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양념

초암 정만순 2018. 5. 5. 11:02




양념



양념(藥鹽)의 道를 말하다


양념을 한자로 약 약()에 소금 염()으로 쓴다. 그런데 무지한 요리사나 학자들은 약처럼 생각하고 넣는 것이 양념이라고 하여 약 약()에 생각 념()으로 쓰는데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양념 중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깨소금이다. 깨와 소금을 합친 것이 깨소금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깨와 소금이 제일 좋은 양념이라는 뜻이 아닌가. 양념은 기를 보하는 약 곧 보기약(補氣藥)이다. 모든 양념 중에서 소금과 오신채(五辛菜)가 제일 훌륭한 양념이다. 주식으로 먹는 음식의 주요 재료들이 미후기박(味厚氣薄) 곧 맛은 좋지만 기운이 약하기 때문에 기()를 더 보태기 위해서 기운이 많은 양념을 넣는 것이다. 음식을 만들 때 양념을 넣지 않으면 없으면 겉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무사(武士)가 임금이 된 것은 이성계, 이방원, 왕건, 궁예 등으로 그 숫자가 많지 않다. 이성계는 쿠데타를 일으켜서 왕이 되었다. 이성계는 무장 기질이 있고 용력이 세어서 쿠데타를 일으켜 오백 년 동안 이어 온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빼앗아 왕이 되었다.

그러나 이성계가 임금이 되었지만 이씨 조선 왕조의 기틀을 만들고 이성계를 임금으로 만들어 준 사람은 정도전이다. 정도전이 아니었다면 이성계는 임금이 될 수 없었다. 이성계한테는 힘이 있었고 정도전한테는 머리가 있었다. 정도전은 무인이 아니라 선비다.

삼국지를 보면 관우, 장비, 조자룡 같은 훌륭한 장수들을 가냘픈 선비에 지나지 않는 제갈 공명이 제멋대로 부려 먹는다. 이처럼 힘이 센 것보다는 머리가 좋은 것이 우선이다.

음식도 이와 같아서 기운이 먼저이고 맛은 나중이다. 기와 맛 중에서 기()는 머리이고 미()는 몸통이라고 할 수 있다. 양념은 머리와 같고 다른 주요 재료들은 몸통과 같은 것이다. 건달들의 세계에서도 힘만 센 놈이 두목이 되는 것이 아니고 머리가 좋은 놈이 왕초가 된다. 조선 시대에 모든 녹림(綠林)의 우두머리였던 갈처사는 남산 자락에 숨어 사는 가난한 선비였다. 힘이 지혜를 당할 수 없는 법이다.

음식은 맛보다는 기가 우선이므로 기미(氣味)라고 하여 기를 먼저 따져야 하는 것이다. 기와 맛은 5050 정도가 되게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기가 너무 승하면 맛이 없어서 먹기가 불편하고 맛에 치우치면 몸이 망가진다. 궁중음식은 기를 10퍼센트쯤으로 가볍게 여기고 맛을 90퍼센트 이상으로 중오하게 여겨 오직 맛을 강조한 음식이다.

궁중 음식이 모든 음식 중에서 최고의 쓰레기 음식이다. 조선의 임금들은 대부분이 산해진미(山海珍味)와 고량진미(膏粱珍味)를 열심히 먹은 덕분에 몸통이 썩어가는 온갖 병을 앓다가 요절했다. 모든 폭군(暴君)들은 미식(美食)과 미색(美色)을 좋아하고 백성들이 미식에 빠지면 나라가 멸망했다. 로마는 미식으로 인해서 멸망했다.

요즈음 텔레비전을 보면 어떤 채널이든지 온통 먹는 것에 대한 뿐이다. 천박하기 이를데 없는 요리사들이나 무슨 음식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달고 기름지고 고소한 음식들이 맛있고 몸에 좋다고 앞을 다투어 떠들어댄다. 무슨 음식이든지 맛이 없으면 설탕을 넣으면 맛있다고 한다. 가장 달콤한 음식, 가장 기름진 음식이 가장 타락한 음식이다. 음식이 타락하면 몸이 썩고 병들고 정신이 우매해진다. 앞으로 이 세상이 망한다면 미식으로 인해서 망할 것이다.

