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산딸기

초암 정만순 2018. 5. 5. 11:25



산딸기



아들 낳게 하고 눈 밝게 하는 산딸기


 낙태 예방하고 치질에도 특효약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갓 결혼한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남편이 고개 너머에 있는 마을에 다녀 오려고 집을 나섰다.

여보, 빨리 다녀오세요.”

산허리를 넘어가는 지름길로 가야겠어!”

길을 잃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잘 아는 길로 다녀오세요.”

알았어. 그렇게 하지.”

이웃마을에서 볼 일을 다 보고 남편은 빨리 돌아올 생각으로 산허릿길로 넘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산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길을 찾아 헤매다가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큰일났군! 길도 잃었고 배도 고프구나. 어디 먹을 것이 없을까?”

주변을 둘러 보았으니 먹을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점점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산딸기가 눈에 띄어 그쪽으로 달려갔다.

! 산딸기가 많구나. 그런데 아직 덜 익었어. 시큼하지만 이거라도 먹어야지.”

아직 덜 익어서 맛이 시고 떫었지만, 몹시 배가 고팠던지라 허겁지겁 정신 없이 산딸기를 따서 먹었다.

이제야 살 것 같군. 빨리 길을 찾아야지.”

다시 길을 찾으려 애썼으나 식곤증으로 잠이 와서 풀밭에 누웠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서 다시 길을 찾기 시작하였다.

여기가 어디지?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겠지. 맞아! 이 길이 맞아!”

남편은 겨우 길을 찾아 어둑해질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부인한테 길을 잃어서 늦었다고 하고는 금방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몸이 거뜬했다.

잘 잤군. 자고 나니 몸이 개운해졌어.”

남편은 뒷간으로 가서 오줌 독에 오줌을 누었다. 그런데 오줌발이 폭포처럼 세어서 오줌 독이 뒤집혀 버렸다.

아니! 오줌발이 이렇게 세어지다니 대체 무엇 때문이지? 어제 하루 종일 먹은 거라곤 산딸기 밖에 없는데. 맞아, 산딸기 덕분에 오줌발이 세어진 것이 틀림 없어.”

남편은 그 뒤로 틈만 나면 산딸기를 따서 먹고 기운이 아주 세어졌다. 그 때부터 산딸기를 먹으면 오줌 항아리를 뒤집어 엎을만큼 기운이 난다고 해서 뒤집을 복()에 항아리 분()을 써서 복분자(覆盆子)’라고 불랐다.


 

옛날, 한 부부가 있었다. 살림살이는 넉넉했지만 늙도록 자식이 없었다. 부부는 자식을 얻기 위해서 좋다는 약은 모두 구해서 먹고, 신령님께 기도를 드리고, 용한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등 해 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무엇 덕분인지 모르지만 환갑을 앞두고 천금 같은 아들을 얻었다.

그런데 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허약하여 성한 날보다 아픈 날이 많았다. 노부부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도사가 마을을 지나다가 아이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면서 혼잣말을 했다.

허허. 아이가 영특하구나. 그런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 말을 전해 들은 노부부는 버선발로 십 리를 쫓아가서 도사의 옷자락을 붙잡고 사정을 했다.

제발 우리 아들을 살려 주십시오.”

허공을 쳐다보고 있던 도사가 말했다.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소이다. 아이한테 산에 가서 덜 익은 산딸기를 따서 먹이시오. 몇 년 동안 먹이면 혹 수명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오.”

정말 고맙습니다.”

그날부터 노부부는 산딸기 가시에 찔리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산딸기를 따서 아들한테 열심히 먹였다. 아들한테 싼딸기를 부지런히 먹인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날 아침에 아이가 요강에 오줌을 누는데 그 소리가 마치 폭포수 같았다. 오줌발을 견디지 못하고 요강이 엎어져 버렸다. 그래서 산딸기 열매를 요강을 엎은 씨앗이라고 해서 복분자라 불렀다. 산딸기를 먹은 덕분에 아이는 튼튼해져서 백 살이 넘도록 살았다.

 

옛날, 어느 고을에 무남독녀를 둔 한 이방이 있었다. 어느 해 겨울에 사또가 이방을 불러 말했다.

내가 요즘 몸이 허약해졌어. 복분자가 몸에 좋다고 하는데 열흘 동안 시간을 줄 터이니 복분자를 구해 오라.”

