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聖經 속 植物

사과

초암 정만순 2018. 7. 19. 14:41



사과



성경의 선악과는 왜 사과가 됐을까

라틴어로 악을 뜻하는 malum과 사과를 뜻하는 mālum의 언어유희



독일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아담과 이브’(1530년 경). 선악과를 사과로 형상화 했다.
독일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아담과 이브’(1530년 경). 선악과를 사과로 형상 했다.


인류 역사를 변화시킨 세계 3대 사과가 무엇이냐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세 여신이 내놓은 제안 가운데 아프로디테의 것을 골랐다
트로이 전쟁을 초래한 파리스의 사과. 아들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화살로 맞춰 스위스 독립운동의 불을 지폈다는 빌헬름 텔의 사과.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다는 뉴턴의 사과.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펼쳐진 미술혁명을 예고한 세잔의 사과. 컴퓨터와 인공지능(AI) 연구의 길을 열었지만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자살해 애플 컴퓨터의 로고가 된 앨런 튜링의 사과…. 

여러 사과가 그 후보에 오르지만 첫 번째를 장식하는 사과는 똑같다.
히브리 성경(구약) 창세기에 등장하는 ‘이브의 사과’다.
창조주가 먹지 말라 금했건만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하와)가 먹고 이어 아담에게도 권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됐다는 그 금단의 과일이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는 순간 갑자기 창조주가 나타나 사과가 목에 걸리는 바람에 생겼다고 해 남성의 울대뼈를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 부르는 전통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렇지만 성경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사과는 등장하지 않는다.
선악과라는 표현도 없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라고만 등장한다.
구약성경의 주무대인 팔레스타인 지역에선 가장 흔한 과일인 무화과를 선악과로 받아들였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천지창조’에서도 선악과가 열리는 나무는 무화과나무다.  

그런데 왜 선악과가 사과로 고착된 걸까.
히브리 성경은 그리스어 번역을 거쳐 5세기 초 히에로니무스(영어명 제롬)의 주도 아래 라틴어 번역이 집대성됐다.
로마가톨릭에서 정경(正經)으로 삼았던 불가타성경이다.
불가타성경에서 문제의 나무는 ‘리늄 시엔티에 보니 에 말리(lignum scientiae boni et mali)’로 번역됐다.
히브리어와 마찬가지로 선과 악을 구별하는 지혜의 나무라는 뜻이다.  

문제는 그 나무의 열매를 뜻하는 단어에 있었다.
히브리 성경에선 모든 종류의 열매와 그 즙까지 의미하는 페리(peri)라는 단어를 썼다.
사과를 비롯해 무화과, 석류, 포도, 쌀, 밀 등 모든 열매를 포괄하는 단어다.
히에로니무스는 이를 라틴어 말룸(ma–lum)으로 번역했다.
이 단어는 사과라는 뜻과 함께 배나 복숭아처럼 실한 과육 속에 씨를 품은 과일을 통칭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라틴어에서 이 단어의 장모음 a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malum은 ‘악(惡)’을 의미한다.
그 형용사형인 malus는 나쁘다는 뜻이고 a를 장모음으로 발음하는 ma–lus는 사과나무다.  

결론적으로 ‘악’이란 단어와 ‘사과(나무)’라는 단어의 표기 및 발음이 유사한 것에서 영감을 얻어 일종의 ‘펀’(pun·다의어와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을 구사한 것이다.
이런 말장난이 인류 원죄를 강조하는 중세 기독교시대를 거치면서 ‘악한 과일=사과’라는 의미로 고착됐을 개연성이 크다.
아담과 이브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 나무에 열린 열매를 먹은 사건이야말로 인류 원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존 밀턴이 1667년 간행한 ‘실낙원(Lost Paradise)’에서 문제의 과일을 2번이나 사과(apple)로 명명한 점도 ‘선악과=사과’ 확산에 기여했다. 

기독교 전파 과정의 산물이란 해석도 있다.
사과는 북유럽신화와 켈트신화에서 신들에게 영원한 청춘을 안겨주는 열매로 신성시됐다.
이런 이교도적 신앙을 약화하고자 일부러 사과를 금단의 열매로 격하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뭐가 됐든 선악과는 인류 역사를 바꾼 사과가 될 수 없다.



[지해수 칼럼] Be Hippy, Be Happy!  



