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9]
‘갓바위 식수대∼관봉∼해나리골∼대웅전’ 코스
대구서 한 번, 경산서 한 번…갓바위 색다르게 하루 두 번 오르다
많은 계단이 놓인 갓바위 등산로는 천천히 느릿느릿 오르는 게 좋다. |
잠시 긴 숨을 들이마셔본다. 폐부 깊은 곳까지 공기가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간다. 이곳이 그리도 바라던 그곳이었던가. 눈을 떠보니 팔공산이다. 사방을 둘러보니 모두 푸르다. 이곳에는 없는게 없다. 각종 동·식물과 흙, 계곡물, 맑은 공기까지. 돈은 아니지만 마음과 정신을 풍부하게 해주는 게 천지다.
또 있다. 종교를 넘어 소원이 있다면 갓바위에 올라보자. 욕망과 소원은 다르다. 이기심의 중심이 전자라면 후자는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속에서 염원과 바람이다. 그래서 부처같은 신도 그런 기도는 잘들어준다. 갓바위를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대표적인 게 갓바위로를 따라 갓바위 관리사무소를 지나가는 길과 경산에서 진입하는 길이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 길’의 아홉 번째 코스는 갓바위 관리사무소에서 시작된다. 이곳 주차장은 유료라서 그런지 자가용 보다는 대부분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산객들이 많아 보였다. 이날 관봉 석조 여래좌상(보물 제431호)까지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남짓. 거리는 2㎞ 정도다. 중간에 용왕당을 지나 태고종사찰인 관암사, 팔관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경사가 높은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관봉 정상에서 다시 약사암 방향으로 내려가 용주암을 지나면 사방댐을 따라 해나리골 도로가 보인다. 이곳은 경산에서 갓바위로 가는 도로다. 이곳에서 다시 걸으면 803번 종점 버스정류장에 도달한다. 버스에서 내려 금륜교를 지나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대중 공양을 하는 삼성각이 보이는데 여기서 대웅전까지 12㎞ 정도 코스다.
◆갓바위 식수대~관봉(1.8㎞)
지난 9일 오전 9시 걷기 특별취재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지용 팀장(영남일보 사진부 차장), 서태숙 팔공산연구소 사무국장 등과 출발한 이날 일정은 흐린 날씨탓에 출발부터 걱정이 앞섰다. 남부지방에 내린 기상청의 호우경보로 대구시내는 물론, 팔공산에도 이날 이른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러나 기우였다. 팔공산은 넉넉했다. 날씨의 시샘에도 아랑곳 않고 산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갓바위 정상인 관봉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다. 콘트리트 길과 바위 계단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산책과 걷기에 등산이 더해진다. 다행히 따가운 햇볕은 이날 없었다. 시원한 바람까지 덤으로 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용왕당. 토속신앙에 바탕을 둔 이곳에서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소원 성취를 위해 절을 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용왕당을 지나 돌계단길을 오르는 것으로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된다. 엊그제부터 태풍으로 인해 비가 많이 내려 산 곳곳은 위에서부터 아래 골짜기 마다 물이 한정없이 흘렀다. 돌계단길 곳곳은 마치 작은 폭포가 된 것처럼 물이 넘쳤다. 특히 돌덩이를 모아 흘러내리는 물을 모은 곳에서 목을 축이니 그 맛은 꿀맛이다. 산이 속세에 때묻은 중생에게 내린 선물이 아닐까.
선물은 더 있다. 바로 산바람. 에어컨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염이 전혀 없다. 그래서 숨을 내쉬기도 편안하다. 머리도 맑다. 아 이곳이 바로 천상의 생태계가 아닌가. 땀으로 적신 몸이 흡사 공중을 날 듯 가볍다.
그런데 앞서가던 이지용 팀장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찍는다. 다람쥐다. 이곳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미물도 살기를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 고라니가 대표적이다. 산길을 걷는 등산인들이 종종 겪는 경험을 전하면 인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란다. 귀신이 아니다. 살기를 가진 인간의 마음을 고라니도 직감적으로 안다. 이 팀장은 땅콩으로 다람쥐를 유혹하며 천연덕스럽고 해맑은 다람쥐에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계속 누른다.
◆관봉~해나리골(1㎞)
돌계단을 계속 오르며 팔관정을 지나간다.