이방은 그날부터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 겨울에 어디 가서 복분자를 구한단 말인가. 사또 성깔에 복분자를 구해 오지 않으면 어떤 벌을 내릴 지 모를 판이었다. 아무리 수소문을 해 보아도 복분자를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걱정이 지나치면 몸이 상하는 법, 열흘이 가까이 되자 이방은 몸져 누웠다.

효성이 지극한 이방의 외딸은 아버지가 왜 병이 났는지 영문을 모르고 있다가 사또한테 바칠 복분자를 구하지 못해서 병이 났다는 말을 들었다. 복분자를 갖다 바치라고 한 날이 되자 딸은 사또를 찾아갔다.

제 아버님께서 원님께 바칠 복분자를 따러 산에 올라갔다가 독사에 물려서 곧 죽게 생겼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또는 대뜸 역정을 냈다.

이 한겨울에 무슨 독사가 있단 말이냐?”

이방의 딸이 말했다.

그리 하오면 이 한 겨울에 복분자가 어디 있다고 저의 아버님께 복분자를 구해 오라고 하셨습니까?”

조금 있다가 사또가 말했다.

네 말이 맞구나. 내가 잘못 했다. 네 아버지한테 내년 여름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하여라.”

 

요강을 뒤엎을 만큼 오줌발이 세어진다

오줌발은 남자의 힘과 정력의 상징이다. 오줌발이 10미터를 나간다면 절륜의 정력을 지닌 사람이고 오줌발이 발 밑에 방울방울 떨어지면 발기 불능이거나 전립선 질병에 걸린 것이다.

남성의 성기는 단순히 오줌을 내보내는 도구가 아니다. 오줌을 내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의 씨앗을 심는 도구이다. 밭을 갈아 엎기만 하는 쟁기와 달라서 밭을 갈아엎는 동시에 씨를 뿌려야 한다. 정자가 짝을 만나려면 여성의 몸 한가운데 자궁 깊숙이 씨를 뿌려야 한다.

남자는 바깥으로 내쏱는 힘으로 살고 여자는 안으로 받아들이는 힘으로 산다. 그래서 남자는 바깥 사람이고 여자는 안사람이다. 남자의 쏟아내는 힘은 방광과 성기 끝에 모이고 여자의 안는 힘은 자궁과 질에 모인다. 그래서 변강쇠의 오줌발은 요강을 깨트리고 옹녀의 질은 쇠젓가락을 끊는다.

산딸기는 종류가 꽤 많다. 멍석딸기, 줄딸기, 섬딸기, 겨울딸기, 곰딸기, 맥도딸기, 장딸기, 수리딸기그렇다면 이 중에서 오줌발이 요강을 뒤엎어 버릴 만큼 세어지게 하는 딸기는 어떤 종류일까.

복분자는 대개 우리나라의 산이나 들에 흔히 자라는 줄딸기나 복분자딸기, 나무딸기를 가리킨다. 복분자딸기는 요즘 재배를 해서 날것이나 제품으로 만들어 시중에 나오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 대부분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들여 온 라즈베리나 블랙베리 품종이다. 우리나리에 자라는 토종 복분자 딸기는 줄기가 덩굴로 뻗는데 줄기 표면에 분을 바른 듯 하얀 가루가 묻어 있고 여름철에 열매가 검은 빛깔로 익는데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으므로 수확량이 적어서 재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서양에서 들여 온 라즈베리나 블랙베리 품종들은 열매가 우리나라의 산야에 자라는 것보다 훨씬 굵고 수확량이 많지만 토종 산딸기보다 맛이 훨씬 싱겁고 효능도 토종 산딸기보다 형편없이 떨어진다.

나무딸기는 5월에 흰 꽃이 피어 6-8월에 검붉은 빛깔로 익는다. 잘 익은 것은 새콤달콤하여 맛이 좋다. 약으로 쓸 때는 약간 덜 익어서 신맛이 나는 것을 따서 말려서 쓴다. 덜 익은 것은 단맛이 없고 시고 떫은 맛이 난다.

줄딸기는 덩굴로 뻗어가며 자라는데 꽃이 나무딸기보다 보름쯤 먼저 피어서 초여름 모내기를 할 무렵에 빨갛게 익는다. 열매는 나무딸기보다 더 굵고 붉은 빛깔로 익는다.

