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다시 숲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왜 그럴까?
인간은 원래 숲에서 살았다. 매우 안정적인 생활을 했다. 한자를 봐도 알 수 있다. 쉴 ‘휴(休)’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인간이 나무에 기대 있는 모습이다. 휴식은 인간이 나무에 기대어 쉰다는 의미다. 그만큼 인간과 숲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바나이론(Savana theory)’이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약 700만 년 전부터 숲에서 수렵 채취생활로 살아왔다고 주장한다. 숲에서 탈출한 시기가 대략 1만 년에서 5,000년 전부터라고 추정한다. 수렵채취에서 정착생활이 시작되는 농경사회로 바뀌는 시기와 일치한다. 농경사회로 바뀌면서 숲에서 뛰쳐나와 공동체생활을 시작했다. 결국 인류역사에서 인간이 숲을 탈출한 지 불과 1%의 시간도 안 된다는 얘기다.
인간이 숲에서 탈출하면서 잘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숲에서 뛰쳐나온 지 5,000년도 안 돼 갈수록 스트레스·우울증·피부병·주의력 결핍 등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희한한 질병이 증가하고, 급기야 자살률까지 늘고 있다. 환경론자와 숲 학자들은 이같은 질병은 전부 인간이 숲에서 뛰쳐나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간이 숲 속에서 생활하면 각종 질병 수치가 호전될 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의 예방효과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난 2009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일반국민 82%, 만성질환자 79%가 숲치유 효과를 인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만성질환자 77%는 장기체류를 위한 산림치유시설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숲 치유효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많다.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주성분이 테르펜(Terpens)이라는 유기화합물로서 흡입하면 심신의 쾌적감을 주며 피로회복을 촉진시킨다. 숲이 호흡작용을 할 때 내뿜는 음이온은 일상생활에서 산성화되기 쉬운 인간의 신체를 중성화하는 기능을 한다. 음이온은 산림이 호흡작용을 하거나 산림 내 토양의 증산작용, 계곡 또는 폭포 주변과 같은 쾌적한 자연환경에 훨씬 많은 양을 내포한다. 또 뇌파의 알파파를 증가시켜 마음을 안정시킨다.
일반적으로 숲에서의 산소량은 도시의 공기 중 산소농도인 20.9%보다 1~2%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소농도가 짙으면 신진대사와 뇌활동을 더욱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숲에서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면 소화가 잘되고 잘 취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지하나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농도는 이보다 1~2%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산림을 이루는 녹색의 숲의 색깔은 눈의 피로를 풀어 주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산림의 계절감은 인간의 주의력을 자연스럽게 집중시켜 피로감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다.
숲 속 산소량 도시보다 1~2% 높아
산림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인간을 편안하게 하며,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비교적 넓은 음폭의 백색음(White sound)의 특성을 띤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산림소리는 인간 신체에 가장 안정감을 주는 소리라고 평가한다. 숲속에서 부는 바람과 나뭇잎·계곡물소리 등은 쾌적감과 평안함을 제공한다. 나뭇잎이 필터역할을 한 간접 햇빛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세포의 분화를 돕는 비타민D 합성에 필수적이다.
산림에서는 도심보다 피부암, 백내장과 면역학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UVB) 차단효과가 뛰어나 오랜 시간 야외활동이 가능하다. 햇빛은 세로토닌을 촉진시켜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으로 넓게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숲속을 거니는 행위만으로도 스트레스나 우울증·고혈압·아토피·주의력 결핍 등의 질환예방과 치유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통계로 국내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해마다 50만~60만 명이 늘고, 아토피나 비염 등 환경성질환자는 최근 5년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만성질환자의 진료비는 연간 2조 원으로 전체 건강보험진료비의 35%에 해당한다. 또 초·중·고생 762만 명 중 5.7%인 43만 명이 아토피 피부염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실에서 숲에서의 치유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고 있다.
숲에서 걸었을 때의 변화만 보더라도 숲 치유효과를 알 수 있다. 숲길 산책은 우선 인지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숲길 2km를 걸었을 때 인간의 기분 중 긴장, 우울, 분노, 피로, 혼란의 부정적 감정은 감소하고, 지식의 획득 및 사용방법인 인지능력은 매우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 숲을 바라만 봐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숲 경관에서는 뇌에서 발생하는 알파파가 증가했으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회복하는 환경으로 인지했다. 또한 숲에서 긍정적 감정이 증가하고 부정적 감정은 감소했다.
