鍼灸 小考/사암오행침

실전 사암침법 강좌

초암 정만순 2016. 9. 14. 10:44



                   

실전 사암침법 강좌


김관우 원장


필자약력 : ▲동신대 한의대(1992년 입학) ▲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저서 : 사암침법수상록(초락당 간)  

 
한의학 관련 분야의 전문 필자를 초빙해 수준있는 다양한 임상·학술 지상 강좌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는 민족의학신문은 이번에는 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 강좌를 마련합니다.
한의학적 생리·병리관과 경락·경혈론의 보편적 틀에서 사암침법을 조망하고 오수혈에 대한 보편적인 운용 지침을 마련함으로써 이를 통해 구체적 병증 치료 지침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임상능력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 연재를 시작하며 ■

대한민국 한의사로서 침구학의 본연에 대해 고민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정도의 차는 있을지라도 사암침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보지 않은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암침법을 수용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고 이를 해석하는 방식 역시 매우 다양합니다. 게다가 임상적으로는 사암침법을 신비적인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관점부터 특정 병증이나 상황에 활투식으로 운용하는데 유용할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기능적 관점이 존재합니다. 또한 사상인론이나 체질론에 입각하여 사암침법 체계를 수용한 새로운 진화적 관점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한의학이 중국이나 일본의 의학과 차별점을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암침법을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침법으로서 그 탁월함과 우월성을 강조하는 견해가 있는 한편, 사암침법이 오행론을 도식적으로 운용한 침법으로서 처음부터 논란의 소지가 많은 『難經』의 체계에 입각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회의적인 견해를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이러한 다양한 논의들은 그 내용에 대한 평가를 떠나 한의계 전반에서 사암침법에 대해 지니고 있는 관심이 지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심의 정도에 비해 사암침법에 대한 연구나 심도 있는 논의는 그리 풍부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이러한 이유의 근간에는 사암침법이 기반으로 삼는 텍스트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과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사암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불명확성이 깔려있습니다.

사암침법이 확립되었다고 추정되는 시기가 꽤나 오래 전이었음에도 정식화된 텍스트가 아닌 필사본들이 개인적으로나 가전을 통해 제한된 영역에서 유통되었을 뿐이고 그것이 광범위하게 공개된 시기도 연대적으로 보자면 상당히 최근의 일이다 보니 관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한의계에서 대외적으로 한국 고유의 침법으로 사암침법을 내세우는 상황과 많은 한의사들이 적극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암침법을 널리 사용하는 풍토에서 학문적 연구의 성과가 그리 풍부하지 않았다는 건 최소한 침구계에서는 반성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암침법의 운용 방식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앞서 사암침법이 사암침법으로서 독자성을 내세울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오행의 상생상극론에 입각하여 정격과 승격을 구성하는 방식은 사암치법에서 최초로 시도된 방식이 아닙니다.

정격과 승격의 모태는 기본적으로 『難經·69難』에서 제시된 “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 當先補之, 然後瀉之”라고 한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이 구체적 침법으로 구성된 것은 원래 明代의 高武에 의한 것입니다. 高武는 『針灸聚英』에서 이 방식을 자경의 혈들만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구성하였는데 그 후 張世賢에 의해 『校丁圖註難經』에서 타경의 보사에까지 확대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운용 방식은 상생 관계에만 머물렀을 뿐이었는데 ‘抑其官’이라는 상극 관계까지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자경과 타경 모두를 보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사암침법에 이르러서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암침법의 독창성은 인정이 되나 그 논지가 이전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사실 여부를 확인, 고증할 수는 없지만 사암이 『針灸聚英』이나 『校丁圖註難經』의 견해에 착안을 하여 현행의 사암침법을 구성했을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사암침법의 독창성은 정격과 승격을 구성하는 도식적 오행론의 체계가 아니라 이를 임상에서 구체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에서 발휘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치법으로 정형화된 정격과 승격을 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구체적인 병증 모델을 확립하고 이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기존의 방식을 변형하거나 새로운 조합을 구성하여 다양한 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사암침법의 실질적 가치와 침구학적 독창성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사암이라는 미상의 인물이 남긴 텍스트에 면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텍스트에서 사암은 주로 병증 각론의 서두에 기존 의서의 일부를 인용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학적 견해를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을 뿐 구체적인 견해나 임상 지침은 자세하게 수록하지 않았고 그 표현조차도 압축적이어서 사암침법에 대한 접근에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고증과 분석을 통해 사암의 사고에 최대한 접근하고 그가 무슨 말을 전하고자 하였는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복구적인 방식만으로 사암침법에 접근해 들어간다면 사암침법은 더 이상의 진화를 이루지 못하며 극히 기능적인 활투 침법으로 박제화될 우려가 있습니다(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사암침법이 이 상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사암침법의 독창성, 특수성, 고유성을 내세우는 관점들은 오히려 사암침법 운용의 폭을 국소화시키거나 지나친 신비화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사암침법도 결국 오수혈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적 수단으로서 가치를 지닙니다. 침구학의 가치는 특정 침법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적 정체관에 입각하여 이를 임상적으로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수 침법으로서 사암침법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한의학적 생리·병리관과 경락·경혈론의 보편적 틀에서 사암침법을 조망하여 원위 취혈처로서의 오수혈에 대한 보편적인 운용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한의학적 정체관에 입각한 구체적 병증 치료 지침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 본 지면 강좌의 목표임을 말씀드립니다. 


사암침법은 병위에 입각한 합리적인 치법 체계

■ 三陰三陽과 인체분획체계 ■

12경락에는 太陽, 少陽, 陽明, 太陰, 少陰, 厥陰이라는 三陰三陽의 명칭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의 12경락 체계가 갖추어지기 이전부터 초기 경맥의 명칭은 三陰三陽에 입각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점에서 그 연원은 꽤나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청대 말의 의가인 周學海는 『讀醫隨筆』에서 “사람 몸에서 三陰三陽의 이름은 부위를 나누어 이름을 정한 것이지 기혈의 다른 성질에 입각하여 뜻을 취한 것이 아니다”고 하여 경맥에 연계된 三陰三陽은 원래 인체의 구역을 분획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시다시피 기본적으로 사지는 내외(medial과 lateral)로, 체간부는 표리로 음양의 영역이 분획됩니다. 그런데 陰의 영역은 少陰, 厥陰, 太陰으로, 陽의 영역은 少陽, 陽明, 太陽으로 다시 분획됩니다.
즉 인체를 표리내외에 입각하여 음과 양의 영역으로 대별한 다음 이를 다시 3범주로 분획하고 이에 명칭을 부여한 기호 체계가 三陰三陽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三陰三陽으로 분획된 특정 영역을 지나가는 경맥에 三陰三陽에 입각한 명칭이 부여됩니다.

그래서 周學海는 “(三陰三陽의) 부위가 이미 정해지고서 경락의 血氣가 太陽의 영역을 지나가는 것을 太陽經이라 이름하고, 少陽·陽明의 영역을 지나는 것을 少陽·陽明經이라 이름하고, 三陰의 영역을 지나는 것을 太陰·少陰·厥陰經이라 이름하였다”고 하여 경맥에 부여된 三陰三陽의 명칭이 원래 기혈의 다소나 성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니라 인체의 분획 구분을 위한 기호 체계임을 밝힙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三陰三陽에 의한 인체의 분획 체계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단서는 『素問·陰陽離合論』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聖人南面而立, 前曰廣明, 後曰太衝,
太衝之地, 名曰少陰,
少陰之上, 名曰太陽, 太陽根起於至陰, 結於命門, 名曰陰中之陽.
中身而上, 名曰廣明,
廣明之下, 名曰太陰,
太陰之前, 名曰陽明, 陽明根起於厲兌, 名曰陰中之陽.
厥陰之表, 名曰少陽, 少陽根起於竅陰, 名曰陰中之少陽.

外者爲陽, 內者爲陰, 然則中爲陰, 其衝在下, 名曰太陰, 太陰根起於隱白, 名曰陰中之陰.
太陰之後, 名曰少陰, 少陰根起於涌泉, 名曰陰中之少陰.
少陰之前, 名曰厥陰, 厥陰根起於大敦, 陰之絶陽, 名曰陰之絶陰.

