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 遺跡 /종가 고택 세거지

안동으로 떠나는 고택(古宅) 여행

초암 정만순 2018. 7. 17. 19:15



안동으로 떠나는 고택(古宅) 여행



예스럽다, 아니 멋스럽다,   뿌리깊다, 그래서 역사다

 
 
 
      
처마 낙수 소리·흙벽과 나무기둥 향기…몸도 마음도 休~

조선 중기 사대부 집 전형 임청각 국가유공 독립운동가 9명 배출

봉화 경계에 농암종택`군자마을 산`낙동강 둘러싸여 한폭의 그림

류성룡 징비록 집필한 옥연정사 ‘一’자 형 문간채`안채`별당 소박


#‘고택 1번지’ 안동으로 떠나는 여행

고택(古宅)은 깊은 품과 같다.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면 두 팔을 벌려 안기는 기분이다.

직선으로 뻗은 기둥에서 아버지의 듬직함을, 곡선으로 휜 처마에서 어머니의 포근함을 느낀다.

집안의 오랜 내력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역사를 산 인물들이 태어나고 자랐다.

생활공간이자 정신문화의 뿌리가 됐다. 여름 여행으로 깊고 뜨거운 고택을 권한다.

우리나라 고택 1번지 안동으로 떠나자.


◆고택의 고장, 안동

고택은 철학이다.

자연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터를 잡았다.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는 데 의미를 담았다.

담벼락과 정원, 마당, 장독대 등 곳곳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더불어 고유한 생활방식과 전통문화가 담겼다.

고택은 생활하는 집이자 의식의 터전과 같다. 박물관이자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이다.

알수록 고택은 아름답다.

공간과 구조를 유심히 봐야 한다.

대청마루를 사이에 둔 방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열린 창과 낮은 담으로 인해 개방적인 성격을 지녔다.

‘ㅁ’자 모양의 건물 가운데 마당은 비움으로써 채우고 있다.

방과 방 사이 여유 공간 역할을 하면서 하늘로 트여 있다.

빛이 처마와 한지를 거치면서 연하고 순한 ‘간접조명’이 된다.

겨울엔 뜨끈한 온돌이, 여름엔 밑으로 통풍이 되는 마루가 있다.

집안을 상징하는 대문과 맛이 익어가는 장독대, 난방과 조리가 이뤄지던 부엌 등도 고택의 멋을 더한다.


안동은 고택의 고장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전국의 ‘명품고택’ 84곳 중 31%인 26곳이 안동에 있다.

전국의 고택과 종택 중에 문화재로 지정됐거나 70년 이상 된 한옥 중 종부가 직접 관리하는 곳을 명품고택으로 선정했다.

안동시가 파악한 결과 한옥스테이가 가능한 곳도 107군데에 이른다.

‘정신문화의 수도’를 내세운 안동의 뿌리가 고택이다. 긴 세월 동안 역사와 문화, 인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다.


고택 여행을 하려면 안동을 여러 권역으로 나눠야 한다.

크게 ▷시내 권역 ▷도산서원 권역 ▷봉정사 권역 ▷동남부 권역 ▷하회마을 권역 등으로 구분한다.

접근하기 쉬운 시내에 임청각과 치암고택, 반구정, 고산서원 등이 있고, 도산서원 쪽에는 농암종택과 노송정, 군자마을 등이 분포해 있다.

하회마을(옥연정사)과 임하호(지례예술촌, 수애당), 봉정사(경당종택, 이상루) 등 곳곳에 방문할 고택이 많다.

무엇보다 사전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택마다 편의시설과 숙박비용,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에어컨과 선풍기, 냉장고 등의 시설은 방마다 설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화장실과 샤워장도 미리 살펴야 한다.

숙박비용은 2인 기준으로 5만원부터 20만원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성수기에는 좀 더 비싸고, 추가 인원에 대해선 추가 비용을 받는다.

석식과 조식을 제공하는 곳의 경우 돈을 더 내기도 한다.

숙박은 대부분 사전예약으로 운영된다. 여행 인원에 알맞은 방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역사의 아픔이 담긴 고택

밤새 풀벌레 소리가 났다. 창호지가 고막처럼 떨렸다.

