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이론
<漢詩의 定意>
한시(漢詩)란 중국문자인 한자(漢字)로 쓰인 시로, 20세기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지어지기 시작한 이른바 백화시(白話詩)와는 대조적인 형식이나 개념을 뜻하는 말로 곧잘 쓰인다.
한국·일본·월남 등지에서 한자를 사용하여 중국의 전통적인 시가(詩歌)양식에 따라 지은 문학 작품을 자국 어문(自國語文)으로 된 시가와 구별하여 부를 때도 이 명칭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한시란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종래의 국문(國文)과 한문에 의한 이원적인 어문 생활이 국문으로의 단일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부터였다. 이는 국문으로 쓰인 시가(詩歌)가 주체적 자리를 차지하여 그 때까지의 한문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전통 시가 양식으로는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의 시경시(詩經詩), 한대(漢代)의 악부(樂府), 한(漢)·위(魏)·육조(六朝)의 고시(古詩), 당대(唐代)의 근체시(近體詩), 당송(唐宋)의 사(詞), 원대(元代)의 산곡(散曲)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우리 선조들이 즐겨 사용한 시형식으로는 근체시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고시가 그 다음이며 시경시에서 기원한 4언체(四言體)와 악부 계통의 장단구(長短句) 양식은 사용 빈도가 무척 낮았다.
우리나라에서 한시라 일컬을 경우 보통 근체시와 고시를 의미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近體詩>
고체시(古體詩)에 맞서는 새로운 형식의 시가로 금체시(今體詩)라고도 하는데 이 시형이 만들어질 당시에 “요즘 시체(詩體)”라는 정도로 가볍게 사용되던 말이 종국에는 시가의 한 양식을 뜻하게 되었다.
당(唐)나라 때 근체시가 완성되기는 하였지만 제량(齊梁) 연간에 일어난, ‘사성팔병설(四聲八病說)’로 대표되는 중국어 음운의 특징에 대한 자각이 근체시의 성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종래에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청각의 아름다움에 호소할 뿐이던 것이 일정한 법칙을 찾아내게 됨에 따라 형식이 비교적 자유롭고, 엄격한 격률도 요구하지 않는 한위(漢魏)시대 이래의 고체시와는 달리 시의 구수(句數), 평측(平仄), 용운(用韻), 대구(對句) 등과 관련한 정교한 형식률을 요구하게 되었다. 근체시의 운율에 들어맞는 것을 ‘입률(人律)’, ‘합률(合律)’이라 하며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근체시 전체를 ‘율시(律詩 ; 격률에 맞게 쓰인 시라는 뜻)’라 칭하기도 한다.
이 근체시는 절구(絶句)와 율시(律詩), 배율(排律)로 나누어지는데 각기 오언과 칠언이 있다.
<絶句>
근체시의 한 양식으로 4구로 이루어지는 가장 길이가 짧은 시체이며, 한 구의 자수가 5자인 오언절구와 7자인 칠언절구로 나뉜다.(간혹 6자구로 된 절구도 있다)
절구의 제1구를 상(想)을 일으키는 기구(起句), 제2구를 1구의 뜻을 이어받는 승구(承句), 제3구를 뜻을 전환하는 전구(轉句), 그리고 제4구를 1,2,3구의 뜻을 종합하여 묶는 결구(結句)라고 한다. 구의 구성은 ① 1,2구는 산구(散句 : 對偶의 형태를 취하지 않은 구)로 기(起)하고 3,4구는 대구(對句)로 결(結)한 경우, ② 1,2구는 대구로 기하고 3,4구는 산구로 결한 경우, ③ 4구 모두 대구를 쓰는 경우, ④ 4구 모두 산구를 쓰는 경우로 나누어진다.
절구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8구로 구성되는 율시(律詩)를 반절(半絶)한 것이라는 설〔단구(斷句), 절구(截句)〕과 일구일절(一句一絶)이라는 뜻에서 취했다는 설 등 여러 견해가 있으나 정설은 아직 없다.
오언절구는 육조(六朝)의 진(晉)나라와 송(宋)나라 때 양자강(揚子江) 하류와 중류지역에서 유행한 <자야가(子夜歌)>나 <서곡가(西曲歌)>와 같은 민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들 민요에는 남녀의 애정을 경쾌한 표현으로 노래한 것이 많았는데, 이것이 문인들의 주목을 받아 제(齊)나라와 양(梁)나라 이후에 크게 유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민요풍으로 출발하였던 단시(短詩)는 점차 무게와 깊이가 더해지고 운율(韻律)도 정비되어 당나라에 이르러 마침내 근체시(近體詩)의 하나로 정착하게 되었다.
한편 칠언절구는 300년간 성행했던 당대(唐代)의 신체시로 당시문학의 정수였지만 칠언체가 모두 그러했듯 오언의 발전에 편승하는 형태로 육조 말에서 당 초기에 걸쳐 급격하게 번성하여 초당(初唐) 말엽에 그 형식이 굳어지게 되었다. 오언과 칠언 모두 성당(盛唐) 시기에 최고조에 달하였는데, 칠언절구의 성행이 오언절구를 앞질렀다. 절구는 단시형(短詩形)이기 때문에 찰나적 감정을 응축시키는 데 적절하며 군더더기가 없는 표현으로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것을 좋은 작품으로 친다.