셋째, 숲에서의 운동이 실내보다 훨씬 효율이 있었다. 숲과 실내에서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10주간 동일한 강도의 운동을 실시한 결과, 숲에서 운동한 집단에서 혈관질환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중성지방 글루코스가 감소했으며,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HDL-C와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효소(SOD), 면역력 향상 및 항암을 지연시키는 멜라토닌은 증가했다.
넷째, 숲태교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12주에서 30주 이하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숲태교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임산부의 정서가 안정됐으며, 모성 정체성도 크게 증가했다. 숲태교 프로그램을 경험한 10~30대 미혼모의 우울감과 불안감이 감소했으며, 자아존중감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섯째, 소아천식과 소아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는 기관지 내 염증과 아토피 발진이 호전됐다. 여섯째, 직장인들은 숲을 가까이할수록 스트레스가 적게 나왔다. 교육직 공무원 2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소 숲을 이용하는 직장인의 경우 숲을 이용하지 않은 직장인보다 직무만족도는 높고 직무스트레스는 낮게 나왔다.
일곱째, 알코올 의존자들은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한 뒤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수용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덟째, 중년남성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보였다.
선진국은 이미 다양한 숲 프로그램 운영
우리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아직도 숲과 조화로운 교류를 하던 생활을 잊지 못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인간 근원적인 바탕이 현재 도시 생활과의 부조화와 부적합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다. 이러한 현상을 하버드대학의 월슨(Wilson, Edward) 교수는 ‘바이오필리아(Bio philia, 일명 생명사랑)’ 가설로 설명했다. 미국 임상심리학자 브로드는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로 표현했다.
바이오필리아 가설은 인간이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정서, 인지, 신체적으로 달라져 학습이나 치료, 정신집중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테크로스트레스는 인간이 첨단기술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현대인이면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다.
도시생활에서의 부적응과 부조화는 결국 숲으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자연스레 인간이 숲으로 발길을 돌리게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숲 관련 프로그램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산림 선진국인 독일에서는 1800년대 중반부터 숲과 온천 중심의 자연치유를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보험과 연계해서 운영한다.
일본에서도 국가프로젝트로 숲의 건강효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 이미 삼림테라피기지를 42개소나 운영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삼림테라피기지에서는 음식요법과 호흡법, 걷기요법 등의 상시 프로그램을 운영, 이용자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과 숲 관련 현황은 어떤가? 국민들은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할 정도로 다양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의학에서 많은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숲을 찾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치유의숲 117만 명 찾아
산림청에서 조성한 치유의 숲을 찾는 인구는 2013년에 79만 명, 2014년 100만 명을 처음 돌파한 데 이어 2015년 110만 명, 2016년 117만여 명을 기록했다. 2009년 산음 치유의 숲을 처음 개장한 이래 불과 5년 만에 100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치유의 숲은 전국 9개소를 운영 중이고, 2021년까지 47개소(국립 10개소, 공유 36개소, 사유 1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2016년 기준, 치유의 숲 연간 방문자 117만 명 중 9.5%에 해당하는 약 11만 명이 치유의 숲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산림청은 산림복지법이 시행된 2016년 4월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을 개원해 국민 누구나 생애주기에 맞춰 산림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는 출생기(산모 숲태교 프로그램 운영)→유아기(유아숲체원 운영)→아동·청소년기(산림교육 프로그램 확대)→청년기(산악레포츠 시설 운영)→중·장년층(자연휴양림, 산림치유 공간 조성·운영)→노년기(산림요양 서비스 및 자원봉사)→회년기(수목장림 확충)으로 이어진다.
지난 2001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야외 휴양지는 “숲과 계곡”이라고 한 응답자가 56%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21세기에 산림청이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산림휴양 정책을 들기도 했다. 자연휴양림 이용자 역시 1997년 261만 명에서 2001년에는 382만 명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연간 이용객수 1,500만 명을 돌파하며, 대표적인 국민 여가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산림청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전국 자연휴양림을 165개소로 확대 조성했다.
