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릿대차
< 중북부지방의 조릿대로 남부지방에 비해 크기가 작다>
조릿대는 산에서 자라므로 산죽(山竹)으로 부른다. 주로 남부지방에 많이 분포하고 경기도와 강원도의 알부지역에도 자생하나 크기에 차이가 있어 남부지방 조릿대가 훨씬 크다.
남부지역의 조릿대는 크기가 커서 큰것은 2 미터 정도로 마치 신이대 처럼 보이는 것도 많은 편이지만, 중북부에서는 허리아래 크기가 일반적 이다. 조릿대는 대나무 중 제일 작지만 조릿대 중에서도 중북부지방의 조릿대가 제일 작은 셈이다.
남부지방을 산행하면서 민박을 하던 중 뒷산에서 조릿대를 채취해 후라이팬을 빌려 조릿대를 즉석에서 덖어 주인장에게 조릿대차(茶)를 권했더니, 그 맛에 깜짝 놀라며 차로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맛이 괜찮을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알면 약이고 모르면 풀이라는 이야기도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 건조된 남부지방산(産) 조릿대 잎과 잎줄기 ~ 푸르름이 살도록 말려야 한다>
조릿대는 말려서 그냥 끓여 먹기도 하고 덖어서 우려 먹기도 하지만 약성을 떠나 차의 풍미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조릿대로 차를 덖기 위해서는 질 좋은 재료의 채취가 관건으로, 역시 봄의 어린잎이 차 재료로는 제일 낫지만, 누렇지 않고 푸른것은 아무때고 쓸 수 있다. 봄철의 것이 부드럽고 물기도 적당해 덖기 좋고 잘 우러나며, 성장된 것은 뻣뻣하고 덖기가 좀 불편하다.
채취해온 조릿대는 씻어 그늘에 말려야 색이 누렇게 바래지 않는다. 덖음차를 만들려면 잎이 마르기 전에 덖어야 타지 않게 여러번 덖어 풍미 좋은 차를 얻을 수 있게 된다.
< 뽕잎뿐만 아니라 조릿대도 산지의 민박집에서 바로 덖었는데, 조릿대는 뽕잎에 비해 늦게 시들므로 며칠 산행 해도 집에 가져와서 덖어도 된다>
덖어서 차를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은 뽕잎차 만들기에서 살펴 본대로 모든 재료를 미리 준비해 놓고, 덖음솥(밑이 두터운 후라이팬도 가능)을 뜨겁게 가열 한 후 썰어 놓은 재료를 넣어 면장갑 낀 손으로 타지 않도록 적당한 속도로 뒤척이다가, 손이 뜨거워져 더이상 어려우면 옆에 미리 깔아 놓은 자리에 쏟는다.
이것을 뜨거운 동안 식을때 까지 손바닥으로 바닥에 문지르거나 두 손바닥 사이에 넣어 힘주어 비비는데, 이 과정을 유념( 揉捻) 한다고 표현 한다. 즉, 열을 가해 익히는 과정이 덖음이라면 다음 과정이 유념인데, 조릿대는 뻣뻣한 잎으로 비벼도 비비가 어렵고 용케 비빈다 하더라도 유념과정의 목적인 잎 표면에 상처내는 것은 너무 효과가 적어 아예 유념과정을 생략하고, 타지 않도록 덖고- 식히고- 덖고-식히고-만을 반복 하기도 한다.
< 9 번 덖은 후의 조릿대잎 차>
조릿대 잎은 잘 덖어지면 잎이 어느정도 돌돌 말리면서 냄새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조릿대 잎은 수분 함유량에 따라 보통 7~9회 덖음 부터 말리기 시작 하는데 위 사진은 9회 덖음 부터 말리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 13 번 덖은 후의 조릿대 차>
9번 덖음에서 돌돌 말리기 시작한 조릿대 잎은 거의 건조가 된 상태이므로, 그 다음 덖음 부터는 열도 낮추고 덖음시간도 짧게해서 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요령이 된다.
윗 사진은 13번을 덖은 후의 조릿대 잎 모습으로 더 이상 말리지 않을 때까지 덖은 것이다.
조릿대차는 말리기 전의 잎과 말린 후의 잎을 우리면 확실히 맛에 차이가 있고, 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덖음 횟수가 많은것이 풍미가 더 좋게 되는 경향이 있다.
< 14 번을 덖어 완성한 조릿대 잎차<山竹葉茶>
위 사진은 13번 덖은 조릿대 잎을 한동안 말린 후 다시 한 번 덖어 다시 말린 후의 모습으로 만족 할 만한 풍미가 있었다.
