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사)

산수유

초암 정만순 2017. 3. 13. 07:35



산수유




다른 표기 언어 Japanese Cornelian Cherry , 山茱萸 , サンシュユ山茱萸                              


요약 테이블
분류 층층나무과
학명Cornus officinalis


가지마다 줄줄이 매달려 있는 산수유 붉은 열매 사이로 올려다보는 가을 하늘은 유난히 맑다.

구름 한 조각이라도 떠 있다면 정말 환상적이다. 가까이 가서 열매를 엄지와 검지로 살살 만져본다. 탱탱한 육질에 매끄럽고 곱디고운 붉은 살결이 아름다운 청춘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산수유가 1년 중 가장 고혹적인 모습일 때다. 강렬한 붉은색으로 새들을 꼬여내어 자손을 널리 퍼뜨리겠다는 계산이 있어서다.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여럿 있다.

새들을 꼬이는 방법을 전문화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산수유는 가을에 들어서자마자 아직 파란 잎사귀를 그대로 달고서 남보다 먼저 붉은 열매를 매단다. 물량공세도 동시에 편다. 수천수만 개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열매가 온통 나무를 뒤덮어 버린다. 이래도 날 쳐다보지 않겠냐는 적극적인 애정공세다.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聖誕祭)〉를 읽어본다.

어두운 방 안엔/빠알간 숯불이 피고,//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이윽고 눈 속을/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그 붉은 산수유 열매······//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가난한 아버지가 아픈 어린 아들에게 겨우 산수유밖에 따다 줄 수 없는 현실을 아련한 추억으로 처리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다. 이처럼 산수유 열매는 아주 옛날부터 약재로 널리 쓰였다. 서리가 내린 늦가을 날 열매를 수확하여 씨앗을 빼고 말린 것을 약으로 쓴다. 육질은 사람에게 약으로 주고 버려지는 씨앗으로는 새 말고도 종족번식의 목적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동의보감》에 산수유는 “음(陰)을 왕성하게 하며 신정과 신기를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음경을 단단하고 크게 한다. 또한 정수(精髓)를 보해 주고 허리와 무릎을 덥혀 주어 신을 돕는다. 오줌이 잦은 것, 늙은이가 때 없이 오줌 누는 것, 두풍과 코가 메는 것, 귀먹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이처럼 산수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정력 강장제다.

산수유는 잎이 나오기 전의 이른 봄날 다른 어떤 나무보다 먼저 샛노란 꽃을 잔뜩 피운다.

손톱 크기 남짓한 작은 꽃들이 20~30개씩 모여 조그만 우산모양을 만들면서 나뭇가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덮는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심어서 키우고 있으며, 수십 그루 또는 수백 그루가 한데 어울려 꽃동산을 이루는 모습은 새 생명이 움트는 봄날의 가장 아름다운 풍광 중 하나다. 지리산 상위마을, 경북 의성 사곡마을, 경기 이천 백사마을 등은 산수유가 집단으로 자라는 대표적인 곳이다.



산수유는 중국의 중서부 지방이 고향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도 자생했다는 주장이 있다.

문헌으로는 신라 경문왕(861~875) 때 대나무 숲을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처음이다. 실물로는 전남 구례 계천리에 자라는 키 16미터, 뿌리목 둘레 440센티미터, 나이 300~400년으로 짐작되는 고목이 우리나라 최고 나무다.



산수유는 보통 키가 10미터 정도 자라고, 가지가 펴져 전체적으로 역삼각형 모양을 이룬다.

줄기 껍질은 암갈색으로 비늘처럼 조금씩 벗겨진다. 주로 약용식물로 심어 왔었으나 요즈음에는 정원수로 오히려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끝이 점점 뾰족해지는 타원형이다. 4~7쌍의 잎맥이 활처럼 휘어져 있고, 뒷면의 잎맥 사이에는 갈색 털이 촘촘하다. 여름날의 초록에 묻혀버린 산수유는 지나치기 쉽지만, 가을의 붉은 열매와 이른 봄날의 노란 꽃으로 1년에 두 번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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