신경쇠약, 안질, 오장보익, 옹종, 요슬산통,
인후염·인후통, 임파선염, 종기, 종독, 진정, 진통, 창종, 타박상, 폐결핵, 해수, 흥분제
꽃마다 멋 부리는 방법이 다르다. 색깔이나 외모, 또는 향기로 나름의 매력을 발산한다.
벌을 꼬여내어 수정을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꽃은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형형색색의 갸름한 꽃잎이 펼쳐지고 가운데에 암술과 수술이 자리 잡은 모습이 꽃나라 미인의 표준이다.
하지만 자귀나무 꽃은 평범함을 거부했다.
초여름 숲속에서 짧은 분홍 실을 부챗살처럼 펼쳐놓고 마치 화장 솔을 벌려놓은 듯한 모습으로 우리와 만난다.
꽃잎은 퇴화되고 3센티미터나 되는 가느다란 수술이 긴 털처럼 모여 있다.
수술 끝은 붉은빛이 강하므로 전체가 붉게 보인다.
자귀나무 잎은 손톱 2분의 1 크기의 갸름한 쌀알모양의 잎 40~ 60개가 모여 잎 대궁이 두 번씩 갈라지는 깃꼴 겹잎을 만든다.
잎 대궁 전체 길이가 한 뼘 반이나 되는 큰 잎이다.
개개의 작은 잎은 두 줄로 서로 마주보기로 달리며,
잎마다 상대편 잎이 꼭 있어서 혼자 남는 홀아비 잎이 없다.
밤이 되면 이 잎들은 서로 겹쳐진다.
이를 수면운동이라 하며, 잎자루 아래의 약간 볼록한 엽침(葉枕)의 통제로 이루어진다.
빛의 강약이나 자극을 받으면 엽침 세포 속의 수분이 일시적으로 빠져나오면서 잎이 닫히고 잎자루는 밑으로 처지게 된다.
밤에 서로 마주보는 잎사귀가 닫히는 것은 남녀가 사이좋게 안고 잠자는 모습을 연상시키므로, 옛사람들은 ‘야합수(夜合樹)’란 이름을 붙였다.
합환수나 합혼수라는 별칭도 같은 뜻이다.
그 외에 좌귀목(佐歸木)이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이름은 좌귀나무, 자괴나모를 거쳐 자귀나무로 변화되었다고 한다.
중국 이름은 합환이고, 일본 이름에도 ‘잠을 잔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서 우리 이름인 자귀나무에도 이런 뜻이 들어 있을 것 같은데, 어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잠자기의 귀신 나무’로 알아두면 자귀나무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열매는 콩과 식물의 특징대로 얇고 납작한 긴 콩꼬투리가 다닥다닥 붙어서 수없이 달린다. 갈색으로 익은 열매는 겨울을 거쳐 봄까지 달려 있다.
보다 센바람을 만나 씨앗을 더 멀리 보내기 위해 오랫동안 달려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겨울바람에 이 열매들이 부딪치는 소리는 꽤나 시끄럽다.
그래서 흔히 여자들의 수다스러움과 같다 하여, ‘여설수(女舌樹)’란 이름도 있다.
중국에서는 자귀나무 꽃이나 껍질에 강장, 진정, 진통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자귀나무 껍질은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과 의지를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 라고 했다.
《홍재전서(弘齎全書)》에도 “합환은 분(忿)이 나는 것을 없애 준다”라고 했다.
요즈음으로 말하자면 신경안정제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산림경제》에서는 몇 가지 다른 처방을 살펴볼 수 있다.
“머리에 크게 상처를 입었을 때는 자귀나무 속껍질을 썰어 까맣게 될 때까지 볶고 겨자씨도 볶아 가루를 낸다. 4대 1로 섞고 술에 타서 가라앉힌다. 이것을 잠자리에 들 때 마시게 하고, 찌꺼기를 상처에 붙여주면 신기한 효험이 있다.
또 기생충으로 항문이나 목구멍이 가려울 때는 자귀나무를 아궁이에 때고는 굴뚝 위에 앉아 그 연기를 항문으로 들어가게 하고, 입으로 들이마시면 즉시 낫는다”라고 했다.
그 외에 자귀나무 잎이나 껍질은 빨래를 할 때 비누처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자귀나무는 중부 이남의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 주로 만날 수 있으며, 보통 키가 3~5미터 정도이나 숲속에서는 훨씬 큰 나무도 드물게 눈에 띈다.
회갈색의 줄기는 껍질이 갈라지지 않으며, 비스듬하게 자라는 경우가 많다.
자귀나무 두 개를 서로 가까이에 심고 가지를 비끄러매면 연리지(連理枝)가 된다.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는 나무이니 정원에다 인공 연리지를 만들어 사랑을 확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