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가)

가문비나무

초암 정만순 2017. 3. 19. 11:25



가문비나무


다른 표기 언어 Yezo Spruce , 魚鱗松 , エゾマツ蝦夷松


요약 테이블
분류 소나무과
학명Picea jezoensis


북한의 개마고원은 해발 2,000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이어지는 곳이다. 흔히 깊은 산골을 말하는 삼수갑산이 바로 이 일대다. 가문비나무는 겨울이면 삭풍이 몰아치는 이런 차가운 고산지대의 터줏대감들이다. 그것도 외톨이가 아니라 숲을 이루어 자란다. 주로 전나무, 잎갈나무 등과 함께인 경우가 많다. 강추위와 바람에 버티려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모여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남한에도 지리산 반야봉 일대와 덕유산, 오대산 등의 산꼭대기에 자라기는 하지만 숲을 이루지는 못하고 겨우 한두 나무씩 목숨만 붙어 있는 정도다.

가문비나무란 이름은 흑피목(黑皮木)에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된다. 비슷한 나무인 전나무나 분비나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껍질이 진한 흑갈색이어서, 처음에는 검은피나무로 불리다가 가문비나무가 된 것이다. 키 40미터에 둘레가 3~4미터까지도 자라며, 원뿔형의 나무가 큰 숲을 이루므로 집단 서식지는 아름다운 수해(樹海)를 만든다. 가지와 열매가 밑으로 늘어지는 독특한 모습도 볼 만하다. 순수 우리 가문비나무는 고산식물이라 평지에서는 잘 자라지 않으므로 유럽에서 들여온 독일가문비나무를 정원수로 흔히 심는다.


가문비나무는 아름다운 모습뿐만 아니라 재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검은 껍질과는 달리 속살은 연한 황백색으로 흔히 전나무와 함께 ‘백목(白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급 내부 장식재로 이용되고, 종이를 만들면 탈색제를 덜 넣어도 고급 종이를 만들 수 있다. 또 나이테의 지름이 거의 일정하여 소리의 전달성이 좋으므로 고급 피아노의 향판(響板)은 대부분 가문비나무를 사용한다.

가문비나무의 종류는 북반구의 한대지역에 약 40여 종이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알래스카나 캐나다 등지에서 널리 자란다. 국제 목재시장에서는 ‘스프루스(spruce)’란 상품명으로 거래되며, 우리나라에도 많은 양이 수입된다. 한반도에는 종비나무, 풍산가문비나무가 같이 자라는 형제나무이나 모두 북한에만 분포한다.

중종 28년(1533)에 성절사 남효의의 보고 중에 “명의에게 물었더니 삼목(杉木)은 송진이 없는데, 이것은 송진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필시 회목일 것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삼목은 전나무를 말하며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정말 송진 구멍이 없고, 가문비나무는 송진 구멍이 있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회목은 가문비나무다. 그러나 옛사람들이 전나무와 가문비나무를 따로 구분하여 나타낸 것 같지는 않다. 가문비나무는 전나무와 함께 흔히 회목(檜木)이라고도 했다.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는 서로 속(屬)이 다른, 촌수가 조금 떨어진 나무이지만 모습은 매우 비슷하다. 2년생 가지에 잎이 붙은 자국이 까끌까끌하면 가문비나무 종류, 매끄러우면 전나무 종류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열매는 가문비나무가 아래로 처지고 전나무는 위로 곧추선다. 그러나 열매가 잘 달리지 않고, 달렸더라도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쳐다보기도 어려우니 열매로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를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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