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단장초(미역줄나무)

초암 정만순 2018. 4. 25. 07:05



단장초(미역줄나무)



단장초를 먹으면 창자가 썩어 문드러져서 죽는다


서울의 한복판 종로구 평창동의 뒷산인 북한산 기슭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독초 한 가지가 떼를 지어 자라고 있다.

작년 여름에 평창동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동령폭포를 한참 지나서 보현봉 밑에 있는 샘가에서 무리지어 자라고 있는 이 독초를 보았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산에는 다 있는 흔한 식물이기는 하지만 서울 땅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오늘은 이 독초 이야기를 한 번 해 보려 한다.

무협소설을 읽다 보면 기이하고 무시무시한 독약이 많이 나온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독약 중에 가장 무서운 독약 아홉 가지를 추려서 9대 독약이라고 하고 이 아홉 가지 중에서 세 가지를 추려서 3대 독약이라고 한다. 이 세 가지 독약은 모든 독약의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독약 중에 하나는 단장초(斷腸草)이고 다른 하나는 견혈봉후(見血封喉)이며 마지막 하나는 견기약(牽機藥)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식물성 독약인데 무협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며 세 가지 모두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귀하게 쓰고 있다.

3대 독약 중에서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것은 단장초 한 가지 뿐이다. 단장초를 다른 이름으로 주로 뇌공등(雷公藤)이라고 하고 그 밖에 수망초(水莽草), 망초(莽草), 구문(鉤吻), 호만등(葫蔓藤), 대다약(大茶藥), 산비상(山砒霜), 난장초(爛腸草)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줄기의 생김새가 미역 줄기를 닮았다고 해서 미역줄나무라고 부른다.

뇌공등은 노박덩굴과에 딸린 잎지는 넓은잎 덩굴나무로 이웃 나무에 감아 올라가거나 바위에 기대어 자라며 길이 2미터 정도 뻗어 나간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 자라며 깊은 산 해발 200미터가 넘는 기슭, 숲속, 습한 골짜기에 서식하는데 주로 산 꼭대기 부근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무리지어 자라는 것이 많다.

잎은 길이 5~15센티미터이고 가지에 어긋나게 달린다. 끝이 뾰족한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조금 둥근 잔 톱니가 있다. 앞면에는 털이 없고 뒷면 잎맥에 잔털이 있다. 가을에 노랗게 물든다.



꽃은 6~7월에 가지 끝이나 잎 달린 자리에 연한 녹색으로 핀다. 어긋나게 갈라지고 갈라져 원뿔처럼 된 꽃대가 나와 끝마다 지름 5~6밀리리터 정도의 꽃이 달린다. 암술은 1, 수술은 5, 꽃잎은 5, 꽃받침잎은 5장이다.

열매는 9~10월에 반으로 가른 동전을 3개 맞붙인 모양의 길이 1.8센티미터 정도의 납작한 타원형 열매가 붉은 녹색으로 여문다. 가운데에 씨앗이 들어 있다. 가장자리가 날개로 되어 있어 다 익으면 가까운 곳으로 날려 간다. 겨울에도 가지에 조금 매달려 있다.

줄기껍질은 어린 나무는 붉은 회색빛 도는 갈색을 띤다. 묵을수록 회색을 띠며 약간 코르크처럼 되어 세로로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줄기 속은 가장자리는 밝은 갈색을 띠며 안쪽에는 붉은 갈색의 넓은 심이 있다. 묵은 것은 한가운데의 속심은 검게 썩어서 텅 비어 있다. 속껍질은 샛노랗다.

햇가지는 연한 녹색을 띠다가 점차 붉은 갈색이 된다. 묵으면 검은 갈색을 띤다. 5줄의 능선이 있다. 겨울눈은 크기가 작고 피라미드 모양이며 붉은 갈색을 띤다.

단장초(斷腸草)에 들어 있는 독성 물질은 일종의 알칼로이드(Alkaloid)이다. 단장초를 먹으면 창자가 끊어지는 것처럼 아프고 창자가 시커멓게 되어 서로 달라붙어 결국 목숨을 잃는다.

