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암침법 6 - 송혈과 수혈
■ 送穴과 受穴(1) ■
간-대돈 담-임읍
심-소부 소장-양곡
심포-노궁 삼초-지구
비-태백 위-족삼리
폐-경거 대장-상양
신-음곡 방광-통곡
특정 경맥에 소속된 오수혈은 해당 경맥의 생·병리 체계 내에서 그 속성이 규정, 이해되어 왔습니다.
침구학의 형성기에는 『內經』에서 제시한 각 경맥의 是動病과 所生病이 해당 경맥내 오수혈의 혈성과 주치로 이해되었고
경험이나 임상에 입각해서 파악된 각 혈들의 주치적 특이성들이 시대적으로 차곡차곡 축적이 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지요.
하지만 사암침법에서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오수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즉 오수혈이 단지 자기가 속한 해당 경맥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맥간의 經氣를 상호 연계, 소통시키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수혈은 자기가 배속되어 있는 自經만이 아니라 他經에도 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은 오수혈들의 배합을 통해 기술적으로 특정 경맥들 간의 연계를 강화 또는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도 확대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수혈중 특정 경맥에서 다른 경맥으로 經氣를 보내는 혈을 ‘送穴’이라 하고 다른 경맥의 經氣를 받아들이는 혈을 ‘受穴’이라고 합니다.
이는 원래 8체질침법을 창안한 권도원 선생에 의해 확립된 개념으로서 원래 사암침법에서 送穴과 受穴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전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送穴과 受穴이라는 개념은 사암침법의 정격과 승격만이 아니라 사암이 창안한 다양한 변용방들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오수혈에서 送穴과 受穴을 규정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送穴은 오수혈 가운데 그 오행적 속성이 해당 경맥의 오행의 속성과 일치하는 혈입니다.
즉 이 送穴이 해당 경맥의 經氣를 다른 경맥으로 보내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오수혈 가운데 送穴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혈들은 자연히 다른 경맥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受穴이 됩니다.
따라서 하나의 경맥에는 1개의 送穴과 4개의 受穴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肝經을 예로 든다면 肝은 오행상 木에 해당하므로 오수혈중 木穴인 大敦은 送穴이 되어 肝經의 기운을 다른 경맥으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혈들인 行間, 太衝, 中封, 曲泉은 다른 경맥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大敦은 肝經(木)의 기운을 나머지 陰經으로 보내는 통로 송혈
* 行間은 心經(火)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수혈
* 太衝은 脾經(土)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수혈
* 中封은 肺經(金)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수혈
* 曲泉은 腎經(水)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수혈
보통 送穴은 다른 경맥에서 오행상 같은 속성의 혈들을 受穴로 삼아 두 경맥이 기능적으로 연계가 되는데
이때 陰經은 陰經끼리 陽經은 陽經끼리 연계를 맺습니다. 각 경맥의 送穴은 다음과 같습니다.
陰經에서 脾經의 예를 들자면 太白을 送穴로 삼아
神門을 통해서 心經과,
太淵을 통해서 肺經과,
太衝을 통해서 肝經과,
太谿를 통해서 腎經과 소통하게 됩니다.
陽經에서 胃經의 예를 들자면 足三里를 送穴로 삼아
小海를 통해서 小腸經과,
曲池를 통해서 大腸經과,
陽陵泉을 통해서 膽經과,
委中을 통해서 膀胱經과 소통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送·受穴의 배합을 통해 경맥간의 벡터(vector)가 형성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送·受穴의 보사는 경맥간의 연계를 기술적으로 강화시키거나 약화,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경맥의 送穴을 보하고 이와 연계시키려는 경맥의 受穴을 함께 보하는 것은 두 경맥의 생리적, 기능적 연계를 강화시키는 방식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특정 경맥의 送穴을 사하고 다른 경맥의 受穴을 함께 사하는 것은 이들의 연계를 약화, 차단시키는 방식이 된다는 것이죠.
사암침법에서 치법의 근간을 이루는 정격과 승격은 분명히 오행의 상생과 상극 관계를 적용하여 구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암침법 운용의 핵심은 사실 送·受穴의 배합을 통해 경맥이나 장부간의 연계 관계를 조절하는 데 있으며
그 수단으로서 보사가 적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모든 정격과 승격이 보사를 통한 전형적인 送穴과 受穴의 배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임상에서는 반드시 送穴과 受穴간의 배합만이 기계적으로 운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오행적 속성을 지닌 受穴들간에도 배합이 구성되어 해당 경맥들 간의 經氣를 연계시키커나 차단시키는 방법이 다양하게 응용됩니다.사암침법의 다양한 변용들이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들은 다음 회에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오수혈이 각 경맥 간의 經氣를 상호 연계, 소통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送穴과 受穴이 규정되는 방식을 살펴보았습니다.
送穴과 受穴의 배치를 통해 오수혈은 자기가 배속되어 있는 自經만이 아니라 他經에도 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되고 사암침법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암침법에서 많은 빈도로 운용되는 脾正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脾正格은 ‘少府, 大都 보; 大敦, 隱白 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脾가 土에 해당하므로 “虛則補其母”의 원칙에 입각하여 心經의 火穴인 少府와 자경인 脾經의 大都를 보하고, 土를 극하는 木을 제어하기 위해 肝經의 木穴인 大敦과 자경인 脾經의 隱白을 사하도록 구성된 것이 脾正格입니다.
