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灸 小考/사암오행침

사암침법 8 -폐정승격 의미

초암 정만순 2017. 7. 5. 17:57



사암침법 8 -폐정승격 의미



■ 肺正格의 의미 ■


宗氣는 심장과 동맥의 박동을 가능하게 하는 추동력으로서 인체에서 파악된 氣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며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氣의 측면을 표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宗氣를 眞氣라고도 표현합니다. 『靈樞·邪客』에서 “故宗氣積于胸中, 出于喉嚨, 以貫心脈, 而行呼吸焉”이라 하였듯이 흉중[膻中]에 쌓인 宗氣는 일차적으로 호흡과 맥동을 가능하게 하고 血脈을 통해 營衛를 흐르게 합니다.


宗氣는 심박동을 통해 외부에 반영되며 그 추동력에 의해 경동맥을 비롯한 복대동맥, 겨드랑동맥, 대퇴동맥, 요골동맥, 발등동맥 등을 통한 박동이 감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宗氣에 의해 호흡이 가능하다고 한 점은 한의학이 호흡과 맥동을 동일한 위상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宗氣는 흉중에서 작용하여 肺를 통해 상초에서 나오지만 근본적으로는 중초의 水穀之氣에서 발원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는 “脾氣散精, 上歸于肺”의 기전에 의해 營衛之氣가 중초에서 발원한다는 관점과 동일한 것으로서 經氣의 본질인 營衛는 宗氣의 추동력으로 운행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肺는 心과 함께 흉부에 위치하여 宗氣 운행의 출발점이 되므로 肺氣의 宣通은 衛氣뿐만 아니라 營血 운행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素問·經脈別論』에서는 “食氣入胃, 濁氣歸心, 淫精於脈. 脈氣流經, 經氣歸於肺, 肺朝百脈, 輸精於皮毛”라 하였습니다.


脈은 營이 운행하는 곳으로 營이 血로 화하여 脈中인 經隧之中을 통해 흐릅니다.

그리고 이 운행은 肺가 營衛之氣의 운행을 주관하여 일차적으로 手太陰經에서 비롯되므로 ‘肺朝百脈’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黃元御가 宗氣를 “肺中之大氣, 一身諸氣之宗也”라 한 것이나 張錫純이 宗氣를 ‘胸中大氣’라 하여 생명의 종주가 된다고 한 것은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실제적인 심박동을 비롯한 주요 동맥에서 드러나는 맥동을 宗氣의 작용으로 간주하고서도 이를 心이 아닌 肺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心主血脈론보다 肺朝百脈론을 우위에 내세운 것은 매우 특이한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宗氣는 地氣로 표현되는 水穀之精과 天氣로 표현되는 呼吸之氣가 결부되어 脈을 통해 함께 작용하는 것을 포괄한 개념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肺의 주요 생리적 측면은 宣發과 肅降으로 표현됩니다.

폐는 호흡을 통해 내외로 氣의 소통을 주관하고 체내에서는 營衛之氣의 宣通을 주관합니다.

외부로 향하는 宣發 기능에 의해 表인 피모에 氣와 津液이 유통하게 되고, 내부를 향하는 肅降 기능에 의해 淸氣가 수렴됩니다.


한편 肺는 上焦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華蓋’라 표현됩니다.

오장육부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것은 위치적으로 기능상 포텐셜(potential)로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肺苦氣上逆”이라 하였듯이 肺의 병증은 궁극적으로 肺氣가 정상적으로 肅降하지 못한 氣의 상역증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입각하여 肺正格의 구성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肺正格: 太白, 太淵 보; 少府, 魚際 사


‘土生金’이라는 측면에서 太白, 太淵을 보한 것이지만 脾經의 원혈인 太白과 肺經의 원혈인 太淵의 배오는 脾-肺 간의 연계를 통해 脾精을 肺로 상달시켜 氣와 津液을 산생하는 작용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素問·經脈別論』에서는 脾와 肺의 기능적 연계에 대해 “飮入于胃, 游溢精氣, 上輸于脾, 脾氣散精, 上歸于肺, 通調水道, 下輸膀胱, 水精四布, 五經幷行”이라 표현하였습니다.

肺氣의 정상적 선통을 통해 氣의 宣發 작용이 강화되면 營衛의 소통이 원활해지는데 이는 太淵이 八會穴 중 脈會穴로서 작용하는 근거로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한편 氣가 울체되면 열로 화하기 쉽습니다.