이에 의하자면 몸통(body trunk)은 체표 부위가 양, 체강 내부가 음이라는 전제에서 앞면은 廣明, 뒷면은 太衝으로 규정됩니다.
그리고서 太衝의 안쪽, 즉 척주와 접한 체강의 후면이 少陰으로, 그 바깥 표면이 太陽으로 규정됩니다.
한편 廣明을 상반신으로 좁히고서 그 안쪽, 즉 흉강과 상복강의 전면을 太陰으로, 그 바깥 표면이 陽明으로 규정됩니다.
따라서 체강 내의 후면이 少陰, 전면이 太陰이 되고 체표에서는 등의 표면이 太陽, 배의 표면이 陽明으로 규정되고 이들의 중간인 측면의 내외에 厥陰과 少陽이 배치되는 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리고서 이들 각각의 영역을 유주, 관통하는 경맥에 三陰三陽의 명칭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이는 입체적인 인체를 매우 간결하면서도 합리적으로 분획시킨 배치로서, 이를 통해 체표에 경혈들을 이은 선으로 잘못 이해된 경맥의 이미지를 다시 바로잡게 해줍니다.
기본적으로 경맥은 “伏行分肉之間, 深而不見”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맥동처를 제외하고는 체표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足少陰經의 예를 들자면 이 경맥은 경혈도나 銅人에서처럼 任脈 양쪽 5푼처의 복피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체강 후면 척추 주위 영역을 관통하며 그 주위에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의학에서는 해부학적, 구조적 유사성과는 다른 차원에서 인체를 三陰三陽으로 층위적 배치를 하고 이에 경맥을 연계함을 통해 동일 층위에 기능적 동질성을 부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획 구분을 위한 기호적 개념이었던 三陰三陽에 육기가 결부되어 太陰-濕土, 少陰-君火, 厥陰-風木, 太陽-寒水, 陽明-燥金, 少陽-相火의 배합이 구성된 결과 육기는 해당 三陰三陽의 본질적 속성에 해당하는 本氣로서의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三陰三陽은 육기라는 本氣에서 파생된 標氣로 상정되면서 本氣의 현상적 측면으로서 이해되기도 하였고 각 경맥의 氣血多少를 설명하기 위한 체계로 확대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三陰三陽과 六氣의 대응은 처음부터 필연적 속성에 의해 연계된 것은 아니었기에 周學海는 “(三陰三陽은) 단지 영역, 방위, 표리로써 이름을 정한 것이지, 風寒燥火暑濕의 육기에 입각하여 뜻을 취한 것은 아니다”고 하지요.

결국 周學海의 표현대로 “氣는 風寒暑濕燥火의 六氣요, 處는 인체 12경맥의 부위”이므로 병리적 상황에서 三陰三陽은 處, 즉 병위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단이라는 과정을 통해 병위를 파악하고 특정 병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경맥과 경혈을 운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침구학의 원초적이고 본연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암침법은 이러한 측면에서 병위에 입각한 매우 합리적인 치법 체계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경락과 장부의 체계 ■

경락과 장부와의 밀접한 관련성은 한의학적 인체관의 대전제이지만 역사적으로 보자면 경락과 장부가 처음부터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체계로 인식된 게 아니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즉 경락은 경락 자체로 논의가 전개되었고 장부는 장부 자체로 논의가 전개되어 가다 일정 시기에 이르러 이들이 이론적, 실질적으로 융합되어 유기적인 관계가 설정되었고 그러한 결과 12경맥이 “안으로는 腑臟에 속하고 밖으로는 肢節에 絡한다”(『靈樞·海論』)는 식의 표현이 나타난 것이죠.

그런데 경락과 장부가 아무리 서로 밀접한 유기적 관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 경락은 경락이고 장부는 장부입니다. 즉 경락은 경락의 논리가 있고 장부는 장부의 논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장부의 기운이 운행하는 통로이자 발현되는 출로로서 경락의 기능이 설명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사실 경락은 장부보다 포괄적이고 상위 개념입니다.
이는 장부의 생리가 經氣의 흐름이라는 氣機운행의 측면에서 이해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이시다 히데미가 그의 저서 『氣 흐르는 신체』에서 언급한 바를 빌어 표현하자면 ‘흐르는 신체’로서 설정된 경락에 해부학적 대상으로서 ‘머무는 신체’인 장부가 기능론적으로 스며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경락론과 장부론이 통합이 된 이후에도 경락은 12개의 체계를, 장부는 5행론에 기반한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경락이 10개가 아닌 12개라는 사실을 통해 경락의 체계가 기본적으로 오행이 아닌 三陰三陽론에 입각하여 성립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원이 다른 경락과 장부를 이론상으로 연결시켜주는 고리도 기본적으로 三陰三陽론이었습니다.

현행의 장부론에서는 臟은 陰에, 腑는 陽에 배속되고 이들이 표리 관계를 이루어 기능적 보완을 이룬다는 측면에서 그 생리체계가 논의되고 있지만 지난 회에 『素問·陰陽離合論』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먼저 三陰三陽론에 입각하여 인체가 표리내외로 분획되었으며 이 분획에 경맥의 배치가 이루어지고서 이와 해부적, 기능적으로 연계되는 장부들과의 연계가 확립된 것입니다.

장부론상 각각의 장부는 肝-膽, 心-小腸, 脾-胃, 肺-大腸, 腎-膀胱, (心包-三焦)의 연결로 표리관계를 이루지만 이 때 해부적인 실제 위치나 기능적으로 肝-膽, 脾-胃, 腎-膀胱의 배합은 타당하나 心-小腸과 肺-大腸의 배합은 쉽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방식의 설명이 있지만 三陰三陽의 표리관계에 입각한 手少陰經-手太陽經과 手太陰經-手陽明經의 배합이 먼저 이루어지고 이들 경맥이 장부와 연결되면서 자연히 心-小腸과 肺-大腸이 배합되는 결론이 도출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경락과 장부의 유기성과 경락이 장부의 생리적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은 명백하나 경락이 기능적으로 장부에 복속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장부의 허실이 해당 경맥의 허실과 일치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大腸虛의 상황에 大腸正格을 운용한다 하여 大腸正格의 모든 적응증이 반드시 大腸의 허함을 전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경맥과 장부의 유기적 관계에 의해 手陽明經의 허함이 大腸虛를 초래할 수 있고 大腸虛로 인해 手陽明經이 허해질 수는 있으나 手陽明經의 허함이 반드시 大腸虛를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大腸正格이 요통에 다용되는 것은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과연 그 적응증이 실제 장부론상 大腸虛를 전제한다고 할 수는 없지요.
마찬가지로 견비통 환자에게 大腸勝格을 운용하여 효험을 보았을 때 이를 手陽明經의 실증이었다고 규정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를 大腸實의 상황이었다고 규정할 수도 없는 것이죠.

그러나 특정 장부의 허실을 다스리기 위한 침구학적 수단이 결국 해당 경맥을 조절하는 것이다 보니 장부의 허실과 경맥의 허실이 동일시되었던 것입니다.
즉 大腸正格은 手陽明經이 허한 상황이나 大腸虛의 상황에 모두 유용하게 운용될 수 있지만 이들을 동일 상황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장부의 허실을 표리 관계로 확장시켜 肺가 허하면 大腸이 실하고 肺가 실하면 大腸이 허하다는 도식적 전제에 입각하여 침법을 운용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장부의 허실과 경맥의 허실을 기계적으로 동일시한 오류에 해당합니다.
표리 관계에 해당하는 경맥들이야 원칙적으로 길항, 대대 관계로 배치되기 때문에 手太陰과 手陽明의 허실이 서로 반대급부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리 관계의 장부는 원래 기능상 상호 보완적이라서 확률적으로 肺虛가 반대급부적인 大腸實보다는 大腸虛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手陽明經이 실하면 手陽明經을 직접 사하는 방법 이외에도 手太陰經을 보하는 방법을 통해 이를 다스릴 수 있지만 肺虛의 상황에 기계적으로 大腸實을 전제하고서 大腸을 사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오류에 해당한다는 것이죠.


■ 장부와 경락의 허실(1) ■

사암침법이 장부 또는 경락의 허실에 입각하여 이를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격과 승격을 운용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암침법(또는 침구학)이 모델로 삼는 장부나 경락의 허실 개념은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습니다.
腎正格을 운용한다면 그 대상이 되는 것이 腎虛인지 足少陰經의 虛함인지, 그리고 腎虛와 足少陰經의 虛함이 임상적으로 일치하는 개념인지 각각 독립된 개념인지, 그리고 만약 이들이 각각 구분되는 개념이라면 무엇을 근거로 구분하며 진단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일단 한의학의 허실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素問·通評虛實論』에서 제시한 “邪氣盛則實, 精氣奪則虛”라는 명제의 의미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에 의하면 개략적으로 虛는 精氣(正氣)가 허탈되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精氣(正氣)란 인체의 생리적 기능과 항상성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기운이라는 광범위한 의미로서 선·후천적 의미를 모두 포괄하므로 精血의 기능이 이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外邪에 대한 방어적 기능을 발휘하는 衛氣의 기능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병증으로서 허증은 精氣(正氣)의 부족이나 기능 부전에서 발현되는 병증을 의미합니다.
實은 邪氣가 충실하거나 과잉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원래 邪氣란 병증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인자로서 외감의 주요 요인인 風寒暑濕燥火의 六淫을 지칭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외감만을 전제로 한 개념이 아니며 내상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습니다.

