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은행나무목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대표적인 교목. 은행나무목의 단일한 과인 은행나무과에 속한다.
생김새가 피라미드형으로 둥그런 기둥처럼 생긴 줄기에 가지가 많이 달리지 않으며, 키 30m, 지름 2.5m까지 자란다.
껍질은 오래된 나무의 경우 회색빛이 돌고 골이 깊게 패어 있다.
목재는 엷은 색깔이며 가볍고 약하여 경제적 가치는 거의 없다.
잎은 부채 모양으로 가운데 있는 V자형의 새김을 중심으로 둘로 나누어져 있고, 여름에는 흐린 회녹색에서 황록색을 띠나 가을에는 황금색으로 바뀌며 늦가을에 떨어진다.
바람에 의해 수그루의 꽃가루가 암그루의 밑씨에 전해진다.
밑씨가 수정되면 노란 빛을 띤 살구 모양의 씨로 되는데, 씨는 악취가 나는 노란색의 껍질로 둘러싸여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절의 뜰에 심어왔으나 지금은 곰팡이와 벌레에 강하고 아름다운 관상수로서 세계 여러 곳에서 귀중하게 쓰고 있다.
대부분의 겉씨식물과는 달리 도심의 탁한 대기 속에서도 살 수 있다.
은행나무는 페름기(2억 3천~2억 7천만 년 전)에 초기 형태의 은행잎 모양이 알려질 만큼 일찍 지구상에 나타났다.
조금 늦추어 잡아도 공룡시대인 쥐라기(1억 3천 5백~1억 8천만 년 전) 이전부터 지구상에 삶의 터전을 잡아왔다.
대체로 중생대에 이르러서는 약 11종 정도로 번성하였으며, 백악기(6천 5백만~1억 3천 5백만 년 전)에는 지금의 모양과 거의 같은 은행나무가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 후 지질학적인 대변동으로 제3기에 들어오면서 은행나무 일가는 지금의 은행나무만 남게 된다.
그나마 북미는 약 7백만 년 전, 유럽은 2백 5십만 년 전쯤에 멸종되었고, 오늘날에는 극동아시아 대륙에서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몇 번이나 있었던 혹독한 빙하시대를 지나면서 많은 생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데도 의연히 살아남은 은행나무를 우리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은행나무가 처음 지구상에 출현할 당시의 모습을 오늘날까지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계의 냉엄한 현실에서 업그레이드를 소홀히했다가는 순식간에 영겁의 세계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태어날 당시는 지금과 같은 잎 모양이 아니고,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여러 개로 갈라져 있었다.
차츰 진화가 되면서 갈라진 잎들이 합쳐져 오늘날의 부채꼴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이다.
대체로 2~3억 년 전의 화석식물인 은행나무가 멸종되지 않고 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한 환경 적응력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춥거나 덥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라도 살아갈 수 있고, 아무리 오래된 나무라도 줄기 밑에서 새싹이 돋아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나이가 수백 년에서 천 년이 넘는 고목 은행나무의 상당수는 원래의 줄기는 없어지고 새싹이 자라 둘러싼 새 줄기이다.
잎에는 플라보노이드, 터페노이드(Terpenoid), 비로바라이드(Bilobalide) 등 항균성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병충해가 거의 없다.
열매는 익으면 육질의 외피에 함유된 헵탄산(Heptanoic acid) 때문에 심한 악취가 나고, 그 외에 긴코릭산(Ginkgolic acid) 등이 들어 있어서 피부염을 일으키므로 사람 이외에 새나 다른 동물들은 안에 든 씨를 발라먹을 엄두도 못 낸다.
씨앗을 먼 곳까지 보내는 것을 포기한 대신에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을 원천봉쇄한 셈이다.
한때 지구상의 여러 대륙에 있던 은행나무 종족들이 최종적으로 살아남게 된 곳은 중국이다.
자생지와 관련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양쯔강 하류의 톈무산(天目山) 일대에서 자생지로 추정되는 은행나무들을 찾아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때 불교 전파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은행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로 유명하다.