특히 肺金이 열을 받게 되면 ‘火克金’의 기전에 의해 肺는 더욱 쇠해지고 津液이 소모되어 燥熱이 가중됩니다.


『醫門法律』에서는 “寒冷所傷不過裏束其外, 火熱所傷則更消爍其中, 所以爲害倍烈也. 然火熱傷肺, 以致諸氣膹鬱, 諸痿喘嘔而成燥病”이라 하였습니다.

따라서 ‘少府, 魚際 사’는 화열에 의해 肺氣의 膹鬱이 초래되거나 燥熱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작용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을 종합하여 肺正格의 작용을 정리해 보자면 肺正格은 일차적으로 표부와 上焦에서 氣의 膹鬱을 해소하기 위해 운용됩니다.

 “諸氣분鬱, 皆屬於肺”라 하였듯이 내인이든 외인이든 肺의 宣通 작용이 발휘되지 못하면 氣의 울결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 결과 울열이 생기거나 津液이 변조되어 痰飮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本經疏證』에서는 上焦에 陽이 실하고 陰이 허하면 氣가 생기지 못하고 氣가 생기지 않으면 열이 막혀서 濕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肺正格은 이런 기전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外感에 의한 ‘風寒束表’의 상황은 肺氣의 不暢을 초래하고 울열을 유발할 수 있는데 肺正格이 이런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肺正格은 당연히 호흡기계 병증시 급·만성을 가리지 않고 일차적으로 운용을 고려해야 하는 치법입니다.


肺는 膀胱과는 상통 관계를 이루고 大腸과는 표리 관계를 이루므로 下竅를 통한 대소변의 배출에도 중요한 관련을 지니고 있습니다.

肺의 肅降 작용이 이루어져야 하초로 氣血과 津液의 정상적 공급과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肺正格은 肅降 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대소변의 원활한 배출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肺正格은 宗氣의 추동력을 강화시켜 하행하는 것을 돕습니다.

肺에서 출발한 宗氣는 하행하여 氣街로 주입되고 하지를 통과하여 발끝까지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宗氣의 하행이 원활하지 못하면 『靈樞·刺節眞邪』에서 “故厥在于足, 宗氣不下, 脈中之血, 凝而留止”라 하였듯이 하지의 말단의 순환장애 관련 병증이나 퇴행성 병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素問·通評虛實論』에서 “氣虛者, 肺虛也; 氣逆者, 足寒也”라 하였는데 여기서 氣虛란 宗氣의 추동력이 약화된 상태를 의미하므로 결국 宗氣의 운행을 주관하는 肺虛로 파악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素問·臟氣法時論』에서 肺의 병증으로 “尻·陰股·膝·髀·腨·胻·足皆痛”이 언급된 것은 宗氣가 하행하지 못한 병리적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지의 순환장애에 의한 냉증이나 기능 약화, 관절계의 퇴행성 병변 등에 肺正格이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肺正格의 ‘少府 사’는 心火를 하강시키는 작용을 발휘하여 足寒을 개선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 肺勝格의 의미 ■

 

『靈樞·決氣』에서는 “上焦開發, 宣五穀味, 熏膚充身澤毛, 若霧露之漑, 是謂氣”이라 하고 이어 “腠理發泄, 汗出溱溱, 是謂津”이라 하였습니다. 上焦를 ‘開發’시키는 것은 宗氣입니다.

이는 津이 水穀之氣에서 화한 것이며 그 기능이 (宗)氣의 연장선에서 발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津은 “脾氣散精, 上歸于肺”하는 과정을 통해 중초에서 생성된 후 상초로 유통되고 肺의 宣發, 肅降하는 작용을 통해 전신에 흩어지며 공급됩니다.

津은 陽에 속하여 비교적 맑고 유동성이 큰 것으로 주로 衛氣와 함께 체표에 운행하여 皮膚, 肌肉을 온양, 자윤시킵니다.

따라서 津은 陽氣가 화한 水의 한 측면입니다. 이 때문에 張景岳은 津을 ‘陽之液’이며 ‘液之淸’이라 하였다.

 

『靈樞·經脈』에서는 手陽明大腸經의 所生病을 언급하면서 “是主津(液)所生病者……”라 하였습니다.

大腸은 津의 선통을 추동하는 肺와 表裏 관계를 이룹니다.

그리고 糟粕을 배출시키며 수분을 흡수하여 津의 재흡수와 선통에 관여합니다.

