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水 天下/대구 자락 올래 둘레길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2] ‘신숭겸 장군 유적지∼소원만디∼파계사’ 코스

초암 정만순 2018. 1. 20. 13:32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2]

‘신숭겸 장군 유적지∼소원만디∼파계사’ 코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2] ‘신숭겸 장군 유적지∼소원만디∼파계사’ 코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2] ‘신숭겸 장군 유적지∼소원만디∼파계사’ 코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2] ‘신숭겸 장군 유적지∼소원만디∼파계사’ 코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2] ‘신숭겸 장군 유적지∼소원만디∼파계사’ 코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2] ‘신숭겸 장군 유적지∼소원만디∼파계사’ 코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2] ‘신숭겸 장군 유적지∼소원만디∼파계사’ 코스

“‘초록 단풍’을 본 적이 있는가.”

알록달록한 단풍만 단풍이 아니라고 소리높여 외치는 듯, 연하고 짙은 다양한 초록색이 한데 어울려 단풍마냥 물들어 있는 산을…. ‘초록 단풍’은 이번 걷기에서 두눈 가득 담아온 자연의 선물이었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 길’의 두번째 걷기는 지난 3일 이뤄졌다. 오병현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장, 진선아·박성익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 간사 그리고 이지용 영남일보 사진기자와 함께 길을 나섰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한실골 가는 임도~쉼터~소원만디~용진마을가는 길~노태우 전대통령 생가~파계사. 10.9㎞ 거리를 꽃구경하고 예술가의 집 방문하며 쉬엄쉬엄 걸었더니 장장 5시간이나 걸렸다.


◆ 신숭겸 장군 유적지~한실골 가는 임도 입구(650m)

이번 코스의 첫 눈맞춤은 신숭겸 장군 유적지였다.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한 대구시 동구 지묘동 한편에 고즈넉히 자리한 역사의 흔적에 마음이 정갈해 졌다. 고이 다듬어진 유적지에서 신숭겸 장군과 왕건, 견훤 등 역사의 인물의 이야기와 대면해 보는 건 꽤나 흥미로웠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는 말 그대로 고려태사 개국공신인 신숭겸 장군이 순절한 곳이다. 927년 이 일대에서는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 간의 최대싸움인 ‘공산전투’가 벌어졌다. 당시 신숭겸 장군은 후백제와의 전투에서 위기에 처하자 수세에 몰린 왕건을 구하기 위해 왕으로 가장하고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의 ‘표충단’이 있는 곳은 바로 장군이 죽음을 맞은 곳으로, 표충단 내에는 ‘신숭겸 장군 나무’라고 이름지어진 수령 400년 정도된 배롱나무와 순절비가 자리하고 있다. 표충단의 뒷산은 왕산(王山)이라 불린다.

역사로의 여행을 뒤로 하고 뚜벅뚜벅 걸음을 시작했다. 유적지 오른편으로 한실골 가는 임도가 이어진다. 소나무를 병품삼은, 소박한 흙길을 10분정도 걷다보면 지묘동~내동 입구 팻말이 붙은 임도가 나타난다.

◆ 한실골 가는 임도 입구~쉼터(2.15㎞)

한실골 가는 길은 산주의 동의를 얻어 동구청에서 정비한 임도로, 팔공산의 대표길이다. 대구걷기연합회의 ‘팔공산 에음길’, 동구청산악회의 ‘왕건 누리길’, 대구녹색소비자연대의 ‘대구올레’에 모두 이 길이 포함된다. 오병현 센터장은 “이 길은 지묘동 주민의 산책로다. 이 길 때문에 이사를 못간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늘이 없어 햇볕 쨍쨍한 날이면 걷기 힘들다는 것이 안타까운 단점이다. 임도 입구에서 대원사 전까지의 길에는 전봇대가 자연 풍광을 가리는 것도 아쉽다.

임도에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소나무향과 흙내음이 코 끝을 자극한다. 흙길로 시작되고 길 왼편에는 소나무가 멋스럽게 쭉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임도 앞쪽 길에는 진달래 군락이 형성돼 있어 4월이면 진달래의 향연을 함께 즐겨볼 수 있다고 한다. 채 몇분 지나지 않아서는 ‘졸졸졸 음악’도 귓가를 간지럽힌다. 오른편에 놓인 냇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보기에는 보잘 것 없는 작은 냇가지만 졸졸졸 연주하는 자연의 음악은 마음을 한결 청아하게 만든다. 반딧불이가 산다는 대곡지 연못도 이내 나타난다.

좀더 걷다 보면 ‘초록 단풍’이 눈에 반짝 포착된다. 연초록·어두운 연두색·진녹색 등 짧은 어휘력으로는 차마 형언할 수 없는, 다양한 초록색이 단풍마냥 산을 장식하고 있다. 이야,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런 게 바로 자연의 축복 아니겠는가.