이렇게 조릿대는 생엽, 말린 잎, 덖어서 돌돌 말리기 전의 잎, 덖어서 돌돌 잘 말린 잎이 각각 조금씩 다른 맛을 내므로, 어느것이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고 주관적인 자기 입맛에 맞추어 제조하면 그만이다. 개인적으로는 14번 덖은 차가 제일 좋은 느낌이 들기는 한다.
<좌측은 14번 덖어 3분정도 우린 차이고, 우측은 마른잎을 40여분 끓인 조릿대 차이다>
조릿대 차(茶)의 맛은 담백함과 청량감의 맑은 맛이 고상하다. 맛이 있는듯 없는듯 혀의 감각세포도 바로 맛을 찾지 못하고 혀에서 한 번은 굴러야 비소로 그 맛을 감지하게 된다.
조릿대차는 성급히 마시면 물과 다름아니고, 적은모금으로 마셔야 그 맛의 진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잘 덖어 알맞게 우려낸 차는 담백하고 청아한 맛에 이어, 특유의 들큰하고도 맑은 향의 여운으로 쉴 새 없이 찻잔으로 손을 가져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 맛과 향은 기품도 전해지는지라 어떤 고급차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우린차는 조금 무겁고 둔탁한 느낌의 맛이 난다. 이 또한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그만이다.
조릿대는 요즈음 항암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항암효능은 풍부한 유황성분에 기인 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유황은 오래전 부터 사용되어 왔으나 본격적인 연구는 역사가 짧아 1972년 오레곤 대학에서 천연식이유황(MSM)을 개발하여 특허출원 함으로서 주목받기 시작 했다. 유황은 자연계에 유황온천, 농업용, 유황오리의 먹이로 쓰는 노랗고 냄새나는 유독성의 광물성유황과 산삼,마늘,양파,소나무,대나무, 무우등에 포함된 백색의 무독한 식물성유황과 동물성유황으로 곰의 쓸개인 웅담, 소의 담즙인 우황, 사향노루의 사향에 포함 된 것이 3종의 유황으로, 조릿대의 유황은 식물성유황(MSM)에 속한다 .
< 조릿대차를 담아 먹은 후의 페트병에는 흰색의 유황결정이 붙어 남는다 >
유황은 살균, 항균, 진통, 소염, 보양작용으로 효능이 알려져 있지만, 해독(解毒)작용을 가장 큰 효능으로 이용해 왔다는 점이다. 과거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거나 송화가루를 털어 모아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도 건강 했던 것은 소나무에 풍부한 유황성분, 언젠가 연탄가스 중독에는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 소생한다는 어느 대학교수의 발표도 무우에 있는 유황의 효과, 요즘 주목 받는 황토효능도 원적외선 방출 이외에 유황성분과 관련 있다는 설이 설득력 있게 들려 온다. 소나무 장작과 황토, 대나무와 소금의 산물인 죽염도 유황성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데, 대나무 속의 얇은 껍질에는 다른 대나무 부위보다 특히 유황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조릿대를 끓인 차를 식혀 담아 먹은 페트병에는 닦아도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 흰가루가 불투명 할 정도로 붙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백색의 식물성 유황성분으로 좋은 약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조릿대 채취지역에 따라 페트병 벽에 붙어 남아 있는 흰가루는 많고 적음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음을 알았는데, 아마도 자생지의 토양이나 강수량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자연계 유황의 순환 시스템은 현미경적 동물과 식물인 플랑크톤, 조류등이 바닷물 속에서 무기황으로 휘발성이 높은 유기 황화합물을 만들고, 이것이 증발해 수증기에 용해되어 구름속에 있다가 비나 눈이 되어 지상으로 내려와 식물체에 농축된 형태로 흡수되어, 메치오닌과 시스테인 등의 유황아미노산으로 형성되어 있는 단백질을 인간과 동물이 섭취하는 구조로 순환된다고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황은 구름에서 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니 바닷물이 생명의 근원이라는 말도 더욱 무게있게 다가온다.
생야 일편 부운기 (生也一片浮雲起) 생이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 이요
사야 일편 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 흩어짐 이니
생사 거래 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 생사의 오고 감, 역시 그러하다.
한조각 뜬구름이 유황의 보고일 줄이야..... 그러니 이런 선시(禪詩)도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조릿대의 맑고 담백한 맛이 투명한 보석처럼 더욱 영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