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한시 한마당

강에 내리는 눈(江雪)

초암 정만순 2018. 1. 10. 13:57




                               

강에 내리는 눈(江雪)


                      

            유종원(柳宗元773-819)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에 새들도 날지 않고 萬徑人踪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 발길 끊겼도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도롱이 삿갓 쓴 노인이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려 차가운 강에 홀로 낚시질 하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양화 그림 한 폭을 보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詩中有畫(시중유화, 시 속에 그림이 있음)’의 小品(소품) 名作(명작)이다.

위 시는 많은 사람들이 암송하는 유명한 오언절구이다.

특히 요즘 같이 눈이 내리는 시기에 잘 어울리는 명시이다.

유종원이 정치적으로 좌절감을 느끼던 시기에 지어진 이 시는 작가의 좌절이나 상실에서 오는 고독감을 잘 드러낸 시다. 1,2구에서는 이리 저리 둘러 보아도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하늘가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데 오직 수 많은 길만 보일 뿐이고 사람의 발자취도 보이지 않아 완전히 고립된 곳임을 말한다.

눈이 내려 덮어 버린 설국일수도 있고, 복잡한 인간세상을 초탈한 곳일 수도 있다. 그 곳은 인위적이거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잡다한 것들이 제거된 곳, 곧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명예, 부,음식,

벼슬을 비롯한 잡사들이 제거된 곳으로 이런 곳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빚어낸 공간이다. 이 시에서 요구한 설강도는 아니지만 최북에게는 눈 오는 강가에서 낚시를 하는 그림이 전한다. <한강조어도(寒江 釣漁圖)>는 작은 그림이지만 신광수가 말하는 눈 오는 강가 풍경, 낚시와 연관된 이미지가 모두

들어있다. 앞 쪽의 키가 큰 나무는 가지 주변을 살짝 비우고 옅은 먹을 칠해 흰 눈이 덮인 듯이 표현했다.

이는 멀리 보이는 산도 등 성이 위쪽을 칠해 산이 하얗게 비치는 효과를 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푸른 물감을 아주 옅게 먹과 섞어 마치 강물이 얼어붙은 듯이 차가운 효과를 냈다.

작은 배 위에는 짚도롱이를 둘러쓴 어부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다. 마원 <한강독조> 견본수묵 26.7x50.6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3,4 구에서는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 나무를 깍아 만든 배 한척과 도롱이 위에 삿갓을 쓴 힘없는 늙은이가 나타난다. 사방은 은색의 눈으로 덮혀있고 노인은 낚시를 드리우고 시간을 낚고 있다.

눈속에 잠든 수 많은 살아있는 것들도 지금은 숨죽이고 누워있는 겨울이다.

겨울은 봄의 약동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인간이 만든 제도와 환경 그리고 인간 자신들이 만든 고통의 맘속에서 벗어나 진리를 찾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바로 노인이고 작가 자신일수도 있다. 눈 내리는 강 위에 배를 띄워 낚시를 드리운 노인의 모습을 노래해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중국 남송의 화가 마원(馬遠)의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를 비롯해 화제(畵題)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 시는 기구와 연관을 갖는 소재가 마지막 결구에 나오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송대 범희문이란 사람은 당의 오언절구 가운데 유종원의 이 시를 제외하고는 볼만한 것이 없다고

극찬했다고 전한다. 윤제홍, <한강독조도>, 20×27cm. 종이에 연한 색, 개인 당나라 시인 유종원(773-819)는 왕유, 이백 그리고 두보의 다음 시대인 만당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는 젊은 개혁파 관료로서 당시 정권을 쥐고 있던 환관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에 대항했으나 실패하고

좌천돼 지방 부지사를 전전하다 47살의 나이로 죽었다.

시는 자연에서 느껴지는 유현한 아름다움이 간결하게 담겨 있는 게 특징이며 간간히 정치적인 불행을 격은 비애감도

느껴진다. 이 시는 그의 대표작이다. 유종원의 강설 시를 테마로 했음직한 그림은 여럿 있다.

그중에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화가 윤영시(尹榮始, 호는 단은(檀隱), 1835-?)이 그린 것도 있다.

물기가 많은 붓에 먹을 살짝 찍어 바른 선염기법으로 눈 덮인 강산을 그린 뒤에 강 위에 조각배 하나와 도롱이에

삿갓 차림의 어부 하나를 그렸다.

배에는 약간의 황갈색을 칠해 놓았다. 윤영시 <설경산수도> 지본수묵 24x30cm 개인 이보다 조금 후대 화가인 이도영은 보다 분명히 같은 장면을 그리고 그 위에 유종원의 시를 그대로 적고 있다. 시가 끝난 뒤에는 ‘갑인가평월월 위화산인형아정 면소이도영(甲寅嘉平月 爲華山仁兄雅正 芇巢李道榮)’

이라고 적고 있다.