즉 邪氣란 광범위하게 말하자면 ‘不正之氣’로서 인체의 정상적 생리 활동을 비정상적으로 전환시키는 삿된 기운을 통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邪氣란 개념적으로 고정된 의미가 아니며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실체적 개념을 전제하지도 않습니다. 정상적 생리상태의 氣血水가 변조되어 병리적 상황을 유발시키는 것을 邪氣로 이해하는 것이 실증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적절합니다.

그러므로 실증이란 不正之氣인 邪氣에 의해 내외적으로 精氣(正氣)의 정상적 운행이 저해되거나 왜곡된 상태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또 한편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유형의 積이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邪氣所湊, 其氣必虛”, “邪之所在, 皆爲不足”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의학에서는 邪氣의 유래가 내적이든 외적이든 간에 결국 精氣의 허약을 틈타 병을 일으키게 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邪氣의 존재가 반드시 실증을 전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한의학적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일방적으로 邪氣를 내모는 것이 아니라 精氣(正氣)를 회복하여 체내 항상성 조절 기능[神]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이로 보아 원초적으로 虛와 實은 精氣(正氣)와 邪氣의 성쇠 여부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병증의 발현 양태인 증후로서의 허실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의 증후를 의미하는 虛證과 實證이라는 개념에서 虛와 實의 의미는 발현되는 증의 양상이 허하다거나 실하다는 의미로 이해해야지, 이를 체력이나 기력이 건실하다거나 부실하다는 식으로 이해해 버리면 곤란합니다.
어떠한 질병이든 간에 병은 精氣(正氣)와 邪氣의 대립 양상으로 표출되는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표출의 반응이 현저하고 강렬하면 實證으로, 이와 반대라면 虛證으로 규정되는 것일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衛氣의 활동에 의한 正邪투쟁의 결과 병증의 양상이 극렬하게 나타나면 실증으로 규정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환자의 기력이 저하되었다 하더라도 유형의 積이 존재하고 이를 구축시켜야 한다면 이 상황을 實로 규정하고 치료해야할 경우가 있습니다.
고열이 지속되어 탈수에 이른 상태에서 대변이 굳어 통하지 않는 大承氣湯證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 환자는 ‘壯火食氣’하여 체력이 바닥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환자에게 실증을 다스리는 大承氣湯이라는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근거는 燥矢라는 유형의 積邪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燥矢가 빠져나가야 환자의 精氣와 진액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邪氣所湊, 其氣必虛”라 하였듯이 증후로서 허실이란 고정적 개념이 아니며 가변적인 양태로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虛實이 협잡되어 나타나거나, 실제 病情의 허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허하면 보하고 실하면 사한다는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精氣(正氣)를 중심으로 보는 한국의학사의 관점에서는 병증이 허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되는 경우가 많지만 萬病一毒說에 근거한 의론이 주를 이루었던 일본의학사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邪氣(毒)에 의해 조장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파악되었던 거죠.


■ 장부와 경락의 허실(2) ■

경락내에서 氣와 血의 추동은 宗氣에 의해 비롯되기 때문에 경락의 허실은 원초적으로 경락을 통해 흐르는 유동체인 血氣(血을 동반한 氣)의 유여나 부족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맥이 虛하다는 것은 ‘氣不足’이라 표현되는데 이는 經氣 자체의 본태적 쇠약이나 그와 연계되는 장부의 허쇠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맥이 實하다는 것은 ‘氣盛有餘’라 표현되는데 이는 경맥에 비정상적으로 血氣가 유여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주로 항진적 병증 반응을 의미하며 병태상 음양의 偏勝으로 표출됩니다.

한편 음양의 편승 자체가 邪氣이므로 병태상으로 경맥이 실하다는 것이 반드시 ‘感’을 전제하지는 않으며 邪氣 자체는 유무형의 성상을 모두 포괄합니다.
즉 경맥이 실하다는 것은 血氣나 水氣의 정상적 소통을 저해하는 유형의 邪가 실체적으로 존재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병증의 상황에서 血氣의 불통으로 인한 울체 반응이 특정 병소나 병위에서 항진적으로 나타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經氣의 허실 징후는 맥을 통해 반영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맥진의 징후 자체가 경맥의 허실과 동일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특히 標本論상 사지 원위부인 本部나 주로 경맥의 原穴부위에 해당하는 脈口를 통해 脈盛하거나 脈虛한 것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人迎과 氣口의 상하 맥상이 맥폭상 상응하지 않는 것으로도 파악되었습니다.
따라서 침을 놓아 경맥의 허실을 조절한다는 것은 단순히 허실의 병후를 호전시킨다는데 국한되지 않고 병증으로 인해 유발된 맥상의 이상 변화가 정상화되도록 기술적으로 유도한다는 것에 이릅니다.
이것이 ‘得氣’하여 “氣至而有效”한다는 것이고 침구 치료가 노리는 구체적 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경맥의 허함은 장부에서 유래하기 쉬우므로 장부의 허쇠시 그 징후가 경맥을 통해 반영됩니다.
특히 陰分의 五臟에 저장된 精氣가 허탈하게 되면 해당 경맥으로 흐르는 기혈이 허쇠해지거나 부족해져 경맥의 기능적 약화를 초래하게 되므로 이 경우 五臟과 해당 경맥의 허증 징후는 일반적으로 일치합니다.
하지만 五臟이 허한 것과 경맥이 허한 것은 개념상 구분되어야 합니다. 五臟이 허하다 할 때 그 대상은 五臟에 저장된 精氣지만 경맥이 허하다 할 때 그 대상은 경맥안을 흐르는 血氣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五臟에 저장된 精氣가 허탈하게 되면 당연히 해당 경맥이 허하게 되지만 경맥의 허함이 반드시 五臟에 저장된 精氣의 허탈에 의해 초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陰分의 五臟이 극도로 허쇠하고 精脫한 상황일 경우 침술은 적절한 치법이 될 수 없습니다.
침술은 아무리 보법을 운용하더라도 그것이 허한 경맥에 血氣의 운행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해당 五臟을 기능적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이지 직접 精을 보충시켜줄 수 있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陰精의 휴손이 심한 상태에서 침술을 통해 기혈의 소통을 유도한다면 오히려 脫氣와 脫精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때는 침이 아닌 약물을 통해 補精을 유도하고 뜸을 통해 완만하게 기혈의 소통을 유도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 되는 것이죠.

사암침법에서는 경맥이나 장부의 허증에 기본적으로 정격을 운용합니다.
『經濟要訣』의 서문에서 저자가 “病者, 虛也”라는 표현을 통해 병이란 기본적으로 精(正)氣의 허함에서 비롯된다는 전제의 병리관을 내세우고서 경맥을 통해 이를 다스리는 수단으로 정격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정격의 의미는 해당 경맥이나 그와 연계되는 장부의 精(正)氣를 보충시킨다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그러나 『經濟要訣』에서 “정격을 사용하는 것은 禮樂刑政과 같다”고 하였듯이 정격에서 ‘正’의 의미를 말 그대로 바르게 해준다는 의미로도 해석해 보자면 정격이란 경맥과 연계되는 장부가 지닌 본태적 생리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肺正格이 지향하는 바가 肺의 정상적 생리 상태라는 것이고 역으로 肺正格의 구성을 통해 肺의 정상적 생리 구조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격과 달리 승격은 일반적으로 경맥이나 장부가 실한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목표로 운용됩니다.
그러나 승격의 의미를 특정 경락에 침습한 邪氣를 사한다는 식으로 邪氣의 존재를 실체적으로 전제하여 이해하면 운용 범위를 협소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의미마저 매우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경락이나 장부의 精(正)氣가 허하여 邪氣가 침습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일차적으로 扶正祛邪의 차원에서 정격을 운용하기 때문입니다. 승격이 대상으로 하는 실증이란 주로 특정 경맥이나 장부, 그리고 병위로 血氣나 水氣가 비정상적으로 변조되어 과잉화된 상황에 해당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경락이나 장부의 정상적 생리 기능은 과부하에 걸린 상태로 이르게 되는 것이고 이 상황이 심하거나 장기화되는 경우 精(正)氣는 당연히 약화되고 손상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勝’의 의미는 이러한 상황에서 음양적 속성으로 偏勝하게 표출되는 血氣나 水氣의 과잉을 직접 다스리고 제어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결국 승격의 시술은 특정 경맥이나 장부에 대한 과부하 상태를 해소하여 精(正)氣의 소모와 약화를 막으며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경맥과 장부의 정상 생리가 복구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사암침법과 오수혈 ■

井滎輸經合으로 이어지는 오수혈의 구조는 원래 經氣의 흐름을 물의 흐름에 비유한 표현입니다. 이는 經氣가 오수혈을 통해 井滎輸經合의 배치 순서로 出, 溜, 注, 行, 入하게 된다는 말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현행의 오수혈 체계는 오행론적 사고가 개입되어 각각의 오수혈에 오행적 속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難經·63難』에서 언급한 “井者, 東方春也, 萬物始生”의 의의에 근거한 것으로서 春은 木으로서 始生之氣인데 사방 중에 동방이 始方이고 諸海之源은 泉(井)이므로 陰經의 井穴을 木에 배속합니다.