은행나무 고목으로서 보호받고 있는 것만 해도 거의 800그루에 이른다.
이들 중 천연기념물 22그루, 시도기념물 28그루가 문화재 나무로 지정되어 있으며, 나이가 천 년이 넘은 은행나무도 여러 그루 알려져 있다.
은행나무는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다른 나무가 갖지 못하는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특별함이 있다. 우선 나무를 잘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세포 속에 독특한 모양을 한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정도 되는 다각형의 작디작은 ‘보석’이 들어 있다. 이것은 수산화칼슘이 주성분인데, 현미경 아래에서 영롱한 빛을 내어 은행나무에 또 하나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 성균관 명륜당에 천연기념물 59호로 지정된 문묘은행나무를 비롯한 몇몇 고목 은행나무에는 ‘유주(乳柱)’라는 특별한 혹이 생기기도 한다. 유주는 모양새가 여인의 유방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공기뿌리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암수가 다른 나무로 진기하게도 수꽃에는 머리와 짧은 수염 같은 꽁지를 가지고 있는 정충이 있다. 그래서 동물의 정충처럼 비록 짧은 거리지만 스스로 움직여서 난자를 찾아갈 수 있는 특별한 나무다.
은행나무는 흔히 바늘잎나무에 넣는다. 잎이 넓적한 모양새로 보아서는 넓은잎나무에 속하는 것이 옳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나무를 이루고 있는 나무세포의 종류와 모양, 그리고 배열로는 바늘잎나무와 거의 비슷하다. 사실 나무 종류를 보다 정확하게 나눈다면 ‘은행수(銀杏樹), 침엽수, 활엽수’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나눔이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선조를 따지고 한참을 올라가도 여전히 한 종류밖에 없어서 식물분류학의 단위로 보아도 1목, 1과, 1속, 1종일 뿐이다. 하나밖에 없는 은행나무 때문에 ‘은행수’를 따로 떼어내어 취급하기는 너무 불편하니 편의상 바늘잎나무에 포함시킨다.
• 생육환경
①은행나무는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이며 뿌리가 깊게 들어가 습기 있는 땅을 좋아하나 건조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
②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 되는 비옥하고 평평한 땅에서 장수한다.
바닷 바람에도 견디고 공해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며 줄기를 끊어 수형을 다듬어 줄 수도 있다.
③이식이 잘 되므로 비교적 큰 나무도 옮겨 심을 수 있다. 내화성, 내한성도 강하며 이식도 용이하다.
④맹아력이 있어서 늙은 나무 뿌리목 부근에서 흔히 많은 움가지가 돋아나고 이것이 큰 나무로 되기도 한다.
• 생육지
①압록강변 강계에도 큰 은행나무가 있고 만주 심양에도 식재한 나무가 크게 자라고 있어 내한성이 강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심양의 절대 최저 기온은 약 영하 38℃이다. 한편 중국 남쪽으로는 광주에 이르기까지 자라고 있어서 적온 영역이 넓다.
②우리나라에서는 야생의 나무는 발견되지 않고 사람의 식재에 의한 나무만이 자라고 있다.
야생의 은행나무는 중국 양자강 하류 천목산에서 발견되었는데 그곳은 해발 500-1,000m 되는 곳으로 토양산도는 pH 5.0-5.5인 황색 양토이다.
은행나무는 암수 딴그루(자웅이주)이다.
즉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 마주 있어야 열매가 열린다.
이는 동물의 정충처럼 생긴 꽃가루가 스스로 움직여서 난자를 찾아가 수정되어야만 비로소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은행나무가 단풍들 때 쯤이면 암나무의 열매가 떨어져 나무 밑이 지저분하고, 악취가 진동을 한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고, 여기서 뽑아낸 암나무는 가로가 아닌 녹지나 공한지에 심어 경관수 또는 유실수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많이 심겨지기도 하지만, 수명이 길고, 수형이 아름다워서 독립수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교목(校木), 시도목(市道木)으로도 가장 많이 지정된 우리와 아주 친숙한 나무이다.