『靈樞·決氣』에서는 “穀入氣滿, 淖澤注于骨, 骨屬屈伸洩澤, 補益腦髓, 皮膚潤澤, 是爲液”이라 하였습니다.

液은 陰에 속하여 津과 대비되어 탁하고 점조한 것으로 관절, 뇌수, 七竅 등을 자양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따라서 張景岳은 液을 ‘陰之津’이며 ‘津之濁’이라 하였습니다.

 

『靈樞·經脈』에서는 手太陽小腸經의 所生病을 언급하면서 “是主液所生病者……”라 하였습니다.

小腸은 受盛之官으로서 水穀을 氣化시키고 이를 통해 輕淸한 陽氣와 重濁한 營血이 생성됩니다.

液은 營血과 같은 성상을 지니고 그 전구물질이 되어 기능적으로 연계됩니다. 따라서 小腸은 脾와 함께 營血의 생성과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李東垣이 “大腸主津, 小腸主液, 大腸小腸受胃之榮氣, 乃能行津液於上焦, 灌漑皮毛, 充實腠理”이라 하였듯이 津液은 일차적으로 중초에서 기원하고 상초로 유통되면서 그 기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이를 주관하는 中氣 운행의 이상은 津液의 불통과 변성을 초래하게 되는데 그 병리적 산물을 痰飮이라 규정합니다.

결국 정상적으로 津液으로 화하지 못한 유동물들이 痰飮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陽化氣’ 기능의 이상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총괄하자면 痰飮은 氣와 水液의 대사과정 이후 산생되는 濁陰을 총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병리적으로 작용하는 추상적, 구체적 물질을 광범위하게 의미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痰은 성질이 중탁하고 점조한 것으로, 飮은 맑은 것으로 이해되었고 飮은 水와도 그 의미가 연결됩니다.

『東醫寶鑑』에서는 “飮者, 因飮水不散而爲病; 痰者, 因火炎熏灼而成疾. 故痰形稠濁, 飮色淸.”이라 하였습니다.

 

『金匱要略』에서는 飮病을 병증이나 병위에 따라 留飮, 癖飮, 痰飮, 溢飮, 流飮, 懸飮, 支飮, 伏飮으로 구분하였는데 飮에 의한 병증은 기본적으로 陰證에 해당하므로 『臨證指南醫案』에서는 “陰盛陽虛, 則水氣溢而爲飮.”이라 하였습니다.

『本經疏證』에서는 “水와 飮은 형질이 있지만 濕은 형질이 없다”는 전제에서 형질에 입각하여 “濕은 널리 퍼져있는 안개나 이슬 같은 氣이고, 飮은 그릇 안에 담겨있는 것이며, 水는 가득 차서 사방으로 넘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飮과 水는 성상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러나 『本經疏證』에서는 飮은 水처럼 경계도 없이 아무 곳에나 넘치지[橫溢] 않고 반드시 장부에 붙어서 병증을 유발한다고 하였습니다.

飮에 의해 유발된 병증은 주로 고착성을 띠는 반면, 水에 의한 경우는 병증이 나타나는 범위가 일정하지 않거나 광범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本經疏證』에서는 “형질이 있는 것은 생함으로 말미암아 변화한 것[由生而化]이고 형질이 없는 것은 변화로 말미암아 생하는 것[由化而生]이다.

化는 변하는 것이며 生은 일으키는 것[化者化之, 生者發之]이므로 치료가 본래 다르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총괄하자면 濕은 氣化의 부산물중 형질이 없는 것으로 증기와 같은 상태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濕에 의한 병증은 정상적인 氣化 과정의 회복을 통해 ‘化濕’을 유도해야 합니다.

痰과 (水)飮은 비정상적 氣化의 부산물로서 津液의 병리적 상태입니다.

증기가 맺혀 물방울이 되듯 형질이 있고 고착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이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氣化 과정의 회복과 함께 병리적 형질에 대한 축출[祛痰, 逐飮, 逐水]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肺勝格의 구성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肺勝格: 少府, 魚際 보; 陰谷, 尺澤 사

 

‘少府, 魚際 보’는 호흡을 주관하는 肺와 혈행을 주관하는 心의 火穴을 배혈한 것으로 心肺에서 발하는 宗氣의 작용을 고양시키는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초에 淸陽을 상달시키며 胸中의 陽氣를 선통시키는 작용을 발휘합니다.