이와 같이 脾正格은 기본적인 오행의 상생상극론에 입각하여 구성이 되었고 정격이 해당 경맥이나 장부의 기운을 보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脾虛에 대한 대처방으로 운용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脾正格의 구성을 送穴과 受穴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면
우리는 脾正格이라는 치법이 지향하는 바와 임상상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기본적으로 ‘益火生土’의 기전으로 脾의 기능을 강화시키기고 脾虛에서 기인한 제반 陰證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를 送穴과 受穴의 배오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火의 주동경으로서 升散의 기능을 발휘하는 心經의 少府를 送穴로 삼아 脾經의 大都를 배오한다는 것은 氣의 상승을 총괄하는 ‘脾主升’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방식으로서 규정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脾의 升氣 작용에서 비롯되는 淸陽의 上達에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素問·陰陽應象大論』에서는 “淸陽出上竅, 濁陰出下竅”, “陰味出下竅, 陽氣出上竅”라 하여 淸陽이 상승하여 上竅에 이르러야 오관이 정상적 기능을 발휘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두면부로 淸陽이 상승하지 못하고 발생하는 淸陽不達의 상황이나 그에서 비롯된 오관의 기능 이상을 다스리기 위해 운용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素問·玉機眞藏論』에서 “其(脾)不及, 則令九竅不通, 名曰重强”이라 한 내용과도 상통합니다.
‘大敦, 隱白 사’의 배오는 肝木의 送穴인 大敦에 脾經의 隱白을 受穴로 삼은 것입니다.
이 배오는 결과적으로 肝-脾經 간의 연계고리를 약화시켜 肝氣의 橫逆에 의한 脾氣의 약화를 막고 肝脾不和의 상태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脾의 升氣 작용에 의해 條達之性을 지닌 肝氣가 상승, 운행하게 되어야 정상적 疏泄 작용이 발휘되므로 脾氣가 상승하지 못하면 肝鬱이 초래된다는 측면에서 大敦과 隱白의 배오는 開達之性을 지닌 肝의 疏泄之氣가 억눌린 상황을 개선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脾正格은 脾의 升氣 작용의 이상에서 비롯된 淸陽不達이나 下陷의 상황과 肝脾不和를 다스리는 데 주요한 작용을 발휘함을 알 수 있으며 脾正格이 막연히 脾虛에 적용된다는 도식적 이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脾虛의 상황이더라도 肝脾不和의 병기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며 오행의 상극 관계로 보더라도 木克土가 아닌 水侮土의 병기가 주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상황에서 大敦, 隱白을 사하는 脾正格의 원형을 그대로 운용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脾虛의 상황에서 水濕의 정류가 주가 되면 脾熱補에 해당하는 ‘少府, 大都 보; 陰谷, 陰陵泉 사’를 운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번에는 肺勝格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肺勝格은 ‘少府, 魚際 보; 陰谷, 尺澤 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少府, 魚際 보’는 脾正格에서처럼 心經의 火穴인 少府를 送穴로 삼아 肺經의 魚際를 受穴로 취하였습니다.
이는 脈을 통한 氣의 운행을 총체적으로 주관하는 肺와 혈행을 주관하는 心의 火穴을 배오한 것으로 心肺에서 발하는 宗氣의 운행을 고양시키는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陰谷, 尺澤 사’는 腎水의 送穴인 陰谷에 尺澤을 受穴로 삼은 배오입니다.
陰谷은 특히 水의 운행을 총제적으로 주관하는 腎氣의 이상에서 유발된 水飮의 정류나 범람을 다스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陰谷을 腎水의 送穴로 삼아 다른 경맥의 水穴과 배오하여 이를 사법으로 운용하면 특정 경맥이 작용하는 영역으로 水飮이 범람하여 발생한 병증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결국 ‘陰谷, 尺澤 사’는 腎主水 기능의 부전과 肺의 宣發, 肅降 기능 이상으로 水飮이 上焦의 영역으로 범람하거나 정류한 상황을 다스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발휘함을 알 수 있습니다.
『靈樞·本藏』에서 “肺大則多飮, 善病胸痺·喉痺·逆氣”라 하였듯이 水飮의 정류는 肺實의 상황을 초래하게 되고 특히 흉격 상부에서 胸痺를 비롯한 다양한 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가장 적절한 치법이 肺勝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肺勝格은 단순히 肺實의 상황에 모두 적용되는 치법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水飮의 정류 소견이 있으며 이로 인해 肺의 宣發, 肅降 기능에 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이 肺勝格의 적응증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 ‘陰谷, 尺澤 사’의 배오는 다른 종류의 치법과도 병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心虛의 상황에 ‘大敦, 少衝 보; 陰谷, 少海 사’로 구성된 心正格을 운용할 때 水飮의 정류가 肺에 압박을 주어 氣短이나 호흡곤란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陰谷, 少海 사’를 ‘陰谷, 尺澤 사’로 치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편 肺勝格을 운용하면서도 肺實을 유발시킨 痰飮이 中焦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生痰之源인 脾를 다스리기 위해 ‘陰谷, 尺澤 사’ 대신 陰陵泉, 尺澤 사’를 운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사암이 제시한 치법들에는 특정 정·승격을 기본 모델로 삼고서 送·受穴의 배오를 통해 다양한 변용방을 운용한 예가 많습니다.
이는 병증이 기본적으로 특정 장부나 경락의 허실 상황으로 규정될 수는 있으나 실제 발현되는 병증의 양상이나 그 병기는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상을 정형화된 치법의 틀안에서만 대처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암치법이 보여주는 ‘隨證治之’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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