밤이 되자 숨었던 소리가 나왔다. 삐걱대는 문과 마루,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등 풍성한 소리가 밤을 채웠다. 이따금 열차 소리도 끼어들었다. 향도 은은했다. 흙벽과 나무기둥에서 마른 볏짚 향이 났다. 긴 기지개를 켠 듯한 잠이었다. 그렇게 ‘임청각’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영남산 동쪽 기슭의 임청각은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국가원수)이었던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이 태어났다. 국가유공 독립운동가를 9명이나 배출했다. 석주 선생은 물론 아들과 손자가 대를 이어 독립운동을 했다. 3대가 독립운동 서훈을 받았다. 1913년 독립운동 자금을 대고자 임청각을 매매하기도 했다. 그랬던 탓일까.

일제는 임청각 바로 앞에 중앙선 철로를 놓았다.

이 구실로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 건물을 철거했다. 이전까지 살림집 중 가장 큰 규모로 평가받던 고택이 훼손당한 것이다.


임청각은 1519년(중종 14년) 이명이 지었다. 조선 중기 사대부 집의 전형이다.


안동시, 임청각 독립운동 'VR·AR'로 재현한다  


살림채와 사당, 별당(군자정)이 있는 복합주택이다. 살림채는 안채와 중채, 사랑채, 행랑채로 나뉜다. 비탈진 경사를 이용해 계단식으로 건물을 배치했다. 덕분에 방마다 볕이 잘 든다. 얕은 야산을 등지며, 인공 연못을 뒀다. 연못 옆에 군자정이 있다. 건물의 배치와 공간의 구분이 유기적으로 이뤄졌다. 크고 작은 마당이 복잡함과 답답함을 누그러뜨린다. 안채 마당에서 본 하늘이 다이아몬드 형태를 띤다.

임청각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고성 이씨 탑동종택과 국보인 ‘신세동 7층 전탑’이 있다.

일대는 통일신라시대 법흥사 자리로 추정된다. 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됐다.

탑 높이가 16.4m이고, 기단에 팔부중상과 사천왕상을 새겨놓았다. 각 층 지붕 윗면에 기와를 이었던 흔적이 있는데, 목탑을 전탑보다 앞서 만들었다는 점을 입증해주는 자료이다.

김호태 안동문화지킴이 대표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닌 임청각은 담이 없는 열린 집이었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나무와 흙 등 자연 재료를 사용했고, 사각기둥을 포함해 건물 대부분이 직선으로 이뤄져 힘과 절개를 느낄 수 있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청각에는 7개 객실(5만~15만원)이 있다.


◆낙동강과 안동호를 따라서

안동 시내에서 벗어나 안동호로 향했다.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이었다. 안동호 주변에는 들를 만한 고택이 많다. 호수를 곁에 둬 경치도 좋다.

봉화와의 경계에 있는 ‘농암종택’과 ‘군자마을’을 찾았다.

두 곳은 주변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밀집한 고택들의 형태가 또 하나의 경관이 된다.


조선 중기 문신인 농암 이현보(1467~1555)의 농암종택 주변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고택여행③]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비를 찾아서 '안동 농암종택'  


뒤로 산이 있고 앞에는 낙동강이 흘렀다. 강가에는 금빛 모래밭이 펼쳐졌다.

강물은 맑고 투명했다. 강 건너 짙은 갈색의 높은 절벽이 형성돼 있었다. 푸른 나무숲이 감쌌다.

퇴계 이황의 도산구곡 중 한 곳으로 예부터 비경으로 알려졌다.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원래 종택이 있던 분천마을이 수몰됐다. 이를 계기로 흩어져 있던 종택과 사당 등을 현재 위치로 옮겨 놓았다. 2007년에 분강서원을 추가로 이전함으로써, 고택이 밀집하게 됐다.

숙박체험이 가능한 객실이 16개이고, 요금은 7만~15만원 수준이다. 성수기(7월 15일~8월 20일)에는 요금이 오른다.


가까운 곳에 고산정이 있다.


여름날의 고산정(孤山亭)을 만나다~~  


퇴계의 제자 금난수(1530~1604)가 지은 정자이다. 퇴계도 들러서 경치를 즐긴 곳이다.