<律詩>
근체시의 한 양식으로 8구로 이루어지며 1구가 5자인 오언율시(五言律詩)와 7자인 칠언율시가 있다. 율시라는 명칭은 ≪서경(書經)·순전(舜傳)≫에 보이는 '성의영율화성'(聲依永律和聲)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처음에는 구수(句數)에 상관없이 운율이 있는 모든 시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다가 당송(唐宋) 시기에 이르러 그 범주가 8구의 시로 한정되었는데 논자에 따라서는 절구(絶句)도 율시로 부르기도 하였으며 그 경계를 확연히 구분하기 시작한 것은 원명(元明) 이후의 일이다.
율시는 두 구씩 묶어 연(聯) 단위로 시구를 칭하는 것이 보통이며 한 연의 첫째 구를 출구(出句), 둘째 구를 대구(對句)로 부른다. 율시 각 연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제1구, 제2구 | 起聯, 發句, 發端, 破題, 首聯, 開句 |
제3구, 제4구 | 함聯, 감聯, 胸句, 前聯, 承聯 |
제5구, 제6구 | 頸聯, 腰句, 腹聯, 後聯, 轉聯 |
제7구, 제8구 | 尾聯, 結句, 落句, 結聯, 末聯, 結尾, 合聯 |
율시의 본격적 성립은 제(齊)의 심약(沈約) 등이 성률설(聲律說)을 제창하고 당(唐)의 상관의(上官儀) 등이 대구(對句)에 관한 논의를 심도있게 전개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오언율시의 형식이 육조(六朝) 시기의 하손(何遜)과 유신(庾信) 등의 시에서 확인되기는 하지만 운율로나 내용으로나 이 시의 정체가 성립된 것은 초당(初唐)의 심전기(沈佺期)·송지문(宋之問)에 이르러서이며 이 무렵에는 또 그들에 의해 칠언율시가 지어지기도 하였다.
오언율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격률이 복잡하고 시의(詩意)가 확대된 칠언율시는 오언율시보다 조금 늦은 성당(盛唐) 시기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유행하였다. 초기 율시는 수사성(修辭)에 치중하였던 관계로 응수(應酬)나 제영(題詠) 등에 주로 사용되었으나 두보(杜甫)가 출현한 이후로는 예술적인 내용을 담는 근체시의 대표적인 시형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절구(絶句)가 재치나 기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면 율시는 대구를 중심으로 한 균정미와 탄탄한 구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율시는 입체적인 시의(詩意)의 전개를 그 생명으로 한다.
≪시법상론(詩法詳論)≫에서는 "기련은 문을 열면 산이 우뚝 가파르게 선 듯, 혹은 골짜기 사이로 구름이 솟아나와 가볍게 떠다니듯이 하며, 함련은 풀 속에 뱀이 숨듯 붙지도 아니하고 떨어지지도 아니하듯이 하고, 경련은 1만 길이나 되는 큰 파도의 이면에 반드시 그 만큼의 근원이 있듯 하며, 미련은 회오리바람에 기가 모여 깊은 연못 속에 쌓여 있듯 해야 한다"라 하며 작법의 전형을 제시하였다.
□ 배율(排律)
배율(排律)은 율시(律詩)의 변형으로, 평측(平仄)·압운(押韻) 등에 관한 규칙은 모두 율시와 같으나 1수(首)가 10구(句) 이상으로 이루어지며, 수련(首聯)과 미련(尾聯)을 제외한 중간의 각 련은 모두 대구(對句)를 사용한다. 율시(律詩)의 정격에 대구(對句)의 연(聯)을 더하여 늘린〔=排 〕형태이므로 장편 율시라는 뜻의 ‘장률(長律)’로 칭하기도 한다. 오·칠언 모두 지을 수 있으나 오연배율이 일반적이며 칠언배율은 드물다.
배율 가운데 긴 것은 100구 이상이나 되지만 가장 흔한 형태는 오언 12구로 된 이른바 시첩체(試帖體)이다. 시첩체라는 명칭은 과거 시험에서 이 시형을 기본으로 삼은 데서 유래한 것이다. 시첩체의 경우 1,2구를 기련(起聯), 3,4구를 함련, 5,6구를 경련(頸聯), 7,8구를 복련(復聯), 9,10구를 후련(後聯), 마지막 두 구를 미련(尾聯)으로 칭한다. 짧은 형식에 작가의 의도를 압축적으로 담아야 하는 절구나 율시는 기발한 시상이나 언어의 조탁을 필요로 하지만, 배율은 장시인 만큼 뜻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을 중시한다. 이 시형은 중후한 맛으로 인해 공식석상에서의 응수(應酬) 등에 흔하게 사용되었다.
【고체시(古體詩)】
고체시는 줄여서 고시(古詩), 고체(古體)라고도 하며 고풍(古風)으로 칭하기도 하는데 당나라 때 근체시가 완성되면서부터 이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사용된 된 말이다. 한편 육조시대(六朝時代)에 사용된 ‘고시’라는 말은 그 시대 이전의 고대(古代) 시, 곧 한대(漢代)의 시가를 의미하였다.
