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호랑가시나무

초암 정만순 2018. 5. 5. 18:16




호랑가시나무


뼈를 구하는 호랑가시나무

 

호랑가시나무 잎에는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가 붙어 있다. 아니 모든 잎이 가시고 칼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잎은 강철처럼 뻣뻣하고 가죽처럼 질기며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파리 하나하나가 다 날을 세운 칼이고 창이며 방패다. 그야말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철옹성(鐵甕城)을 둘렀다. 누가 봐도 거의 완전무결한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어떤 초식동물도 이 나무를 노략질할 엄두를 낼 수 없다.

잎이 사각(四角), 오각(五角), 육각(六角), 팔각(八角), 십이각(十二角)으로 각이 져 있는데 어느 쪽이든지 칼이고 가시다. 사방(四方), 팔방(八方) 시방(十方)이 온통 칼날과 가시뿐이다.

이 나무는 상생(相生)을 모른다. 오직 상극(相剋)만이 있을 뿐이다. 이 나무는 남을 찌르고 베어야 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이치를 가르친다.

창칼은 이간(離間)하는 도구다. 창칼은 무엇이든지 찌르고 자르고 쪼갠다. 그 날끝이 예리할수록 상대방한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오늘날의 세상은 창칼이 춤을 추는 시대다. 이간질에 달통한 사람이 성공하고 득세하여 이 땅에 있는 주인이 된다. 호랑가시나무의 날카로운 잎은 상극의 현실세계를 거울처럼 반영한다.


훔칠 것이 없는 집은 울타리가 필요 없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집을 비워 두어도 도둑고양이 한 마리도 넘어오지 않는다. 도둑고양이도 썩은 생선 대가리 한 개라도 먹을 것이 있어야 담을 넘는다. 반대로 재물이 많은 집은 울타리가 아무리 높고 엄중해도 날고 기는 도둑들이 호시탐탐(虎視耽耽) 틈을 노린다.

호랑가시나무는 재산이 많은 집과 같다. 보물을 많이 감추고 있다. 그 보물은 이 식물의 잎과 줄기 뿌리에 들어 있는 약효 성분이다.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에 딸린 늘푸른넓은잎떨기나무다. 우리나라의 따뜻한 남쪽 바닷가와 서해안 그리고 섬지방에 저절로 나서 자란다. 겨울에 빨갛게 익는 열매가 아름답고 수형이 아름다워서 정원수나 가로수로 흔히 심는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3백 여 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5종이 자란다.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은 호랑이 같이 무서운 가시가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예수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장식용 나무라고 하여 홀리(Holly)라고 하고 한자로는 구골목(狗骨木)이라고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가 이 나무의 가시로 등을 긁는다고 하여 호랑이등긁기나무라고 하던 것이 호랑가시나무로 바뀌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의 가시가 고양이 발톱을 닮았다고 하여 묘아자(猫兒刺)라고 부르거나, 늙은 호랑이의 발톱을 닮았다 하여 노호자(老虎刺)라고 부른다. 구골목(求骨木)이라는 이름은 뼈를 구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나무줄기가 개 뼈를 닮았다고 해서 구골목(狗骨木)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날카로운 가시가 사악한 기운을 쫓는다

옛사람들은 호랑가시나무가 못된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력 2월 초하룻날이 영등날(靈登日)이다. 동해안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영등날에 호랑가시나무로 정어리 대가리를 꿰어 처마 끝에 매달았다. 영등은 바람을 주관하여 농사를 도와주는 신이다. 이 날에 영등신이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날씨가 맑고 따뜻하면 풍년이 들고 날씨가 춥고 사나우면 흉년이 든다고 하였다.

