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灸 小考/침구 개론

통증의 반응과 침의 역할

초암 정만순 2017. 1. 22. 10:39

통증의 반응과 침의 역할



몸의 어느 부위에 손상이 생겼다면 반드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통증은 중추신경계가 보내는 신호로서 손상된 부위를 더 악화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함이다.

손가락의 뼈가 부러졌다고 치자. 심한 통증을 느낄 것이고 염증반응으로 상처부위가 붓고 붉게 물들 것이다.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방출되어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투과성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통증이 생길 수도 있지만, 뇌가 통증을 유발시켜 상처가 난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이다.

뼈가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통증을 느낄 수 없다면 뼈가 부러진줄도 모르고 계속 움직일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생기는 뒷 일을 상상해보라.

 

한센병은 나균이라는 병원균이 신경조직을 손상시키는 병으로써 특히 손과 발, 얼굴 부위의 감각신경을 파괴시켜 감각마비의 증상이 발생한다.

한센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손발이나 얼굴 부위에 상처가 생겨도 뇌가 보내는 통증의 신호가 전달되지 못하므로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해 손이나 발 그리고 얼굴이 심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문둥병이라는 말은 얼굴이나 손발의 살이 문드러진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일반적으로 한센병 환자들은 전염성 때문에 격리수용을 하게 되는데 격리수용소의 위생환경이 불결했던 예전에는 쥐들이 우글거렸다고 한다.

환자들이 잠이 들면 쥐들이 침입하여 환자들의 얼굴이나 손발을 뜯어 먹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그럼으로 환자들의 얼굴이나 손발이 심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보더라도 우리 몸의 상처로 인해 생긴 통증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몸의 손상으로 인해 통증이 너무 심하다면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건강까지 해칠우려가 있다. 

격렬한 통증에 의한 심한 신경쇠약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명마저도 잃게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람에게서 통증으로 죽어가는 사람은 드믈다.

왜냐면 격렬한 통증을 차단시켜주는 장치가 우리 몸 안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몸의 손상으로 통증이 유발된다는 것은 상처를 보호하고 자연치유력을 위해서 꼭 필요한 현상이지만, 통증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된다든가 너무 심하게 나타나게 되면 통증 자체가 또 다른 건강상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므로 이를 적절하게 차단시켜주는 장치도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어떤 장애물에 정강이뼈를 부딪혔을 때 숨이 멎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당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때 바로 고꾸라지면서 몸을 웅크린채로 손으로 정강이뼈를 감싸고 열심히 문지르다보면 통증이 경감된다는 사실도 경험했을 것이다.

정강이뼈를 부딪히게 되면 통각수용체에서 통각신호가 발생하여 C 섬유로 알려진 1차 뉴런(신경세포)을 통해 등허리의 척추뼈 안에 있는 척수라는 중추신경계로 전달된다.

척수에서 1차 뉴런은 뇌로 연결되어 있는 2차 뉴런에게 통각신호를 전달해 주며, 뇌에 도달한 통각신호의 정보를 분석한 후 즉시 정강이뼈로 통증을 느끼게 하는 신호를 감각뉴런을 통해 내려 보내면 우리는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심한 통증이 발생한 정강이뼈 부분을 손으로 문지르기 시작하면 통증이 경감되는데, 상처부위를 문지르는 자극이 척수에서 통각신호를 억제하는 중간 뉴런이라는 장치에 의해 어느 정도의 억제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자세히 설명하면, 통각신호를 전달하는 C 섬유라는 1차 뉴런은 척수에서 옆으로 곁가지를 하나 뻗어 통각신호를 억제시키는 중간 뉴런의 한 쪽 끝과 연결되고, 중

간 뉴런의 반대쪽 끝은 2차 뉴런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억제성 중간뉴런은 C 섬유에서 뻗어나온 곁가지에 의해 불활성 상태로 있기 때문에 통각신호는 1차 뉴런인 C 섬유를 타고 올라가다가 척수에서 바로 뇌로 통하는 2차 뉴런으로 전달해 주게 된다.

만약에 통증부위를 문지르는 자극이 가해지면 촉각이나 압각을 전달하는 또 다른 종류의 A-베타라는 섬유를 통해 문지르는 자극이 전달된다.

A-베타 섬유 역시 말초에서 시작하여 척수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곁가지 하나가 뻗어나와 통각신호를 억제하는 중간뉴런과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척수에 있는 억제성 중간뉴런은 통각신호를 전달하는 C 섬유와도 연결되어 있고, 촉각이나 압각신호를 전달하는 A-베타 섬유와도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다.