고체시의 범주는 워낙 광범하여 근체시, 사(詞), 곡(曲)을 제외한 모든 시가 양식이 포함될 수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2가지로 분류한다.
① 근체시 성립 이전, 즉 수(隋)나라 이전의 시. 넓게는 ≪시경(詩經)≫과 ≪초사(楚辭)≫까지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고대의 가요로부터 양한(兩漢)·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에 이르는 시기의 여러 시가 양식을 가리킨다.(논자에 따라서는 漢 이래의 樂府詩를 제외하기도 한다)
② 근체시 성립 이후의 시 가운데 근체시의 격률에 부합되지 않는 시. 근체시의 성립 시기를 심전기(沈佺期)·송지문(宋之問) 이후로 보는 설이 유력하지만 뚜렷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고체시가 근체시와 다른 점은 ① 한 편의 구수(句數)에 제한이 없으며 ② 각 구의 평측(平仄) 구성에 일정한 규칙이 없고 ③ 압운(押韻)은 매구(每句)의 끝에 하는 경우와 격구(隔句)의 끝에 하는 경우도 있어 일정하지 않으며 ④ 한 편을 통하여 같은 종류의 운을 사용하는 경우 및 도중에 운을 바꾸는 경우도 있고〔轉韻, 換韻〕 ⑤ 측운(仄韻)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고체시는 자수(字數) 측면에서 보자면 오언고시(五言古詩), 칠언고시(七言古詩), 사언시(四言詩), 육언시(六言詩), 장단구(長短句 : 매 구절의 글자수가 일정하지 않은 시형)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근체시에 비해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시제(詩題)에 따라서는 이 체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근체시가 발달한 이후에도 고체시는 쇠퇴하지 않을 수 있었다.
□ 악부(樂府)
악부는 본디 음악을 맡아보던 관청 이름이었으나 거기에서 채집하여 보존한 악장(樂章)과 가사(歌詞) 및 그 모방 작품을 악부 또는 악부시(樂府詩)라 부르게 된 경우이다. 관청으로서의 악부는 전한(前漢) 무제(武帝) 때에 설치되었는데, 이연년(李延年)이 협률도위(協律都尉)가 되어 사마상여(司馬相如) 등에게 시부(詩賦)를 짓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악부는 100여 년 동안 존속하다가 애제(哀帝) 때 이르러 폐지되고 태악(太樂)에 통합되었다. 악부는 당(唐) 이후로도 모의작이 줄기차게 지어졌지만 음악에 넣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를 신악부(新樂府)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악부라 하면 한나라 때의 악부를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악부시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여 본사(本辭)가 되는 것으로는 정사(正史)의 악지(樂志) 등에 실린 작품, 악지 등에 실리지 않은 민간 가요, 악부체(樂府體)로 문인이 창작한 작품 등이 있고, 본사 이외에 이를 모방한 작품과 이민족(異民族)의 가요 등이 포함된다. 문인이 창작한 것으로는 당나라 때에 이르러 악곡은 없이 문사만 적은 이른바 신악부(新樂府) 계열의 <병거행(兵車行)>(杜甫), <신악부오십수(新樂府五十首)(白居易), <계악부(系樂府)>(元結) 등이 있으며, 이민족의 유명한 가요로는 <칙륵가(勅勒歌)>가 있다.
【시(詩)와 비시(非詩)】
한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인 것과 시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글자수가 다섯 글자, 일곱 글자 혹은 네 글자 등으로 일정하게 되어있다고 해서 시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정형화된 글자수가 시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시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일차적으로 글자수와 관계가 없다. 물론 시라 하면 오언시, 칠언시, 사언시 등 정형화된 시가 양식을 머리에 떠올리게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들 시에서의 글자수는 그 시가가 취하는 하나의 형식률일 뿐이다.
그러면 시(詩)와 비시(非詩)의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압운(押韻)의 규칙성 여부이다. 압운이란 시행(詩行)의 일정한 자리에 운을 다는 것을 말하는데 영시(英詩)에서 말하는 라임(rhyme)과 유사하다. 이 압운은 같은 음(音) 또는 유사음(類似音)을 되풀이하여 음악성을 부여하고 통일성을 유지시켜주는 수사법의 하나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암송 등의 목적으로 산문(散文)에도 압운을 하였지만 시가처럼 규칙적이거나 철저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압운의 규칙성 여부가 시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일차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시(漢詩)에 있어서의 운(韻)】
중국 한자는 그 음가 측면에서 성모(聲母)와 운모(韻母), 성조(聲調) 부분으로 구성된다. 성모는 처음에 나오는 자음 부분〔곧바로 모음으로 시작하는 경우에는 零聲母라는 표현을 쓴다〕을, 운모는 성모 부분을 뺀 나머지 부분을 가리키며 보통 ‘운’이라 하면 운모에 성조까지 합쳐진 개념을 뜻하게 된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성조를 1성, 2성, 3성, 4성 등으로 나누고 있지만 옛날에는 이를 평성(平聲), 상성(上聲), 거성(去聲), 입성(入聲)으로 나누었다. 근체시의 경우, 같은 운모이면서 같은 성조인 글자 가운데 필요한 글자를 골라 운의 위치에 두게 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압운이다. 예전에는 운모의 분류가 무척 번다하였지만 통상 시에서 쓰는 운〔詩韻〕은 106운을 표준으로 하는 평수운(平水韻) 체계를 따르고 있다.