그리고서 井滎輸經合의 순서로 木生火(滎), 火生土(輸), 土生金(經), 金生水(合)의 상생 원리가 적용됩니다.
한편 동방의 상대방은 서방의 金이므로 陽經에서는 井穴을 金으로 삼고 역시 井滎輸經合의 순서로 金生水(滎), 水生木(輸), 木生火(經), 火生土(合)하는 상생 원리를 적용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井滎輸經合이라는 오수혈의 체계가 標本論에 입각하여 사지에서 체간부로 이어지는 경맥의 순행에 따른 經氣의 깊이나 작용을 표현하는 것일 뿐 그것이 오행적 속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中西匯通醫인 張山雷가 대표적인 경우로서 그는 오수혈에 오행적 속성을 연계시키는 것은 공리공담에 불과하다고 혹평하였습니다.
권순종 선생도 경락을 운용함에 중요한 것은 음양 분화 이전의 태극으로서의 氣를 조절해주는 것일 뿐 음양과 오행, 육기 등의 사변적 요소가 궁극적으로 침구학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동일 경맥 내에 배속된 오수혈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經氣를 조정하는 통로이므로 해당 경맥이나 장부의 병후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치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병증의 상태나 정도에 따라 운용상 선택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는 병증의 양태에 따라 그 淺深을 구분하여 오수혈을 임의적으로 운용하면 된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으며 그 활용은 주로 循經 취혈시의 주요 거점혈들로 집중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일부 수혈 주치에서 부각되는 특정 병증에 대한 특이성이 운용시 참고 대상이 되는 것이죠. 실제 『內經』의 체계에서도 원칙적으로 오행론에 입각한 오수혈의 개개적 차이는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오수혈의 오행적 속성에 입각하여 침을 운용하는 사암침법이나 동일 계열의 침법에 대해 비판적 시선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지요.

과연 오수혈이 오행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혈인지, 오수혈에의 오행의 배치가 단순한 상징적 의미에 지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고 엄밀한 의미에서 실증적 검증이라는 접근이 어렵습니다.
일단 사암침법의 기본을 구성하는 정격과 승격의 체계가 『難經』에 입각한 오행의 상생·상극론에 입각하여 이루어졌고 寒補나 熱補의 경우 오행적 속성상 水와 火에 해당하는 혈들만의 보사를 통해 구성되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사암침법은 오수혈과 오행론의 연계성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암이 제시한 치법의 상당수는 일반적인 오행의 상생·상극론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행론과는 별개의 체계에서 운용한 변용 치법들도 많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암이 실제 오행론을 기계적으로 침법에 적용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肺欬의 치법으로 ‘天突;經渠, 陰谷 보;尺澤, 陰陵泉 사’가 제시되었는데 이 치법에서는 오행상 동일 속성의 水穴인 陰谷과 尺澤, 陰陵泉의 보사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水飮의 과잉이나 범람에서 유발되는 병증에 陰經의 水穴들을 사하는 방법을 운용하는 것과는 다른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기 치법은 腎正格과 肺勝格의 병용 치법입니다.

원래 腎正格은 金生水의 기전에 의해 經渠와 復溜를 보하지만 이 경우는 復溜 대신 陰谷을 취한 것입니다. 즉 肺金과 腎水의 送穴을 배합하여 氣의 하강을 유도하여 腎의 納氣 작용을 강화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그리고 원래 肺勝格은 陰谷과 尺澤을 사하지만 이 경우는 陰谷 대신 陰陵泉을 취하고서 ‘尺澤, 陰陵泉 사’의 배오를 이룸으로써 生痰之源인 脾와 貯痰之器인 肺를 다스리고 痰飮을 구축하고자 한 것입니다.

만일 상기 치법에 오행론을 기계적으로 적용시킨다면 金生水를 해야 하는 시점에 水穴을 사한다는 모순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죠. 실제 사암이 제시한 치법들의 상당수는 이런 식으로 병증의 병기에 관련되는 장부 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고려하여 정·승격을 변용 또는 병용함으로써 기계적인 오행론의 틀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喜氣가 지나쳐서 발생한 氣緩의 병증의 치법으로 ‘太白 溫;三里 凉’이 제시되었는데 여기서 溫은 補, 凉은 瀉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太白과 三里는 모두 土穴인데 하나는 보하고 하나는 사했습니다. 이 치법은 中氣의 운화를 통해 氣機승강을 주관하는 脾經과 胃經을 동시에 다스리고자 한 치법입니다.
즉 過喜의 상태에서 氣緩하게 되면 陽神은 浮越하고 陰精은 下脫하는 上實下虛의 양상이 초래되므로 陰經인 脾經은 보하고 陽經인 胃經은 사하여 陽神의 浮越을 다스리고 氣機승강을 정상화하고자 한 사암의 뛰어난 혜안이 돋보이는 치법입니다.
이를 위해 脾胃의 오행 속성과 일치하는 太白과 三里를 취한 것일 뿐 더 이상의 상생상극론이 적용될 여지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글쓴이의 해석입니다.)

이외에도 오행론의 도식적 틀을 벗어난 치법들은 매우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암은 오행론을 기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각각의 병증에 대해 병기에 입각한 적절 모델을 구성하고 적절한 변통을 허용하는 치법을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상과 이론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고찰이 필요합니다. 이는 특히 한의학에서 수용하는 음양오행론이라는 것이 자연계나 인체에서 발현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적 개념인지, 理라고 하는 자연계의 추상적 질서의 실제를 총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이론 체계인지 대한 논의로까지 확대될 문제일 것입니다.

여기서 이에 대한 원론적 논의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음양오행론에 대한 입장차와 정도적 수용 여부가 실제 사암침법의 체계를 수용하는 측면에서 상당한 해석적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
일단 글쓴이는 전자의 입장을 취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送穴과 受穴(1) ■

특정 경맥에 소속된 오수혈은 해당 경맥의 생·병리 체계 내에서 그 속성이 규정, 이해되어 왔습니다.
침구학의 형성기에는 『內經』에서 제시한 각 경맥의 是動病과 所生病이 해당 경맥내 오수혈의 혈성과 주치로 이해되었고 경험이나 임상에 입각해서 파악된 각 혈들의 주치적 특이성들이 시대적으로 차곡차곡 축적이 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지요.