정어리는 바닷물고기 중에서 눈이 제일 크다. 새까맣고 커다란 눈알을 보고 있으면 무서워서 등골이 오싹해진다. 사람이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도 무서워한다. 정어리 대가리를 호랑가시나무로 꿰어 처마 끝에 달아 두면 귀신이 집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정어리 눈알에 한 번 놀라고, 호랑가시나무 가시에 한 번 더 놀라서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도망을 가 버린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호랑가시나무를 나무를 신성하게 여겼다. 이 나무는 기독교와 관련이 깊다.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가시관을 쓰고 이마에 피를 흘리고 있을 때 작은 새 한 마리가 예수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머리에 박힌 가시를 부리로 뽑아내려고 애쓰다가 가시에 찔려 죽었다. 이 새를 로빈이라고 한다. 이 로빈새가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제일 잘 먹는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이 새를 기념하기 위하여 이 나무를 귀하게 여기고 성탄절에 장식용으로 쓴다.

성탄절은 수백 년에 걸쳐 여러 나라의 풍습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크리스마스 기념 나무 장식은 독일에서 비롯되었고, 산타클로스는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었으며, 성탄 엽서는 영국에서 처음 만들었고, 사슴 썰매는 미국에서 한 백화점을 선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크리스마스때 나무에 장식을 하는 풍습은 5백 년쯤 전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종교개혁가 루터가 어느 추운 겨울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상록수 사이에 반짝이는 별이 몹시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을 가족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집 안에 나무를 세우고 가지에 불을 켠 초를 달아 맨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그 때는 주로 전나무에 색종이로 만든 장미꽃, 사탕, 금가루 등을 달아서 장식하였다. 19세기에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독일의 알버트 왕과 결혼하면서부터 크리스마스에 나무를 장식하는 풍속을 영국에도 받아들였으며, 그 뒤에 차츰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다.

기독교가 널리 퍼지기 전인 로마시대에 살던 사람들도 호랑가시나무를 집 안에 심으면 재앙이 없어지고 기쁜 일이 생긴다고 믿었다. 로마시대의 이름난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이 나무의 꽃을 물에 던지면 물이 엉키고, 이 나무로 만든 연장을 짐승에게 던지면 힘이 모자라서 맞히지 못하더라도 부메랑처럼 다시 주인의 손으로 돌아오는 나무라고 하였다.



 

뼈를 구하는 나무

호랑가시나무는 잎을 열매와 뿌리를 약으로 쓴다. 호랑가시나무 잎은 맛은 쓰고 성질은 차갑고 독이 없다. 주로 간과 콩팥, 폐에 작용한다. 간과 콩팥을 보호하고 기혈(氣血)을 늘리며 풍습(風濕)을 없앤다. 풍습이란 습기와 바람기로 인해 뼈마디가 저리고 아픈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폐결핵으로 인한 기침, 과로로 인한 대량 출혈,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고 약한 것, 류머티스 관절염, 타박상(打撲傷) 등에 좋은 효험이 있다. 또 진액(津液)을 늘리고 갈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잎을 차 대신 달여 마시면 풍습(風濕)으로 인한 마비를 풀어준다. 무릎과 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신장의 기능을 튼튼하게 한다. 잎을 차로 우려내어 마시면 허리가 아프지 않고 뼈가 강해진다.

호랑가시나무열매는 음기(陰氣)와 음혈(陰血)을 늘리고 정기(精氣)를 더하며 경락(經絡)을 통하게 한다. 여성이 음기와 음혈이 부족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고 열이 나며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하고 소변이 뿌옇게 나온다. 이럴 때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먹으면 좋다. 피를 멎게 하고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므로 여성들의 자궁출혈이나 대하(帶下)에도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달여 먹으면 좋다.

대하라는 말은 여성의 허리 띠 아래 부위를 점잖게 부르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질염(膣炎), 냉증, 자궁염 같은 여성 생식기와 관련된 모든 질병을 아울러 대하라고 불렀다.

호랑가시나무 열매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 뼈와 근육과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약이다. 호랑가시나무 열매는 뼈가 시큰시큰 쑤시고 아픈 것을 낫게 한다. 또한 혈액 순환을 잘 되게 하고 어혈을 없애며 골수를 보충하며 혈액을 맑고 생생하게 만들어 준다. 술에 담가 먹으면 효과가 더 빠르다. 여정자(女貞子) 곧 광나무 열매와 같은 효능이 있다.

