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개별꽃

초암 정만순 2018. 5. 5. 11:21




개별꽃




허약체질 개선하는 태자삼

 

옛말에 인불가모상(人不可貌相)’이란 말이 있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는 뜻이다. 풍채가 좋은 사람이 성품이 훌륭한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여인이 마음씨가 고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풍채가 좋으면 인품도 좋을 것으로 여기고 미인은 마음시가 고울 것으로 여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약불가논가(藥不可論價)’라는 말이 있다. 비싼 약이 반드시 효과가 좋은 약은 아니다. 이 말은 약을 값으로 따지지 말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값이 비싼 약일수록 효과가 좋은 약일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산삼, 녹용 같은 비싼 약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다. 사실은 흔한 것일수록 좋은 약이고 흔한 병일수록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도 흔한 것이다.


,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같은 병이 요즈음 제일 흔한 병이라면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도 흔하게 널려 있다. 다만 사람의 눈이 어둡고 지혜가 모자라서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는 민들레, , 질경이, 민들레처럼 값이 아주 싸거나 돈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약효가 좋은 약초가 얼마든지 널려 있다. 개별꽃도 가장 흔하면서도 효과는 귀한 약초 중에 하나다.

 

비싼 약이 효과도 좋은 것은 아니다

중국 명나라 때의 명의 이시진은 일생 동안 약초를 연구한 중국 역사상 최고의 약초학자다.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은 중국에서 나는 약이 되는 식물과 동물, 광물의 효능과 성질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 내용이 매우 자세하고 친절하여 뒷사람들한테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이시진이 일생에 걸쳐서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출판하기 위해서 원고를 들고 남경에 있는 친구 집으로 가다가 어느 날 날이 저물어 어느 자그마한 주막에서 묵었다. 저녁을 먹고 막 잠이 들려는데 집 안쪽에서 여인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시진은 주인을 불러 아픈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주인은 아내가 영양실조로 병이 들었는데 식구가 많아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이어서 의사를 불러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시진이 안방으로 가서 누워 있는 환자를 살펴보았다. 환자는 기력이 떨어져서 맥이 좀 약할 뿐이고 뚜렷한 병이 없었다. 그는 부인이 무언가 약을 먹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어 오늘 낮에 먹은 음식을 갖고 와 보라고 했다. 주인은 양식이 떨어져서 풀뿌리를 캐서 죽을 쑤어 먹고 산다면서 나물 광주리를 들고 왔다. 광주리에는 처음 보는 풀뿌리가 들어 있었다. 이시진은 그것을 잘라서 맛을 보고 나서 그 풀뿌리가 기력이 쇠약해진 사람한테 훌륭한 보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주인에게 돈을 약간 주면서 부인에게 쌀을 구해서 음식을 먹이고 그 풀뿌리를 계속 달여 먹이면 병이 곧 나을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이시진이 그 풀이 무슨 풀인지 궁금하여 주막 주인한테 그 풀뿌리를 어디서 캤는지 물었다. 주인은 명나라 주원장의 아들이 묻혀 있는 태자(太子)의 무덤 주위에 많이 자라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이튿날 이시진은 태자의 무덤에 가 보았다. 과연 그 풀이 무덤 주위에 양탄자처럼 넓게 퍼져 자라고 있었다.

이시진은 이 약초의 효능에 대해 <본초강목>에 기록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약초의 효능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태자의 무덤 주변을 파헤칠 것이 염려되어 빼기로 했다. 그 뒤로 이 풀은 태자의 무덤 주위에서 많이 자라는 것이라고 하여 태자삼(太子蔘)이라고 불렀다.

 

태자를 고친 약초

태자삼에 대한 다른 전설이 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정()나라에 한 왕자가 있었다. 타고난 자질이 지혜롭고 총명하여 다섯 살 때부터 충신과 간신을 분별할 줄 알았으므로 임금이 몹시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런데 왕자는 체질이 몹시 허약하여 수시로 병에 걸렸다. 궁중의 태의들이 정성을 다해 치료를 했으나 별 효험이 없었다. 임금은 온 나라에 방문(榜文)을 붙여 왕자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약을 구하여 오게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온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보약을 갖고 와서 왕자한테 먹였으나 어떤 약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칼이 눈처럼 하얗고 행색이 초라한 한 노인이 왕자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갖고 있다면서 왕궁에 찾아왔다. 임금은 노인한테 말했다.

그대의 정성이 훌륭하지만 만약 그 약으로 왕자의 병을 고치지 못하면 짐을 속인 죄를 면치 못할 것이오.”

노인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왕자는 어리고 몸이 약하여 약력(藥力)이 강한 보약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천천히 몸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약을 써야 합니다. 소인이 갖고 온 약을 복용하면 백 일 뒤에는 확실한 효험이 나타날 것입니다.”

노인이 갖고 온 약은 가늘고 긴 황백색의 풀뿌리였다. 그 풀뿌리를 달여서 왕자한테 3개월 동안 먹였더니 왕자는 과연 체질이 아주 강건해지고 모든 병이 없어졌다. 임금은 몹시 기뻐하며 노인에게 상을 내리려고 했으나 이미 노인은 종적을 감춘 뒤였다.

왕자의 몸이 매우 튼튼해지자 임금은 왕자를 태자에 봉()하였다. 임금이 그 약초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여겨 신하들한테 노인이 왕자에게 복용하게 한 약초가 무엇인지 물었으나 모든 신하들이 모른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한 신하가 대답했다.