하지만 사암침법에서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오수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즉 오수혈이 단지 자기가 속한 해당 경맥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맥간의 經氣를 상호 연계, 소통시키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수혈은 자기가 배속되어 있는 自經만이 아니라 他經에도 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은 오수혈들의 배합을 통해 기술적으로 특정 경맥들 간의 연계를 강화 또는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도 확대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수혈중 특정 경맥에서 다른 경맥으로 經氣를 보내는 혈을 ‘送穴’이라 하고 다른 경맥의 經氣를 받아들이는 혈을 ‘受穴’이라고 합니다.
이는 원래 8체질침법을 창안한 권도원 선생에 의해 확립된 개념으로서 원래 사암침법에서 送穴과 受穴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전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送穴과 受穴이라는 개념은 사암침법의 정격과 승격만이 아니라 사암이 창안한 다양한 변용방들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오수혈에서 送穴과 受穴을 규정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送穴은 오수혈 가운데 그 오행적 속성이 해당 경맥의 오행의 속성과 일치하는 혈입니다.
즉 이 送穴이 해당 경맥의 經氣를 다른 경맥으로 보내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오수혈 가운데 送穴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혈들은 자연히 다른 경맥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受穴이 됩니다.
따라서 하나의 경맥에는 1개의 送穴과 4개의 受穴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肝經을 예로 든다면 肝은 오행상 木에 해당하므로 오수혈중 木穴인 大敦은 送穴이 되어 肝經의 기운을 다른 경맥으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혈들인 行間, 太衝, 中封, 曲泉은 다른 경맥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大敦은 肝經(木)의 기운을 나머지 陰經으로 보내는 통로
* 行間은 心經(火)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 太衝은 脾經(土)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 中封은 肺經(金)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 曲泉은 腎經(水)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보통 送穴은 다른 경맥에서 오행상 같은 속성의 혈들을 受穴로 삼아 두 경맥이 기능적으로 연계가 되는데 이때 陰經은 陰經끼리 陽經은 陽經끼리 연계를 맺습니다. 각 경맥의 送穴은 다음과 같습니다. <표 참조>
陰經에서 脾經의 예를 들자면 太白을 送穴로 삼아 神門을 통해서 心經과, 太淵을 통해서 肺經과, 太衝을 통해서 肝經과, 太谿를 통해서 腎經과 소통하게 됩니다.
陽經에서 胃經의 예를 들자면 足三里를 送穴로 삼아 小海를 통해서 小腸經과, 曲池를 통해서 大腸經과, 陽陵泉을 통해서 膽經과, 委中을 통해서 膀胱經과 소통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送·受穴의 배합을 통해 경맥간의 벡터(vector)가 형성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送·受穴의 보사는 경맥간의 연계를 기술적으로 강화시키거나 약화,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경맥의 送穴을 보하고 이와 연계시키려는 경맥의 受穴을 함께 보하는 것은 두 경맥의 생리적, 기능적 연계를 강화시키는 방식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특정 경맥의 送穴을 사하고 다른 경맥의 受穴을 함께 사하는 것은 이들의 연계를 약화, 차단시키는 방식이 된다는 것이죠.

사암침법에서 치법의 근간을 이루는 정격과 승격은 분명히 오행의 상생과 상극 관계를 적용하여 구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암침법 운용의 핵심은 사실 送·受穴의 배합을 통해 경맥이나 장부간의 연계 관계를 조절하는 데 있으며 그 수단으로서 보사가 적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모든 정격과 승격이 보사를 통한 전형적인 送穴과 受穴의 배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임상에서는 반드시 送穴과 受穴간의 배합만이 기계적으로 운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오행적 속성을 지닌 受穴들간에도 배합이 구성되어 해당 경맥들 간의 經氣를 연계시키커나 차단시키는 방법이 다양하게 응용됩니다.
사암침법의 다양한 변용들이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 강좌⑧


■ 送穴과 受穴(2) ■

지난 글에서는 오수혈이 각 경맥 간의 經氣를 상호 연계, 소통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送穴과 受穴이 규정되는 방식을 살펴보았습니다.
送穴과 受穴의 배치를 통해 오수혈은 자기가 배속되어 있는 自經만이 아니라 他經에도 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되고 사암침법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암침법에서 많은 빈도로 운용되는 脾正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脾正格은 ‘少府, 大都 보; 大敦, 隱白 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脾가 土에 해당하므로 “虛則補其母”의 원칙에 입각하여 心經의 火穴인 少府와 자경인 脾經의 大都를 보하고, 土를 극하는 木을 제어하기 위해 肝經의 木穴인 大敦과 자경인 脾經의 隱白을 사하도록 구성된 것이 脾正格입니다.

이와 같이 脾正格은 기본적인 오행의 상생상극론에 입각하여 구성이 되었고 정격이 해당 경맥이나 장부의 기운을 보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脾虛에 대한 대처방으로 운용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脾正格의 구성을 送穴과 受穴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면 우리는 脾正格이라는 치법이 지향하는 바와 임상상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기본적으로 ‘益火生土’의 기전으로 脾의 기능을 강화시키기고 脾虛에서 기인한 제반 陰證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를 送穴과 受穴의 배오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火의 주동경으로서 升散의 기능을 발휘하는 心經의 少府를 送穴로 삼아 脾經의 大都를 배오한다는 것은 氣의 상승을 총괄하는 ‘脾主升’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방식으로서 규정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脾의 升氣 작용에서 비롯되는 淸陽의 上達에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素問·陰陽應象大論』에서는 “淸陽出上竅, 濁陰出下竅”, “陰味出下竅, 陽氣出上竅”라 하여 淸陽이 상승하여 上竅에 이르러야 오관이 정상적 기능을 발휘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두면부로 淸陽이 상승하지 못하고 발생하는 淸陽不達의 상황이나 그에서 비롯된 오관의 기능 이상을 다스리기 위해 운용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素問·玉機眞藏論』에서 “其(脾)不及, 則令九竅不通, 名曰重强”이라 한 내용과도 상통합니다.

‘大敦, 隱白 사’의 배오는 肝木의 送穴인 大敦에 脾經의 隱白을 受穴로 삼은 것입니다. 이 배오는 결과적으로 肝-脾經 간의 연계고리를 약화시켜 肝氣의 橫逆에 의한 脾氣의 약화를 막고 肝脾不和의 상태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脾의 升氣 작용에 의해 條達之性을 지닌 肝氣가 상승, 운행하게 되어야 정상적 疏泄 작용이 발휘되므로 脾氣가 상승하지 못하면 肝鬱이 초래된다는 측면에서 大敦과 隱白의 배오는 開達之性을 지닌 肝의 疏泄之氣가 억눌린 상황을 개선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脾正格은 脾의 升氣 작용의 이상에서 비롯된 淸陽不達이나 下陷의 상황과 肝脾不和를 다스리는 데 주요한 작용을 발휘함을 알 수 있으며 脾正格이 막연히 脾虛에 적용된다는 도식적 이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脾虛의 상황이더라도 肝脾不和의 병기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며 오행의 상극 관계로 보더라도 木克土가 아닌 水侮土의 병기가 주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상황에서 大敦, 隱白을 사하는 脾正格의 원형을 그대로 운용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脾虛의 상황에서 水濕의 정류가 주가 되면 脾熱補에 해당하는 ‘少府, 大都 보; 陰谷, 陰陵泉 사’를 운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번에는 肺勝格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肺勝格은 ‘少府, 魚際 보; 陰谷, 尺澤 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少府, 魚際 보’는 脾正格에서처럼 心經의 火穴인 少府를 送穴로 삼아 肺經의 魚際를 受穴로 취하였습니다. 이는 脈을 통한 氣의 운행을 총체적으로 주관하는 肺와 혈행을 주관하는 心의 火穴을 배오한 것으로 心肺에서 발하는 宗氣의 운행을 고양시키는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陰谷, 尺澤 사’는 腎水의 送穴인 陰谷에 尺澤을 受穴로 삼은 배오입니다. 陰谷은 특히 水의 운행을 총제적으로 주관하는 腎氣의 이상에서 유발된 水飮의 정류나 범람을 다스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陰谷을 腎水의 送穴로 삼아 다른 경맥의 水穴과 배오하여 이를 사법으로 운용하면 특정 경맥이 작용하는 영역으로 水飮이 범람하여 발생한 병증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결국 ‘陰谷, 尺澤 사’는 腎主水 기능의 부전과 肺의 宣發, 肅降 기능 이상으로 水飮이 上焦의 영역으로 범람하거나 정류한 상황을 다스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발휘함을 알 수 있습니다.

