診斷學/진단일반

부위별 요통의 원인

초암 정만순 2017. 12. 27. 10:06




부위별 요통의 원인


사람들은 흔히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혹은 퇴행성 변화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이런 변화들이 반드시 통증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통증이 발생하는 부위와 증상에 대해 알아보자.                      

    나이가 들거나, 혹은 퇴행성 변화가 생겨 잦은 허리의 사용으로 척추가 서서히 망가지면서 요통이 생길 수 있다. 노화 과정에서 척추를 구성하는 조직들 구성과 모양이 변화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직접적인 통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척추에는 통증을 일으키는 다양한 부위가 있으며, 모든 척추의 구조물들은 잠재적으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허리가 삐는 요추 염좌

    요추 염좌는 흔히 ‘허리가 삐었다’고 하는 증상이다. 요통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허리의 근육이나 인대에 무리가 가거나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서기, 걷기, 물건 들어 올리기와 같은 활동을 할 때 근육이나 허리뼈를 서로 연결하는 인대 상태가 좋지 않거나 과도하게 사용하면 근육에 염좌가 발생한다고 생각해 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대나 근육 손상보다는 척추 디스크의 종판이나 섬유륜이 손상하여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요추 염좌는 2~3주일 내에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MRI 같은 정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요추 염좌 초기에는 앞으로 설명할 ‘디스크’ 더욱 엄밀하게는 ‘디스크 탈출증’과 증상 구분이 잘 되지 않아 2~3주일 뒤에 반드시 증상이 호전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즉,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가 삐끗할 때에는 2~3주일만에 좋아지는 종판이나 섬유륜 손상일 수도 있고 디스크 탈출증일 수도 있지만 초기 2~3주일에는 증상만으로는 감별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판이나 섬유륜 손상이 좋아질 만한 충분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아프고, 통증이 엉덩이 혹은 다리 쪽으로 뻗어가는 상황이 되면 디스크 탈출증을 의심한다. 또한 한 번 요추 염좌가 발생하면 척추가 손상받기 쉬운 상태가 되어 추가적인 추간판 탈출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더 나빠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조치, 즉 운동을 하거나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추간판 탈출증각주1)

    심하고 오래된 통증은 척추 사이의 디스크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디스크는 연한 중심부(수핵)와 이를 싸고 있는 질긴 외곽부(섬유륜)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린이와 젊은 연령에서는 수핵이 마치 젤리와 같은 상태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수핵은 탄력을 잃고 섬유륜은 갈라지거나 틈이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따라 허리에 통증이 생긴다. 섬유륜 사이의 틈이 점점 더 벌어지면, 수핵이 틈 밖으로 밀려 나가거나 터져나가는데, 이 현상이 추간판 탈출증이다. 때로는 외상 때문에 이러한 추간판 탈출증이 나타나기도한다. 이렇게 튀어나온 수핵이 신경을 누르면 그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각주2) 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신경을 직접 누르지 않아도 밀려 나온 수핵 물질이 신경에 닿아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 통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경우에 화학적 염증 반응이 가라앉으면 통증이 호전되기도 한다.

    디스크 내장증

    디스크 종판이 손상되면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이 저하될 뿐 아니라, 이런 상태에서도 충격이 지속적으로 쌓이면 정상적으로는 주변부에 분포해야 할 신경과 말초혈관들이 디스크 중심부로 자란다. 이렇게 디스크 중심부가 변성되면서 고유의 반발압력을 잃어버리고 자라난 신경이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를 디스크 내장증이라고 한다.

    서 있거나 걸으면 아프지 않지만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와 엉덩이가 아프고 꼬리뼈 쪽, 혹은 엉덩이와 의자가 닿는 부분이 아파서 앉아 있기 힘든 것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통증이 몇 달, 혹은 몇 년간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지만 꾸준한 운동을 통해 통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

    퇴행성 척추증

    노화와 함께 디스크의 섬유륜이 손상되거나 수핵 물질의 양이 감소하면, 디스크 높이가 감소되어 체중을 떠받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 결과 주변에 있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조직이 그 모자란 능력을 도와주게 된다. 이때 디스크를 도와주는 대표적인 구조물이 후방 관절이다.