골란고원의 사과나무


예루살렘 보타닉 간의 사과나무 꽃

   


사과(답부아)
 - 시원하고 향기로워 사랑받는 과일 -

학명 : Malus sylvestris Mill(장미과 : Rosaceae)
영명 : Apple
히브리명 : תופח(타프아흐)
원산지 : 시리아, 터키, 레바논, 중국 서부, 시베리아, 코카사스
개화기 : 3~4월
성경 : 수 15:34, 15:53, 17:7~8, 대상 2:43, 잠 25:11, 아 2:3, 2:5, 7:8, 8:5, 욜 1:12


주요 성경구절  
1)〔여호수아 17장 8절〕답부아(תפוח 타프아흐) 땅은 므낫세에게 ... 답부아 읍은 에브라임 자손에게 속하였으며
2)〔잠언 25장 11절〕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사과니라(תפוח 타프아흐)
3)〔아가 2장 3, 5절〕남자들 중에 나의 사랑하는 자는 수풀 가운데 사과나무(תפוח 타프아흐) 같구나 내가 그 그늘에 앉아서

                               심히 기뻐하였고 그 실과는 내 입에 달았구나, 너희는 건포도로 내 힘을 돕고 사과(תפוחים 타푸힘, ‘

                               타프아흐’의 복수형)로 나를 시원케 하라
4)〔아가 7장 8절〕네 유방은 포도송이 같고 네 콧김은 사과(תפוחים 타푸힘) 냄새 같고


식물 해설 
성경에 나오는 히브리어 ‘타프아흐’ 중에서 사과를 말하는 곳이 여섯 군데이고, 나머지는 지명 또는 인명으로 나온다. 
성경의 사과 이야기는 에덴동산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아담과 하와가 따 먹은 선악과가 바로 사과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선악과가 사과라는 근거는 없다.

그저 달콤하고 시원하며 아름다운 색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선악과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존 밀톤의 ‘실락원’이나 Adams apple(남자의 목뼈)이라는 단어도 참고 정도로 여기고 넘어 가면 될 것이다.
그러면 선악과는 과연 무슨 과일이었을까?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대체로 무화과, 석류, 복숭아 등이 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히브리어 ‘답부아’는 아랍어‘Tuffah'와 동일하며, 지금도 그 변종이 자생하고 있다.

히브리대학 성서식물학자 미하엘 조하리(Michael Zohary) 박사는 터키와 레바논에서 자생하는 답부아를 확인하였다.
 사과나무는 BC 4000년경 이란이나 아르메니아, 터키, 시리아로부터 이스라엘과 이집트로 수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신석기시대에 재배되었고, 이집트에서는 람세스 2세 당시의 파피루스 문서를 통해 나일강 삼각주에서 사과와 석류, 올리브, 무화과가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가서는 4번씩이나 아름다운 사과를 노래하였는데, 풍성한 나무 그늘과 실과 그리고 감미로운 냄새가 언급되어 있다.


성지에서 본 사과 
 유대인들은 유대력으로 새해가 되면 사과에 꿀을 발라 먹거나 반으로 쪼개어 심을 빼내고 꿀을 넣어 쪄 먹는 관습이 있다.

각 가정에서 빠뜨리지 않고 먹는 이 꿀사과는 새해를 사과처럼 향기롭고 꿀처럼 달콤하게 보내기를 바란다는 기원과 축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대력 신년은 티슈리월 첫째날로서 양력 9월말 또는 10월초에 해당하므로 성지에서 사과가 수확되는 계절과 잘 맞아 떨어진다.
 최근에는 쵸코렛을 예쁘게 포장하여 달콤한 신년을 기원하기도 하고, 생선의 머리를 먹으면서 머리가 될지언정 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신 28:13, 사 9:15).
이스라엘 골란고원과 헬몬산 언저리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특별히 물이 많고 달기 때문에 이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도로변에서 사과를 사 먹기도 한다.


식물 모양
사과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과수로서 키는 8~10m이지만, 농부들이 관리하기 편리하도록 가지치기를 하므로 이보다 낮게 자라는 경우가 많다. 
잎은 타원형이며, 꽃은 3~4월에 흰색에 가까운 분홍색으로 핀다.

꽃봉오리는 다섯 잎이고 몇 송이씩 뭉쳐서 핀다. 
열매는 둥글며 녹황색 또는 붉은색으로 익어 겨울 동안 저장이 잘 된다.

껍질에는 팩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중금속을 해독시키므로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사이다(cider)는 원래 사과즙을 발효해서 만든 음료수이며, 사과 시럽에다 물을 섞고 이산화탄소를 넣어 만든다.