은행나무는 생명력이 강하고, 오래 사는 장수목으로도 유명하다.
약 2억 5천만년 전부터 지구상에 살아온 이 나무는 그동안 여러 번의 혹독한 빙하기를 견뎌내고 지금까지 살아온 1과, 1속, 1종의 화석식물로 유명하다. 2
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 이듬해 가장 먼저 푸른 새싹을 틔울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중 하나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30호,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1,100살 정도 된다고 한다.
그 크기 또한 높이 60m, 둘레 4m로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라 한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손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여행을 가다가 심었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 외 21그루의 은행나무 노거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바야흐로 은행나무 단풍잎의 계절이다.
지금 도심의 어느 가로길을 거닐더라도 노란색 은행나무 단풍잎이 발밑에 밟히지 않는 곳이 없다.
우리나라에 식재된 가로수 중에서 왕벚나무를 비롯한 벚나무류가 22%로 가장 많고, 은행나무가 18%로 그 다음으로 차지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초기생장은 느리지만, 도시의 공해에 잘 견디고, 이식력도 강하며, 가을의 단풍과 나무의 수형이 아름답기 때문에 가로수로 선호되는 수종이다.
식재 후 관리비가 적게 드는 것 또한 가로수로서의 큰 장점이다
이 가을,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찾아 노랗게 물든 가로수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싹이 튼 지 20년 이상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씨를 심어 손자를 볼 나이에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라고도 부른다.
가을에 껍질 안에 들어 있는 씨를 까서 구워먹거나 여러 요리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껍질을 벗겨 말린 씨를 백과(百果)라고 하는데, 폐와 위를 깨끗하게 해주며, 진해·거담에 효과가 있다.
씨를 둘러싸고 있는 물렁물렁한 겉껍질은 불쾌한 냄새가 나며 피부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잎에는 여러 가지 화합물이 들어 있는데, 특히 방충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틸산이 있어 잎을 책 속에 넣어두면 책에 좀이 먹지 않으며, 몇몇 플라보노이드계(系) 물질은 사람의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도
• 주요 조림수종 : 조경수종, 내공해수종
• 가을단풍과 수형이 아름다워 가로수, 녹음수, 독립수로 식재한다.
• 목재는 결이 곱고 광택이 있어 고급 가구재로 쓰인다.
• 열매는 식용한다.
• 종자는 白果(백과), 근(根) 및 근피(根皮)는 白果根, 나무껍질은 白果樹皮, 잎은 白果葉이라 하며 약용한다.
⑴白果 - ①성분 : 종자는 소량의 靑酸配糖體(청산배당체), gibberellin, cytokinin과 같은 물질을 함유한다. 內胚乳에서는 2종의 ribonuclease가 추출된다. 外種皮는 유독성분 ginkgolic acid, hydroginkgolic acid, hydroginkgolinic acid, bilobol, 등을 함유한다. 花粉은 다종의 amino acids, glutamine, asparagine, 단백질, 구연산, 蔗糖(자당) 등을 함유한다. 수꽃은 raffinose를 함유한다. ②약효 : 肺氣(폐기)를 收斂(수렴), 喘嗽(천수)를 진정시키고 滯濁(체탁)을 멈추게 하며 소변을 줄이는 효능이 있다. 哮喘(효천-천식), 痰嗽(담수), 白帶(백대), 淋(임)으로 인한 小便白濁(소변백탁), 遺精(유정), 淋病(임병), 小便頻數(소변빈수)를 치료한다.
⑵白果根(백과근) - ①9-10월에 채취한다. ②성분 : 근피는 ginkgolide C,M,A,B를 함유한다.
③약효 : 益氣(익기) 및 허약을 補하는 효능이 있다. 白帶(백대), 遺精(유정)을 치료한다. 또 다른 약과 배합해서 虛弱勞傷(허약노상-과로로 인한 쇠약) 등의 증상을 다스린다.