    정상 디스크와 퇴행된 디스크


    위에서 보듯이 디스크가 정상일 때에는 후방 관절이 체중의 8%만 부담하지만, 디스크 퇴행이 일어나서 디스크 자체가 체중을 부담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40% 정도의 체중 부하가 후방 관절에 걸린다.

    후방 관절은 기본적으로 무릎과 같은 관절을 말한다. 무릎에 너무 강한 체중이 실리면 관절염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후방 관절에 체중 부하가 크게 실리면 관절이 망가진다. 이러한 척추 후방 관절의 관절염과 척추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 등이 겹쳐지면서 허리 가운데가 뻐근해지고 앉았다 일어설 때 허리를 똑바로 펴지 못하는 증상이 발생한다. 이는 퇴행성 척추증 때문에 일어난 증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거나 바지를 입으려고 허리를 구부릴 때 통증이 발생하는 퇴행성 척추증과 관계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퇴행성 변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한다. 하지만 이렇게 퇴행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통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척추관 협착증

    척추 안의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척추관이라 하는데, 이 척추를 따라가면 넓은 ‘중심 척추관’이 있고, 또 각 척추분지로 갈라지는 ‘척추사이구멍’이 있다.

      • 1중심 척추관
      • 2척추사이구멍

    척추가 비정상적으로 심하게 노화되면 손마디가 굵어지는 것처럼, 후방 관절이 커지고 후방 관절 앞쪽에 있는 황색 인대가 두꺼워지며 퇴행되어 찌그러진 디스크가 뒤쪽으로 밀려 나와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구멍이 좁아진다.

    척추관이 좁아지면 신경이 직접적으로 압박되거나 신경으로 가는 혈관의 혈류가 막혀 통증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태를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하는데, 허리 자체에서 느껴지는 통증보다는 눌린 신경이 지배하는 엉덩이 이하각주3) 에서 통증이 생기거나 저린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아 있는 자세에서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한 통증이 거의 없고, 일어서거나 걷는 자세에서 전형적인 통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관이 넓어지고 허리를 펴면 척추관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불편 없이 잘 걷다가 약 100m 정도의 거리를 걷다 보면 엉덩이가 저리고, 다리가 땅기거나 화끈거려 더 이상 걷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허리를 구부린다.

    이렇게 하면 통증이 조금 나아져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또 조금 걷다 보면 비슷한 증상으로 쉬어야 한다. 이러한 증세가 전형적인 척추관 협착증 증세이다.

    보행기나 백화점 카트에 기대어 이동하면 이런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쇼핑몰 신드롬’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것은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이유와 흡사하다. 다리나 발로 연결되는 동맥이 막혔을 때도 오래 걸으면 통증이 있어 쉬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통증이 호전되므로 척추관 협착증과는 구별된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밀한 영상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골다공증과 골절

    사람의 뼈는 나이가 들면 약해지게 마련이지만, 특히 여성은 폐경기 이후에 매우 약해진다. 이렇게 뼈가 매우 약해진 상태를 골다공증이라고 한다. 심한 골다공증에 의해 약해진 척추뼈는 넘어지거나 장바구니 같은 물건을 들어 올릴 때의 압력, 혹은 높은 선반에 놓인 물건을 꺼내거나 심한 재채기를 하는 등, 일상에서 생기는 가벼운 충격에 의해서도 찌그러질 수 있다. 골다공증에 의한 압박골절은 초기에 매우 심한 통증을 유발하여 누워 있다가 몸을 돌려 누울 때도 “아이고 아이고” 하며 소리를 낼 정도로 심한 통증이 있다. 앉거나 일어서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며, 통증이 너무 심하여 장폐색이 와서 심한 변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수주일 내에 골유합이 일어나므로 통증이 호전되는 즉시 서고 걷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사람마다 증상과 경과의 차이가 있으므로 압박골절이 심하지 않는 경우에는 통증은 있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압박골절이 잘 붙지 않는 경우에는 오랫동안 통증이 심하게 지속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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