성지에는 사과를 얇게 썰어 말린 사과스낵도 있는데 맛이 바삭바삭하고 맛이 있다.



the apple of one's eye 아주 소중한 사람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 매일 한 개의 사과는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

, 매일 사과를 한 개씩 먹으면, 건강에 좋아, 병원 갈 일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사과는 우리 몸에 아주 유익한 과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서양 사람들의 사과에 대한 예찬은 대단합니다.

세계 최고의 컴퓨터 회사 중 하나가 바로 애플일 정도니까요.




the apple of one's eye아주 소중한 사람을 뜻합니다.

원래 이 표현은 구약성경 신명기(Deuteronomy) 3210절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He guarded him as the apple of his eye. 여호와께서 그를 자기의 눈동자같이 지키셨도다.



이 구절 ‘the apple of one's eye'에서 apple은 눈동자(pupil)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우리 눈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생겼기 때문에 이것을 사과에 비유한 것입니다.

(참고로 영어 숙어들 중에는 성경에서 유래된 표현들이 꽤 있답니다. ^^)



앞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You're the apple of my eye." "넌 나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야.”


선악과가 커피나무라는 싫지 않은 상상


국내 커피시장이 최근 10년새 3배 이상 커져 그 규모가 11조 7천억 원을 넘어섰다.

"물보다 커피를 더 자주 마신다"는 말이 실감나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커피는 교양이다"는 말이 생활 속에 스며들면서, 커피를 이야기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커피이야기 중 널리 회자되는 것이 기원설이다.

커피의 탄생과 관련해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에덴동산의 기원설'이다.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에게 모든 생명체는 천지창조 때 만들어져 에덴동산에 있어야 한다.

커피나무는 과연 에덴동산의 어디에 있었을까·

구약성서의 창세기는 에덴동산 한 가운데에 '생명나무(tree of life)'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tree of knowledge of good and

evil)'가 있었다고 전한다.

인류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었던 것인데,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음에 따라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됐다고 성경은 가르친다.


사과나무 



창세기는 기원전 1446년~1406년 모세에 의해 쓰여졌는데, 그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선악과'로 표기했을 뿐 '사과'라고

적시하지 않았다.

선악과가 '사과'라고 구체적으로 표기된 것은 창세기가 쓰인 지 3천년이나 지난 뒤였다.

영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존 밀턴(John Milton)이 1667년 펴낸 대서사시 '실락원(Paradise Lost)'에서 선악과는 비로소 '사과'

라고 명기된다.

밀턴 이전까지 선악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나무였다.

또 하나의 주장이 있는데, 기원후 2세기경 성경이 히브리어에서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는 견해이다.

유대인 성경번역가인 아킬라 폰티쿠스(Aquila Ponticus)가 구약 제24권 '아가서' 중에서 '솔로몬왕의 노래'를 번역하면서 선악과를 의미하는 부분을 사과나무라고 명기했다.

'나쁜'이란 의미의 형용사 '말루스(Malus)'에 어원을 둔 'Malum'이라는 단어가 문제였는데, 말룸은 '악'을 뜻하면서도 '사과'를

뜻하기도 하고 배의 돛대를 일컫기도 한다. 이런 탓에 선악과를 '사과'로 오해하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창세기에 "선악과는 이를 먹는 자는 눈이 밝아지고,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알게 된다"고 적혀있다.

이 대목은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각성효과(Awakening effect)를 연상케 한다.

사과를 먹고 눈이 맑아지고 지혜가 생겼다는 말보다는, 커피를 먹고 정신이 깨어나고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도록 뇌가 각성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또 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에덴동산에 한 그루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 나무는 자가수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사과나무는 자가수분을 못하기 때문에 선악과를 사과나무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아라비카 종의 커피나무는 자가수분을 한다.

인류는 카페인의 존재를 모른 채 수 천 년간 커피열매를 먹으며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에너지를 솟구치게 하는 기이한 신체반응에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성서에 적힌 선과 악을 구별하는 선악과의 기능은 혹시 카페인이 발휘하는 '지적 계몽(知的 啓蒙)'을 은유한 것은 아닐까?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스튜어트 리 앨런(Stewart Lee Allen)도 저서 '악마의 잔(The Devil's Cup)'에서 선악과는 커피열매였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선악과가 사과나무였는지, 커피나무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닐 것이다.

이것이 맞고 틀리는 진실게임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풍성하게 만들고, 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이 더 가치 있다.

스토리텔링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커피애호가들이 부쩍 늘어난 어느 날 선악과가 커피나무로 기록될 지 모를 일이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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