미식(美食)은 기는 무시하고 맛에 치우친 음식이다. 왕가의 음식이나 귀족들이 먹는 음식, 궁중음식이 사람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음식이 된 까닭은 기를 무시하고 맛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귀족들이 먹는 음식이나 궁중음식은 기가 모자라는 음식이다. 오히려 몸에서 기운을 빼앗아 가서 마이너스 상태로 만드는 음식들도 많이 있다. 이를테면 여름철에 콩국수나 냉면, 수박화채, 아이스크림, 청량 음료 같은 것을 먹는 것은 몸에 기를 보태는 것이 아니라 몸 속에 있는 기를 빼앗아 가서 오히려 몸을 마이너스 상태로 만드는 것들이다.

수정과 같은 음료는 맛은 좋지만 기가 매우 약하므로 기를 보충하기 위해서 계피를 넣는다. 엿은 맛이 달다. 엿도 훌륭한 양념이다. 엿 중에서는 생강엿이 최고이다. 엿은 단맛이 너무 강하고 기운이 부족하니까 생강을 넣어서 기를 보충하는 것이다. 기에 속하는 재료는 전채 식재료 중에서 10분의 1이하로 조금만 넣어야 한다. 그러나 10분지 1만 넣어도 그 기능은 90퍼센트 이상을 좌우한다.

 

      

고명은 음식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넣는 것이다. 한자로 고명(高明)으로 쓰는 것이 옳다. 고명에도 기미(氣味)를 첨가할 수 있다. 이를테면 달걀의 흰자위만을 빼서 종이처럼 얇게 펴서 칼국수를 썰듯이 가늘게 썰고 실고추를 가늘고 썰어서 음식 위에 얹는데 이런 것들이 다 고명이다. 고명은 음식 위에 얹는 것이니까 보기 좋게 하기 위한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기운이 강한 음식 재료 곧 모든 양념 중에서 제일 첫 번째가 소금이고 그 다음에는 산함신감고(酸鹹辛甘苦)의 다섯 가지 맛이 강하게 나는 여러 가지 재료들이다. 산함신감고의 맛이 강한 것은 모두 기가 강한 것들이다. 식초, 소금, 고추, 꿀 같은 것들이 다 맛보다는 기운이 승한 것들이다.

고추는 언뜻 느끼기에는 매운 맛이 나지만 음미해 보면 매운 맛보다는 쓴 맛이 더 강하게 난다. 한자로 쓸 고()자를 써서 옛날에는 고초(苦草)라고 부르던 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부르기 좋게 고추가 되었다. 괴로움을 당하는 것도 고초(苦草)라고 한다. 옛날에는 고추를 한자로 쓸 때 고()에 산초나무 초() 자를 썼다. 매운 맛이 강한 것에는 매운 맛보다는 쓴맛이 더 많이 들어 있다. 쓴 맛은 불의 맛이다. 고미(苦味)는 화()의 맛이다.

남쪽에서 햇빛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는 식물은 열을 많이 받아서 쓴맛이 많이 난다. 자연 법칙에 극즉반(極卽反)의 원리가 있다. 무엇이든지 극()에 이르면 그 성질이 정반대로 바뀌는 것을 극즉반이라고 한다. 끝까지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가고 끝까지 내려가면 반드시 올라가게 되어 있다. 열이 극에 달하면 반대로 열을 내리게 하는 작용이 생긴다.

열이 펄펄 끊는 사람한테 쓴맛이 나는 음식을 먹이면 열이 내린다. 쓴맛이 나는 것을 먹어서 면역력이 증강되면 병원균이 번식을 하거나 활동을 못하게 되어 열이 내려가는 것이다.

한자로 쓸 고()를 매울 고()라고 하기도 한다. ()한 것 곧 매운 맛이 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박하나 계피 같은 것들이다. 생강, 마늘, , 부추, 달래 같은 것이 모두 신열(辛熱)한 약이다. 고추의 매운 맛은 쓴맛에 더 가깝다. 초피, 후추 같은 것도 아주 매운 맛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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