○ 평수운(平水韻) : 금대(金代) 평수인(平水人) 유연(劉淵)이 ≪임자신간예부운략(壬子新刊禮部韻略)≫을 저술하면서 ≪광운(廣韻)≫의 206운 가운데 운모(韻母)가 서로 비슷한 것을 정리하여 107운으로 줄인 것. 일반적으로 ‘시운(詩韻)’이라 하면 이 평수운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통 시운을 설명하는 책이나 옥편에서는 평수운에서 다시 1운이 줄어든 106운으로 운을 분류하고 있다.
〔平聲 三十韻(上平聲, 下平聲 각 15韻), 上聲 二十九韻, 去聲 三十韻, 入聲 十七韻〕
【사성(四聲)과 평측(平仄)】
사성이란 육조(六朝)·수(隋)·당(唐)시대의 중국어 성조(聲調)였던 평성(平聲)·상성(上聲)·거성(去聲)·입성(入聲)을 총칭하는 말로서 음절을 발음할 경우의 고저(혹은 장단과 강약, 완급)에 관한 음조(音調)의 형식을 일컫는다. 사성은 육조시대에 불경(佛經)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자각되기 시작하여 당시 시인들의 연구에 의해 시가의 격률(格律)에 직접 응용되었다. 평·상·거·입의 명칭은 조형(調型)을 대충 나타낸 것으로 생각되지만, ‘거(去)’의 의미는 분명하지 않다. 당 이후로는 변화와 곡절이 분명한 상·거·입성을 통틀어 측성(仄聲)으로 칭했는데 절구(絶句)나 율시(律詩)와 같은 근체시(近體詩)의 운율은 평성과 측성의 구별, 곧 평측(平仄)에 의해 규정된다. 평성은 측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거나 적다는 뜻이며 무성·유성〔淸濁〕의 차이로 인해 음조(陰調 : 上平聲)와 양조(陽調 : 下平聲)로 나뉜다.
# 사성(四聲)의 표시 : 오늘날 대부분의 사서류(辭書類)는 사성을 원문자(圓文字 : 원 안에 平·上·去·入으로 약호를 쓴 것)로 표시하거나 “○聲 △韻”처럼 직접 밝히는데 여전히 권발(圈發 : 漢子의 四聲을 나타내기 위하여 네 귀퉁이에 붙이는 半圈點)을 이용하는 예도 없지 않다.
# 평측(平仄)의 식별(識別) : 평측은 사서류를 이용해서 손쉽게 식별할 수 있으나 '기시(記詩 : 시의 암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식별할 수 있는 기량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 우리식 한자음이 입성(入聲) 운미(韻尾 : 받침)인 'ㄱ', 'ㄹ', 'ㅂ'으로 끝나는 글자는 현대중국음의 성조에 관계없이 모두 측성(仄聲)이다.
현대중국음으로 1성과 2성은 거의 대부분이 평성자(平聲字)이다.
현대중국음으로 3성과 4성은 거의 대부분이 측성자(仄聲字)이다.
※ 평수운표(106운자표)
【한시의 갈래】
|
|
|
|
|
|
|
|
|
|
|
|
| ○ 五言古詩 / 四言古詩 |
|
|
|
| 古 詩 |
| (句數·平仄 제한 無, 通韻·轉韻·換韻 허용) |
|
|
|
|
|
| ○ 七言古詩 / 六言古詩 |
|
| 古體詩 |
|
|
|
|
|
|
|
|
|
| ○ 古樂府 |
|
|
|
| 樂 府 |
| (雜言體, 句數·平仄 제한 無) |
|
|
|
|
|
| ○ 新樂府 |
|
|
|
|
|
|
|
漢 詩 |
|
|
|
|
|
|
|
|
|
|
|
|
|
|
|
|
|
|
| ○ 五言絶句 |
|
|
|
| 絶 句 |
| (4句, 平仄嚴格, 一韻到底) |
|
|
|
|
|
| ○ 七言絶句 |
|
|
|
|
|
|
|
|
|
|
|
|
| ○ 五言律詩 |
|
| 近體詩 |
| 律 詩 |
| (8句, 平仄嚴格, 一韻到底) |
|
|
|
|
|
| ○ 七言律詩 |
|
|
|
|
|
|
|
|
|
|
|
|
| ○ 五言排律 |
|
|
|
| 排 律 |
| (10句以上, 平仄嚴格, 一韻到底) |
|
|
|
|
|
| ○ 七言排律 |
|
|
|
|
|
|
|
○통운(通韻) :비슷한 운목(韻目)을 하나의 운(韻)처럼 통합하여 쓰는 것.