『靈樞·本藏』에서 “肺大則多飮, 善病胸痺·喉痺·逆氣”라 하였듯이 水飮의 정류는 肺實의 상황을 초래하게 되고 특히 흉격 상부에서 胸痺를 비롯한 다양한 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가장 적절한 치법이 肺勝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肺勝格은 단순히 肺實의 상황에 모두 적용되는 치법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水飮의 정류 소견이 있으며 이로 인해 肺의 宣發, 肅降 기능에 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이 肺勝格의 적응증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 ‘陰谷, 尺澤 사’의 배오는 다른 종류의 치법과도 병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心虛의 상황에 ‘大敦, 少衝 보; 陰谷, 少海 사’로 구성된 心正格을 운용할 때 水飮의 정류가 肺에 압박을 주어 氣短이나 호흡곤란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陰谷, 少海 사’를 ‘陰谷, 尺澤 사’로 치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편 肺勝格을 운용하면서도 肺實을 유발시킨 痰飮이 中焦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生痰之源인 脾를 다스리기 위해 ‘陰谷, 尺澤 사’ 대신 ‘陰陵泉, 尺澤 사’를 운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사암이 제시한 치법들에는 특정 정·승격을 기본 모델로 삼고서 送·受穴의 배오를 통해 다양한 변용방을 운용한 예가 많습니다.
이는 병증이 기본적으로 특정 장부나 경락의 허실 상황으로 규정될 수는 있으나 실제 발현되는 병증의 양상이나 그 병기는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상을 정형화된 치법의 틀안에서만 대처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암치법이 보여주는 ‘隨證治之’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지요


■ 경락의 구분 ■

『素問·天元紀大論』에는 “陰陽之氣, 各有多少, 故曰三陰三陽也. 形有盛衰謂五行之治, 各有太過不及也.”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에 의하면 三陰三陽과 오행은 각각 氣와 形의 측면으로 환원됩니다.
그런데 인체에서 三陰三陽은 경락과 연계되고 오행은 장부와 연계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形을 지닌 장부는 三陰三陽으로 표상되는 氣를 담고 있는 그릇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足太陰脾經을 예로 들자면 脾(土)라는 그릇 안에 太陰(濕土)이라는 내용물이 담겨 있는 것이고, 手太陰肺經은 肺(金)라는 그릇 안에 太陰(濕土)이라는 내용물이 담겨 있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경락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릇과 내용물, 즉 오행과 연계되는 形의 영역인 장상론적 측면과 三陰三陽과 연계되는 六氣적 측면을 총괄한 유기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락은 표리론에 입각하여 臟에 배속되는 陰經과 腑에 배속되는 陽經으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경락을 陰經과 陽經으로서가 아니라 三陰三陽과 그 본기인 六氣의 속성이 같은 것끼리 묶어 구분하면 아래 <표1>과 같은 상응 관계가 생기는데 이로 보자면 三陰三陽의 本氣가 동일한 경락은 同類經으로서 기능상 상통한다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三陰三陽의 本氣가 동일한 두 개의 同類經은 장부에 배치된 오행의 속성과 본기의 속성이 같은 경락과 그렇지 않은 경락으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足太陰脾經은 太陰의 본기인 濕土와 形氣인 脾土의 속성이 土氣로서 일치하지만 手太陰肺經은 본기가 濕土이나 形氣는 肺金으로서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는 동일한 내용물이 다른 그릇 안에 담겨있는 형국으로 비유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일단 足太陰脾經의 경우처럼 三陰三陽의 본기와 形氣인 오행의 속성이 일치하는 경락을 금오 김홍경 선생은 오운육기론에서 大運과 司天之氣의 오행적 속성이 일치하는 해에 부여하는 표현인 ‘天符’를 취하여 ‘天符경락’이라 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경락은 그에 대비하여 ‘非天符경락’이라 하였습니다.

이런 표현 이전에 이미 淸代의 의가인 黃元御는 天符경락에 해당하는 경우를 ‘司化者’라 하였고 非天符경락에 해당하는 경우를 ‘從化者’라 하였습니다.
‘司化’란 氣化를 주도한다는 의미이고 ‘從化’란 氣化를 주도하지 못하고 司化者에 이끌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司化者인 天符경락과 從化者인 非天符경락은 각각 6개입니다. <표2 참조>

天符경락은 단일 기운이 주도하고 있으므로 임의로 ‘純’하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非天符경락은 三陰三陽의 本氣와 오행의 形氣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임의로 經氣가 ‘雜’하다고 표현하였습니다.
한편 天符경락은 司化者이므로 從化者인 非天符경락에 비해서 당연히 氣化의 주도권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脾經과 胃經의 예를 들자면 둘 다 오행상 동일한 土에 배속되지만 脾經이 司化者이므로 從化者인 胃經보다 中氣 운행의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기기 승강의 문제에서도 脾의 升氣 작용이 胃의 降氣 작용을 주도하므로 脾가 기기 승강을 총괄한다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天符경락과 非天符경락에 입각한 경락의 분류는 장부와 연계되는 陰經과 陽經의 분류 체계에서 다루지 못했던 경락의 속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이해의 틀을 제공합니다.

手陽明大腸經의 예를 들자면 그 생리적, 병리적 속성에 대한 논의가 보통 경락의 유주나 장상론적인 측면에 입각하여 이루어지지만 大腸經이 (燥)金의 天符경락이며 司化者라는 측면에서 그 특성을 이해한다면 大腸經은 몸의 전체적인 燥濕을 조절하여 濕(熱)의 과잉이나 진액의 성쇠와 관련된 병증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장상론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腑와 연계된 경락이 지닌 기능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사암침법과 五輸穴(1) ■

井滎輸經合으로 이어지는 오수혈의 구조는 원래 經氣의 흐름을 물의 흐름에 비유한 표현입니다.
일단 井穴이 물의 발원지[源泉]로 이미지화되어 經氣의 시발처로서 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사지의 말단에서 체간이나 두면부를 향해 井滎輸經合의 배치 순서로 이어지는 것으로 인식되어 出, 溜, 注, 行, 入하게 된다는 말로 표현되었습니다.
강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를수록 강폭도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지듯이 당연히 經氣도 체간부로 향할수록 그런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원초적으로 오수혈의 체계는 사지에서 체간부로 이어지는 經氣의 깊이나 작용을 표현한데서 비롯된 것일 뿐 오행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굳이 오수혈이 아닌 육수혈이나 그 이상의 체계도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설사 오수혈이라는 체계가 오행론적 사고가 개입된 결과라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오행적 속성이나 상생·상극론을 반영한다고 규정짓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內經』에서 오수혈의 속성은 오행으로 분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동일 경맥 내에 배속된 오수혈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經氣를 조정하는 통로이므로 해당 경맥의 병후(특히 是動病)에 동일한 주치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우 오수혈은 병정, 병위 등에 따라 운용상의 선택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므로 병증의 양태에 따라 그 淺深을 구분하여 오수혈을 임의적으로 운용하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 결과 오수혈의 활용은 주로 循經 취혈시 거점혈의 측면에서 병위가 얕은 경우 井滎穴 위주로, 병증이 진행되어 장부에 이르거나 병위가 깊은 경우는 輸·經·合穴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일부 수혈 주치상 부각되는 특정 병증에 대한 특이성이 운용시 참고 대상이 되고 축적된 임상적 경험상이 오수혈에 반영이 된 것이죠.

오수혈에 오행의 속성을 배치한 건 『難經』에서 비롯됩니다.
『難經·63難』에서 오수혈이 井穴에서부터 시원[出]하는 것이 井穴이 東方春과 甲木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井者, 東方春也, 萬物始生.”] 하였습니다.
즉 春은 木氣로서 始生之氣인데 사방 중에 동방이 始方이며 諸海之源은 泉(井)이므로 陰經의 井穴이 일차적으로 木에 배속되고서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의 상생 원리가 나머지 滎·輸·經·合穴에 적용됩니다.

한편 동방의 상대방은 서방의 金이므로 陽經에서는 井穴을 金으로 삼고 金生水, 水生木, 木生火, 火生土하는 상생 원리가 나머지 滎·輸·經·合穴에 적용됩니다. 그 결과 井滎輸經合의 전개와 오행의 상생 원리가 陰經에서는 木火土金水로, 陽經에서는 金水木火土로 부합됩니다.