뇌공등은 맛이 쓰고 매우며 독이 많다. 심경(心經)과 간경(肝經)으로 들어가서 작용한다. 바람기와 습기를 없애며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경락을 통하게 하며 종기를 삭이고 통증을 멎게 하며 벌레를 죽이고 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줄기와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류머티스관절염, 풍습성관절염, 사구체신염(絲毬體腎炎), 신종합증(腎綜合症病), 홍반성낭창(紅斑性狼瘡-루푸스), 구안건조종합증(口眼乾燥綜合症-쇼그렌증후군), 베체트병, 습진, 은설병(銀屑病-하얀 가루가 떨어지는 피부병), 마풍병(麻風-나병), 개창(疥瘡-), 완선(頑癬-헌데가 둥글고 몹시 가려운 피부병) 등을 치료하는데 쓴다.

껍질을 깨끗하게 벗겨 낸 목질 부분 15-25그램 껍질을 벗긴 뿌리 10-12그램을 얕은 불로 1 시간에서 2시간 동안 달여서 마신다. 껍질에 센 독이 있으므로 껍질을 깨끗이 벗겨내고 써야 한다.

뇌공등(雷公藤)은 무서운 극독약(劇毒藥)이다. 목질 부분은 독이 약하고 껍질에 매우 센 독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껍질을 완전히 벗겨내고 목질부만 약으로 써야 한다. 반드시 갈라진 틈 사이에 있는 껍질까지 깨끗하게 벗겨내야 한다.

뇌공등에 중독되면 먼저 위와 창자가 끊어지는 것처럼 아프고 구토와 설사가 심하게 난다. 머리가 몹시 어지럽고 무력해지며 심장이 마구 뛰고 구역질이 나며 배가 몹시 아프고 설사를 심하게 하는데 피똥을 싸기도 한다. 차츰 독이 몸속으로 흡수되면 시상하부와 중뇌(中腦), 연수(延髓), 소뇌(小腦), 척수(脊髓) 등 중추신경계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간과 심장의 기능도 완전히 망가진다. 심장과 간, 신장, 위장에 병이 있는 사람과 임산부들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뇌공등에 중독되었을 때에는 먼저 구토를 해서 게워 내고 위장을 세척하고 관장(灌腸)을 해서 독성물질을 재빨리 씻어내야 한다. 뇌공등 중독은 무즙이나 무씨 부추 생즙 등으로 해독할 수 있다. 곧 신선한 무즙 200밀리리터를 마시거나 무씨 300그램을 볶아서 가루 내어 먹거나 부추 생즙 200-300밀리리터를 마시면 독이 풀린다.

중독이 심한 경우 해독하지 않으면 대개 24시간 안에 죽으며 길어도 4일을 넘기지 못한다. 뇌공등을 먹고 나서 4시간 안에 최토제(催吐劑) 곧 구토하게 하는 약이나 설사약을 복용하면 독이 잘 풀린다. 그밖에 숯가루를 먹거나 녹두, 금은화, 감초를 달인 물을 마셔서 해독할 수도 있고 여지 꼭지나 생된장을 먹어서 독을 풀 수도 있다.

단장초(斷腸草)는 전초에 독이 있는데 특히 뿌리와 잎에 독이 매우 많다. 단장초(斷腸草)는 중국의 절강성(浙江省), 복건성(福建省), 호남성(湖南省), 광동성(廣東省), 광서성(廣西省), 귀주성(貴州省), 운남성(雲南省) 등에 분포하고 있으며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을 좋아한다.

단장초는 금은화와 비슷하게 생겼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구별하지 못하여 더러 중독되어 죽는 사고가 생긴다. 단장초와 금은화를 구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므로 단장초가 많이 자라고 있는 곳에 갈 때에는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단장초를 잘못 알고 그 잎을 먹으면 죽는다(斷腸草人誤食其葉者死)라고 적혔다. 뿌리는 가을에 채취하고 잎은 여름에 채취하며 꽃과 열매는 여름과 가을에 채취한다.


 

신농(神農)6천 년 전에 살았던 우리 민족의 조상이며 농업과 의약의 창시자로 숭앙을 받는 사람이다. 그런데 신농이 수백 수천 가지 풀과 나무를 뜯어 맛을 보고 약성을 알아내던 중에 실수로 단장초를 먹고 중독되어 창자가 끊어져서 죽었다고 한다. 중국에는 신농이 백 가지 약초의 맛을 보아 구별하던 중에 단장초의 맛을 보다가 죽었다(神農嘗百草 死於斷腸草)’는 말이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오고 있다. <회남자(淮南子) 수무훈(修務訓)> 편에 신농은 일찍이 온갖 풀을 맛보고 물을 마셔서 물맛이 쓴지 단지를 알아보아서 백성들로 하여금 알고 피할 수 있게 했는데 하루에 70번 중독되었다고 적혀 있다.

