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灸 小考/사암오행침

사암침법 7 - 사암침법의 비판

초암 정만순 2017. 7. 5. 10:06



사암침법 7 - 사암침법의 비판



■ 사암침법에 대한 비판 ■

 


사암침법이 많은 한의사들에게 임상적으로 뛰어난 침법으로 각인되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사암침법에 대한 주요 비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사암침법이 기본적으로 오행의 상생과 상극이라는 순환논리의 틀에 입각하여 구성되었다는 점이 가장 주된 비판의 요점일 것입니다.


오행론 자체에 회의적인 관점을 지닌 입장에서는 사암침법이 상생상극론 특유의 끝도 없는 순환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뿐더러 사암이 제시한 다양한 치법들을 설명하는 방편들이 오행론을 이용한 합목적적 결과론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사암침법이 구성 자체부터 모순에 차 있을 수밖에 없다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오행론의 합리성과 실제적 유용성에 관한 논의를 떠나 이에 대한 비판은 사암침법이 제시하는 치법의 구성을 送穴과 受穴의 배치에 입각한 경락간의 연계 차원에서 해석해 들어간다면 많은 부분 극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肺正格의 예를 들어 본다면 ‘太白, 太淵 보’의 배합은 원칙적으로는 土生金이라는 상생의 원칙에 입각하여 구성된 것이나 이는 太陰經의 原穴간의 배합이므로 일차적으로는 內位에 해당하는 太陰의 병위에 작용하며 太陰經에 연계되는 脾와 肺의 연계를 강화시켜주는 구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太白이 土의 送穴이므로 이를 太淵과 배혈하면 장상론적으로는 “脾氣散精, 上歸于肺”의 기전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유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太白과 太淵을 동시에 사하면 脾와 肺의 연계를 약화시키는 작용을 유도한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이는 痰涎의 생성을 억제시켜 痰에 의해 유발되는 현훈을 다스리는 치법으로 운용됩니다(痰眩方: 少府, 魚際 보; 太白, 太淵 사).


실제 사암이 특정 병증에 제시한 치법의 상당수가 정격이나 승격의 기본적 틀을 벗어난 변형들이나 오행의 상생상극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해석적 도구로서 送·受穴론은 매우 유용한 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② 정격과 승격을 운용해야 하는 경우의 병증 모델이 장상론에 입각한 허실론에 치우쳐 있다 보니 본연의 경맥 병후에 대한 고찰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실제 사암침법을 운용하면서 장상론상의 허실론을 경락론에 그대로 기계적으로 대입시켜 특정 장부의 허실의 상황에 대해 그와 연계되는 경맥의 정·승격을 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장상론상 腎虛의 상황이라면 보통 腎正格을 운용하는데 과연 모든 腎虛의 상황이 腎正格에 유효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검증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腎虛를 腎陽虛와 腎陰虛로 구분하여 대처하는 변증론치적 입장에서 腎虛의 상황에 腎正格이 유의성을 보인다 하더라도

腎正格을 腎陽虛와 腎陰虛의 병기 중 어느 편에 운용을 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파생됩니다.


그리고 腎은 보법만 있을 뿐 사법은 없다는 논리를 적용하여 腎勝格 무용론을 제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현금의 경맥론에 장상론이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장부와 경맥에 대한 논의가 별개로 진행되어 오다가 일정 시기에 이르러 통합된 이상 장상론에 입각한 경혈의 운용은 경맥 병증 파악과 경혈 운용 체계의 본연을 곡해해버릴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 점은 『內經』을 비롯한 경맥론 형성시 초기의 서적들에 수록된 경맥 징후들을 면밀하게 고찰해가며 해결해야 할 것으로서 사암침법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③ 『素問·陰陽應象大論』에서는 침을 놓는 요체가 “從陰引陽, 從陽引陰”이라 하고서 “陽病治陰, 陰病治陽” 하라 하였습니다.


이는 병이 陽(分)에 있을 경우 陰(分)을 다스리고 병이 陰(分)에 있을 경우 陽(分)을 다스리라는 원칙으로서 陰經과 陽經의 표리관계를 이용하여 침을 시술하는 치료의 원칙이 됩니다. 


그러나 사암침법에서 정·승격을 구성할 때 陰經은 陰經의 경혈들로만, 陽經은 陽經의 경혈들로만 送·受穴 관계가 구성되기 때문에 표리 관계를 이용한 치법을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사암이 경우에 따라 陽經과 陰經의 정·승격을 병용하거나 陰經의 혈들과 陽經의 혈들을 병용하는 치법을 제기하긴 하였지만(瘀血方: 太白, 太淵 보; 曲池 사) 표리 관계를 이용한 경우는 실제 드문 편입니다.

일반 침구론에서 陰經과 陽經간의 표리 관계에 입각한 치법이 많이 운용된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사암침법은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④ 정·승격은 自經의 혈 2개에 他經의 혈 2개가 배합되어 3개의 경락이 관련되는 구조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병변과 직접 관련되는 경락을 조절하기 위해 자경이 아닌 타경이 2개나 관계되다 보니 오히려 이러한 배치가 주동경의 經氣에 간섭 효과를 일으키고 실질적인 효능을 발휘하는 데 제한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다.

즉 병변과 직접 관련되는 주동경의 혈(들)만 취하면 될 것인데 다른 경맥의 혈을 취하다 보니 효과가 오히려 분산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은 『內經』을 위시로 한 침법이 대부분 병변과 관련된 주동경이나 상하 표리경의 혈을 최소한도 내에서 취한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적확한 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수의 경맥의 경혈들을 배혈하는 것이 과연 주동경에 대해 간섭에 의한 상쇄 효과만을 유발하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고찰이 필요합니다.

한편 사암침법에서 정·승격은 항상 고정된 형태로만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타경 보사만을 운용하여 간접적으로 주동경의 經氣를 다스리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送·受穴 배합을 변화시켜 經氣의 작용 범위를 바꾸기도 하는 등 병증에 따라 다양한 변형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치들은 주동경뿐만 아니라 병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경맥의 이상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서 병증의 상항에 따라 특정 경맥의 경혈을 선택적으로 포함시키거나 배제하는 임의적 대처가 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고정된 형태의 정·승격의 내용만을 대상으로 삼아 사암침법의 운용 방식을 재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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