호랑가시나무뿌리는 맛은 쓰고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간과 신장을 튼튼하게 하고 바람기와 습기를 없앤다. 허리와 무릎에 힘이 없는 것, 뼈마디가 시큰시큰 쑤시고 아픈 것, 신경성 두통, 눈 충혈, 치통 등을 치료한다. 열을 내리고 풍(), (), ()으로 인해 손발이 차고 아프고 마비되는 것을 낫게 한다.


 

골절과 골다공증, 갖가지 뼈질환에 명약

구골목은 갖가지 뼈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아주 좋은 약이다. 그 이름대로 뼈를 구해 내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 골절, 골다골증, 류머티스 관절염, 신장 기능이 허약해서 생긴 요통 등에 탁월한 효력을 발휘한다. 빨갛게 익은 열매, , 줄기, 뿌리 등 전체를 약으로 쓴다.

열매를 약으로 쓸 때는 겨울철에 빨갛게 잘 익은 열매를 따서 35도 이상 되는 소주에 담가 두었다가 6개월 뒤부터 하루 3번 기분 좋게 취하지 않을 만큼씩 마신다. 근육과 뼈마디가 쑤시는 병, 온몸이 노곤하고 피로를 쉽게 느끼는 증세 등에 효력이 대단하다.

호랑가시나무 열매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양기를 늘려 주는 성분이 있어 한의약에서도 자양강장제나 해열제로 더러 쓴다.

호랑가시나무는 잎, 줄기, 열매, 뿌리가 다 비슷한 효능이 있다. 열매는 많은양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잎을 많이 쓴다. 잎이나 줄기, 뿌리를 잘게 썰어서 가마솥에 넣고 물을 많이 붓고 24시간 이상 뭉근하게 달여서 마신다. 호랑가시나무 2(1,200그램)에 물 다섯 되(9,000밀리리터)를 붓고 달인다. 이렇게 달인 물을 한 번에 100-200밀리리터씩 수시로 마시면 골다공증, 무릎이 쑤시고 다리에 힘이 없는 증세, 신허(腎虛)로 인한 요통(腰痛),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 효력이 크다. 오래 복용하면 뼈가 튼튼해지고 정력이 좋아지며 오래 살게 된다. 두통, 이명(耳鳴), 고혈압, 눈 충혈 등에도 효과가 좋다.

구골목을 단방(單方)으로 쓰기보다는 인동덩굴, 골담초(骨痰草), 접골목, 겨우살이 등을 더하여 쓰면 약효가 더 세어진다. 구골목은 독이 없으므로 마음 놓고 활용할 수 있다.

구골목은 남자보다는 여자한테 좋은 약이다. 정자를 죽이는 작용이 있어서 남자들이 오래 먹으면 정자 숫자가 줄어들어 불임증이 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오래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호랑가시나무 잎으로 만든 차를 구골차(求骨茶)라고 부르는데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없애는 약차(藥茶)로 이름이 높다. 호랑가시나무 잎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 것 15~30그램을 뜨거운 물로 10~30분쯤 우려내어 수시로 마시면 된다. 구골차는 기와 혈을 돕고 폐의 진액을 늘리며 간을 튼튼하게 하고 풍습을 없애고 기침을 멈춘다.

<본초경소(本草經疏)>라는 옛 중국 의학책에는 호랑가시나무 잎이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에 대해 이렇게 적혔다. “잎을 달여 마시면 담화(痰火)를 치료하는 데 특효가 있다. 무릇 담화는 모두 음허(陰虛)로 인한 화염(火炎)이 폐에까지 차올라서 진액(津液)이 말라서 생기는 것이다. 호랑가시나무 잎은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으로 직접 들어가서 음기(陰氣)를 보양(補陽)하므로 담화가 스스로 없어지게 하는데 이는 마치 끓는 가마솥 밑에서 나무를 끌어내는 것과 같다.”

