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食
미식의 저주
맛이 별로 없는 음식이 가장 훌륭한 음식
어떤 음식이 가장 훌륭한 음식인가? 가장 맛이 없는 음식이 가장 훌륭한 음식이다. 맛있는 것을 골라 먹으면 온갖 질병이 다 찾아아온다.
옛날에 천연두를 마마라고 불렀다. 마마(媽媽)병은 상감마마가 앓는 병이다. 마마는 제일 엄하고 무서운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감마마가 앓는 병이라고 해서 마마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마는 왕족과 귀족들을 싹 쓸어 버리지만 거지들한테는 피해 간다.
마마는 고기와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앓는 병이다. 마마가 한 번 휩쓸고 가면 거지들만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임금이나 왕족, 귀족들은 마마에 걸려 고생을 하다가 죽는다. 그러나 거지들은 마마에 걸리지도 않고 걸렸다고 할지라도 쉽게 낫는다. 마마를 고칠 수 있는 특효약은 보리죽이다. 보리죽을 며칠 동안 끓여 푹 퍼지게 하여 한 사발씩 먹으면 금방 나아서 일어난다.
신종플루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도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잘 감염되는 병이다. 보리밥에 시래기국을 먹고 사는 사람은 신종플루나 메르스에 걸리고 싶어도 못 걸린다. 메르스나 조류독감, 신종 플루 바이러스는 육식성이다. 고기와 설탕을 즐겨 먹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기생하기 쉽지만 채식을 하는 사람의 몸에서는 번식하지 못한다.
거지들은 건강하게 오래 산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맛 없는 음식을 먹고 불편한 곳에서 잠을 자야 한다. 편안한 곳에서 잠을 자면 병이 생긴다. 불면증이나 우을증은 편안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생기는 병이다. 편안한 것만 추구하면 모든 복이 다 달아난다. 맛있는 음식을 찾지 말고 편안한 잠자리를 구하지 말라.
달콤한 것을 먹고 나라를 빼앗기고
쓸개를 먹고 나라를 되찾은 월왕 구천
옛날,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 월나라 임금이었던 구천(勾踐)은 어려서 아버지가 감주(甘酒)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 감주를 마음대로 먹고 싶어서 임금이 되었다. 왕이 된 뒤에 감주를 마음껏 마시고 늘 취한 채로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나이가 많은 도인(道人)이 나타나서 월왕을 뵙기를 청하였다. 그 도인은 구천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왕께서 감주를 아주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감주를 마시는 것은 투복(投福) 곧 복을 던져 버리는 것입니다. 대왕께서 감주를 마시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장차 이 나라가 망하고 백성들은 노예가 될 것입니다. 부탁드리오니 제발 감주를 마시지 말아 주십시오. 계속 감주를 마시면 이 나라는 결국 오나라한테 넘어가고 말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구천은 불같이 화가 났다.
“감주를 마시지 말라니. 저런 고약한 놈이 있나. 감주를 먹지 않으면 대체 무엇을 먹으라는 말이냐?”
구천은 도인의 말을 듣지 않고 병사들을 시켜 그 노인을 붙잡아 대문 밖으로 내쫓았다. 그런데 과연 몇 년 뒤에 오나라 임금 합려(闔閭)가 대군을 이끌고 월나라를 침략하여 나라를 빼앗기고 구천은 포로가 되어 오나라에 노예로 끌려 가는 신세가 되었다. 구천이 함거를 타고 오나라로 끌려 갈 때 끌려갈 때 한 노인이 인파를 헤치고 다가와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내가 그대를 어찌 알겠는가?”
“그렇다면 몇 년 전에 감주를 마시지 말라고 권하기 위해 찾아갔던 사람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렇다. 이제 보니 알겠다. 내가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아 신세가 이렇게 되었구나.”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이 무엇인가?”
“오나라에는 산이 많아서 백성들이 사냥을 해서 짐승의 고기를 먹고 삽니다. 산에 제일 많은 동물이 곰입니다. 그들은 곰을 잡아서 고기를 먹고 쓸개는 먹지 않고 버립니다. 오나라에 가서 속박되어 계시는 동안 주방에 있는 사람한테 부탁을 해서 버리는 쓸개를 모아서 달라고 하십시오. 대왕께서 쓸개를 먹겠다고 하면 그들은 대왕을 비웃고 조롱할 것입니다. 쓸개를 날마다 드시면 잃어버린 국가와 백성들을 다시 찾을 수 있고 속박에서 풀려날 것입니다. 속박에서 풀려날 뿐만 아니라 오나라 땅도 대왕께서 모두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주방(廚房)의 부엌 주(廚)는 푸줏간을 나타내는 글자다. 주방에서 고기를 요리하고 버리는 쓸개를 날마다 먹으면 석복(惜福) 곧 복을 아끼게 달아난 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오나라에서 마굿간지기를 하며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동안 구천은 날마다 쓰디 쓴 쓸개를 먹으면서 오나라에 대한 적개심을 키웠다. 그러는 사이에 월나라 백성들은 구천이 쓸개를 먹으며 비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몰래 오나라를 물리칠 힘을 키웠다.