‘陽化氣’하므로 흉격간에 濁陰이나 痰濁이 정체되는 것을 막습니다.

『千金方』에서는 魚際가 “痺走胸背, 不得息”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陰谷, 尺澤 사’에서 腎水의 送穴인 陰谷은 다른 경락의 水穴과 배혈하여 水飮을 구축하는 효능을 발휘하고, 尺澤은 肺의 선발, 숙강 기능 이상으로 水飮이 정류하고 범람하는 것을 다스립니다.

이 배합은 주로 상초의 水飮을 다스리지만 肺氣의 운행 불리에서 기인한 水飮證에 부위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尺澤의 주치로 『鍼灸甲乙經』에 “心膨痛, 心痛卒欬逆”, 『千金方』에 “短氣, 脇痛, 心煩”이 언급된 것이 이러한 측면을 반영합니다.

한편 경우에 따라 陰谷 대신 陰陵泉을 취하여 太陰經의 혈들만의 배합을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총괄하면 肺勝格의 기본 운용 목표는 痰飮, 水飮의 정류를 개선시키는 것인데 肺勝格은 肺熱補의 구성과 동일하게 補火瀉水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므로 주로 水飮의 정류에 의한 陰證을 다스립니다.

『傷寒明理論』에서는 “表寒也·裏寒也, 協水飮則必動肺, 以形寒寒飮則傷肺故也”라 하여 내외의 寒氣와 水飮에 의해 肺가 쉽게 상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少府, 魚際 보’는 胸中陽氣를 고양하여 肺氣를 선통시키고 陰證을 다스립니다.

 

『靈樞·本藏』에서 “肺大則多飮, 善病胸痺·喉痺·逆氣”라 하였듯이 肺氣가 선통되지 않으면 상초와 흉격에 水飮이 정류하거나 범람하게 되는데 ‘陰谷, 尺澤 사’가 이를 다스립니다.

肺는 ‘水之上源’이자 ‘貯痰之器’이므로 水를 총괄하는 腎의 이상으로 水飮이 범람하면 그 이상 징후가 肺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陰谷, 尺澤 사’는 肺寒의 상황을 개선시키면서 특히 肺와 腎 기능의 실조에서 유발된 水飮의 과잉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肺勝格은 肺熱補의 구성과 동일하게 補火瀉水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므로 形寒·寒飮으로 肺가 상한 것을 다스리기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陰盛內寒의 병기를 개선시키고자 할 때도 운용됩니다.

 

『素問·調經論』에서는 陰分에 邪氣가 성하여 內寒하게 되는[陰盛生內寒] 병기에 대해 “厥氣上逆, 寒氣積於胸中而不寫, 不寫則溫氣去, 寒獨留則血凝泣, 凝則脈不通, 其脈盛大以濇, 故中寒”이라 하였습니다.

“厥氣上逆, 寒氣積於胸中而不寫”란 陰分의 邪氣가 寒邪로 작용하여 흉중에 응체되었음을 의미하는데 그 결과 肺氣의 선통과 숙강 기능을 비롯한 宗氣의 추동력이 제약받게 됩니다.

