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水 天下/대구 자락 올래 둘레길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7] 탑골입구∼깔딱고개∼상상골∼염불암∼폭포골∼동화사 봉황문 코스

초암 정만순 2018. 1. 21. 17:21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7]

탑골입구∼깔딱고개∼상상골∼염불암∼폭포골∼동화사 봉황문 코스



영남일보-대구시걷기연맹-대구녹색소비자연대-대경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 공동기획


200여개 나무계단에 숨이 깔딱깔딱 나무에 걸린 시계는 시간을 멈추고 그림같은 폭포수에 마음의 때 씻네

우렁찬 냇물 소리가 귀를 깨우고 숨구멍을 열어 젖힌다. 물소리의 경쾌함이 ‘이물질’로 꽉찬 머릿속을 비워주는 듯하다.

하늘 높이 쭉 뻗은 빽빽한 나무는 눈마저 초록으로 물들이고, 새소리를 물고 오는 산들바람은 가슴 속 깊이 전해진다.

어여쁘게 부서지는 흰 물보라에 손을 대본다. 자석에라도 끌리듯 손은 다시 냇물에 닿는다. 차디찬 기운이 숨을 고르게 한다.

‘쉼표’란 이런 느낌일까. 인생도 이렇게 가끔씩 쉼표를 찍고 싶어진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 길’의 일곱번째 코스는 탑골 등산로 입구에서 시작해 깔딱고개, 상상골, 동화사, 폭포골, 동화사 봉황문 등을 거치는 조용한 길이었다. 총 8.17㎞ 의 ‘대구올레 팔공산 7코스’로, 내내 뜨거운 태양과 마주하는 일이 없는 숲길·산길이 이어졌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무렵, 걷기 특별취재팀장인 이지용 영남일보 사진기자와 오병현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장, 진선아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 간사 그리고 나영민·류창기 영남일보 기자와 함께 출발선에 섰다.


◆ 탑골 등산로 입구~깔딱고개 입구(760m)
탑골 등산로는 팔공산의 수많은 등산로 가운데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코스 중 하나다.
시멘트길을 걷다보면 이내 텐트가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동화사집단시설지구 야영장이 나온다. ‘1박2일 텐트 치고 놀면 딱 좋겠다’라는 생각을 품고 좀더 발걸음을 떼면 흙길이 반갑게 고개를 내민다. 친밀했던 빽빽한 나무 사이를 살짝 갈라놓은 듯한 길이다. “비온 뒤 흙길이라 더 좋네”라며 모두 공감한다. 빼곡한 나무들이 만드는 그늘과 흙길이 계속 이어져 여름에 걷기 코스로 강추할 만하다. 입장료 없이 동화사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코스라니 착한(?) 길이기도 하다.

◆ 깔딱고개 입구~상상골(1.1㎞)
고개를 들어도 온전히 푸른 하늘을 느낄 수 없다. 나무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주는 조그마한 수십개의 하늘만이

보일 뿐이다. 별빛 같은 하늘에 취해보는 것도 잠시, 곧이어 200여개의 나무계단이 겁을 준다. “초입에 군기 잡는 곳이죠.” 이름에 맞게 깔딱깔딱 숨 넘어갈 듯 힘든, ‘깔딱고

개’다. 고개를 8할즈음 지났을 무렵 아주머니 등산객 무리 중 한명이 “깔딱고개 힘들어서 이 길로 못온다”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투덜거림은 곧 흥겨움으로 승화된다. “깔딱 고개 힘들~어 못 오겠네~. ♪♬” 아리랑 음률에 맞춘 ‘깔딱 고개송’을 부르는 아주머니 덕에 가뿐 숨이 휴식을 취한다.

200여개의 계단을 모두 오르고 나면 오른쪽에 쉼터가 있다. 수고했다는 의미이니 물 한모금 마시고 가도 좋다. 탑골등산로에서 상상골까지는 사전 예약시 숲 해설도 들을 수 있다.

◆ 상상골~염불암 삼거리(1.72㎞)

상상골은 아날로그 카페같다. 벽시계와 벤치가 멋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은 쉼터다.

벽시계는 멈춰 있다. 시계 자체만 봐서는 고물상에서도 취급하지 않을 법할 정도로 볼품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낭

만미를 풍긴다. 같은 물건이라도 놓인 위치에 따라 아우라가 달라지는 것 아니겠는가. 멈춘 벽시계에 맞춰 덩달아 잠시 시간을 멈춰본다. 나무향에 취하며 한숨을 돌려본다. 조용히 심호흡을 해본다. 그리고 걷는다.