⑶白果樹皮 - ①성분 : Tannin을 함유한다. 내피는 shikimic acid를, 목질부는 cellulose, hemicellulose, lignin, glucomannan, arabino-4-ο-methylglucuronoxylan, 다량의 raffinose를 함유한다. 가지는 hexacosanol, sterold을 함유하며, 雌雄 樹皮는 raffinose를 함유한다. ②약효 : 볶아서 재를 만들어 기름으로 개서 牛皮銅錢癬(우피동전선)을 문지른다.
⑷白果葉(배과엽)- ①성분 : 잎은 isorhamnetin, kaempferol, kaempferol-3-rhamnoglucoside, quercetin, rutin, quercitrin, ginkgetin, isoginkgetin, ginkgolide A,B,C, catechin, epicatechin, gallocatechin 등 tannin 類의 성분을 함유한다. 또한 shikimic acid, α-hexenal, linolenic acid, β-sitosterol 및 미량의 stigmasterol 등을 함유한다. ②약효 : 益氣(익기), 收肺(수폐), 化濕(화습), 止瀉(지사)의 효능이 있다. 胸悶心痛(흉민심통), 심계정충, 痰喘咳嗽(담천해수), 水樣性下痢(수양성하리), 白帶白濁(백대백탁)을 치료한다
• 천연기념물
①제30호 - ⓐ소재지:경기 양평 용문사 ⓑ지정사유:노거수(老巨樹) ⓒ수령 1,100년, 수고 62m.
②제59호 - ⓐ소재지:서울 종로 명륜동 ⓑ지정사유:노거수(老巨樹) ⓒ수령 400년, 수고21m, 직경 7.3m, 수관폭 동10.5m, 서12m, 남10m, 북12m.
③제64호 - ⓐ소재지:경남 울산 두서면 ⓑ지정사유:노거수 ⓒ수령 500년, 수고 22m, 직경 12.9m, 수관폭 동18.3m, 서13m, 남12.3m, 북16.8m.
④제76호 - ⓐ소재지:강원 영월 하송리 ⓑ지정사유:노거수 ⓒ수령 1,000-1,200년, 수고 18m, 흉고줄기둘레 14.9m, 수관폭 동13m, 서11.6m, 남14.5m, 북11.5m.
⑤제300호 - ⓐ소재지:경상북도 금릉군 대덕면 ⓑ면적:1주 400㎡ ⓒ지정사유:노거수 ⓓ수령:400년
⑥제301호 - ⓐ소재지:경상북도 청도군 이서면 ⓑ면적;1주 340㎡ ⓒ지정사유:노거수 ⓓ수령:400년
⑦제302호 - ⓐ소재지:경상남도 의령군 유곡면 ⓑ면적:1주 326㎡ ⓒ지정사유:노거수 ⓓ수령:550년
⑧제303호 - ⓐ소재지:전라남도 화순군 이서면 ⓑ면적:1주 314㎡ ⓒ지정사유:노거수 ⓓ수령:800년
⑨제304호 - ⓐ소재지:경기도 강화군 서도면 ⓑ면적:1주 314㎡ ⓒ지정사유:노거수
⑩제319호 - ⓐ소재지:경상남도 함안군 칠북면 ⓑ면적:1주 314㎡ ⓒ지정사유:노거수 ⓓ수령:500년
⑪제320호 - ⓐ소재지:충청북도 부여군 내산면 ⓑ면적:1주 1,158㎡ ⓒ지정사유:노거수 ⓓ수령:500년
⑫제385호 - ⓐ소재지: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 ⓑ면적:2,825㎡ ⓒ수령:약 800년(추정) ⓓ크기:높이30m, 가슴높이줄기둘레 6.75m, 가지길이(동 16.5m, 서13m, 남10.9m, 북13.5m)
• 암수 딴 그루이고 오래된 나무는 대개가 암나무이다.
• 학명 가운데 종속명 biloba는 두 갈래로 갈라진 잎을 뜻한다.