이제 산림복지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됐다. 2016년 3월 시행된 산림복지법에 따르면, 산림복지는 ‘국민에게 산림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 휴양, 교육 및 치유 등의 산림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경제적·사회적·정서적 지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림복지서비스는 ‘산림문화·휴양, 산림교육 및 치유 등 산림을 기반으로 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산림청은 산림복지로 국민행복 시대 실현을 위해 1인당 산림복지 수혜일을 연 4일에서 8일로 확대,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을 현재 7.95㎡에서 8.6㎡로 확충하고, 산림복지 전문인력을 2013년 4,545명에서 1만5,000명까지 증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숲 프로그램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숲으로 돌아가자는 차원이 아닌 숲에서 힐링도 하고 치유도 하는 산림치유를 위해서다. 산림치유는 산림의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서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이다. 이에 따라서 인간과 숲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산림치유가 단순히 인체의 건강만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적 치유효과까지 속속 입증되고 있어 ‘21세기 새로운 통합대체의학’으로 각광받는 현실이다.
2021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령 국가의 대열에 올라서게 된다. 정부의 노년층 의료비 부담은 더욱 증대할 것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는 산림을 통한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비용도 적게 든다. 고령화사회에서는 공공복지를 산림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민간부문의 산림복지 분야 활성화와 더불어 관계부처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국가적인 관심을 지속적으로 쏟는다면 산림을 통한 국민들의 삶의 질은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심에는 산림청이 있다.
산림치유 시설과 현황] 국민 120만 명이 ‘치유의숲’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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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준 전국 41곳 운영·조성 중… NK세포 활성화·항암·면역강화 효과
1984년 <사이언스>지에 숲의 치유효과에 관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내용이 실렸다. 독일 출신 미국 환경심리학자 로저 울리히(Roger Ulrich)는 수년간에 걸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담낭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 23명은 숲이 보이는 병실에, 다른 23명은 벽돌로 둘러싸인 병실에 입원시킨 뒤 환자의 진통제 이용량, 입원일수, 간호사의 호출빈도 등을 비교 조사했다. 먼저, 강한 진통제 복용횟수는 숲 병실환자가 0.96회인 반면, 벽 병실환자는 2.48회, 중간 강도 진통제 복용횟수는 1.74회 대 3.65회, 환자 컴플레인은 1.13 대 3.96회의 반응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숲이 내다보이는 환자는 벽 병실환자보다 평균 24시간 먼저 퇴원했다. 모든 수치에서 숲 병실환자가 긍정적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숲이 주는 치유효과에 대해 일본에서는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접근했다. 2005년 ‘삼림욕이 면역기능에 미치는 효과’란 주제로 숲에서의 2박3일과 일반여행을 비교하면서 NK활성, NK세포수, NK세포 내의 항암단백질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NK(Natural Killer), 즉 내추럴 킬러는 그 이름처럼 표적세포(암세포)를 자연적으로 죽이는 일을 하는 세포를 말한다. ‘자연상태의 해결사’라고도 부른다. NK세포는 종양세포의 발생·증식·전이를 억제하는 면역학적 감시기능과 감염의 방지, 그리고 면역기능의 억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삼림욕이 인체 NK세포를 크게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림욕 하기 전 신체 NK세포의 활성화는 약 17%였으나, 삼림욕 첫날 인체의 NK세포 활성화율은 22%까지 올라갔다. 둘째 날은 27%까지 상승했다. 삼림욕 하기 전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오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일반 여행은 NK세포 활성화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여행하기 전 신체 NK세포 활성화율은 21.5%였다. 그런데 여행 첫날 NK세포 활성화율은 오히려 19.5%로 줄어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호기심과 설렘 등으로 NK세포가 조금 활성화되다가 떠난 뒤에는 여행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NK세포 활성화율이 떨어진 것이다. 여행 둘째 날은 호기심 등으로 다소 올랐으나 여행 전보다는 여전히 떨어진 20.8% 정도였다.
삼림욕은 NK세포의 수까지 증가시켰다. 삼림욕 전 체내 NK세포의 수는 28.27%였다. 그런데 삼림욕 첫 날 NK세포의 수는 39.22%로 상승하더니, 둘째 날에는 39.80%까지 올랐다.
