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마)

메타세쿼이아

초암 정만순 2017. 3. 19. 11:36




메타세쿼이아

다른 표기 언어 Metasequoia , 水杉 , メタセコイア


요약 테이블
분류 낙우송과
학명Metasequoia glyptostroboides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와 함께 화석나무로 유명하다. 20세기 초 고생물학자인 일본 오사카대학의 미키(三木) 교수는 일본 각지의 신생대 지층에서 발견되는 식물화석, 즉 오늘날 북미대륙에 큰 나무로 자라는 세쿼이아(sequoia)를 닮은 나무에 주목했다. 그는 이 나무가 세쿼이아(sequoia)를 닮기는 했지만 종류가 다름을 확인하고, 1941년 ‘메타세쿼이아’란 새로운 속명(屬名)을 붙여 학회에 보고했다. 세쿼이아보다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진 나무란 뜻으로 접두어 메타를 붙여 메타세쿼이아란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메타세쿼이아는 백악기에서부터 제3기층에 걸쳐 지구상에서 널리 자랐지만, 이제는 화석으로나 만날 수 있는 사라져 버린 나무로 알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미키 박사의 메타세쿼이아 발표가 있던 바로 그해, 화석이 아니라 지구상에 여전히 살아 있음이 확인됐다. 1941년 중국 후베이성과 쓰촨성의 경계지역을 흐르는 양쯔강 상류 지류인 마타오치(磨刀溪) 옆의 한 마을(지금은 湖北省 利川市)을 순찰하던 왕전(王戰)이라는 산림공무원은 사당 부근에서 자라는 큰 나무와 마주쳤다. 키 35미터, 직경이 2.3미터나 되는 이 큰 나무를 아무리 찬찬히 둘러봐도 이름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처음 보는 이 신기한 나무의 표본을 만들어 남경대학을 거쳐 북경대학에 보냈는데, 다음해 북경대학 부설 생물학 연구소에서 바로 화석에서만 발견되었던 그때 그 나무, 즉 미키 박사가 이름을 붙인 메타세쿼이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밀 조사를 한 결과 약 4천여 그루가 마타오치 연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1946년 《중국지질학회지》에 ‘살아 있는 메타세쿼이아’로 세상에 확정 보고되었다. 벌써 200~300만 년 전 지구상에서 없어진 것으로 알았던 메타세쿼이아가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세계의 식물학자들은 커다란 기쁨과 충격을 받았다.

메타세쿼이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번식은 미국의 아놀드식물원 원장인 메릴(Merrill) 박사가 보낸 연구비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메타세쿼이아는 중국에서 바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1950년대에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 아득한 옛날 공룡과 함께 살아온 ‘화석나무’가 지금은 번화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온갖 공해를 이겨가며 우리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니 무척 대견스럽다.

메타세쿼이아는 주로 남부지방의 가로수로 심었으며, 담양과 순창 사이의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은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물가에서 잘 자라는 삼나무’란 의미로 중국 이름은 ‘수삼(水杉)’이며, 북한 이름도 ‘수삼나무’다. 철자도 어려운 메타세쿼이아라는 영어식 긴 이름보다 간편하고 생태도 쉽게 짐작이 가는 수삼나무가 훨씬 마음에 든다.

나무는 재질이 매우 약하여 힘 받는 곳에는 쓸 수가 없고 펄프재 등의 쓰임새는 가능하다. 그러나 대체로 나이를 먹을수록 생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보면 다른 나무와의 경쟁력을 차츰 잃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때 지금의 소나무 이상으로 지구를 덮고 있었던 왕좌의 자리를 내주고 양쯔강 상류 한쪽으로 밀려나서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사라질 뻔했다. 그래서 지금의 메타세쿼이아는 정원수나 가로수로서 사랑받는 것으로도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는 바늘잎나무로서는 드물게 갈잎나무다. 키 35미터, 지름이 2미터까지 자랄 수 있는 큰 나무이며, 적갈색의 나무껍질은 세로로 길게 갈라진다. 나무 모양은 자연 그대로 두어도 긴 원뿔형을 이루어 깔끔하고 단정하다. 바늘잎나무이지만 잎은 납작한 선형(線形)이고, 어린가지에 마주보기로 달려 겹잎처럼 보인다. 적갈색의 가을 단풍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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