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마)

물푸레나무

초암 정만순 2017. 3. 27. 00:00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Fraxinus rhynchophylla HANCE


다른 표기 언어 Korean Ash , 水精木 , トネリコ梣                                 



요약 테이블

분류 물푸레나무과
학명


Fraxinus rhynchophylla 

         

     


우리의 식물 이름 중에는 직설적인 이름이 많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 자라는 중대가리나무는 열매가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 풀 종류인 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홀아비꽃대 등은 함부로 이름을 부르기도 민망하다.

반면에 ‘나를 잊지 마세요’란 영어 이름에서 따온 물망초(勿忘草), ‘알프스에서 자라는 고귀한 흰빛’이란 뜻의 에델바이스 같은 이름은 어쩐지 낭만적이고 멋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수수꽃다리, 다정큼나무, 실거리나무, 자작나무 등 우리 식물도 찾아보면 아름다운 이름이 여럿 있다.

물푸레나무는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란 뜻의 아름다운 우리 이름의 대표 주자다.

실제로 어린가지의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보면 파란 물이 우러난다.

물푸레나무의 껍질을 ‘진피(秦皮)’라 하는데, 《동의보감》에는 “우려내어 눈을 씻으면 정기를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 두 눈에 핏발이 서고 부으면서 아픈 것과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나도 가끔 눈에 핏발이 서는 증상이 있어서 《동의보감》의 처방대로 직접 물푸레나무 가지를 꺾어다 여러 번 실험을 해보았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내 몸이 현대의약품에 찌들어 버린 탓인지, 아니면 정성이 부족한 탓인지 조금은 혼란스럽다.

효과야 어쨌든 옛사람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물푸레나무는 껍질 벗김의 아픔을 감내하면서까지 서민의 안약으로 우리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나무였다.

물푸레나무의 쓰임은 이렇게 안약으로 끝나지 않았다.

자라면서 어린가지는 옛 서당 어린이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회초리로 변신했다.

낭창낭창하고 질겨서 훈장님이 아무리 살살 매질을 하여도 아픔은 곱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훈장님에게 물푸레나무 회초리를 한 아름 선물하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다.

그 외에 도리깨 등의 농사용 도구를 비롯하여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는 눈 속에 빠지지 않게 신는 덧신 설피의 재료로 빠질 수 없었다.



물푸레나무는 낭만적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무시무시한 쓰임이 있다.

옛사람들이 죄인을 심문할 때 쓰는 곤장은 대부분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

《고려사》에 보면 ‘물푸레나무 공문(公文)’이란 말이 등장한다.

지배계층의 기강이 흐트러진 고려 말, 관리들이 좋은 토지를 가진 사람들을 출두하라는 공문 한 장으로 불러다 놓고, 물푸레나무 몽둥이로 다짜고짜 곤장질을 했다.

물푸레나무 공문은 이렇게 물푸레나무로 재산을 강탈한 것을 빗댄 말이라 한다.

조선에 들어오면서 처음에는 가죽채찍이 쓰이기도 하였으나 곧 없어지고 역시 물푸레나무로 곤장을 만들었다.

물푸레나무 곤장은 너무 아프므로 죄인을 가엾게 여긴 임금이 보다 덜 아픈 다른 나무로 바꾸도록 했다.

하지만 죄인들이 자백을 잘 하지 않아 다시 물푸레나무 곤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예종 때 형조판서 강희맹이 “지금 사용하는 몽둥이는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죄인이 참으면서 조금도 사실을 자백하지 않으니 이제부터 버드나무나 가죽나무 말고 물푸레나무만을 사용하게 하소서”라고 상소한 내용이 나온다.

《목민심서》에는 형의 종류를 태형, 장형, 곤형 세 종류라 하였으며, 《대명률(大明律)》각주1) 에 따라 가시나무를 쓰는 곳도 있었으나 대부분 물푸레나무였다.

안약에서 시작하여 농사에 쓰이는 기구를 만들었고, 영문도 모르고 관청에 불려가 볼기짝 맞을 때까지 서민의 애환을 함께한 나무가 바로 물푸레나무다.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산속의 크고 작은 계곡 쪽에 아름드리로 자라는 갈잎의 큰 나무다.

어릴 때는 껍질이 매끄럽고 띄엄띄엄 흰 반점이 있다.