갑인년은 1904년이며 가평월은 12월을 가리키는 말이다.

화산인형에게 그려 바친 것이라고 했으나 아쉽게도 그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면소는 이도영이 젊은 시절에 사용한 호이다. 이도영 <설강독조> 지본수묵 23.3x32cm 간송미술관 이 그림은 그가 1904년, 즉 21살 때 그린 그림으로 안중식, 조석진에게 그림을 막 배우고 난 뒤로 보인다. 산등성이위쪽에 칠한 먹물이 조금 진한 듯해 강 전체에 이제 막 밤으로 접어드는 것처럼 어둠이 깔려있다. 50대의 최북의 그림과 20대의 이도영의 그림에 어딘지 강물의 깊이가 달리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畵中有詩, 詩中有畵-시(詩) 속에 그림, 그림 속에 시’ 柳宗元 (유종원)에 대해서 <773 - 819 > 773 중국 산시 성[山西省] 퉁관[潼關]~819 광시 성[廣西省] 류저우[柳州].중국 당대의 문학자· 철학자. 이명은 유하동(柳河東) 자는 자후(子厚). 하동해(河東解:지금의 산시 성 윈청[運城]) 사람이다.

일찍이 유우석(劉禹錫) 등과 함께 왕숙문(王叔文)의 혁신단체에 참가했으나,실패하여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었다.후에 유주자사(柳州刺史)를 지내 유유주(柳柳州)라고도 한다.

한유(韓愈)와 함께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제창하여 거의 1,000년 동안 귀족 출신의 문인들에게 애용된

변려문(騈儷文)에서 작가들을 해방시키려고 했다.

한유와 함께 당송8대가에 속하여 '한·유'(韓柳)라고 병칭된다.

그러나 철학상으로는 한유와 큰 견해 차이를 보여, 천(天)의 의지유무(意志有無)에 관해 논쟁을 벌였다. 유종원은 천지가 생기기 전에는 오직 원기(元氣)만이 존재했으며, 천지가 나누어진 뒤에도 원기는 천지중에 있다고

생각했다.

원기 위에 천이라는 최상위 개념이 있는 것을 부정하여 천이 상과 벌을 내린다는 천명론에 반대했다. 잡문(雜文)에서 전형적인 사물을 예로 들어 심오한 철리(哲理)를 제시했다.

〈포사자설 捕蛇者說〉· <종수곽탁타전 種樹郭橐駝傳〉〈영주철로보지 永州鐵爐步誌〉·〈삼계 三戒〉· 부판전 蝜蝂傳〉

등은 모두 정론(政論)과 철리를 예술적인 형상과 융합시킨 것으로, 구상이 참신하며 문체가 생동감 있다. 그의 산수유기(山水遊記)는 널리 알려져 있는데, 특히 경물(景物)의 특징을 묘사하는 데 뛰어났다. 유명한 〈영주팔기 永州八記〉 가운데 〈고무담서소구기 鈷鉧潭西小丘記〉는 돌을,〈소석담기 小石潭記〉 는 담수어를, 〈원가갈기 袁家渴記〉는 초목을 묘사했는데, 서로 다른 각각의 사물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세상에 대한 울분을 자연풍경에 이입하고, 속세와 떨어져 있는 기이한 산수에 마음의 울분을 기탁하여 작품에

반영했다.

시의 내용은 담백하며, 유배생활을 반영한 작품과 경치를 묘사한 소시(小詩)는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그밖에 〈유하동집 柳河東集〉이 있다. 《천설(天說)》《비국어(非國語)》《봉건론(封建論)》 등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또 우언(寓言) 형식을 취한 풍자문(諷刺文)과 산수(山水)를 묘사한 산문에도 능했다.

그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관료를 비판하고 현실을 반영하는 한편, 자신의 우울과 고민을 술회하였는데,

그 자구(字句)의 완숙미와 표현의 간결·정채함은 특히 뛰어났다.

시는 산수의 시를 특히 잘하여 도연명(陶淵明)과 비교되었고, 왕유(王維)·맹호연(孟浩然) 등과 당시(唐詩)의

자연파를 형성하였다.

송별시 ·우언시(寓言詩)에도 뛰어나 우분애원(憂憤哀怨)의 정을 표현하는 수법은 굴원(屈原)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저서에 시문집 《유하동집(柳河東集)》(45권) 《외집(外集)》(2권) 《보유(補遺)》(1권) 등이 있다.

江雪 (강에 내리는 눈) 柳宗元 (유종원 773-819) 다음은 <江雪>을 그린 다른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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