☞ 東, 冬 / 江, 陽 / 支, 微, 齊, 灰 / 魚, 虞 / 蕭, 肴, 豪 /歌, 麻 …
○전운(轉韻) : 보식(譜式)규정에 의한 운 바꿈. 음악의 조바꿈과 유사함.
☞ 東, 江 / 支, 佳 / 眞, 文, 元 / 寒, 刪, 先…
○ 환운(換韻) : 보식(譜式)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운(韻) 바꿈.
○ 일운도저(平聲一韻到底) :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운목(韻目)에 속하는 글자로 압운하는 것.
<漢詩의 格律>
근체시(近體詩)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압운(押韻)과 평측(平仄), 반점(反粘)을 들 수 있다. 물론 율시(律詩)의 경우 함련(함聯)과 경련(頸聯)에 대우(對偶)를 갖추어야 한다는 격률이 요구되기도 하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율시에는 전혀 대우를 쓰지 않는 이른바 전산격(全散格)과 함련에 대우를 쓰지 않고 기련(起聯)에 대우를 쓰는 투춘격(偸春格), 경련에만 대우를 쓰는 봉요격(蜂腰格) 등이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압운(押韻)의 원칙】
한시에 있어서 평측(平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운(韻)이다. 시(詩)에는 평측을 따지지 않는 시(=古體詩)는 있어도 운이 없는 시는 없다.
근체시는 오언(五言), 칠언(七言)을 막론하고 통운(通韻)이나 전운(轉韻), 환운(換韻)을 허용하지 않으며 절대다수가 평성일운도저격(平聲一韻到底格)을 취한다. 오언절구(五言絶句)의 경우 측성(仄聲)으로 압운(押韻)하는 시가 심심찮게 보이나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孟浩然의 <春曉>, 柳宗元의 <江雪>이 측성으로 압운한 예임) 압운하는 곳은 오언은 각 우수구(偶數句 : 짝수구)의 끝, 칠언은 제1구와 각 우수구의 끝이다.
오언 제1구에 압운하거나〔韻添〕, 칠언 제1구에 압운하지 않는 경우〔韻落, 押落〕는 편격(偏格)으로 간주하지만 이 역시 근체시에서 허용되는 압운 원칙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평성으로 압운한 시에서 무운자구(無韻字句 : 운자가 없는 구라는 뜻으로 압운하지 않는 구를 말함)의 마지막 글자는 측성을 쓰며, 반대로 측성으로 압운한 시에서 무운자구의 마지막 글자는 평성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평측(平仄)의 기본 원칙】
구절마다 성조의 높낮이가 잘 배합되어야 그 시를 읊거나 노래할 때 음악적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이렇게 시어(詩語)의 높낮이를 고르는 것을 평측법(平仄法)이라 한다.
이 평측법은 통상 한 행의 시구(詩句) 안에서 따지는 격률로 이해되지만 시의 전체 기조를 결정하는 격률이기도 하다.
시를 어떤 기조로 일으키느냐(시작하느냐)에 따라 평기식(平起式)과 측기식(仄起式)의 구별이 있는데 평기식이란 제1구의 제2자가 평성인 시를, 측기식이란 제1구의 제2자가 측성인 시를 가리킨다.
오언시는 측기식을, 칠언시는 평기식을 정격(正格)으로 삼으며, 이와는 반대로 오언시를 평기식으로 하거나 칠언시를 측기식으로 한 경우는 변격(變格 : 혹은 偏格)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정격과 변격 사이에는 음악상의 차이 외에 별다른 구별이 없다. 한 행의 시구 내에서 따지는 평측법의 기본 원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각종부호※ ○ : 평성자 ● : 측성자 ◎ : 평성 압운자 ⊙ : 측성 압운자
◐ : 원래는 측성이나 평성도 가능한 글자(횡서의 경우는 반대. 횡서의 기준은 오른쪽임)
◑ : 원래는 평성이나 측성도 가능한 글자(횡서의 경우는 반대. 횡서의 기준은 오른쪽임)
* ‘◐’과 ‘◑’의 문제는 따지기 번거로우므로 여기서는 동일한 의미로 파악하여 ‘◐’로 통일해 사용하기로 한다.
□ : 평측이 미정인 글자(설명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부호임)
(×) : 절대금지(설명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부호임)
(△) : 경우에 따라 허용(설명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부호임)
1. 이사부동(二四不同)과 이륙대(二六對)
오언시의 제2자와 제4자, 칠언시 제2자와 제4자, 제6자의 평측은 특히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이 위치(의 글자)를 절주점(節奏點)이라 부른다. 이사부동(二四不同)과 이륙대(二六對)는 바로 이 절주점에 대한 평측 규정이다.
이사부동이란 한 행의 시구에서 두 번째 글자와 네 번째 글자의 평측을 서로 다르게 한다는 격률이다. 곧 두 번째 글자가 평성이면 네 번째 글자는 측성, 두 번째 글자가 측성이면 네 번째 글자는 평성이 되도록 한다는 것인데 오언, 칠언에 두루 적용된다.