그러나 나무가 굵어지면서 줄기 아랫부분부터 조금씩 세로로 갈라지다가 아름드리가 되면 흑갈색의 깊은 골이 생긴다.

달걀모양의 잎이 잎자루 하나에 대여섯 개씩 붙어 있는 겹잎이고, 가지와 잎은 모두 마주보기로 달려 있다.

꽃은 초여름에 새 가지 끝에서 하얗게 핀다.

열매는 납작한 주걱모양의 날개가 붙어 있고 크기는 사인펜 뚜껑만 하다.

한꺼번에 수십 개씩 무더기로 달려 있다가 세찬 겨울바람을 타고 새로운 땅을 찾아 제각기 멀리 날아간다.


잎 모양이나 쓰임이 비슷한 나무로 들메나무가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은 한 대궁에 달려 있는 여러 개의 잎 중 꼭대기 잎이 가장 크며 금년에 자란 가지에서 꽃대가 나오는 것이 물푸레나무, 잎의 크기가 모두 같으며 작년 가지의 끝에서 꽃대가 나오면 들메나무다.

그러나 두 나무의 구분은 쉽지 않다.

 또 잎이 작고 좁으며 대부분 작은 나무로 자라는 쇠물푸레나무도 야산이나 산등성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물푸레나무과의 물푸레나무는 학명에 원산지 표기가 없습니다만 영어표기를 보면 이 나무가 한국의 원산지임을 말해 줍니다.

즉 코리언애쉬(korean Ash)로 한국의 물푸레나무라는 뜻입니다.

물푸레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 만주, 우수리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전국 각지의  해발 100~1600m 지역 산기슭 곡간의 물가에서 흔히 자생합니다.

 

속명 물푸레나무의 다른 이름은 진피(秦皮) 잠피(岑皮,) 침피(梣皮) 석단(石檀),  번규피(樊槻皮) 진백피(秦白皮) 납수피(蠟樹皮),사수(蜡樹) ,대엽고력(大葉苦朸), 고력백사수(苦朸白蜡樹), 대엽백사수(大葉白蜡樹), 침(梣),대엽송(大葉松)),수창목(水倉木), 백사수(白蜡樹)동과수(東瓜樹), 수동과(水東瓜), 고력(苦朸), 봉피수(棒皮樹), 백침수(白梣樹), 수거류(水柜柳), 수곡류(水曲柳), 백납수(白蠟樹), 고류피(苦榴皮), 침목(梣木) 회남자(淮南子), 고력목(苦櫪木), 회남자(淮南子), 고유주(高誘注), 고수(苦樹), 분계(盆桂), 번계목(樊鷄木) 진목(秦木), 칭성수(秤星樹) 대엽침(大葉梣) 수청목(水靑木), 청피목(靑皮木), 쉬청나무, 떡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부르며 생약명은 진피(秦皮)입니다.

 


물푸레나무의 어린 가지를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가보면 파란 물이 우러나옵니다.

즉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란 뜻의 정겨운 우리이름입니다.

 

한자 역시 수청목(水靑木)또는 수정목(水精木)입니다.

그 외에도 규(槻)가 있는데 이것은 둥근느티나무를 의미 하기도 합니다.


 영국의 식물학자 핸스(Hance 1827~1886)가 붙인 학명 중 속명인 프락시누스(Fraxinus)는 서양물푸레나무의 라틴고명이며 “분리”라는 뜻의 프락시스(phraxis)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지만 불확실 합니다.

이 같은 뜻은 물푸레나무의 또 다른 한자인 목창목(木倉木) 즉 “나무창고나무”일맥 상통합니다.

물푸레나무와 나무창고의 관계는 이 나무의 재질이 창고를 만드는데 적합했음을 뜻합니다.


 북유럽에서는 오딘신화에 물푸레나무가 등장하는데 오딘이라는 신이 물푸레나무로 남자를 만들었고 오리나무로 여자를 만들어 인간의 조상을 세웠다는 신화가 있습니다. 

 

물푸레나무는 낙엽교목(落葉喬木)이며 높이 10m 안팎으로 대개 관목상(灌木狀)이고 소지(小枝)는 회갈색(灰褐色)이며 털이 없고 동아(冬芽)에 털이 있거나 없습니다.