쉬고픈 욕구가 솟구치지만 땀을 닦는 것으로 갈음했다. 갈수록 시원한 바람이 무거운 엉덩이를 밀어올리듯 몸을 가볍게 해준다. 그러기를 30여분. 드디어 정상이다. 정확한 명칭은 관봉석조 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다. 위치는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산44번지. 평일 낮인데도 불전에는 소원을 비려고 찾아든 불자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불상은 아무 말 없이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머리 위에는 누가 올려놓았는지 거대한 돌판이 갓 형태로 얹혀있다. 대단하다. 그 무거운 돌덩이를 어떻게 저 위치에다 올렸을까. 이런 신비한 물음과 기운 때문인지 이곳은 해마다 수능을 앞두고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들로 몸살을 앓는다.
물론 시줏돈 수입도 꽤 짭짤하다고 한다. 들리는 말로는 대략 30억원 정도. 이 밖에 쌀이나 기타 공양으로 사회복지 사업이나 총무원 운영비로 쓰인다고 한다. 불전 앞 기도자들은 세상을 잊은 듯 보였다. 무슨 번뇌나 소원이 있기에 저리도 열심히 절을 하는 것일까. 삼배는 기본. 108배, 1천80배, 3천배까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듯 부처는 신자들을 시험하는 듯 했다.
다시 발걸음을 약사암 방향으로 돌렸다. 돌계단을 내려가다보면 하양 대구 방향으로 간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해나리골로 걸어간다. 중간에 팔공산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잠시 쉬어가고 싶으면 이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도 있다.
◆해나리골~대웅전(8㎞)
길 오른쪽으로는 계곡물이 흐른다.
이 물을 조절하는 사방댐이 얼마전 완공됐다. 하지만 경산시에서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해 2차로 넓이의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27억원을 들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굉음을 내는 공사장비가 눈에 거슬렸다. 길을 넓히려면 불가피하게 나무와 계곡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안타깝다. 내리막길의 묘미를 즐기는 것도 잠시. 오르막길이다. 이제 관봉 방향으로 다시 오른다.
이 도로는 경산에서 갓바위로 향하는 길이다. 도로도 시원스럽게 뚫렸다. 불과 2년전에는 눈길에 차량이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경산시가 예산을 들여 차가 드나들기 쉽게 만들었다. 그래서 803번 종점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803번 종점에서 갓바위 정상으로 가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금륜교를 지나자 돌계단이 이어진다. 10여분 남짓 삼성각이 보인다. 이곳에는 대중 공양을 한다. 짠무지에 시래깃국이 반찬의 전부. 그래도 지나는 길손에게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출출한 배를 채우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마지막 힘을 다해 대웅전에 도착했다. 4층 석탑이 보인다. 작지만 웅장하다. 갓바위를 오르 내리다 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3시가 됐다.
영남일보-대구시걷기연맹-대구녹색소비자연대-대경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 공동기획
또 있다. 종교를 넘어 소원이 있다면 갓바위에 올라보자. 욕망과 소원은 다르다. 이기심의 중심이 전자라면 후자는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속에서 염원과 바람이다. 그래서 부처같은 신도 그런 기도는 잘들어준다. 갓바위를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대표적인 게 갓바위로를 따라 갓바위 관리사무소를 지나가는 길과 경산에서 진입하는 길이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 길’의 아홉 번째 코스는 갓바위 관리사무소에서 시작된다. 이곳 주차장은 유료라서 그런지 자가용 보다는 대부분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산객들이 많아 보였다. 이날 관봉 석조 여래좌상(보물 제431호)까지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남짓. 거리는 2㎞ 정도다. 중간에 용왕당을 지나 태고종사찰인 관암사, 팔관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경사가 높은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관봉 정상에서 다시 약사암 방향으로 내려가 용주암을 지나면 사방댐을 따라 해나리골 도로가 보인다. 이곳은 경산에서 갓바위로 가는 도로다. 이곳에서 다시 걸으면 803번 종점 버스정류장에 도달한다. 버스에서 내려 금륜교를 지나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대중 공양을 하는 삼성각이 보이는데 여기서 대웅전까지 12㎞ 정도 코스다.
◆갓바위 식수대~관봉(1.8㎞)
지난 9일 오전 9시 걷기 특별취재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지용 팀장(영남일보 사진부 차장), 서태숙 팔공산연구소 사무국장 등과 출발한 이날 일정은 흐린 날씨탓에 출발부터 걱정이 앞섰다. 남부지방에 내린 기상청의 호우경보로 대구시내는 물론, 팔공산에도 이날 이른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러나 기우였다. 팔공산은 넉넉했다. 날씨의 시샘에도 아랑곳 않고 산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갓바위 정상인 관봉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다. 콘트리트 길과 바위 계단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산책과 걷기에 등산이 더해진다. 다행히 따가운 햇볕은 이날 없었다. 시원한 바람까지 덤으로 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용왕당. 토속신앙에 바탕을 둔 이곳에서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소원 성취를 위해 절을 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용왕당을 지나 돌계단길을 오르는 것으로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된다. 엊그제부터 태풍으로 인해 비가 많이 내려 산 곳곳은 위에서부터 아래 골짜기 마다 물이 한정없이 흘렀다. 돌계단길 곳곳은 마치 작은 폭포가 된 것처럼 물이 넘쳤다. 특히 돌덩이를 모아 흘러내리는 물을 모은 곳에서 목을 축이니 그 맛은 꿀맛이다. 산이 속세에 때묻은 중생에게 내린 선물이 아닐까.