이륙대는 당연히 칠언시에 적용되는, 두 번째 글자와 여섯 번째 글자의 평측을 같게 한다는 격률이며 달리 “이륙당동(二六當同)이라고도 한다.(“당동(當同)”이란 “마땅히 같아야 한다”는 뜻)
2. 불용하삼련(不用下三連) - “하삼련”은 쓰지 말아야
하삼련이란 오언이든 칠언이든 시구의 마지막 세 글자를 모두 같은 성(聲)으로 쓴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평성자만 쓴 평하삼련〔下三平이라고도 함〕과 측성자만 쓴 측하삼련〔下三仄이라고도 함〕이 있는데 하삼평은 과거(科擧)에서 실격 처리할 정도로 엄격히 금지하였던 것이다. 하삼측이 통상 용인되는 것은 측성의 범주가 평성보다 넓기 때문이지 측성에 대해 특별히 관대한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당인(唐人)들이 사용한 하삼측을 살펴보면 상성과 거성, 입성 가운데 어느 한 성(聲)으로만 세 글자를 연이은 예는 거의 없다. 이것은 어느 한 성으로만 세 글자를 연이어 쓰면 하삼평과 마찬가지로 음(音)의 화해미(和諧美)를 해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삼평 : … ○○○(×)
하삼측 : … ●●●(△)
3. 무운자구요자평(無韻字句腰字平)과 유운자구요자측(有韻字句腰字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운자구”란 운자가 없는 구라는 뜻으로 압운하지 않는 구를 가리키며 “유운자구”란 운자가 있는 구라는 뜻으로 압운한 구를 가리킨다. “요자”는 가운데(허리) 글자란 뜻으로 오언의 경우는 제3자를 가리키지만 칠언의 경우는 제4자가 아니라 제5자를 가리킨다. 이는 칠언시가 오언의 시구 앞부분에 두 글자가 더해져 만들어진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 한다. 이를 간단히 오언이든 칠언이든 끝에서 세 번째 글자가 ‘요자’라고 이해해두는 것이 무난하다.
무운자구요자평 : … ‘○’●●, … ‘○’○●
유운자구요자측 : … ‘●’●◎, … ‘●’○◎
그러나 무운자구요자평과 유운자구요자측의 원칙은 평성으로 압운한다는 전제하에 용인되는 격률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가령 측성으로 압운한 시라면 무운자구의 마지막 글자는 평성이 되어(앞에서 설명하였음) 오언의 제4자, 칠언의 제6자가 평성인 시에서는 엄격히 금하는 하삼평(… ‘○’○○)이 발생하고, 유운자구의 제4자(오언), 제6자(칠언)가 측성인 시에서는 경우에 따라 금기시하는 하삼측(… ‘●’● ⊙)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격률을 간단히 이해하고 하삼련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이 나름대로 만든 “오삼부동(五三不同 : 다섯 번째 글자의 평측과 세 번째 글자의 평측을 달리 한다는 뜻)”과 “칠오부동(七五不同 : 일곱 번째 글자의 평측과 다섯 번째 글자의 평측을 달리 한다는 뜻)”이라는 규칙을 숙지해두기 바란다. 오언이든 칠언이든 마지막 글자의 평측은 압운할 운목이 선택되는 순간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변적이 아니라 고정적이다. 그러므로 이를 기준으로 삼아 오언의 경우에는 오삼부동을, 칠언의 경우에는 칠오부동을 적용시킨다면 시를 지을 때 범죄(犯罪 : 시율을 범하는 것을 칭하는 말)하는 폐단이 결코 생기지 않게 된다.
4. 피 고평 고측(避 孤平 孤仄) - 고평과 고측을 피하라
고평이란 시구 내에서 평성이 고립되는 현상을, 고측이란 시구 내에서 측성이 고립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옛 시인들은 평성이 고립되는 현상을 특히 꺼렸다. 절주점을 제외한 글자는 평측의 운용이 절주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고평과 고측을 범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사실은 뒤에서 다루게 될 요구(拗救)를 목적으로 평측을 호환(互換 : 서로 바꿈)한 경우에는 고평과 고측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평이나 고측은 이사부동, 이륙대의 원칙이 지켜진 시에서 따지는 격률이기 때문이다. 고평과 고측 현상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고평 : ●‘○’●(×)
고측 : ○‘●’○(△)
이제 평성자로 압운된 시라는 가정하에 고평, 고측과 관련하여 시구 내에서의 평측을 따져보기로 하자.
<오언시>
1. 출구의 제2자가 측성인 시구의 예
□●○○●(出句)
□○○●◎(對句)
오언의 경우 제1자를 제외한 나머지 글자의 평측은 이사부동과 오삼부동의 원칙에 따라 이미 결정된 상태이다.(대구의 제2자가 왜 평성인가 하는 문제는 후술됨) 아직 미결정 상태인 제1자의 평측을 따질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바로 고평과 고측의 문제이다.
출구의 제1자 자리에 평성자를 쓰면 어떻게 될까? “○●○”이니 이른바 고측이 된다. 고측은 당연히 피해야 하는 것이므로 출구의 제1자는 반드시 측성을 써야하는 것이다.