잎은 대생(對生) 기수 1회 우상복엽(寄數1回羽狀複葉)이며 소엽(小葉)은 5~7개이고 난형 또는 넓은 난형 또는 피침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며 점첨두(漸尖頭)이고 예저로서 6~15cm이고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회록색이고 중늑(中肋)위에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는 파상(波狀)의 톱니가 있거나 밋밋합니다.

 

5월에 꽃이 피고 꽃은 연한 녹색이며 2가화(二家花)이지만 양성화(兩性花)도 섞여 있고 화서(花序)는 새 가지에서 액생(腋生)하며 원추화서(圓錐花序) 또는 복총상화서(複總狀花序) 입니다.

꽃받침은 4개로 갈라지거나 거의 밋밋하며 털이 없거나 잔털이 있고 수꽃은 2개의 수술과 꽃받침 잎이 있으며 암꽃은 2~4 개의 꽃잎과 수술 및 암술이 있고 꽃잎은 도피침형입니다.물푸레나무꽃은 꽃잎이 없어서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힘찬 느낌이 있습니다.

 

9월에 열매가 성숙되며 시과(翅果)는 길이2~4cm이고 날개는 피침형 또는 긴 피침형이며 둔두(鈍頭) 또는 미요두(微凹頭) 이거나 약간 뾰족합니다.

 

관상용 공업용 약용, 밀원용에 쓰이고 관상수 및 기구재로 쓰이며 한방과 민간에서 물푸레나무의 껍질을 진피(秦皮)라고 하는데 풍습 해열, 간질병, 안질, 출혈, 고미, 건위, 소염, 수검, 등에 약재로 쓰입니다.

 

물푸레나무의 줄기껍질인 진피의 성분으로는 aesculin(esculin), aesculetin(esculetin), 등이 함유되어 있으며 lignan 화합물과 coumarin 화합물은 c-AMP phosphodiesterase에 대한 억제 작용이 있습니다.

 

줄기껍질 10g에 물 700ml을 넣고 달인 액을 반으로 나누어 아침저녁으로 복용하고 외용에는 짓찧어서 환부에 바릅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우려내어 눈을 씻으면 정기를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

두 눈에 핏발이 서고 부으면서 아픈 것과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낫게 한다.” 라고 하였습니다.

 

물푸레나무는 그 재질이 단단하고 탄력과 내구성을 갖추었으므로 여러 가지로 쓰임새가 많습니다.


옛날 서당에서 회초리로 쓰였는가 하면 농사에서 추수한 곡식을 추수할 때 쓰이는 도리깨로부터 운동기구인 야구 방망이, 강원도 산간벽지에 눈이 많이 왔을 때 설피, 그 옛날 죄인에게 매타작 하는 몽둥이로 쓰였는가 하면 여러 가지 목제품의 재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유명한 이야기로 고려 때의 수청목(水靑木) 이야기가 전해입니다.

이른바 물푸레나무의 공문사건입니다. 즉 물푸레나무로 만든 몽둥이를 관아의 공문에 빗대어 이르는 말입니다.


이는 고려 우왕(禑王) 때의 권신(權臣) 임견미(林堅味) 이인임(李仁任), 염흥방(廉興邦) 등이 물푸레나무로 만든 몽둥이로 백성들을 위협하여 재물을 마구 뺴앗은 사건으로부터 유래했습니다.

 

물푸레나무는 죄인을 다루는 몽둥이로 많이 만들어 졌습니다.

당나라 때의 후사지가 죄수를 처벌하는 큰 몽둥이를 맹청(孟靑)이라 부르고 송나라 위번(魏飜)이 큰칼을 미미청(彌尾靑)이라 한 것에는 모두 물푸레나무 청(靑)들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에는 갈잎 작은 키 쇠물푸레나무도 있는데 ‘쇠“는 ”잎이 작다“를 뜻하는 접두어입니다. 그 외의 유사종으로는 미국물푸레나무 들메나무가 있습니다.

 

번식은 실생법, 분주법, 삽목법으로 합니다.

물푸레나무는 심근성수종이지만 내건성이 약하고 습기를 좋아 하며 내한성이나 내공성에는 양호합니다.

3~4월, 10~11월이 이식적기이며 사질양토에서 잘 자라고 생장속도가 빠릅니다.


 

출쳐: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강판권)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박상진)

우리나라 나무이야기 (제갈영)

한국의 약용식물(배기환)

한국의 조경수목 (대한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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