또한 삼림욕이 항암단백질 양성세포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림욕 전에는 8.58%이던 항암단백질 양성세포가 삼림욕 후에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16.45%까지 증가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만 가도 삼림욕 효과 지속
이 연구에서 삼림욕이 NK세포수를 증가시키고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영향이 어느 정도 지속되는가에 대한 결과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삼림욕 첫날 급격하게 좋아진 NK세포 등은 둘째 날 최고치를 기록하고, 그 뒤부터는 한 달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삼림욕은 한 번 하면 그 효과가 한 달간 지속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만 산에 가도 삼림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다. 여러 실험과 연구를 통해 삼림욕이 스트레스호르몬을 감소시키는 반면 일반 여행은 별 다른 변화가 없었으며, 또 삼림욕은 긴장·불안·우울·낙심·분노·적의·피로를 낮추고 활기를 높여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숲의 무한한 효과를 활용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과 시설은 매우 다양하다. 일본은 삼림테라피기지를 2016년 현재 전국에 62개소를 건립, 국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쿄로부터 2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오쿠타마 삼림테라피기지의 경우,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쿠모토리야마에 거목 1,000여 그루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삼림욕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 한 곳에만 연간 방문객이 140만 명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독일은 1800년대부터 기후요법, 지형요법 등과 같은 자연치유가 널리 보급되어 활용되어 왔다. 쿠어오르트(Kurort)라 부르는 치유요양지는 전국에 370여 곳이나 운영되고 있다. 치료·요양이란 뜻의 쿠어(Kur)와 장소라는 뜻의 오르트(Ort)의 합성어로 자연치유를 하는 요양지의 개념이다. 울창한 침엽수림과 맑은 공기로 장기휴양지의 하나로 각광받는 흑림지대(Schwaarzwald) 주변의 프라이부르그, 바덴바덴 등이 대표적인 도시다. 이들은 모두 산림산책코스에 온천을 이용하며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숲단련길을 전국 50여 개소에 조성, 예방의학적 치유를 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그린짐(Green Gym), 노르웨이에서는 그린케어 등을 통해 자연과 함께 신체적 건강, 정신적 웰빙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숲치유와 힐링에 대한 개념과 시설이 산림 선진국에 비해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2007년 산음 치유의숲을 시작으로 2011년 장성 편백숲, 횡성 숲체원 등을 잇달아 개장했다. 2016년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이거나 조성 중인 치유의숲은 41개에 이른다. 국립은 10개소이고, 나머지는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민들의 치유의숲 이용자수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0만 명에 불과하던 이용자수가 매년 배 이상 늘어나 2016년에 120만여 명이 방문했다. 그중 프로그램을 경험한 사람은 약 10%에 이르는 10만여 명이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2016년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산림치유단지인 국립 산림치유원을 영주와 예천에 걸쳐 개원했다. 소백산 자락 옥녀봉 일대 2,889ha에 건강증진센터와 수치유센터, 치유숲길, 치유정원 등을 갖춘 명실상부 최대 규모, 최고 시설을 자랑한다. 트레킹 코스인 ‘산’이 있고, 신체를 이완시키는 ‘수’치유를 겸한, 말 그대로 산수(山水)를 갖추고 있다.
오쿠야마 삼림테라피기지 1곳 연 방문객이 140만 명
여의도 면적의 7배에 해당하는 중심시설지구(152㏊)는 전시, 치유, 연구 기능의 복합시설을 갖추고 있다. 치유 프로그램 이용자의 현재 상태를 측정·치유하는 건강증진센터와 물을 이용한 심신의 치유효과를 목적으로 조성한 수치유센터, 장·단기 체류 요양시설인 산림치유마을이 있다.
건강증진센터에서는 이용자의 건강측정과 전문가 상담을 통한 운동처방, 장·단기 치유프로그램 제시 등 산림치유와 건강증진에 관한 원스톱(One-stop) 치유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강증진지원센터는 근육과 지방 함유량 등 개인의 특성을 정확히 측정해서 그에 따른 ‘맞춤형 운동’을 제시한다. 악력측정기로 악력, 각근력측정기로 각근력, 윗몸일으키기로 근지구력, 앉아윗몸앞으로굽히기로 유연성, 배근력측정기로 배근력, 에어로바이크측정기로 심폐지구력, 제자리높이뛰기로 순발력, 전신반응측정기로 민첩성, 눈감고 외발서기로 평형성을 측정한 뒤, 혈압과 체지방 근력 측정을 하면 개인이 지닌 종합 체질과 체력이 파악된다.