선물은 더 있다. 바로 산바람. 에어컨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염이 전혀 없다. 그래서 숨을 내쉬기도 편안하다. 머리도 맑다. 아 이곳이 바로 천상의 생태계가 아닌가. 땀으로 적신 몸이 흡사 공중을 날 듯 가볍다.
그런데 앞서가던 이지용 팀장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찍는다. 다람쥐다. 이곳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미물도 살기를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 고라니가 대표적이다. 산길을 걷는 등산인들이 종종 겪는 경험을 전하면 인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란다. 귀신이 아니다. 살기를 가진 인간의 마음을 고라니도 직감적으로 안다. 이 팀장은 땅콩으로 다람쥐를 유혹하며 천연덕스럽고 해맑은 다람쥐에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계속 누른다.
◆관봉~해나리골(1㎞)
돌계단을 계속 오르며 팔관정을 지나간다.
쉬고픈 욕구가 솟구치지만 땀을 닦는 것으로 갈음했다. 갈수록 시원한 바람이 무거운 엉덩이를 밀어올리듯 몸을 가볍게 해준다. 그러기를 30여분. 드디어 정상이다. 정확한 명칭은 관봉석조 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다. 위치는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산44번지. 평일 낮인데도 불전에는 소원을 비려고 찾아든 불자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불상은 아무 말 없이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머리 위에는 누가 올려놓았는지 거대한 돌판이 갓 형태로 얹혀있다. 대단하다. 그 무거운 돌덩이를 어떻게 저 위치에다 올렸을까. 이런 신비한 물음과 기운 때문인지 이곳은 해마다 수능을 앞두고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들로 몸살을 앓는다.
물론 시줏돈 수입도 꽤 짭짤하다고 한다. 들리는 말로는 대략 30억원 정도. 이 밖에 쌀이나 기타 공양으로 사회복지 사업이나 총무원 운영비로 쓰인다고 한다. 불전 앞 기도자들은 세상을 잊은 듯 보였다. 무슨 번뇌나 소원이 있기에 저리도 열심히 절을 하는 것일까. 삼배는 기본. 108배, 1천80배, 3천배까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듯 부처는 신자들을 시험하는 듯 했다.
다시 발걸음을 약사암 방향으로 돌렸다. 돌계단을 내려가다보면 하양 대구 방향으로 간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해나리골로 걸어간다. 중간에 팔공산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잠시 쉬어가고 싶으면 이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도 있다.
◆해나리골~대웅전(8㎞)
길 오른쪽으로는 계곡물이 흐른다.
이 물을 조절하는 사방댐이 얼마전 완공됐다. 하지만 경산시에서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해 2차로 넓이의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27억원을 들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굉음을 내는 공사장비가 눈에 거슬렸다. 길을 넓히려면 불가피하게 나무와 계곡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안타깝다. 내리막길의 묘미를 즐기는 것도 잠시. 오르막길이다. 이제 관봉 방향으로 다시 오른다.
이 도로는 경산에서 갓바위로 향하는 길이다. 도로도 시원스럽게 뚫렸다. 불과 2년전에는 눈길에 차량이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경산시가 예산을 들여 차가 드나들기 쉽게 만들었다. 그래서 803번 종점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803번 종점에서 갓바위 정상으로 가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금륜교를 지나자 돌계단이 이어진다. 10여분 남짓 삼성각이 보인다. 이곳에는 대중 공양을 한다. 짠무지에 시래깃국이 반찬의 전부. 그래도 지나는 길손에게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출출한 배를 채우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마지막 힘을 다해 대웅전에 도착했다. 4층 석탑이 보인다. 작지만 웅장하다. 갓바위를 오르 내리다 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3시가 됐다.
영남일보-대구시걷기연맹-대구녹색소비자연대-대경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 공동기획
경산 방향에서 갓바위로 오르는 불자들. |
갓바위 오르는 길에 만난 다람쥐. 한 불자가 주는 땅콩을 맛있게 먹고 있다(왼쪽). 갓바위 공양간의 밥과 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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