 가파른 절벽과 낙동강이 어울린 풍경이 멋지다. 여름이면 래프팅을 즐기는 장소이다.


와룡면의 군자마을도 고택들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군자마을 탁청정  


경사진 지형에 맞춰 집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어울리게 배치됐다.

이곳은 광산 김씨 예안파가 20여 대에 걸쳐 600여 년 동안 살아온 마을이다.

안동댐 건설로 종택과 정사, 강당 등을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원래 위치는 2㎞ 떨어진 곳이었다.

고택의 집안 내력이 드러난다.

퇴계 제자였던 김부필(1516~1577)의 후조당을 비롯해 탁정청(김유)과 양정당(김부신), 설원당(김부륜), 읍청정(김부의) 등이 있었다.

숙박체험이 가능한 곳은 7개 객실(9만~25만원)이다. 대청마루와 정자는 행사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


◆물길을 굽어보는 집들

안동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을 빼놓을 수 없었다.


마을의 많은 고택 가운데 ‘옥연정사’를 방문했다.


안동시 화회마을권 - 안동시  


서애 류성룡(1542~1607)이 1586년 친분이 있던 탄홍 스님의 도움을 받아 10년 만에 지은 건물이다.

임진왜란 이후 서애 선생이 은거하며 ‘징비록’을 지은 곳이다.

가족들의 생활공간인 종택과 달리 학문을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건물이 소박했다.

 ‘一’자 형 3, 4칸의 문간채와 안채, 별당으로 이뤄졌다.

마루에 앉아 마당의 460여 년이 된 소나무를 봤다. 담 너머 아래 낙동강이 흘렀다.

옥연(玉淵)이란 이름처럼 푸른 물빛이었다.


하회마을 나루터에서 배가 오갔다. 뱃삯은 왕복 3천원(어른)이었다.

화천서원 옆 산책로를 따라 부용대로 올랐다. 하회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저녁 무렵 집집이 연기가 피어올랐다. 옥연정사에는 4개 객실(18만~25만원`2인 기준)을 이용할 수 있다.


경치 하면 ‘고산서원’(남후면 광음리)도 뒤지지 않았다.


고산서원 - 안동여행/ 안동에 가볼만한곳  


낙동강의 지류인 미천이 휘감아 도는 암산마을 높은 곳에 자리 잡았다.

서원에서 구리 측백나무 자생지가 보였다. 40~50m 높이의 절벽에 푸른 측백나무가 있었다.

서원 앞쪽은 완만한 경사로 탁 트여 있고, 소나무 숲이 울창했다.

6개 객실을 포함해 마루와 마당이 넓어서 단체로 이용하기에 좋은 곳이다.

바로 앞 암산유원지에서 오리배를 타고 놀 수 있다. 겨울에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는 등 얼음축제가 열린다.


수애당’(임동면 수곡리)은 임하호를 내려다본다.


안동을 가다. 둘째날 수애당  


류진걸 선생이 1939년에 지은 집으로, 춘양목을 사용해 보존 상태가 좋다.

문살의 문양이 특이하다. 조선 후기 건축양식이 잘 드러나 있다. 5칸 규모의 솟을대문으로 들어가면 3채(29칸)의 건물이 나온다. 9개(9만~20만원)의 황토방과 온돌방으로 이뤄졌다. 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넓은 방과 가족 단위의 작은 방이 있다.



#더불어 가볼 만한 안동 고택


① 치암고택

-퇴계 선생의 11대손인 치암 이만현의 고택. 도산면 원촌리에 있었으나 안동댐 수몰지역에 포함돼 1976년 현재 위치로 이전.

-10개 객실, 숙박요금 5만~20만원

-안막동 119-1, 054)858-4411, 010-3530-4413, http://www.chiamgotaek.com


② 반구정(사진)

-임청각을 지은 이명 선생의 여섯째 아들 이굉 선생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정자. 처음 지은 연대는 1530년대 초기로 추정.