 

상처부위를 문지르거나 마사지를 하지 않으면 통각신호는 통각수용체에서 척수로 연결된 신경인 C 섬유를 타고 척수까지 올라가 척수에서 시작하는 2차 뉴런에 전해져 뇌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뇌는 통각신호에 반응하여 바로 통증신호를 상처부위로 내려보내게 된다.

그러나 상처부위를 문지르거나 마사지를 하게되면 촉각신호나 압각신호가 A-베타 섬유로 전해지고, 이 신호는 척수에 있는 억제성 중간뉴런을 활성화시켜 C 섬유를 타고 올라오는 통각신호를 어느 정도 억제를 시켜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신경생리학에서는 '통증 조정의 관문조절 이론'이라고 한다.

통증을 조절하는 관문조절 이론 외에 '통증 조정의 하행성 제어설'이라는 이론도 있다.

이 이론은 간단히 말하면, 엔케팔린이나 베타 엔돌핀과 같은 통증을 억제시키는 물질을 방출하는 척수의 중간뉴런을 뇌가 자극하는 것이다.

즉 통증으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가 스트레스에 자극되어 척수의 중간뉴런으로 신호를 보내 중간뉴런이 엔케팔린을 분비케 하여, 통각수용체에서 척수로 전달되는 통각신호를 2차 뉴런으로 전달 되는 것을 억제시킨다는 이론이다. 이를 다른 말로는 '내인성 진통계'라고도 한다. 

 

앞의 이론을 바탕으로 침술에 호기심을 품은 서양의 많은 과학자들이나 의사들은 침 자극에 의한 통증완화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며 이러한 시도들이 오늘 날에 와서는 상당부분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침을 맞으면 왜 통중이 사라지는 걸까?'에 대한 해답은 신경생리학에서 말하는 통증 조정의 관문조절 이론이나 내인성 진통계 이론에서 찾을 수가 있다.

만성의 통증이든 급성의 통증이든 침으로 자극을 하면 확실히 통증이 없어지거나 많이 경감된다.

침 자극은 피부의 수용체에서 압각이나 촉각의 신호를 유발시키고, 그 신호는 A-베타 섬유를 타고 척수에 있는 통각신호의 억제성 중간뉴런을 활성화시켜, C 섬유를 타고 올라온 통각신호를 차단시켜줌으로써 통증이 없어지거나 경감되는 것이다.

또한 침의 자극은 뇌가 스트레스로 인지하여 척수에 있는 중간뉴런을 통해 엔케팔린이나 엔돌핀을 분비케 하여 역시 C 섬유를 타고 올라온 통각신호를 억제시켜 통증을 못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침 자극으로 어떤 질환이 치유되는 현상과 그 질환에 대한 통증이 없어지는 현상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즉 침 자극으로 통증이 없어졌다고 해서 질병이 낫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나 심지어는 침을 시술하는 시술자들까지도 침을 놓아 통증이 없어지니까 병이 낫는 걸로 착각들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침 자극으로 통증이 잠시 멎어 있을 뿐이며 만성적인 통증의 경우는 시간이 흐르면 다시 통증이 재발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침 자극에 의한 통증의 완화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통증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화학합성의 진통제를 무분별하게 먹어댄다.

진통제의 습관적인 복용은 약물중독에 의한 몸의 황폐화를 초래할 뿐이다.

그러나 침 자극에 의한 진통작용은 인체가 가지고 있는 통증의 억제장치를 자극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약물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가 없다.

 

'침을 맞으면 왜 병이 낫는 걸까?' 에 대한 논의는 나의 블로그를 통해서 수없이 언급했다.

침을 맞으면 통증이 없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인체가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시스템도 함께 자극을 하여 자연치유력에 의해 질병도 고쳐지게 된다.

앞에서 말한 척수에서의 통각신호를 억제하는 중간뉴런을 활성화시키는데 특이하게 반응하는 경혈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경혈들도 있다.

침자의 깊이라든가 득기감을 표출하게 하는 수기법 같은 것도 통증을 차단시키거나 자연치유력을 향상시키는 데 아주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

이처럼 침술에서 통증을 억제시키거나 자연치유력을 증강시키는 데 유효한 경혈을 취혈하고 적정한 수기법을 구사하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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