호랑가시나무에는 카페인, 사포닌, 탄닌, 쓴맛 물질 등이 들어 있다. 호랑가시나무를 달인 물은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녹농균 같은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어서 온갖 염증성 질병에 천연항생제로 쓸 수 있다.

혈압을 낮추는 작용, 항암작용도 세어서 고혈압이나 암 치료에도 쓴다. 특히 열을 내리고 화기(火氣)를 진정시키는 작용이 뛰어나므로 더위로 인한 발열(發熱), 화병(火病), 가슴이 두근거리는 데, 설사, 눈이 핏발이 서는 데 등에 좋은 효험이 있다.

옛 의학책에는 호랑가시나무의 성질을 두고 차갑다고도 하였고 또 평()하다고 하였다. ()하다는 것은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말이다. 호랑가시나무는 성질이 따뜻하여 몸속에 있는 냉기를 내쫓는 약이다.

성질이 차가운 것을 먹으면 몸이 차가워진다. 얼음물을 한 잔 마시면 몸이 금방 서늘해지지 않는가. 몸은 열로 움직이는 기계와 같다. 내장이 차가우면 소화 흡수도 잘 안 되고 혈액 순환도 잘 안 되며 호르몬도 잘 나오지 않고 대사 작용도 제대로 이루어지 않는다. 냉증(冷症)이 몸에 총체적(總體的) 부실(不實)을 가져온다.

그러나 호랑가시나무가 겨울철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으며 겨울에 열매를 맺고 기온이 섭씨 영하 5도 아래로 내려가도 얼어죽지 않는 것을 보면 성질이 차갑다고 하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한겨울철에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쓰고도 빨간 열매가 달린 채로 오히려 생기가 넘치는 호랑가시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호랑가시나무는 추위를 견디는 힘이 매우 세다. 엣 약초학자들이 호랑가시나무의 성질이 차다고 한 것은 열이 위로 치미는 것을 막고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강하기 때문이다. 호랑가시나무를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뱃속이 따뜻해져서 소화기능이 좋아지고 칼슘이나 철분 같은 미네랄을 흡수하는 능력이 좋아져서 뼈가 튼튼해진다.

호랑가시나무는 성질이 급하고 열이 위로 치솟아 오르고 얼굴이 자주 붉어지는 사람한테 아주 좋다.



 

호랑가시나무를 이용한 치료법

 

허리를 삐었을 때

호랑가시나무 40-80그램에 물 1, 1되를 붓고 5시간 이상 약한 불로 달여서 3분지 1이 되게 졸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따뜻하게 하여 마신다.

 

관절염, 관절통, 요통

호랑가시나무 잎이나 껍질, 잔가지, 뿌리(뿌리가 가장 좋다) 40-80그램, 돼지 족발 1개에 술 1되 물 1되를 붓고 약한 불로 5시간 이상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따뜻하게 해서 마신다. 또는 호랑가시나무잎을 술에 담가서 3개월 이상 두었다가 소주잔으로 한두 잔씩 하루 2-3번 마신다.

 

신경성 두통

호랑가시나무뿌리 40그램에 물 1되를 붓고 약한 불로 5시간 이상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차 대신 마신다.



눈이 빨갛게 충혈된 때

눈이 빨갛게 충혈된 것은 눈에 있는 미세한 혈관이 터진 것이다. 호랑가시나무뿌리 20-40그램, 질경이 20-4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절반이 될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물 대신 하루 동안에 다 마신다.

 

백일기침

호랑가시나무뿌리 20그램에 물 1되를 붓고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물 대신 마신다.

부스럼이나 상처가 곪은 데

신선한 호랑가시나무뿌리 80-100그램, 쇠무릎지기 20그램에 술과 물을 반씩 넣고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마신다.

폐결핵

호랑가시나무 어린잎을 불로 말려서 하루 40그램을 말려서 끓는 물로 우려내어 차 대신 마신다.






'本草房 > 운림의 식품과 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머루덩굴  (0) 2018.05.05
파김치  (0) 2018.05.05
다릅나무  (0) 2018.05.05
산딸기  (0) 2018.05.05
개별꽃  (0) 2018.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