“溫氣去, 寒獨留則血凝泣, 凝則脈不通”은 宗氣의 추동력이 제약을 받아 혈맥 내에서 營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그 결과 내부가 한랭해지며 제반 대사 기능은 침체되고 말초로의 순환장애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발된 제반 순환장애, 대사장애, 근골격계의 통증성 병변 등을 다스리기 위해 肺勝格이 운용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傷寒明理論』에서 “表寒也·裏寒也, 協水飮則必動肺, 以形寒·寒飮則傷肺故也”라 한 내용과도 연계지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암침법을 운용하시는 분들은 寒邪에 의해 초래된 痛痺의 치법으로 大腸勝格이 제시된 것을 아실 겁니다. 보통 동결건과 같은 한성견비통의 치법으로 많이 운용되고 있고 芝山의 의안에도 관련 기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大腸勝格 역시 肺勝格과 마찬가지로 補火瀉水하도록 熱補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寒邪에 의해 초래된 병변이나 제반 陰證을 다스린다는 측면에서는 肺勝格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大腸勝格을 구성하고 있는 혈들은 모두 陽經의 혈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서는 陰分에서 유래한 병변이나, 초기에는 邪氣가 겉에 머물러 병위가 陽分에 있었던 병증이 陰分으로 진행이 되어간 상황을 다스리기에는 그 작용이 충분히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大腸經과 표리 관계를 이루는 肺經을 다스리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데 이에 적절한 치법이 肺勝格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肺勝格은 形寒·寒飮의 상황에서 초래된 근골격계의 통증성 병변에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 있으며 특히 陰分에서 유래한 痛痺를 다스리는데 적절한 치법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상초의 흉곽 이상에서 발생한 견비통, 항강, 배통, 흉협통 등에 운용할 기회가 많으며 흔히 환자들이 담 결린다고 호소하는 통증성 병변에 좋은 효능을 보입니다. 이런 경우 순경 취혈의 방식으로 다른 경맥을 취하더라도 肺勝格의 ‘陰谷, 尺澤 사’만을 취하여 병용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한편 개인적으로 병증의 판단과 선혈을 위해 복진을 이용하는 편인데 肺勝格을 운용해야 할 경우는 일반적으로 우측에 복압이 증대되고 天樞를 중심으로 압통이나 경결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難經』에서 肺의 內證으로 “臍右有動氣, 按之牢若痛”이라 한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左肝右肺설과 연계를 지어서도 사암침법에서는 우협통에 肺經을 운용하라 하였으며 肺勝格의 적응증이 기본적으로 氣와 水飮의 병증이므로 우측에 그 이상이 반영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水飮의 정류에 의해 병증이 완고할수록 징후가 하복부로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만 기본적으로 氣分의 병증이므로 경결이나 구급이 나타나더라도 미만성의 양상을 보입니다.

배꼽 주위의 피하층에서 경계가 불분명한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잡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乾薑증의 복증인 ‘結滯水毒’과도 유사하다고 봅니다. 복진에 능하신 분들께서는 한번 관심을 가지시고 임상적 검증을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한편 水飮에 의해 유발되는 병증이 다양한 만큼 肺勝格은 변용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치법이 痰眩方입니다.

 

痰眩方: 少府, 魚際 보; 太白, 太淵 사

 

“痰盛嘔吐, 頭重不擧”한 痰暈의 치법으로 제시된 것인데 肺正格의 보사를 그대로 뒤집어 놓은 肺勝格(Ⅱ)형입니다.

이 경우 ‘少府, 魚際 보’는 흉격이나 심하의 痰飮으로 울결된 혈기를 퍼뜨려 淸陽을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太白, 太淵 사’는 ‘生痰之源’인 脾와 ‘貯痰之器’인 肺간의 연계 고리를 약화시킴으로서 痰飮이 형성되는 기전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치방은 痰飮에 의해 야기된 어지럼과 그 동반 증상들에 광범위하게 운용됩니다.

 

편두통이나 그 전조증으로 구역감이 들고 머리가 무거워 들지 못하는 경우, 약물 복용 이후 발생한 어지럼, 전정신경염, 양성돌발성 체위성 어지럼, 메니에르병, 소뇌의 이상에 의한 균형감각 장애, 사고나 타박시 뇌의 손상(뇌진탕)으로 인한 후유증 등이 痰暈과 관련되는 대표적인 병증들이죠.

일대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半夏白朮天麻湯을 운용해야 하는 두통이나 어지럼에 일차적으로 운용을 고려할 수 있는 치방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한편 간질[癲癎]도 痰暈의 범주로 보기도 합니다.

『醫學綱目』에서는 癲癎은 頭眩을 주증으로 한다고 하고 “痰在膈間則眩微不仆; 痰溢膈上, 則眩甚仆倒於地而不知人, 名之曰癲癎”이라 하였습니다.

痰眩方을 운용한 芝山의 치험례는 癲癎을 앓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입니다.

『사암침구정전』의 저자인 정호영 씨는 痰眩方이 癲狂과 현훈의 치료법으로 상당히 치료율이 높다고 하였고 보통 3회 이내에 뚜렷한 반응이 오고 10~15회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으며 철저한 사암침의 보사론에 따라 치료를 시행할 경우 임상에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간대성 경련을 동반하는 전신 발작의 치료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요즘에야 간질 발작을 호소하여 한의원을 내원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간질을 목표로 운용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부분 발작이나 간질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이에 근거하여 痰眩方을 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 일산화탄소나 유해가스에 의한 중독, 산소부족, 정신적 충격 등에 의해 유발된 갑작스러운 의식상실을 客忤, 鬼擊, 飛戶라 하였는데 少府, 魚際를 보하는 痰眩方이 이런 경우에도 운용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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