다시 발길을 멈춘다. 가로 6m, 세로 3m 가량의 큰 돌이 나무 사이에서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돌 위에는 신기하게도 풀이 나 있어 한번더 눈맞춤을 하게 된다. 이내 냇물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물소리 음률을 눈감고 만끽하다 보면 가슴이 뚫리는 것만 같다. 어떤 자연의 소리보다 청아한 물소리를 뒤로 하고 동화사 경내로 가는 길을 향해 냇가를 건넌다. ‘염불암 0.7㎞’라는 팻말이 보이는 삼거리에서 동화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 염불암 삼거리~폭포골 가는 길 입구(3.76㎞)

 

동화사로 가는 길은 쭉 뻗은 나무들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시멘트 길이지만 나무·물소리와 어울려 함께 걷는 발걸 음이 가볍다. 냇물 소리는 들렸다 말았다를 반복하며 기다림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 길에서는 비구니들의 참선도량인 부도암과 부도암 부도를 만나게 된다. 부도암 부도는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모신 곳으로 팔각원당형의 모습을 띠고 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고, 상륜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부도암 정문을 지나면서부터 스님들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동화사가 기다린다. 봉황이 깃든 누각이라는 뜻의 봉서루를 비롯해 대웅전, 비로암, 통일대불 등의 불 교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다. 봉황문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폭포골 가는 길’에 다다르게 된다.

◆ 폭포골 가는 길 왕복∼동화교 버스정류장(8.17㎞)

폭포골 가는 길은 무성한 나무와 풀 사이의 좁은 길을 걸으면서 작은 폭포수 음률과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시간이다. 1960~70년대에는 인기코스였는데 지금은 인적이 드문 길이 됐다. 올라가다보면 여관으로 사용됐다는 터만 앙상히 남아 예전의 번화하던 시절을 전해주고 있을 뿐이다.

폭포골 가는 길 초입, 크지 않은 폭포수가 뽀오얀 물보라를 머금고 콸콸 소리를 지르며 일행을 반긴다. “자연 에어컨이에요. 지나가보세요.” 앞을 지나가는데 서늘한 기운이 오싹할 정도로 느껴져 놀란다. ‘이야, 추운데….’ 혼잣말을 한다.

이내 작고 이끼 낀 돌다리가 나타난다. “오작교네. 견우와 직녀가 건넌 다리야”라고 일행이 농을 던져 한번 웃는다. 좀더 걷다보면 갓바위 미니어처 격인 ‘작은 갓바위’가 나타나 또한번 미소 짓게 한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증이 샘솟는다.

폭포수는 투명하고 차다. 물에 살짝 담근 손으로부터 온몸으로 냉기가 퍼진다. 잊을 만하면 휘 지나가는 선선한 바람도 몸을 개운하게 한다.

이번 코스의 백미인 폭포골을 뒤로 하고 봉황문을 향한다. 보물 243호인 마애불좌상에서 발길을 멈춘다. 마애불좌상은 동화사를 창건한 심지대사가 손수 정을 들고 새겼다는 말이 전해진다. 구름무늬의 사실적인 표현으로 불상이 더욱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훤칠한 길을 따라 걸으며 동화사 매표소를 지나고 마침내 버스정류장에 이른다. 오후 3시 무렵, 이제서야 짜릿한 햇볕과 눈싸움을 해본다. “오늘은 내내 그늘이라 걷기 좋았어요. 날씨도, 코스도 딱이네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등산객은 날 따르세요” 길 안내하는 강아지 ‘뚱이’

뜬금없이 이번 걷기 코스의 인솔자가 생겼다.
걷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등장해 우리를 인도한 강아지<사진>였다.

이름은 뚱이. 형제들보다 유난히 뚱뚱하게 태어나 붙여진 이름이다.
진돗개 아빠와 코커스파니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엄마를 닮은 숏다리가 귀여운 강아지다.

뚱이의 주인인 김혜주 탑골식당 사장은 “팔공산 등산하러 자주 오는 사람들 중에서 뚱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운동을 좋아해서 등산객을 인도하면서 산행을 자주 한다.
특히 여자를 좋아해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함께 등산을 하러 간다”며 “누나와 함께 등산을 다녔는데, 작년 가을에 누나가 죽는 바람에 이제 혼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뚱이는 갓바위나 동봉 등 멀리까지 산행을 가 기도 하고 동화사 법당에도 간혹 들어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