• 심, 변재의 구분이 불분명하며, 변재는 황갈색으로 춘추재의 구분이 불분명하며 목리는 치밀하고 광택은 보통이며 향기가 강하고 절삭가공, 건조, 도장이 용이하고 접착성은 보통이고 내후 보존성은 낮고 내수성은 양호하며 할렬이 용이하다.
은행나무목에 속하는 화석식물이 여러 곳에서 20여 종류가 발견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2000. 3)
번호 | 위치 | 수령(년) | 높이(m) | 나무둘레(m) 각주1) |
30 |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산99-1 | 1,100 | 60 | 14 |
59 | 서울 종로구 명륜동3가 53 | 400 | 21 | 7.3 |
64 | 울산 울주군 두서면 구량리 860 | 530 | 22 | 11.9 |
76 | 강원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190-4 | 1,000~1,200 | 18 | 14.9 |
84 |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 329-8 | 1000 | 20 | 12.4 |
165 | 충북 괴산군 청안면 읍내리 221-2 | 950 | 17 | 7.1 |
166 |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 643 | 800 | 22 | 9.8 |
167 | 강원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1495-1 | 800 | 33 | 13.1 |
175 각주2) |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943 | 700 | 37 | 14.5 |
223 |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139-14 | 700 | 35 | 10.8 |
225 | 경북 구미시 옥성면 농소리 436 | - | 30 | - |
300 | 경북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산51 외 2필 | 420 | 28 | 11.6 |
301 | 경북 청도군 이서면 대전리 638 외 2필 | 400 | 29 | 8.5 |
302 | 경남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 808 외 3필 | 550 | 21 | 10.3 |
303 |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 182-1 외 4필 | 500 | 31 | 9.4 |
304 | 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리 산186 외 1필 | - | 24.5 | 8 |
320 | 충남 부여군 내산면 주암리 148-1 외 4필 | 800 | 25 | 9.2 |
365 |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709 | 1,000 | 40 | 10.4 |
385 | 전남 강진군 병영면 성동리 70 | 500 | 30 | 6.75 |
402 | 경북 청도군 청도읍 원리 산217 | - | - | - |
406 | 경남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779 | 1,100 | - | - |
해마다 가을을 알리는 냄새가 있다. 도심의 가로수 길을 걷다보면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바쁜 출근길 직장인들이 자기도 모르게 지그재그로 걷고 있다. 바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알 때문이다.
자칫 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Ginkgo biloba)의 종자를 밟으면 과육질이 구두에 묻어 회사 사무실에서 불쾌한 냄새를 풍길 수 있다.
은행알에서는 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일까?
개나리나 목련, 진달래와 같은 나무는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에서 피기 때문에 모든 나무마다 열매가 열린다.
반면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자라서 암나무에서만 종자가 난다.
우리가 흔히 은행나무 열매라고 알고 있는 은행알은 실은 열매가 아니라 은행나무 종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학문적으로 은행나무는 침엽수(나자식물)에 속하고 자방(종자가 들어있는 방)이 노출돼 있어 열매가 생기지 않고 종자만 생긴다.
은행알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암나무에 열리는 종자의 겉껍질에서 난다.
겉껍질을 감싸고 있는 과육질에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수컷 은행나무만 골라 가로수로 심으면 도심에서 고약한 냄새를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어른으로 자라나 종자를 맺기 전까지 암수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어린 은행나무는 심은 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야 종자를 맺을 수 있는데,
다 자란 다음에 암수를 구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처럼 은행나무는 손자대에 가서야 종자를 얻을 수 있다고 해 ‘공손수(公孫樹)’란 별칭이 있다.
수명이 긴데다 종자의 결실도 매우 늦다는 데서 얻어진 이름이다.
그런데 2011년 6월 국립산림과학원이 은행나무 잎을 이용해 암수를 식별하는 ‘DNA 성감별법’을 개발했다.
은행나무 수나무에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DNA 부위를 검색할 수 있는 ‘SCAR-GBM 표지’를 찾아낸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1년생 이하의 어린 은행나무도 암, 수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은행나무는 지구에서 살아온 온 역사가 길다.