몇 년 뒤에 월나라 백성들이 의병을 일으켜 일어나서 오나라를 쳐들어가서 오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그 땅을 점령하였다. 구천은 다시 임금이 되었다. 구천이 직접 키우지 않는 병사들이 일어나서 오나라를 점령한 것이다.
구천은 날마다 쓸개를 먹은 덕분에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았다. 그러나 나서 얼마 안 가서 정신이 해이해진 구천은 감주의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하고 감주를 즐기다가 죽었다.
맛 없고 몸에 이로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으뜸 요리사
어떤 요리사가 최고의 요리사인가? 음식을 맛은 별로 없지만 몸에는 아주 이롭게 만드는 요리사가 최고의 요리사다. 요리사가 음식을 맛있게 만들면 복이 모두 달아난다. 맛 없는 음식을 과식할 사람은 없다. 요리사는 맛있는 음식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요리사는 굶어죽지 않을 만큼 맛이 없게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다.
옛날, 제왕들이 맛있는 음식만을 골라 먹다가 성질이 포악해지고 갖가지 병을 얻어 요절하였다. 맛 있는 것은 일년에 한두 번만 먹어야 한다. 그래야 탈이 생기지 않는다. 이씨 조선의 임금들은 먹을 복을 제일 많이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하늘이 준 복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낭비하다가 온갖 질병에 걸려 몸이 썩어서 죽었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등창이나 종기 같은 병을 일생 동안 한 번도 앓지 않았다. 일생 동안 아프다는 소리 한 번도 안 하셨고 백 살이 가까이 되어 오장의 기능이 다하여 돌아가셨다.
젊었을 때 밥맛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 장수하는 사람 치고 음식 가려서 먹는 사람은 없다. 음식은 맛을 즐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다. 목숨을 잇기 위하여 먹는 것이지 즐기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미식가들은 맛을 즐기기 위하여 산다. 미식가들은 병이 많고 병을 오래 앓다가 고통스럽게 죽는다.
거지들은 쓰레기통을 뒤져서 더럽고 상한 것을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 거지들이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은 영양이 없는 찌꺼기를 먹기 때문이다. 거지들은 제일 맛이 없고 지저분하고 상한 것을 먹고 산다. 그런데 거지들은 날씨가 추워도 여간해서는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 동네에 늙은 거지가 한 사람 돌아다니고 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바깥에서 잠을 자고 아무 것이든지 주워서 먹는데도 이 동네에 사는 사람 중에서 제일 건강하다.
그 늙은 거지는 음식을 달라고 구걸하지 않는다. 음식을 배달해서 먹고 나서 빈 그릇을 밖에 내 놓으면 거기서 찌꺼기들을 주워 먹는다. 사람들은 달라고 하지 않아도 그 거지한테 몇 천원씩 준다.
배가 고프기 전에 음식을 먹지 말라
고기, 달걀, 우유, 버섯, 설탕 같은 것들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음식들이다. 나물과 보리밥을 주로 먹는 것이 제일 좋다. 요즘 사람들은 채소를 먹어도 기가 없는 채소들만 골라서 먹는다. 사람이 심어 가꾸는 채소들은 대개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요즘 채소들은 사람이 심어서 가꾸지 않으면 멸종되어 없어진다. 이런 것들은 모두 생명력이 약하다.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란 것들은 생명력이 강하다. 산에서 억새를 보라. 씨를 뿌리지 않아도 무성하게 자라는 들녘의 잡초들을 보라. 이들처럼 생명력이 강인한 야생 나물을 먹어야 한다. 최고의 건강식품과 장수식품은 산나물이나 들나물 같이 야생에서 저절로 자란 것들이다.
기자감식(飢者甘食)이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만큼 도(道)에 가까운 말도 달리 없다. 굶주린 사람은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이 아주 좋다. 나는 하루에 밥을 한 끼씩만 먹는다. 그래서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이 아주 좋다. 그래서 일생동안 단 한 번도 밥맛이 없어서 밥을 안 먹은 적이 없다.
오래 전에 가평 운악산에 있는 현등사에 있는 탱화를 구경하러 같이 가자고 해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해서 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이 새벽에 일찍 출발한 것은 탱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고 현등사 밑에 이름난 있는 밥집에 밥을 먹기 위해서 간 것이었다. 주 목적은 밥을 먹는 것이지 탱화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현등사 밑에 있는 밥집에서 밥을 실컷 먹고 나서 현등사로 올라갔다.