중국 청나라 때의 학자 포송령(蒲松齡)이 지은 주로 귀신과 여우에 대한 기괴한 이야기를 모은 책인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수망초(水莽草)에 관한 이야기가 한 토막이 수록되어 있다.

 

()씨 성을 가진 서생이 길을 가다가 목이 말랐다. 우연히 차를 팔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 갈증을 풀기 위하여 차를 한 잔 사서 마셨다. 서생은 잠시 뒤에 배가 몹시 아프다고 하더니 그만 죽어버렸다. 원래 소녀가 팔고 있던 차는 수망초(水莽草)를 우려낸 것이었다. 축씨 서생은 죽어서 수망귀(水莽鬼)가 되었다. 그러나 축씨는  자신을 해친 체신(替身)을 찾아 해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수망초로 인하여 중독에 걸린 사람들을 구해 주려고 애쓰는 귀신이 되었다.

 

講述一個姓祝的書生 路途口渴 巧遇賣茶美麗少女 買茶一杯飲下 頓時腹痛難忍 中毒身亡. 原來此茶是用水莽草泡的. 祝生死後 變成了 水莽鬼’. 但他不肯找 替身害人 反而救助了許多中毒之人.

 

명나라 때의 약초학자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망초(莽草)는 망초(芒草) 또는 서초(鼠草)라고도 부르는데 독이 있으므로 사람이 먹으면 중독된다. 그래서 망초(莽草)란 이름을 얻었는데 이는 난폭한 약초라는 뜻이다. 산속에 사는 사람들이 쥐를 독살할 때 사용하므로 서망(鼠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운남성에서 자라는 수망초는 꽃빛깔이 붉으며 화파화(火把花)라고도 부른다. 악양(岳陽)에서 자라는 수망초는 황등(黃藤)이라고 부르는데 사람이나 가축들이 먹고 나서 반나절이 지나면 창자가 서로 달라붙고 썩어 문드러져서 죽기 때문에 난장초(爛腸草)라고도 부른다.


莽草 又稱芒草 鼠草. 此物有毒 食之令人迷罔 故名. 山人以毒鼠 謂之鼠莽. 生長在滇南者花紅 呼為火把花 生長在岳陽者謂之黃藤. 如入人畜腹內 即粘腸上 半日黑爛 又名 爛腸草’.


 

중국 호남성(湖南省) 악양(岳陽)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호남성 악양에 황등령(黃藤嶺)이라는 산이 있는데 온 산에 뇌공등(雷公藤) 덩굴이 깔려 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은 뇌공등의 여린 싹 대여섯 개를 먹고 죽는다. 십여 년 전에 마풍병(麻風病) 곧 문둥병에 걸린 한 청년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때문에 황등령에 올라가서 뇌공등 한 줌을 뜯어 삶아서 한 대접 마시고 죽으려고 했다. 그런데 마시자마자 즉시 토하고 설사를 하더니 마치 죽은 사람처럼 되어 혼수상태로 하루를 지냈다. 그 다음 날 청년이 깨어났는데 몸이 가벼워졌으며 통증도 거의 없어졌다. 이 청년이 뇌공등을 먹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으며 마풍병이 나았다는 소문이 그 지역 의사한테 알려졌다. 의사는 청년한테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묻고 마침내 뇌공등을 끓여 복용하게 하여 마침내 문둥병을 고치는데 성공하였다.

 

湖南嶽陽有座 黃藤嶺漫山遍野長著雷公藤. 當地人輕生時 只需服下六 七枝雷公藤的嫩芽 就魂歸西天. 十幾年前 有位被麻風病折磨得痛不欲生的青年 特地找到此山 採了一把雷公藤 煎服一碗 想以此了結生命. 不料服後上吐下泄 昏睡了一天 不但沒有死 反而全身輕快 病痛去了大半. 這個 絕處逢生的故事傳到某麻風病防治院 醫生因此受到啟發 於是試用雷公藤煎劑內服治療麻風病 獲得成功.

 

단장초로 나병을 고쳤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즈음 단장초에 들어 있는 트립토라이드(Triptolide)라는 성분이 루푸스, 신장염, , 에이즈, 류마티스관절염, 쇼그렌증후군 등 온갖 난치병과 자가면역질병에 뛰어난 치료효과가 있다고 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독초가 아무리 뛰어난 약효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약으로 써 볼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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