노인이 왕자에게 쓴 약은 삼()과 비슷하게 생겼고 태자의 병을 고쳤으므로 태자삼(太子蔘)이라고 부르면 어떻겠습니까?”

임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그 약초의 이름을 태자삼이라고 부르게 하라.”

그 뒤부터 노인이 갖고 온 풀뿌리의 이름을 태자삼(太子参)이라고 불렀다.


 

아이들 보약으로 제일

태자삼은 우리말로 들별꽃 또는 개별꽃이라고 부른다. 봄철에 하얗고 조그맣게 피는 꽃 모양이 마치 별처럼 생겼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개별꽃은 우리나라 전역의 산속 나무 그늘 밑에서 흔히 자란다.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1015센티미터쯤 되고 인삼 뿌리를 닮은 작은 뿌리가 달린다. 초봄에 일찍 싹이 나서 꽃은 4월이나 5월에 하얗게 별 모양으로 피고 열매는 67월에 익는다. 잎이 작고 줄기가 가늘어서 여름이 되어 수풀이 무성해지면 다른 풀이나 나무의 잎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다가 가을이 되어 잎이 지고 나면 다시 잎과 줄기가 드러나 보인다. 민간에서 더러 봄철에 잎과 뿌리를 채취하여 나물로 먹는다.

개별꽃의 뿌리를 민간에서 기력을 늘리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양기를 좋게 하는 보약으로 더러 쓴다. 병을 앓고 나서 허약해진 사람이나 몸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이 먹으면 몸이 튼튼해진다. 개별꽃 뿌리는 보약으로서의 효능이 인삼과 비슷한데 인삼보다는 조금 효력이 약하고 인삼을 먹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혈압이 높아지고 열이 나거나 목이 마르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요즈음 비료와 영양제를 많이 주어서 키워 약효는 줄어들고 부작용은 많아진 인삼보다는 훨씬 나은 보약이라고 할 수 있다.

개별꽃 뿌리는 맛은 달고 약간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폐와 위를 튼튼하게 하고 진액을 늘려 준다. 정신적 피로, 저절로 땀이 나는 증상, 건망증, 불면증, 입맛 없는데, 입 안이 마를 때, 가슴이 두근거릴 때 등에 약으로 쓴다. 가을에 뿌리를 캐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하루 515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복용한다.

개별꽃을 닮은 풀로 덩굴개별꽃, 큰개별꽃, 참개별꽃, 긴개별꽃, 술개별꽃 등이 있는데 모두 인삼을 닮은 작은 뿌리가 있고 약으로 쓴다. 봄철에 어린순을 날것으로 샐러드로 만들어 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갖가지 양념을 넣고 무쳐서 밥반찬으로 먹어도 맛이 좋다.

개별꽃 뿌리가 위암, 폐암, 직장암 같은 암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기록도 있다. 암 치료에 쓸 때는 가을철에 캔 뿌리 3050그램을 물 한 되에 넣고 약한 불로 두세 시간 달여서 수시로 차처럼 마신다. 여기에 겨우살이, 약쑥, 까마중 등을 함께 넣어 달이면 효과가 더 크다. 특히 오래 병을 앓아서 체력이 약해진 암환자들의 기력을 늘리는 데 효과가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태자삼은 허약한 아이들의 보약으로 가장 훌륭한 약이다. 태자삼은 다른 말로 해아삼(孩兒蔘), 동삼(童蔘) 등으로 부르는데 이름 그대로 아이들의 보약으로 제일 좋은 약초라는 뜻이다.

 

머리 총명해지고 장부 튼튼해진다

어린 아이들의 몸은 양기가 많아서 순양(純陽)에 가까우면서도 아직 장부가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여 기능이 미숙하고 연약하며 기와 혈이 모자란다. 곧 오장육부의 기능이 완전하지 않아서 자칫하면 균형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러므로 어린 아이들에게 약을 쓸 때에는 성질이 강하거나 기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을 써서는 안 된다.

태자삼은 성질이 아주 순후(淳厚)한 약이다. 주로 위장과 폐에 들어가서 작용하여 위장과 폐의 기능을 좋게 한다. 성질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온화하여 위장의 소화와 흡수 능력을 늘려 주면서 기력을 더하여 준다.

어린 아이들이 병을 앓고 나서 허약해졌을 때나 기운이 없고 몸이 나른하며 밥맛이 없으며 여위었을 때 태자삼을 먹이면 기운이 나고 밥을 잘 먹게 되며 몸이 튼튼해진다. 심장과 폐의 기능이 허약하여 가슴이 뛰고 땀을 많이 흘리거나 입이 마르고 폐 기능이 허약하여 기침을 하고 대변을 무르게 보는 아이한테 특히 좋다.

태자삼에는 과당(果糖)과 전분, 사포닌 등이 들어 있는데 이들 영양성분과 약효성분들은 입자가 아주 미세하여 소화력이 약한 아이들한테도 흡수가 잘 된다. 아이들이 태자삼을 오래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밥을 잘 먹으며 면역력이 세어지고 신진대사 작용이 활발해진다.

아이들한테는 약성이 강한 인삼이나 녹용 같은 것보다는 약성이 온화한 태자삼이 보약으로 가장 좋다. 그리고 체질이 허약한 노인이나 여성들한테도 아무 부작용이 없이 기력을 늘릴 수 있는 약이다.

태자삼은 보약으로서의 효력은 인삼보다 조금 약하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어서 가난한 사람들의 보약으로 좋고, 아이들의 기력을 좋게 하고 머리를 총명하게 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선약(仙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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