모든 산딸기 종류는 간과 콩팥에 아주 좋은 약이다. 콩팥에 탈이 난 데에는 열매가 검붉은 빛깔로 익는 나무딸기가 더 좋고 간에 탈이 난 데에는 줄기가 덩굴로 뻗으며 빨갛게 익는 줄딸기가 더 좋다.


 

콩팥을 튼튼하게 한다

딸기나무는 어느 것이나 잎과 줄기에 가시가 있다. 특히 복분자 딸기나무에는 아주 크고 억센 가시가 달려 있다. 가시가 있는 식물은 대개 독이 없고 염증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다. 나무딸기는 5월에 흰 꽃이 피어 78월에 검붉은 빛깔로 익는데 잘 익은 것은 새콤달콤하여 맛이 좋다. 그러나 약으로 쓸 때는 반드시 덜 익어서 시퍼렇고 시금털털한 맛이 나는 것을 따서 써야 한다.

산딸기는 맛이 달고 시며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기운을 돋우고 몸을 가볍게 하며 피로를 없애고 눈을 밝게 하고 머리털을 희어지지 않게 한다. 주로 신장과 간장으로 들어가서 작용한다. 남자한테는 신장을 튼튼하게 하여 음위와 무정자증, 양기부족, 전립선염, 전립선 비대증 등을 치료하고, 여자한테는 자궁을 튼튼하고 따뜻하게 해서 자궁염 질염, 생리통, 생리불순, 방광염, 같은 온갖 자궁과 난소, 방광, 생식기 계통의 질병을 치료하고 자식을 잘 낳을 수 있게 한다.

산딸기는 신장의 기능을 강하게 하여 유정(遺精)과 몽정(夢精)을 치료하고 소변의 양과 배설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자다가 오줌을 잘 싸는 어린이나 소변을 오래 참지 못해서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는 어른, 소변을 찔끔거리는 노인들한테도 효과가 아주 좋다.

어린이의 야뇨증으로 밤에 잠을 자다가 오줌을 싸는 데에는 덜 익은 산딸기 600그램을 햇볕에 말려 가루로 만든 다음 좋은 꿀 한 근을 더하여 약한 불로 천천히 졸여서 고약처럼 만들어서 한 번에 한 숟갈씩 하루 3번 밥 먹고 나서 먹는다.

산딸기는 씨앗이 아주 많이 맺히고 씨앗의 생명력이 매우 강하여 씨앗이 땅에 떨어지기만 하면 발아가 잘 되는 특성이 있다. 씨앗이 많고 튼튼한 것은 사람의 신장 기능을 좋게 하고 정력을 좋게 하며 아이를 잘 낳게 하는 효과가 있다. 본디 씨앗은 씨앗에 작용하는 법이다. 사람의 씨앗은 신장이다. 그러므로 산딸기는 사람의 신장 기능을 아주 좋게 하여 남성과 여성을 가릴 것 없이 불임증을 치료하는 데 아주 좋은 약이다.

여색을 지나치게 밝혀서 정력을 낭비하여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으며 성 기능이 떨어진 사람한테도 산딸기가 좋은 치료약이다. 남성이나 여성의 불임증이나 정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산딸기가 약간 덜 익었을 때 따서 그늘에서 말린 다음 시루에 넣고 쪄서 말려 가루를 내어 한 번에 5그램씩 하루 세 번 먹거나 꿀로 알약을 만들어 먹는다.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정력이 아주 세어지고 기억력이 좋아진다.

덜 익은 산딸기로 술을 담가 먹는 방법도 있다. 곡식을 발효해서 증류하여 만든 소주 세 되에 산딸기 한 되의 비율로 술을 담가서 3개월쯤 숙성한 뒤에 산딸기를 건져내어 버리고 하루 세 번 밥 먹을 때 반주로 한 잔씩 마신다.

산딸기나무의 잎, 열매, 줄기에 플라보노이드, 뿌리에 트리테르펜사포닌, 열매에 사과산, 레몬산, 포도주산, 살리실산, 포도당, 서당, 과당, 펙틴, 점액질, 색소, 정유, 안토시아닌, 비타민 C 등이 들어 있다. 이들 성분들이 간 기능을 좋게 하고 콩팥 기능을 좋게 하며 면역력을 늘리고 신진 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염증을 삭인다. 산딸기에는 상당히 센 항산화작용이 있으므로 오랫동안 먹으면 늙지 않고 수명이 길어진다.