대구의 제1자는 또 어떤가? 어떤 글자를 쓰던 고평, 고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측성이나 평성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평성을 쓰면 하삼평이 아닌가고 생각하는 분이 혹 있다면 하삼평의 정의를 다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그러므로 이 자리에는 ‘◐’ 부호가 적당하다.
이제 완성된 격률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출구)
◐○○●◎(대구)
2. 출구의 제2자가 평성인 시구의 예
□○○●●(출구)
□●●○◎(대구)
출구와 대구 제1자는 모두 무슨 글자를 쓰던 고평, 고측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 부호를 쓸 수 있다. 아래는 완성된 격률이다.
◐○○●●(출구)
◐●●○◎(대구)
<칠언시>
1. 출구의 제2자가 측성인 시구의 예
□●□○○●●(출구)
□○□●●○◎(대구)
칠언의 경우는 이사부동, 이륙대와 칠오부동의 원칙에 따라 제1자와 제3자를 제외한 글자의 평측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 아직 평측 미정의 상태로 있는 제1자와 제3자의 평측은 오언과 마찬가지로 고평과 고측을 피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데 이들의 평측은 상호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곧 제1자나 제3자를 무슨 글자로 하느냐에 따라 제3자나 제1자의 평측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때 제1자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제3자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하는 문제는 시인 스스로가 결정할 사항이다.
가령 제1자에 다른 시어로 대체하기 곤란한 고유명사를 써야 한다면 제1자를 기준으로 삼아 제3자의 평측을 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제3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임) 기술의 편의상 제3자의 평측을 기준으로 삼아보자.
출구의 제3자 자리에 측성을 쓴다면 “□●●○○●●”이 되어 제1자는 평측 아무거나 쓸 수 있지만 제3자의 자리에 평성을 쓴다면 “□●○○○●●”이 되어 제1자는 (고측을 피하기 위하여) 반드시 측성을 써야 한다.
대구의 제3자 자리에 측성을 쓴다면 “□○●●●○◎”이 되어 제1자는 (고평을 피하기 위하여) 반드시 평성을 써야 하지만 제3자의 자리에 평성을 쓴다면 “□○○●●○◎”이 되어 제1자는 평측 아무거나 쓸 수 있다.
2. 출구의 제2자가 평성인 시구의 예
□○□●○○●(출구)
□●□○●●◎(대구)
출구의 제3자는 고측을 피하기 위하여 측성을 써야 하며 제1자는 고평을 피하기 위하여 평성을 써야 한다.(○○●●○○● ) 같은 이치로 대구의 제3자는 평성, 제1자는 측성을 써야 한다. (●●○○●●◎)
* 오언이든 칠언이든 제1구에 압운된 경우의 평측은 위에서 살펴본 대구의 예를 준용하면 된다.
시가(詩家)의 금언인 일삼오불론(一三五不論 : 시를 짓거나 논할 때 제1자와 제3자, 제5자의 평측은 심각하게 따지지 않는다는 뜻)과 이사륙분명(二四六分明 : 시를 짓거나 논할 때 제2자와 제4자, 제6자의 평측은 분명하게 한다는 뜻)은 대전제격의 원칙으로 운위(云謂)되는 것일 뿐 각론으로 들어가면 절대적인 격률이 결코 되지 못한다는 것이 자명하다. 요컨대 시에서는 어느 한 글자의 평측도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두시기 바란다.
【반점법(反粘法)】
반점법이란 시 전체의 평측에 변화를 주고 시의 절주(節奏)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각구(各句) 상호간의 평측 전개(展開)에 설정해둔 법칙을 가리키는데 간단히 구와 구 사이에 적용되는 평측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반점법은 달리 대점법(對粘法)이라고도 한다.
反 : 각 구 상호간의 평측 배열이 상반(相反)되도록 하는 것.
粘 : 각 구 상호간의 평측 배열이 같도록 하는 것.
시구는 반과 점의 연속으로 엮어지게 되는데 제1구와 제2구 사이에는 반의 원칙이(당연히 위의 구가 기준이 된다), 제2구와 제3구 사이에는 점의 원칙이, 제3구와 제4구 사이에는 다시 반의 원칙이 쓰인다.
절구뿐만 아니라 율시나 배율도 이런 방식으로 연역해 갈 수 있지만 운자(韻字)와 요자(腰字)의 평측은 반점법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 구절 내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에 주의를 요한다. 이 반점의 운용이 완정하지 못하면 실대(失對), 실점(失粘)이라 하여 통상 요(拗 : 기본적인 격률을 벗어난 시, 혹은 구)로 간주한다.