애기똥풀·양지꽃·제비꽃·장난이붓꽃·냉이꽃·민들레 등 양쪽 길가에 노랗게, 햐얗게 핀 각종 꽃들을 살피며 쉬엄쉬엄 걸으면 시간이 술술 흘러간다. 햇볕 쨍쨍내리쬐는 길의 동무에 다름 아니었다. 꽃이름을 알아가며 걷는 재미는 의외로 쏠쏠했다. 그렇게 걷다보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힐 수 있는 돌이 반갑게 등장한다. 돌 의자로 꾸며진 쉼터에 앉아 잠시 바람과 인사를 나누고 물도 한모금 들이켰다.

◆ 쉼터~소원만디(700m)

쉼터를 지나면 곧 대원사가 나온다. 대원사 인근부터는 길 중앙이 나무와 돌로 장식된 지압길로 바뀐다. 마치 ‘이제 좀 걸었네’라고 신호를 주는 것 같다. 길이 계속 오르막으로 이어져 이쯤에서부터 슬슬 다리가 뻐근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럴 때면 뒤를 돌아보라. 멋진 ‘초록 잔치’가 아래에 펼쳐지며 오르막길의 고통을 잠재워 줄 터이니…. 조금만 더 가면 환상적 풍광을 자랑하는 소원만디에 다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걸음 한걸음을 보다 가볍게 한다.

소원만디는 이 길의 백미다. 비로봉과 갓바위 등 팔공산의 주봉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풍광이 가히 예술이다. 두팔 벌려 상쾌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쾌감도 맛볼 수 있다. 각종 운동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지상 최고의 자연 헬스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소원만디에서는 특별한 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바로 파도소리. 산에서 웬 파도소리냐고. 기자도 그랬다. 말이 되냐고. 그런데 소원만디를 벗어나려 할 즈음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원만디 바로 옆의 솔숲구간에서 나는 것으로, 바람이 세게 불면 솔잎이 스치면서 파도소리를 낸다. 산 위에서 듣는 파도소리는 신비로움이었다.

◆ 소원만디~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3.5㎞)

소원만디에서 5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팔공산이 내다보이는 또다른 전망대가 나온다. 의자가 설치돼 있으니 잠시 앉아 팔공산의 산세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10분 정도 더 내리막길을 걸으면 과수원길이 이어진다. 복숭아나무가 핑크빛을 띠며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양쪽 길가에서 핀 할미꽃·냉이꽃 등 각종 꽃도 발견할 수 있다. 복숭아나무가 이어진 오솔길을 걷다보면 이내 인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팔공산 자락의 정겨운 산촌마을인 용진마을이다. 이때부터는 시냇물 소리 대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용진마을 위쪽 끝자락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자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생가는 1층짜리 목조건물 3동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1945년 공산국민학교를 마치고 대구공립공업학교(현 대구공고)에 진할할 때까지 이 집 작은 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 생가의 문화해설사는 “평일에는 70명, 주말에는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찾는다”며 “노 전 대통령 생가는 풍수적으로 봤을 때 마치 한마리의 큰 용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며 ‘용의 머리’에 위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파계사(3.9㎞)

용진마을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전원주택이 지어진 마을이 보인다. 이를 뒤로 하고 이내 팔공산 순환도로 가는 길을 따라 몸을 맡겼다. 여기서부터는 ‘농산물 체험 길’ 같았다. 인가와 함께 포도나무, 파, 고추 등이 심겨진 농토를 볼 수 있다. 좀더 걷다보면 부부나무도 모습을 드러낸다. 수령이 오랜된 느티나무 두그루가 서로 뒤엉켜 애정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름 모를 못을 지나면 곧 팔공산 순환도로 앞에 도착하게 된다.

차는 거의 없었다. 팔공산 순환도로를 따라 가로수인 단풍나무가 예쁘게 모습을 드러냈다. ‘아치형 문’ 모양을 띠면서 이제 골인 지점이 다와간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보도를 걸어 파계가로 향했다.

파계사는 팔공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동화사의 말사로, 804년(신라 애장왕 5)에 창건됐다. ‘파계’(把溪)는 ‘물줄기를 잡는다’란 의미로, 본래 절 주위에 아홉 갈래나 되는 물이 흘러내려갔는데 땅의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절 아래 연못을 파고 물줄기를 모았다 한다. 오후 1시25분 출발, 도착하니 오후 6시30분쯤이었다.


☞ 걷기 구간(10.85km)
대구시 동구 지묘동 신숭겸 장군 유적지 - 650m - 한실골 가는 임도 입구 - 2.15㎞ - 쉼터 - 700m - 소원만디 - 3.5㎞ -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 도예가 연봉상 작가 작업실 방문 - 3.9㎞ - 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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