산딸기는 초여름철 약간 덜 익었을 때 따서 반드시 햇볕에 말려야 제대로 효과가 난다. 대부분의 약초는 그늘에서 말려야 하지만 산딸기 열매는 햇볕에 말려야 효과가 제대로 난다. 옛날 책에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씻어서 술을 뿜어 쪄서 말려야 약효가 제대로 난다고 적혔다.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아침 햇살을 처음 받으므로 양명한 기운을 더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술을 품어서 찌는 것은 독을 없애고 몸속으로 잘 흡수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눈을 밝게 하고 태아를 안정시킨다

산딸기는 간 기능을 도와서 눈을 밝게 하는 효력이 있다. 눈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것과 결막염, 유행성 눈병 같은 눈병에 효과가 아주 좋다. 산딸기 잎이나 덜익은 열매를 햇볕에 말려 곱게 가루 내어 토판(土版) 천일염과 토종꿀을 약간 섞은 다음 여과지로 잘 걸러서 안약 병에 담아 두고 눈에 한 방울씩 떨어뜨린다. 차츰 눈이 맑아지고 눈곱이 없어지며 눈의 피로가 없어진다. 3-4일이면 웬만한 눈병은 낫고 오랫동안 눈에 넣으면 시력이 아주 좋아진다.

중국 명나라의 약초학자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조태위의 어머니가 눈병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한 지 20년이 되었다. 한 노인이 산에 가서 산딸기 잎을 따서 갖고 와서 입으로 씹어서 그 즙을 대나무 통으로 한두 방울씩 눈에 넣었더니 눈이 밝아져서 다시 사물을 밝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산딸기는 눈을 밝게 한다. 열매와 잎을 차로 달여 마셔도 눈이 밝아진다. 잎을 짓찧어 즙을 내어 점안약(點眼藥)을 만들어 한 방울씩 눈에 넣어도 좋다. 눈이 빨갛게 충혈된 것이나 눈의 염증, 눈이 시큰거리고 눈이 흐릿하며 눈물이 흐르는 증상 등이 없어진다. 산딸기는 여러 눈병에 아주 좋은 효과가 있으므로 점안약으로 널리 활용할 만하다.

산딸기의 줄기와 잎은 뱃속의 아기를 펀안하게 하는 안태약(安胎藥)으로도 이름이 높다. 자궁의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자궁의 수축력을 세게 하여 태아를 안정시키고 낙태를 막는다. 여성의 자궁은 모든 신체 장부(臟府) 중에서 가장 질기고 튼튼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궁의 근육과 수축력이 약해지면 착상이 잘 되지 않고 착상이 되더라도 낙태하기 쉽다. 자궁이 튼튼해고 수축력이 좋아야 유산을 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북미의 원주민들한테는 임산부가 산딸기 잎을 입에 물고 있기만 해도 낙태를 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신선한 잎 10-20그램을 짓찧어 즙을 내어 한 잔씩 마시거나 물 1리터에 넣고 10분쯤 달여서 차나 물 대신 마시면 낙태를 하지 않게 된다. 입덧이나 태동 불안, 오줌소태 같은 것도 생기지 않고 자궁이 튼튼해진다. 산딸기 줄기와 잎은 낙태를 막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산후 부종이나 산후통, 방광염에도 효과가 좋다.


 

오래 된 체증과 치질에 특효

산딸기 뿌리는 몸 단단한 것을 풀어 헤치는 작용이 있어서 안에 뭉쳐 있는 딱딱한 덩어리를 풀어주는 데에도 특효가 있다. 어느 노인이 어렸을 때에 떡을 먹고 크게 체한 뒤로 늘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되지 않고 뱃속에 주먹만한 크기의 덩어리가 만져졌는데 돌맹이처럼 단단하고 누르면 통증이 생겼다. 수십 년 동안 온갖 약을 다 써 보았으나 전혀 낫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나이가 예순 살이 넘었을 때 어느 약초꾼한테서 산딸기 뿌리가 묵은 체증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면서 산에 가서 산딸기 뿌리를 캐서 물로 달여 먹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40여 년 동안 뱃속에 있던 덩어리가 풀려서 사라지고 체증도 없어졌다.