이에 따라 각 개인은 종합체질과 체력이 입력된 개인카드 ‘웰니스 카드(Wellness Card)’를 발급받는다. 웰니스 카드는 일종의 운동처방전 역할을 한다. 다른 기기에 갖다 대면 기계가 알아서 수치를 조정하고 운동량을 알려준다. 완전 개인 맞춤형 자동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수치유센터에서는 다양한 수압과 수류를 이용한 수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피로회복, 스트레스 해소 및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운동을 한다. 소백산 자락의 풍광을 보면서 찜질과 노천욕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건강치유장비는 대당 1억 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장비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쿠아마사지기는 28개 분사구를 통한 워터젯 마사지시스템으로 근골격계 이완 및 통증완화, 혈류개선 등으로 피로회복 및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 아쿠아라인은 2개의 노즐에서 분사되는 수압으로 근육통 완화, 혈액 순환을 활성화시킨다. 음파반신욕기는 5~25㎐ 음파를 이용해서 신경자극 및 원적외선을 통해 피부 및 근신경계를 자극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온열치유기는 4~50㎐의 음파를 활용해 피부 및 근신경계를 자극해 신진대사 및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진동음향테라피기는 3~150㎐의 음파를 이용해 전신을 마시지함으로써 스트레스 감소, 피로회복, 통증감소, 신진대사 활력증진 등의 효과를 제공한다. 진동트레이닝기는 음파진동을 이용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산소 운동, 근육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맨발치유정원과 음이온치유정원도 힐링공간으로서 인기를 모은다.
산림치유원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 트레킹코스. 백두대간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숲속을 걸으며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지구에 조성되는 숲길은 소백산국립공원, 묘적봉 천부산 권역으로 연결되어 50km에 달하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산림치유를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중간중간에 조성된 데크로드는 노약자, 아동, 훨체어이용자 등 신체적 약자들을 배려해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경사도 8% 이하의 무장애데크로드로 만들었다. 데크로드 경사도 8% 이하는 100m 간격에 경사가 8도 올라가는 경사를 말한다. 거의 평지 수준의 완만한 경사로서 장애인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치유프로그램도 다양하다. 1일에서 한 달 이상 장기체류도 가능하다. 장기체류는 예천 문필마을에서, 단기체류는 영주 주치마을에서 할 수 있다. 1일 최대 수용인원은 2,064명, 연 20만6,4018명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원 이후 이용객은 월 평균 2,300명에 이른다. 산림복지 차원이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다. 1박2일 3식 제공 기준 1인 이용단가는 6만3,000원 수준. 홈페이지 www.daslim.fowi.or.kr 참고. 문의 054-639-3400.
윤영균 산림복지진흥원 원장은 “직장 워크숍을 힐링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직장과 가족단위의 방문객을 유도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치유원 외 치유의숲은 전국에 고루 분포하고 있어 어디서든 가까운 곳을 찾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1호 치유의숲인 경기 양평 산음, 전남 장성 축령산, 강원 횡성 청태산, 강릉 대관령, 가평 축령산, 영동 민주지산, 장흥 억불산, 제주 서귀포 등에 치유의숲을 운영한다. 각 지역 치유의숲은 고유의 특색을 살렸기 때문에 다양한 산림과 운영 프로그램의 체험이 가능하다.
산림청은 산림복지의 혜택을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접근 가능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더욱 넓혀 나갈 예정이다. 대운산 치유의숲을 2019년에 인수하고, 2020년엔 김천, 제천, 예산, 곡성 등의 시설도 직접 운영할 방침이다.
이어 현재 조성 중인 대전 숲체원은 2019년 개원하고, 나주와 춘천숲체원은 2020년 개원할 계획으로 있다. 특히 춘천 숲체원은 산악(림)레포츠를 중점적으로 조성해서 청소년들의 산림복지 메카로 육성할 전망이다. 대전은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수준별 맞춤형 숲체험·교육·놀이공간을 조성한다. 나주는 중·장년층과 노인 대상 산림치유시설과 문화탐방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모든 국민이 산림이 가진 향기, 경관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산림치유를 즐길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