한편 오수혈의 오행배치에 관한 더욱 정교한 논리는 『難經·64難』에 근거하는데 陽經과 陰經에서 오수혈의 오행 배치가 일치하지 않는 점을 ‘剛柔之事’의 내용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즉 陽經이 剛이 되고 陰經은 柔가 되는데 이러한 구조에서는 陽經의 속성이 陰經의 속성을 相剋하도록 오수혈이 배치됩니다. 陰經의 오수혈에 五陰干(乙丁己辛癸)을, 陽經의 오수혈에 五陽干(甲丙戊庚壬)을 배속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陰經의 井穴은 乙木, 陽經의 井穴은 庚金
* 陰經의 滎穴은 丁火, 陽經의 滎穴은 壬水
* 陰經의 輸穴은 己土, 陽經의 輸穴은 甲木
* 陰經의 經穴은 辛金, 陽經의 經穴은 丙火
* 陰經의 合穴은 癸水, 陽經의 合穴은 戊土

결과적으로 陽經과 陰經의 오수혈이 각각 金-木, 水-火, 木-土, 火-金, 土-水로 배치되어 剛한 陽經이 柔한 陰經을 제어하는 구조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배치는 사지와 체간에서 陰經과 陽經이 기본적으로 상호 대대적인 표리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해당 경맥이 배치되는 經筋이 표리간에 상호 길항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그리고 오수혈의 十干 배속을 통해 陰經과 陽經의 오수혈간에 乙庚(合化金), 丁壬(合化木), 甲己(合化土), 丙辛(合化火), 戊癸(合化水)로 이어지는 부부오행이 이루어지는 결과 陰經과 陽經의 오수혈의 오행배속 차이는 그 합리성이 더욱 뒷받침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難經·66難』에서 “井主心下滿, 滎主身熱, 兪主體重節痛, 經主喘咳寒熱, 合主逆氣而泄”이라 한 오수혈 각각의 주치혈성도 보통 오수혈과 五臟의 오행적 속성을 통해 설명되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식의 배치와 설명은 결과론적인 논리라고도 볼 수 있으나 음양오행의 원리주의적 입장에서 보자면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수혈에서의 오행의 배치가 임상상을 반영하는 것인지 단순한 상징적 의미에 지나지 않는지의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음양오행론에 대한 회의적 관점을 지닌 입장에서는 경락을 운용함에 중요한 것은 음양 분화 이전의 태극으로서의 氣를 조절해주는 것일 뿐 음양과 오행, 육기 등의 사변적 요소가 침구학에 개입할 여지는 궁극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이러한 관점 때문에 『難經』에 기반하고 오수혈의 오행적 속성에 입각하여 침을 운용하는 사암침법이나 동일 계열의 침법에 대해서 항상 비판적 시선이 존재하였습니다.
사실 이에 대한 논의는 결국 음양오행론이 현상 너머에 존재하는 질서를 실재적으로(또는 그에 가깝게) 반영하는 것인지 관념적으로 설정한 질서 체계를 언어적으로 표현한 유희에 머무는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측면까지 파고 들어가야 할 문제로서 결론을 짓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단 사암침법이 기본적으로 『難經』에 기반한 오수혈의 오행 체계를 수용하고 특히 정격과 승격을 구성하면서 오행의 상생상극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암침법과 오행론과의 관련성은 깊을 수밖에 없으며 많은 경우에 오수혈의 속성을 오행론적으로 해석하여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송·수혈론의 관점이나 병위론적 측면에 입각하여 사암침법을 해석하고 다양한 병증 모델에 대처하는 사암침법의 변용방들을 보자면 사암침법에서 오행론이 실제 도식적으로 운용되지는 않았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 사암침법과 五輸穴(2) ■

이전에 12경락을 司化者인 天符경락 6개와 從化者인 非天符경락 6개로 구분하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形氣에 해당하는 오행의 속성과 三陰三陽과 연계되는 本氣인 육기의 속성이 일치하는 경락을 天符경락이라 한다고 하였는데 天符경락의 오수혈 중에 또 그 오행적 속성이 일치하는 穴들이 있으니 김홍경 선생은 이를 天符穴이라 칭하였습니다.
天符경락이 6개이니 天符穴 역시 6개가 존재합니다. 이는 다음<표-1>과 같습니다.

이들 天符穴은 오행적으로 한 종류의 속성만을 대표하므로 원칙적으로 그 성질이 ‘純’하고 보사를 통한 작용이 매우 강할 것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太白은 土의 天符穴이므로 이를 보하면 濕土의 주동경인 脾經을 일깨워 진액 부족에서 유래된 燥證의 상황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太白을 사하면 脾經을 다스려 濕鬱에 의한 濕土之氣의 과잉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君火의 天符穴인 少府를 보하면 기본적으로 陽虛로 표현되는 제반 陰證에 널리 운용이 가능하므로 淸陽의 부진에서 비롯된 神志 이상, 오관계의 병증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少府를 사하면 氣의 울체에서 유래된 울열을 해소하여 제반 열증에 광범위하게 대처가 가능합니다.

商陽은 일반적으로 大腸經의 井穴이라는 측면에서 제한된 범주에서 운용되지만 燥金의 天符穴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濕의 과잉에서 유발된 濕鬱의 상황에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濕鬱에서 비롯된 관절계의 부종이나 통증, 身重, 食鬱 등에 商陽을 보법으로 취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濕土의 天符穴인 太白을 사하는 방법을 동시에 병용할 수 있는 것이죠. 즉 商陽과 太白은 인체의 燥濕을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는 혈로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경우에 따라 天符穴만을 운용하여 정격이나 승격을 통해 특정 경락이나 장부를 조절하는 것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정격이나 승격의 작용은 여러 혈들 간의 복합 작용을 통해 발현되지만 天符穴이 나타내는 작용은 단순하고 명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天符穴들은 기본적으로 送穴에 해당하므로 단독적으로 운용할 경우 그 작용은 다른 경락에 전방위적으로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少府는 君火의 天符穴이므로 이를 단독적으로 운용할 경우 그 작용이 다른 陰經에 미칠 수 있으며 특정 경맥의 火穴을 受穴로서 함께 취한다면 그 작용이 배합된 경맥으로 집중된다는 것이죠.
少府만을 단독적으로 보한다면 淸陽부진이나 陽虛로 유발된 병증에 광범위하게 운용이 가능하지만 少府와 大都를 함께 취하면 그 작용이 脾經으로 집중되어 脾陽부진이나 脾氣下陷의 상황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죠.

한편 기본적으로 정격과 승격이 送穴로서의 天符穴이 배치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天符穴의 속성을 파악하는 것은 정격과 승격의 명확한 운용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天符穴의 보사를 오행의 특정 기운을 직접 넣는다거나 뺀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인체에서 오행의 속성은 장부간의 관계를 통해 기능적으로 발현되는 것이지 실체적으로 존재한다고 규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太白을 보하는 것이 濕土之氣를 보하는 양상으로 발현되는 것은 脾氣의 각성을 통한 결과로서 해석되어야지 濕土之氣가 직접 부여, 보충되기 때문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正氣로서의 濕土之氣의 조절은 脾氣의 각성을 통한 津液의 정상적 輸布의 문제이므로 太白의 보사에 의해 직접적으로 조절된다고 보는 것은 인체의 생리와 병리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입니다.

한편 天符穴이 天符경락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非天符要穴은 從化者인 非天符경락과 관련이 있는 혈입니다. 이 역시 김홍경 선생이 밝힌 것인데 非天符要穴은 非天符경락의 表裏경에 해당하는 天符경락의 오수혈 가운데 非天符경락의 本氣인 육기의 속성과 일치하는 혈로서 6개가 존재합니다.

肺經을 예로 들자면 肺經의 表裏에 해당하는 天符경락은 大腸經인데 그 오수혈의 오행적 속성상 手太陰肺經의 本氣인 濕土의 속성과 일치하는 혈은 曲池입니다. 曲池는 이러한 측면에서 大腸經의 혈이면서도 肺經을 조절할 수 있는 혈로서 해석됩니다. 따라서 非天符要穴은 표리간의 경락을 연계시켜주는, 原絡배혈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非天符要穴의 원리는 다음<표-2>과 같습니다. 胃經을 예로 들어보면 土라는 形안에 燥金이라는 氣가 담겨 있는 형국입니다. 따라서 土의 天符경락에 해당하는 脾經의 오수혈중 金穴인 商丘가 胃經의 非天符要穴이 되는 것입니다. 나머지도 같은 원리로 추론하면 됩니다


사암침법 강좌(12)