산딸기 뿌리는 식중독이나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훌륭한 해독제이기도 하다. 상한 고기나 생선을 먹고 중독되었거나 체했을 때, 또는 뱃속에 알 수 없는 오래된 덩어리가 뭉쳐 있을 때에는 산딸기 뿌리 10킬로그램쯤 솥에 넣고 물을 2-3배 부어 3-4시간 푹 달여서 그 물을 한 번에 한 대접(300-400밀리그램)씩 하루 두세 번씩 빈속에 마시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산딸기 뿌리는 갖가지 균을 죽이고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탁월하다. 특히 식도염, 위염, 위궤양, 장염, 장궤양 같은 소화기관의 온갖 염증과 궤양에 산딸기 뿌리를 달여 먹으면 효과가 아주 좋다. 뿌리나 줄기를 신선한 것은 50-100그램, 마른 것은 30-40그램에 물 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3-7번에 나누어 물이나 차 대신 마시면 된다. 산딸기 뿌리에는 매우 센 항암작용도 있어서 초기 위암이나 대장암, 직장암 같은 소화기관의 암에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산딸기 뿌리는 만성 장염이나 치질에도 특효가 있다. 특히 치질에 효과가 좋다. 산딸기 뿌리를 물로 달여 마시면 암치질이나 수치질, 치루를 가리지 않고 잘 낫는다. 산딸기 뿌리를 아무 때나 캐서 신선한 것 200-300그램을 물 2리터에 넣고 3-4시간 동안 약한 불로 달여서 300-500밀리리터씩 하루 두세 번 마신다. 소변과 대변이 시원하게 잘 나가고 고름이 멎고 출혈이 멎으며 통증도 없어진다. 차츰 치질로 인한 상처가 아물어 붙고 단단하던 치핵(痔核)이 말랑말랑하게 되어 작아지면서 나중에는 완전히 없어진다. 가벼운 치질은 일주일에서 보름이면 낫고 심한 경우에도 2-3개월 쓰면 완전히 낫는다. 산딸기 뿌리를 달여서 먹고 고질병(痼疾病)이 된 치질을 고친 사람을 여럿 보았다.

술을 좋아하는 40대 남자가 치질이 몹시 심했다. 몹시 아파서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움직일 때마다 성이 나서 부어오른 치핵이 살에 닿아서 따갑고 아프고 피가 났다. 치창으로 인해 출혈이 심해 화장실에서 변을 볼 때마다 변기 안에 피가 가득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치료약을 먹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고 병원에서는 수술을 할 것을 권했다.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가 줄딸기 덩굴을 달여 먹으면 잘 낫는다고 일러 주었다. 수술을 하면 재발한다고 하기에 수술 하기는 싫고 마땅히 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산에 가서 줄딸기 뿌리를 한 자루 가득 캐 와서 찜통에 넣고 달여서 마시기 시작했다.

줄딸기 뿌리를 달인 물은 빛깔은 약간 노랗고 별 맛이 없고 담담해서 먹기도 좋았다. 수시로 한 대접씩 마셨더니 사흘 뒤에는 성이 나서 퉁퉁 부어 있던 치핵이 사그라져 없어지고 통증도 없어졌다. 일주일 동안 복용하였더니 치창과 치핵이 사라져서 완전히 나았다. 그 뒤로 술을 많이 먹으면 다시 치질이 재발하하려는 느김이 들기만 하면 줄딸기 뿌리를 달여서 며칠 동안 먹으며누 씻은 듯이 낫곤 하였다.

치질은 여간해서는 잘 낫지 않고 몹시 고통스럽고 불편한 병이다. 수술을 해서 잘라내거나 실로 묶어서 떼어내는 결찰요법, 부식제를 주사하여 없애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으나 잘 낫지도 않고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뿌리를 뽑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두 명 이상이 치질이 있다고 한다. 산딸기 뿌리를 잘 활용하면 치질을 뿌리 뽑을 수 있다.

민간에서는 산딸기 뿌리를 오래된 기관지 천식이나 기침, 황달, 간염, 지방간에 쓰고, 아토피 피부염이나 습진 등 알레르기성 질병에도 쓴다. 봄철에 하얗게 피는 꽃은 갖가지 부인병에 잘 듣는다. 꽃봉오리를 따서 그늘에 말려서 물로 달여서 차로 마시면 맛도 좋고 자궁염증, 생리통, 불면증, 신경쇠약 등이 없어진다. 산딸기 꽃에는 꿀이 많아서 벌들이 많이 모이고 밀원식물로도 훌륭한 가치가 있다.

산딸기 열매는 성질이 온화하므로 빠른 시일 안에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한 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1년 넘게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닥나무 열매, 새삼 씨, 구기자 등 다른 씨앗들과 같이 오랫동안 복용하면 신장의 기능이 아주 좋아진다.