식물학자들은 은행나무가 약 3억 5,0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 초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살았던 은행나무 가운데 일부는 땅속에 묻혔다가 오늘날 석탄 혹은 석유 형태로 쓰이고 있다.
은행나무는 중생대 쥐라기 때 가장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룡들과 함께 지구상에 군림했던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공룡들도 뜨거운 태양을 피하려면 키가 큰 은행나무의 그늘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은행나무가 아니라 ‘바이에라 은행나무(Ginkgo baiera)’가 번성했다.
바이에라 은행나무는 현재의 은행나무와 비교하면 잎이 더 많이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고 키도 훨씬 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바이에라 은행나무는 멸종돼 지금은 화석으로만 볼 수 있다.
중생대 말 백악기가 도래하면서 현재의 은행나무가 번성하기 시작해 1억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나무도 인간의 꼬리뼈처럼 진화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과연 그 흔적은 어디에 있을까?
태초에 생명체는 물속에 살고 있었는데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식물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육상 환경에 맞도록 자신의 신체를 변화시켰다.
은행나무도 여기에 동참했다. 물속식물은 수컷의 정자와 암컷의 난자를 물속에 뿌려 수분을 맺도록 했다.
땅 위에 살고 있는 식물의 꽃가루에 해당하는 것이 정자다.
물속에서는 꽃가루를 운반해줄 바람이 불지 않는다. 물고기가 벌과 나비를 대신해 꽃가루를 옮겨다 주지도 않는다.
때문에 정자는 여러 개의 꼬리를 달고 물속을 헤엄쳐 난자를 찾아다녀야 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육상에서 자손을 남길 수 없었다. 결국 암컷의 난자는 세포 안에서 수컷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난자는 다른 세포로 둘러싸인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정자가 찾아오길 기다린 것이다.
오늘날 육상식물은 바람과 벌, 나비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운동성을 지닌 꼬리가 필요 없다.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그런데 은행나무만은 여전히 정자에 꼬리를 달고 있다.
꼬리가 없다면 꽃가루라 불러야 마땅하지만 스스로 움직이면서 운동할 수 있어 ‘정충’이라 부른다.
1895년 일본인 히라세 교수가 정충을 처음 발견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충이 스스로 움직여 이동할 수 있다는 표현을,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혹은 한 가지에서 이웃가지로 나무껍질을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오해다.
암꽃의 안쪽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우물이 있고, 이 우물의 표면에 떨어진 정충이 짧은 거리를 헤엄쳐 난자 쪽으로 이동하는데 꼬리를 쓰는 것이다.
은행나무 종자는 원시시절 물속식물이 지녔던 흔적인 것이다.
이제껏 식물학자들은 지구 어딘가에 야생 상태로 자라는 은행나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 쓰촨성과 윈난성 같은 오지를 답사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중국 양쯔강 하류 절강성과 안휘성의 경계를 이루는 톈무산맥의 해발 약 2,000m 지점에서 야생지를 발견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라는 은행나무도 과거 중국에서 들어온 외국수종이란 얘기다.
신기한 것은 깊은 산속에서는 은행나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 있는 은행나무도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듯 깊은 산 속에 자라더라도 인간이 옮겨다 심은 것이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은행나무 종자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바람에 의해 산 위로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하지만 참나무류 열매인 도토리는 크고 무거워도 다람쥐가 겨울철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옮겨다 땅에 묻는다.
이 가운데 일부는 매년 봄 싹이 돋아나 나무로 자라난다.
그렇다면 은행나무를 옮겨다 심어주는 동물은 없을까?
아쉽게도 종자를 덮고 있는 과육질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만지면 피부가 가렵기 때문에 다른 동물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만이 은행알을 먹으며, 다른 곳에 종자를 퍼트려 준다.
인간이 사는 곳 부근에서만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은행알의 고약한 냄새는 은행나무가 인간에게만 보내는 비밀 신호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