밥집에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밥을 먹고 있는데 나 혼자서 먹지 않고 앉아 있으니 그 중의 한 사람이 물었다.
“선생님은 대체 무슨 재미로 사십니까?”
“그야 먹는 재미로 살지요.”
“그 말씀은 세상의 다른 모든 사람한테는 맞는 말이지만 선생님한테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에 두 끼를 굶고 한 끼만 먹으면 어떤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그렇게 해 보면 하루에 세 끼를 못 먹습니다. 하루에 세 끼를 먹으면 아무리 맛난 것을 먹어도 마치 돌을 씹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 가서 뭐 먹지?’ ‘어디 가야 맛있는 것이 있지?’ 하고 맛있는 밥집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입니다.”
“과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겠네요.”
그 때 같이 간 일행이 6명이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하루 세 끼를 먹다가 두 끼만 먹는 것으로 습관을 바꾸었다. 나중에 만나서 말하기를 하루에 두 끼만 먹으니 ‘밥 먹을 때가 되어도 오늘은 어디 가서 무엇을 먹을까’ 하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루에 한 끼씩만 먹으면 어디 가서 어떤 음식을 먹든지 ‘잘 먹었다. 맛있다. 이 다음에 이 집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음식 냄새를 맡지 말라
맛있는 밥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이다. 암으로 다 죽어가는 한 중이 찾아와서는 동태탕을 맛있게 하는 밥집이 있는데 거기로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였다. 그 중은 맛있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암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맛있는 것을 찾아다닌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암에 걸린다. 당뇨병, 고혈압, 중풍, 치매, 비만증 같은 병은 모두 맛있는 것을 좋아해서 생기는 병이다.
부잣집 개는 10년 못 산다. 그러나 가난한 집 개는 20년도 더 산다. 부잣집 개는 사람들이 먹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침을 흘린다. 음식 냄새가 몸에 제일 해롭다. 나는 밥집이 몰려 있는 청진동 골목을 지나가지 않는다. 그 근처로 갈 일이 있어도 그 골목을 피해서 간다.
음식 냄새를 맡으면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음식을 먹고 싶어지면 저절로 군침이 흘러나와 구강염이 생긴다. 군침은 산성 물질이다. 그뿐만 아니라 위산이 많이 나와서 위염이 생긴다.
나는 여자 없이 사니까 집에서 음식 냄새를 맡을 일이 없다. 음식 냄새를 맡지 않으면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다.
맛있는 음식은 미인과 같다. 미인은 보기만 좋을 뿐 쓸모가 없다. 열 발자국 근처에 예쁜 여자가 오면 고개를 돌리고 지나가야 한다. 눈을 경계하여 일생 동안 미인을 보지 말라. 미인을 보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입을 경계하여 맛있는 음식을 먹지 말라.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으면 반드시 병에 걸린다. 귀를 경계하여 달콤한 소리를 듣지 말라.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사랑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군침을 넘기는 것이 제일 무서운 병이다. 개는 침을 질질 잘 흘린다. 고기를 굽는 냄새를 맡으면 고기가 먹고 싶어지고 강한 위산이 나와서 위장을 삭게 하여 속이 쓰리다. 그래서 위궤양이 생긴다. 그러므로 입을 경계하여 맛있는 것을 먹지 말라.
채식주의자들한테는 통증이 없다
고기나 달콤한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은 다쳐서 상처가 나도 통증이 별로 없다. 그러나 고기나 설탕을 좋아하는 사람은 조그마한 상처만 나도 몹시 아프다. 채식을 주로 하는 사람은 화살이나 총에 맞아도 고기를 주로 먹는 사람보다 통증을 훨씬 적게 느낀다.
상처에 설탕을 뿌리면 마치 불로 지지는 것 같이 아프다. 말기 암 환자도 고기와 설탕을 먹지 않으면 통증이 별로 없다. 설탕은 통증을 만들고 소금은 통증을 억제한다. 옛날 화상을 입었을 때 된장을 붙이면 잘 나았다. 상처에 소금을 바르면 처음에는 몹시 따갑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차츰 줄어든다. 고기나 달콤한 것을 많이 먹는 사람이 병에 걸리면 통증이 매우 격심하다.
요즈음 사람들은 고기와 달콤한 것을 많이 먹기 때문에 죽을 때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가서 진통제를 맞다가 죽는다. 고기를 별로 먹지 않던 옛날 사람들한테는 담 결리는 것 말고는 병을 앓아도 통증이 없었다. 아파서 ‘아이고 아이고’ 하고 신음 소리를 낼 만큼 아픈 병은 요통이나 관절통 오십견 같은 것 밖에 없었다.
맛있는 음식에는 저주가 깃들어 있다. 요즘 사람들은 미식으로 인해 저주를 받았다. 텔레비전 신문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에 맛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미식의 저주로 오늘날 세상에는 온갖 질병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