산딸기 열매는 익지 않은 것을 따서 햇볕에 말려 가루 내어 한 번에 10-20그램씩 하루 3-4번 먹는다. 잘 익은 산딸기는 맛이 좋으므로 그냥 먹거나 잼을 만들어 먹으면 좋고 약으로는 쓰지 않는다. 잘 익어서 신맛이 단맛으로 바뀐 것은 영양이 많아 식품으로는 좋지만 것은 약효는 기대하기 어렵다.

 

몸을 가볍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한다

산딸기의 약효에 대해서는 서기 536년에 도홍경(陶弘景)이 지은 <명의별록(名醫別錄)>에 처음 기록되어 있다. 산딸기는 장미과에 딸린 떨기나무나 덩굴성 나무 또는 덩굴풀로 비슷한 종류가 아주 많은데 어느 것이나 비슷한 효능이 있다. 산딸기에는 유기산과 당류와 비타민 C가 많이 들어있고 주로 간()과 신()과 방광으로 들어가서 작용한다.

산딸기는 맛이 달면서도 시고 성질은 따뜻하다. 단맛은 보익(補益)하는 기능이 있고 신맛은 거두어 저장하는 작용이 있으며 시고 따뜻한 것은 음()을 돕고 달고 따뜻한 것은 양()을 도와주는 기능이 있다. 그러므로 신장을 보하고 정()을 견고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정액이 저절로 새는 것과 소변이 저절로 나오는 것, 음위(陰痿)를 치료하고 자식을 잘 낳게 한다. <약성론(藥性論)>에는 여자들이 복분자를 먹으면 아들을 잘 낳는다고 하였다.

<본초종신(本草從新)>에도 여자다잉(女子多孕)이라 하여 여자들이 복분자를 먹으면 슬하에 자식을 많이 둔다고 하였으며 또 복분자는 간이 허약한 것을 보하여 눈을 밝게 한다고 하였다.

신장에 정기(精氣)가 모자라면 일찍 늙고 몸이 빨리 쇠약해지며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고 생기가 없어지며 머리칼이 일찍 빠지고 또 빨리 희어진다. 또 정신이 흐려지고 건망증이 생기며 동작이 느려진다. 복분자는 신장의 정기를 보태어 머리칼을 검게 하고 정신을 맑고 총명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도홍경은 <명의별록>에서 복분자가 기운을 북돋아 주고 몸을 가볍게 해 주며 머리카락을 검게 해 준다고 하였다.

산딸기는 빨갛게 익어서 맛이 달콤하게 된 것은 음식으로는 좋지만 약으로 쓰지 않는다. 빛깔이 푸르고 덜 익은 열매를 따서 말린 것을 3g에서 10g을 물로 달여 먹거나 술에 넣어 우려내어 마신다. 보골지(補骨脂)와 같이 쓰면 유정과 조루(早漏), 음위(陰痿), 불임증(不姙症)을 치료하는 효과가 더 세어진다. <득배본초(得配本草)>에는 보골지와 복분자를 같이 쓰면 음위를 치료한다고 하였으며 또 복분자와 익지인(益智仁)을 같이 쓰면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또 복분자와 상표초(桑螵蛸-사마귀알집)를 같이 쓰면 신경(腎經)으로 들어가서 신장을 돕고 양기를 좋게 하며 정기를 굳게 하여 소변을 잘 모아 주므로 정액이 새는 것과 소변이 저절로 흐르는 것, 소변을 자주 보는 것 등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복분자와 파극천(巴戟天)을 같이 쓰면 음위, 소변을 자주 보는 것 여자들이 자궁이 차가워서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것을 낫게 한다. 또 생리불순과 아랫배가 차고 아픈 것 등을 낫게 한다. <일화자본초>에 복분자는 오장을 편하게 하고 얼굴색을 아름답게 하며 정기를 북돋아 주고 머리칼을 잘 자라게 하며 정신력을 세게 한다고 하였다.

아무 눈에 띄지 않아

고스란히 돌 틈에 흙에

돌기 진 사랑은 숨고 만

설악산 핏방울 방울

   고형렬/산딸기





'本草房 > 운림의 식품과 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랑가시나무  (0) 2018.05.05
다릅나무  (0) 2018.05.05
개별꽃  (0) 2018.05.05
산청목(벌나무)  (0) 2018.05.05
수수꽃다리  (0) 2018.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