-3개 객실, 요금 별도 문의

-정상동 486, 010-8388-5237, 반구정.kr


③ 노송정

-퇴계 이황의 생가. 퇴계 선생의 조부인 이계양이 건축. 대문의 ‘성림문’이란 편액은 퇴계의 제자 학봉 김성일의 글씨. 노송정의 현판은 조선의 명필 한석봉이 씀.

-4개 객실, 숙박요금 15만~20만원

-도산면 온혜중마길 46-5, 054)856-1052, http://www.nosongjung.co.kr


④ 목재고택

-조선 후기 전통 가옥으로 청포도 시비 공원 바로 옆의 큰 집.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이만유의 옛집. 이육사 선생의 딸인 이옥비 여사가 관리.

-5개 객실, 숙박요금 5만~18만원

-도산면 원천리 879번지, 010-8422-8848,

http://www.oldhouse.kr


⑤ 온계종택

-퇴계 선생의 형인 온계 이해(1496~1550) 선생이 노송정 본가에서 분가해 지은 집. 구한말 안동 의병의 근거지. 일본군 방화로 소실됐다가 110여 년 만인 2011년에 복원.

-7개 객실, 숙박요금 5만~15만원

-도산면 온혜리 580, 010-2988-3435


⑥ 금포고택

-300여 년 전에 지어졌으며, 금포 임정한 선생의 호를 딴 것. 고택이 있는 금소마을은 예천 임씨 집성촌으로 안동포 생산지로 유명.

-3개 객실, 숙박요금 5만~15만원

-임하면 금소리 509, 010-6676-3002,

http://blog.naver.com/beomgu05


⑦ 지례예술촌

-조선 숙종 때 대사성을 지낸 지촌 김방걸 등 동족마을로 340년간 이어져옴. 임하댐 계획이 발표되고 1985년 종택과 제청, 서당 등을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받아 마을 뒷산 중턱에 옮김.

-14개 객실, 숙박요금 7만~20만원

-임동면 박곡리 산 769, 054)822-2590,

http://www.jirye.com


⑧ 학봉종택(사진)

-조선 선조 때 학자인 학봉 김성일 선생이 터를 잡은 곳. 학봉은 퇴계 이황의 제자이고, 임진왜란 때 왜적과의 전투를 독려하다 병사함.

-10개 객실, 숙박요금 10만~20만원

-서후면 금계리 856, 054)852-2087,

http://www.hakbong.co.kr


⑨ 경당종택

-조선 중기 성리학자 장흥효(1564~1633) 선생의 후손들이 사는 종갓집. 조선 후기 경북 북부지방의 전형적인 가옥 구조로,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음.

-5개 객실, 숙박요금 8만~15만원

-서후면 성곡리 264번지, 011-538-5599,

http://gyeongdang.gotaek.kr


⑩ 이상루(안동 김씨 태장재사)

-고려 태조 때 공신이자 안동 김씨의 시조인 김선평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곳. 1707년(숙종 33) 작은 집을 지었다가 1749년(영조 25)에 재사로 확장.

-14개 객실, 숙박요금 5만~12만원

-서후면 태장리 249, 054)843-3328, 010-3522-1542


⑪ 양소당(사진)

-안동 김씨 집성촌인 소산마을의 종택. 1500년 조선 성종 때 사헌부 장령을 지낸 김영수(1446~1502)가 지은 목조 팔작지붕 집.

-5개 객실, 숙박요금 5만~12만원

-풍산읍 소산 1리 218, 010-9005-0891, blog.naver.com/kimhaeil1797


⑫ 예안 이씨 충효당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순국한 이홍인 부자의 충과 효가 얽힌 집. 명종 6년(1551년)에 지은 것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맞붙어 있는 등 ㅁ자형 평면.

-6개 객실, 숙박요금 별도 문의

-풍산읍 하리1리 189, 054)858-4768,

http://chunghyodang.net

*일부 숙박요금은 성수기 때 인상되는 곳도 있다.


자료 및 사진: 안동시청`각 고택 홈페이지






'文化 遺跡 > 종가 고택 세거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默軒宗宅   (0) 2018.11.25
高靈 개실마을  (0) 2018.09.27
榮州 무섬마을  (0) 2018.07.11
봉화 닭실마을  (0) 2018.07.11
합천 '묘산 묵와고가'  (0) 2018.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