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가)

가래나무

초암 정만순 2017. 3. 11. 16:37


가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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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도와 비슷하나 약간 길고 좀 갸름한 열매를 가래라고 하는데 가래가 달리는 나무이다.

호도가 수입종인 데 비하여 가래나무는 우리 나라에 본래부터 자라던 나무이다.

일산 신도시 건설을 위한 지표조사 때도 출토된 것으로 보아 적어도 3∼4천년 이전부터 식용하던 열매로 생각된다.

조선왕조실록 세종12년(1429) 5월24일조에는 병조에서 중국 배의 제도에 따라 병선을 제조할 것을 건의한 내용 중에<각 포(浦)의 병선은 모두가 마르지 아니한 송판(松板)으로 만들고 또 나무못을 썼기 때문에, 만일 풍랑을 만나면 이어 붙인 곳이 어그러지고 풀리기 쉬우며, 또 틈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새고 젖어서 빨리 썩게 되어 7, 8년을 견디지 못하고, 또 개조하기 때문에 연변의 소나무가 거의 다 없어져 장차 이어가기 어려울 형편입니다.

중국 배도 역시 소나무로 만들었으나, 2, 30년을 지날 수 있사오니, 청컨대 중국 배의 제도에 따라서 쇠못을 써서 꾸미고 판 위에는 회(灰)를 바르며, 다시 느티나무 판을 써서 겹으로 만들어 시험하되,

만약 느티나무를 구하기 어려우면 각 포에 명하여 노나무[?]·전나무·느릅나무·가래나무 [楸] 등을 베어다가 바다에 담가 단단하고 질긴가, 부드럽고 연한가를 시험하여 사용하게 하소서>하였다.

또 능림으로 소나무와 함께 사용한 예는 세종 20년(1437) 10월12일 조에 임금이 송도를 지날 때 생도와 부로 등이 가요를 지어 바친 내용 중에 <저 높은 능 바라보니 소나무·가래나무 울창도 하올세라. 서리 이슬 내린 뒤면 사모하심 더욱하여, 이 첫겨울 접어들면 몸소 정결히 제사지내어, 정성으로 성실하고 공경함 으로 효도하심 능히 펴셨서라>하였다.

또 동의보감에 보면 <가래나무 껍질은 성질이 차며 맛이 쓰고 독이 없고 피부층을 죽인다.

고약을 만들어 악창, 누창, 저창, 음종 등을 낫게 하는데 피고름을 없애고 새살이 살아나게 한다>하여 약제로도 널리 이용된 것 같다.

중부 이북에 자라는 낙엽활엽수 교목으로 나무높이 20m, 지름 80cm에 이른다.

잎은 기수 우상복엽으로 나며 소엽은 7∼17개이고 타원형이고 잔톱니가 있다. 꽃은 암수 한 나무로 5월에 피며 열매는 길이 4∼8cm의 핵과로 달걀모양 또는 구형이며, 종자는 달걀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9월에 익는다.

목재는 회갈색으로 walnut이라 하며 재질이 좋은 나무로 유명하다.

가래나무와 호도나무의 구별은 소엽의 수가 7개 이상이고 톱니가 있으며 열매는 양끝이 뾰족한 달걀모양이면 가래나무, 소엽의 수가 7개 이하이고 톱니가 거의 없으며 열매가 둥글면 호도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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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후끈 더위에 지친 날 산속 계곡에 놀러가면 가래나무를 만날 수 있어요.

키 큰 활엽수인 가래나무는 넓고 촘촘한 잎으로 뜨거운 태양을 가려줘요.

가래나무는 우리나라 산속의 계곡처럼 기온이 낮고 물이 흐르는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에요. 껍질이 단단해 영하 45도에서도 견딜 수 있고 흙이 축축하게 젖은 곳을 좋아해 뿌리를 빠르게 내리죠.

하지만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곳은 싫어해 호수나 연못보다는 계곡 주변에서 잘 자라요.

산속 계곡 근처에 많이 자라는 가래나무는 9~10월경에 호두와 비슷한 딱딱한 열매를 맺어요.
산속 계곡 근처에 많이 자라는 가래나무는 9~10월경에 호두와 비슷한 딱딱한 열매를 맺어요. /최새미
가래나무는 한 그루를 발견하면 주변 숲 바닥에 어린 가래나무가 여기저기 뿌리를 내리고 풍성한 잎을 피워낸 모습도 볼 수 있어요.
가래나무는 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같은 뿌리에서 여러 줄기를 내 몸집을 키우거나 주변에 자손을 퍼뜨려 쉽게 번식하는 자생종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부터 만주에 이르는 아주 먼 북쪽까지 북반구 여러 지역의 계곡에서 가래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답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 자리 잡은 가래나무는 특별한 잎을 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줘요. 가래나무 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잎들이 모여 큰 잎을 구성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요.
길이 6~17㎝, 너비 2~7.5㎝ 타원형에 톱니를 가진 작은 잎들이 잎줄기 좌우에 쌍으로 배열돼 어른 팔뚝만 한 풍성한 잎을 만들죠.
잎줄기 끝에는 쌍을 이루지 않은 한 개의 잎이 있어 작은 잎의 총개수는 홀수랍니다.
7개 이상의 작은 잎이 하나의 큰 잎을 구성해요.

가래나무로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대요.
2000년 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사람들은 독성이 있는 가래나무의 껍질을 벗겨내 물에 던져 넣어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았다는 기록이 있어요.
19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가래나무 속(屬)의 식물들이 '주글론'과 같은 화학물질로 독성을 뿜어 주변의 생물을 약하게 만들어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개척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어요.

가래나무 열매인 '가래'는 사촌 격인 호두나무의 열매 '호두'와 매우 비슷해요.
가래나무와 호두나무 열매의 겉껍질을 까서 파헤쳐보세요.
안쪽 중심 핵 부분에서 주름이 자잘하게 잡힌 연갈색 씨앗을 발견할 수 있어요.
단단한 껍데기를 깨면 부드럽고 고소한 씨앗을 맛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가래는 동그란 호두와 달리 양 끝이 얄팍해 달걀 모양에 가까워요.
껍데기도 호두보다 훨씬 단단해 깨기 어렵답니다.
맛은 더 고소하지만 먹을 수 있는 양이 적어 먹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몰라요.
그래서 사람들은 한겨울에 이르러서야 가래 껍데기를 구워서 벗겨 먹었어요.
오히려 어른들은 껍데기를 까지 않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며 손바닥에 가래를 2~3개씩 쥐고 따그닥따그닥 비비던 장난감으로 이용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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