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어탕은 인삼과도 안 바꾼다’고 할 정도로 가을 보신 요리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추어의 추(鰍)자를 뜯어보면 ‘겨우내 동면에 들기 위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다.
미꾸라지는 뼈, 내장을 통째로 삶아 끓이므로 영양의 손실이 전혀 없고 단백질,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 여름내 쇠했던 원기를 돋워준다고 한다.
고문헌 ‘고려도경’에 첫 출현하는 추어는 ‘본초강목’ ‘동의보감’에 이어 등장하며 보신 효능을 자랑한다.
요약하면 주취(酒醉), 비위(脾胃) 보양, 당뇨 소갈에 좋고 무엇보다 남자의 양기를 돋워준다고 한다.
고려시대부터 추어탕을 먹었다는 문헌이 보이고 19세기 성균관 노역꾼들이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대구경북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음식문화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대구에서 추어탕의 출발은 1957년에 고 천대겸 여사가 문을 연 ‘상주식당’(현 대구백화점 북문 쪽)이었다.
지금의 통신골목 자리에서 처음 서너 개 좌판으로 문을 연 가게는 독특한 풍미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설 재배가 없던 시절 추어탕 장사는 가을이 한철이었고 봄, 여름, 겨울에는 닭개장, 육개장, 곰탕을 팔았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1963년 청도역 앞에도 추어탕집이 하나 생겼다.
김말두 여사가 오픈한 ‘의성식당’이었다.
청도추어탕은 역무원, 외지인들의 인기를 끌며 역전 별미로 명성을 쌓았다.
이렇게 뿌리를 내린 지역의 추어탕은 각각의 입맛과 전통을 간직한 채 경상도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추어탕을 논할 때 경상도추어탕은 서울식, 원주식, 남원식과 함께 전국 4대 추어탕의 반열에 올라있다.
국물이 맑고 깔끔해 추어탕 고유의 맛을 가장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상도 추어탕 속으로 들어가 보자.
◆대구백화점 북문 ‘상주식당’
#60년 전통의 대구 원조 추어탕집
얼마 전 뉴욕에서 교민들을 상대로 ‘한국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설문했을 때 상위에 올랐다는 집이다. 60년 전통을 이어받은 차상남(70) 대표의 영업 소신은 ‘재료와 불과 사람의 조화’. 언제나 최상의 재료만 고집하는 탓에 연간 9개월 보름밖에 가게를 열지 못한다. 주재료인 고랭지 배추가 10월 이후 출하가 안 되고 동면(冬眠)에 드는 미꾸라지는 영양과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요즘도 새벽 5시면 안마당에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솥엔 햐얀 육수가 김을 뿜는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차 씨의 행동반경은 1㎡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4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고 국을 푸며 배웅을 하기 때문이다. 수천 명 단골들의 취향을 일일이 꿰뚫고 있을 정도 대면(對面) 서비스에 능하다.
▷주요 메뉴: 추어탕(8천원)
▷주소: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598-1
▷전화번호: 053)425-5924
◆수성동 ‘원주즉석추어탕’
#전골식으로 맛 내는 ‘국가대표 맛집’
‘볼링도 국가대표, 추어탕 맛도 국가대표.’ 볼링 국가대표 출신 최영희(58) 씨가 점포를 열며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다. 한때 청구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최 씨는 세계 대회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최 씨 점포에서는 정통 원주식 추어탕을 지향한다. 뼈째 갈아낸 추어를 전골식으로 얼큰하게 끓여내는 것이 원주식의 정형. 손님 테이블에서 가마솥에 즉석으로 끓여내는 것도 이 집만의 방식이다. 보통의 추어탕집에서는 소금을 뿌려 해감을 하지만 원주에서는 고기를 씻은 후 바로 고아내는 방식을 고집한다. 장(腸) 건강, 피부미용에 좋다는 뮤신(점액질)을 그대로 섭취케 하기 위해서다. 메주, 콩가루, 고추장 등 10여 가지 재료를 2년간 숙성시킨 양념으로 국물을 낸다.
▷주요 메뉴: 추어탕(8천원), 통추어탕(9천원), 추어튀김(1만2천원)
▷주소: 대구 수성구 신천동로 350
▷전화번호: 053)782-8254
◆경북대병원 근처 ‘삼덕골 남원추어탕’
#얼큰하고 걸쭉한 통추어탕의 본가
미꾸라지를 통째로 끓이는 통추어탕은 남원, 원주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조리법이다. 삼덕골 남원추어탕은 대구에서 통추어탕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치어 미꾸라지 10여 마리가 들어가는 통추어탕을 시키면 추어탕과 매운탕의 경계에서 잠시 행복할 수 있다. 삼덕동에서 8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김지현(49) 씨 부부. 처음에 정통 남원식으로 탕을 냈지만 대구 사람들이 외면해 낭패를 봤다. 조금씩 입맛을 맞춰가며 수정을 거듭해 현재의 ‘조합’을 완성했다고 한다. 우거지가 들어간 국물에 생들깨, 고추장을 듬뿍 넣어 얼큰하면서도 걸쭉한 맛이 난다. 추어탕 외 국수, 고추튀김, 부추가 기본으로 나온다. 국물에 부추를 먼저 넣고 국수를 말아서 먹으면 국물도 빨리 식고 재료들 식감도 좋아진다.
▷주요 메뉴: 추어탕(8천원), 통추어탕(9천원), 추어튀김(1만5천원)
▷주소: 대구 중구 동덕로26길 10-11
▷전화번호: 053)423-4428
◆화원 ‘합천 자연산추어탕’
#자연산 미꾸라지 쓰는 ‘착한 가게’
도시철도 1호선 화원역 뒤편에 자리 잡은 추어탕 맛집이다. 1993년 조인석(60) 씨가 문을 연 후 23년째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자연산 미꾸라지를 쓰는 집이 아닌가 한다. 통발어로 30년 경력의 조 씨가 상주, 구미, 안계 등지를 돌며 미꾸라지를 잡아 나른다. 자연산 특유의 부드러운 입맛과 구수한 향기가 특징. 미꾸라지가 동면에 들어가는 동절기 세 달은 부득이하게 양식 물고기를 쓴다. ‘착한 먹거리’를 발굴, 취재하는 한 TV채널에도 소개되었다. 식당 벽엔 당시 ‘착한 가게’ 인증 마크가 붙어 있다. 배추, 토란줄기, 파를 듬뿍 넣고 끓인 얼큰한 국물이 일품이다. 깨끗한 기름에 바짝 튀겨 내는 추어튀김도 별미. 자연산 추어탕 마니아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
▷주요메뉴: 추어탕(7천원), 미꾸라지 튀김(소 1만원)
▷주소: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로1길 36-3
▷전화번호: 053)635-8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