한 편의 시에서 기준이 되는 글자는 제1구의 제2자이고, 각 구의 제2자는 어떤 예외도 없이 규칙에 따라 평측이 정해지는 까닭에 각 구의 제2자들만 살펴보면 반점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가늠할 수 있다. 제1구의 제2자가 평성이면 평기식, 측성이면 측기식으로 부른다는 점은 상기(上記)한 바이다. 이제 간단히 각 구의 제2자만 도식화시킨 율시의 예를 살펴보기로 하자.(절구의 경우는 제4구까지만 고려하면 됨)
평기식 ○ 反
●
粘
●
反
○
粘
○
反
●
粘
●
反
○
측기식 ● 反
○
粘
○
反
●
粘
●
反
○
粘
○
反
●
여기서 우리는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제2자의 평측만 따질 때 율시의 형식이 평기식은 “○●●○”이, 측기식은 “●○○●”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절구를 “율시의 절반”으로 보는 견해나 배율의 구수(句數)가 통상 4의 배수로 구성되는 까닭은 따지고 보면 이 반점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 각 시형(오언절구와 율시의 평기식,측기식 / 칠언절구와 율시의 평기식, 측기식 등)별 평측도(平仄圖)는 각자가 반드시 작성해보고 실제 시로 검증해보라는 뜻에서 싣지 않았음.
아래에 설명할 요구(拗救)는 시율의 최고봉으로 칭해지는,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굳이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지 않았습니다.
【 拗救 】
근체시 가운데 平仄 배열이 기본 원칙과 다른 것을 拗體라 하는데 이 拗體의 破格을 구제하는 것을 拗救라 칭한다.
拗救는 통상 合律로 취급하지만 拗體인데도 구하지 않으면 不合律이 되어 엄격한 의미에서 근체시라 할 수 없게 된다. 拗救의 방식에는 크게 다음 세 가지가 있다.
1. 單拗
單拗는 本句를 自救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발생하는 곳은 5언 出句의 제3자와 7언 出句의 제5자인데 仄韻을 쓴 시에서는 對句의 해당자에서도 발생한다. 본래 平聲을 써야 할 제3자의 자리(○○'○'●●)나 제5자의 자리(●●○○'○'●●)에 仄聲을 써서 律에 不合하여 拗가 되면 본래는 仄이라야 하는 同句의 제4자(5언의 경우)나 제6자(7언의 경우)를 平聲으로 고쳐서 위의 拗를 救한다.(○○●○● , ●●○○●○●) 이러한 平仄互換의 방법이 單拗이다. 외형상으로 제4자와 제6자가 孤平이 된 것 같으나 拗救를 목적으로 平仄을 호환했기 때문에 孤平으로 여기지 않는다.
移舟泊煙渚, 日暮客愁新. (孟浩然 <宿建德江>)
○○●○● ●●●○○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王維 <竹里館>)
●●○○● ○○●○●
正是江南好風景, 落花時節又逢君. (杜甫 <江南逢李龜年>)
●●○○●○● ●○○●●○○
2. 雙拗
雙拗는 對句로 出句의 拗를 救하는 것이다. 5언 出句의 제2자와 제4자를 모두 仄聲으로 쓰거나, 7언 出句의 제4자와 제6자를 모두 仄聲으로 써서 律에 不合하여 拗가 되었다면 5언 對句의 제3자와 7언 對句의 제5자에 반드시 平聲을 써서 出句의 拗를 구한다. 이렇게 對句가 出句를 구하는 것이 雙拗다.
人事有代謝, 往來成古今. (孟浩然 <與諸子登峴山>)
○●●●● ●○○●○
南朝四百八十寺, 多少樓臺煙雨中. (杜牧 <江南春絶句>)
○○●●●●● ○●○○○●○
3. 孤平拗救
孤平拗救도 對句로 出句의 拗를 救하는 것이다. 出句가 '●●○○●'인 5언에서 平으로 써야할 제3자를 측으로 쓰면 '●●●○●'가 되어 孤平을 범하게 된다. 그러면 對句 제3자를 반드시 평을 써서 이를 구해야 한다.(경우에 따라 제1자를 평으로 써서 拗를 救하기도 하나 일반적이지 않다) 7언에서는 '○○●●○○●'을 '○○●●●○●'으로 쓴 경우인데 對句 제5자를 平으로 써서 구한다. 5, 7언 공히 제2자가 孤平이면 對句 제1자를 平으로 써서 拗를 救한다. 이와는 달리 出句에 孤平이 있으면(7언의 제4자 孤平 포함) 對句에 孤仄을 이루어 拗를 救하는 방법도 있다.
但見淚痕濕, 不知心恨誰. (李白 <怨情>)
●●●○● ●○○●○
兒童相見不相識, 笑問客從何處來? (賀知章 <回鄕偶書>)
○○○●●○● ●●●○○●○
祗應守索寞, 還掩故園扉. (孟浩然 <留別王侍御維>)
●○●●● ○●●○○
* '○○●●○'에서 제1자를 만약 仄聲字를 써서 孤平을 만들었다면 本句 제3자를 平聲으로 써서 救할 수 있다. 즉, '●○○●○'의 법식이 되는데 이는 單拗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 拗와 결부한 失粘과 失對
失粘과 失對는 달리 拗粘과 拗對라 하기도 한다. 盛唐 이전에는 對粘을 별로 따지지 않고 보통 對句의 平仄을 出句의 平仄과 달리하는 것만으로 合律한다고 보았으나 後人들은 이런 현상에 대하여도 失對, 失粘이라 일컬었다.(孟浩然의 <春曉>와 王維의 <送元二使安西>는 제2자의 평측이 모두 “○●○●”으로 되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