■ 사암침법에 대한 비판 ■

사암침법이 많은 한의사들에게 임상적으로 뛰어난 침법으로 각인되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사암침법에 대한 주요 비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사암침법이 기본적으로 오행의 상생과 상극이라는 순환논리의 틀에 입각하여 구성되었다는 점이 가장 주된 비판의 요점일 것입니다.
오행론 자체에 회의적인 관점을 지닌 입장에서는 사암침법이 상생상극론 특유의 끝도 없는 순환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뿐더러 사암이 제시한 다양한 치법들을 설명하는 방편들이 오행론을 이용한 합목적적 결과론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사암침법이 그 구성 자체부터 모순에 차 있을 수밖에 없다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오행론의 합리성과 실제적 유용성에 관한 논의를 떠나 이에 대한 비판은 사암침법이 제시하는 치법의 구성을 送穴과 受穴의 배치에 입각한 경락간의 연계 차원에서 해석해 들어간다면 많은 부분 극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肺正格의 예를 들어 본다면 ‘太白, 太淵 보’의 배합은 원칙적으로는 土生金이라는 상생의 원칙에 입각하여 구성된 것이나 이는 太陰經의 原穴간의 배합이므로 일차적으로는 內位에 해당하는 太陰의 병위에 작용하며 太陰經에 연계되는 脾와 肺의 연계를 강화시켜주는 구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太白이 土의 送穴이므로 이를 太淵과 배혈하면 장상론적으로는 “脾氣散精, 上歸于肺”의 기전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유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太白과 太淵을 동시에 사하면 脾와 肺의 연계를 약화시키는 작용을 유도한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이는 痰涎의 생성을 억제시켜 痰에 의해 유발되는 현훈을 다스리는 치법으로 운용됩니다(痰眩方: 少府, 魚際 보; 太白, 太淵 사).
실제 사암이 특정 병증에 제시한 치법의 상당수가 정격이나 승격의 기본적 틀을 벗어난 변형들이나 오행의 상생상극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해석적 도구로서 送·受穴론은 매우 유용한 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② 정격과 승격을 운용해야 하는 경우의 병증 모델이 장상론에 입각한 허실론에 치우쳐 있다 보니 본연의 경맥 병후에 대한 고찰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실제 사암침법을 운용하면서 장상론상의 허실론을 경락론에 그대로 기계적으로 대입시켜 특정 장부의 허실의 상황에 대해 그와 연계되는 경맥의 정·승격을 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장상론상 腎虛의 상황이라면 보통 腎正格을 운용하는데 과연 모든 腎虛의 상황이 腎正格에 유효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검증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腎虛를 腎陽虛와 腎陰虛로 구분하여 대처하는 변증론치적 입장에서 腎虛의 상황에 腎正格이 유의성을 보인다 하더라도 腎正格을 腎陽虛와 腎陰虛의 병기 중 어느 편에 운용을 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파생됩니다.
그리고 腎은 보법만 있을 뿐 사법은 없다는 논리를 적용하여 腎勝格 무용론을 제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현금의 경맥론에 장상론이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장부와 경맥에 대한 논의가 별개로 진행되어 오다가 일정 시기에 이르러 통합된 이상 장상론에 입각한 경혈의 운용은 경맥 병증 파악과 경혈 운용 체계의 본연을 곡해해버릴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 점은 『內經』을 비롯한 경맥론 형성시 초기의 서적들에 수록된 경맥 징후들을 면밀하게 고찰해가며 해결해야 할 것으로서 사암침법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③ 『素問·陰陽應象大論』에서는 침을 놓는 요체가 “從陰引陽, 從陽引陰”이라 하고서 “陽病治陰, 陰病治陽” 하라 하였습니다.
이는 병이 陽(分)에 있을 경우 陰(分)을 다스리고 병이 陰(分)에 있을 경우 陽(分)을 다스리라는 원칙으로서 陰經과 陽經의 표리관계를 이용하여 침을 시술하는 치료의 원칙이 됩니다.

그러나 사암침법에서 정·승격을 구성할 때 陰經은 陰經의 경혈들로만, 陽經은 陽經의 경혈들로만 送·受穴 관계가 구성되기 때문에 표리 관계를 이용한 치법을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사암이 경우에 따라 陽經과 陰經의 정·승격을 병용하거나 陰經의 혈들과 陽經의 혈들을 병용하는 치법을 제기하긴 하였지만(瘀血方: 太白, 太淵 보; 曲池 사) 표리 관계를 이용한 경우는 실제 드문 편입니다. 일반 침구론에서 陰經과 陽經간의 표리 관계에 입각한 치법이 많이 운용된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사암침법은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④ 정·승격은 自經의 혈 2개에 他經의 혈 2개가 배합되어 3개의 경락이 관련되는 구조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병변과 직접 관련되는 경락을 조절하기 위해 자경이 아닌 타경이 2개나 관계되다 보니 오히려 이러한 배치가 주동경의 經氣에 간섭 효과를 일으키고 실질적인 효능을 발휘하는 데 제한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다. 즉 병변과 직접 관련되는 주동경의 혈(들)만 취하면 될 것인데 다른 경맥의 혈을 취하다 보니 효과가 오히려 분산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은 『內經』을 위시로 한 침법이 대부분 병변과 관련된 주동경이나 상하 표리경의 혈을 최소한도 내에서 취한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적확한 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수의 경맥의 경혈들을 배혈하는 것이 과연 주동경에 대해 간섭에 의한 상쇄 효과만을 유발하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고찰이 필요합니다.
한편 사암침법에서 정·승격은 항상 고정된 형태로만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타경 보사만을 운용하여 간접적으로 주동경의 經氣를 다스리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送·受穴 배합을 변화시켜 經氣의 작용 범위를 바꾸기도 하는 등 병증에 따라 다양한 변형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치들은 주동경뿐만 아니라 병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경맥의 이상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서 병증의 상항에 따라 특정 경맥의 경혈을 선택적으로 포함시키거나 배제하는 임의적 대처가 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고정된 형태의 정·승격의 내용만을 대상으로 삼아 사암침법의 운용 방식을 재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 肺正格의 의미 ■

宗氣는 심장과 동맥의 박동을 가능하게 하는 추동력으로서 인체에서 파악된 氣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며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氣의 측면을 표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宗氣를 眞氣라고도 표현합니다. 『靈樞·邪客』에서 “故宗氣積于胸中, 出于喉嚨, 以貫心脈, 而行呼吸焉”이라 하였듯이 흉중[膻中]에 쌓인 宗氣는 일차적으로 호흡과 맥동을 가능하게 하고 血脈을 통해 營衛를 흐르게 합니다.
宗氣는 심박동을 통해 외부에 반영되며 그 추동력에 의해 경동맥을 비롯한 복대동맥, 겨드랑동맥, 대퇴동맥, 요골동맥, 발등동맥 등을 통한 박동이 감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宗氣에 의해 호흡이 가능하다고 한 점은 한의학이 호흡과 맥동을 동일한 위상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宗氣는 흉중에서 작용하여 肺를 통해 상초에서 나오지만 근본적으로는 중초의 水穀之氣에서 발원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는 “脾氣散精, 上歸于肺”의 기전에 의해 營衛之氣가 중초에서 발원한다는 관점과 동일한 것으로서 經氣의 본질인 營衛는 宗氣의 추동력으로 운행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肺는 心과 함께 흉부에 위치하여 宗氣 운행의 출발점이 되므로 肺氣의 宣通은 衛氣뿐만 아니라 營血 운행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素問·經脈別論』에서는 “食氣入胃, 濁氣歸心, 淫精於脈. 脈氣流經, 經氣歸於肺, 肺朝百脈, 輸精於皮毛”라 하였습니다.

脈은 營이 운행하는 곳으로 營이 血로 화하여 脈中인 經隧之中을 통해 흐릅니다. 그리고 이 운행은 肺가 營衛之氣의 운행을 주관하여 일차적으로 手太陰經에서 비롯되므로 ‘肺朝百脈’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黃元御가 宗氣를 “肺中之大氣, 一身諸氣之宗也”라 한 것이나 張錫純이 宗氣를 ‘胸中大氣’라 하여 생명의 종주가 된다고 한 것은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실제적인 심박동을 비롯한 주요 동맥에서 드러나는 맥동을 宗氣의 작용으로 간주하고서도 이를 心이 아닌 肺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心主血脈론보다 肺朝百脈론을 우위에 내세운 것은 매우 특이한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宗氣는 地氣로 표현되는 水穀之精과 天氣로 표현되는 呼吸之氣가 결부되어 脈을 통해 함께 작용하는 것을 포괄한 개념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肺의 주요 생리적 측면은 宣發과 肅降으로 표현됩니다. 肺는 호흡을 통해 내외로 氣의 소통을 주관하고 체내에서는 營衛之氣의 宣通을 주관합니다. 외부로 향하는 宣發 기능에 의해 表인 피모에 氣와 津液이 유통하게 되고, 내부를 향하는 肅降 기능에 의해 淸氣가 수렴됩니다.
한편 肺는 上焦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華蓋’라 표현됩니다. 오장육부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것은 위치적으로 기능상 포텐셜(potential)로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肺苦氣上逆”이라 하였듯이 肺의 병증은 궁극적으로 肺氣가 정상적으로 肅降하지 못한 氣의 상역증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입각하여 肺正格의 구성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肺正格: 太白, 太淵 보; 少府, 魚際 사

‘土生金’이라는 측면에서 太白, 太淵을 보한 것이지만 脾經의 원혈인 太白과 肺經의 원혈인 太淵의 배오는 脾-肺 간의 연계를 통해 脾精을 肺로 상달시켜 氣와 津液을 산생하는 작용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素問·經脈別論』에서는 脾와 肺의 기능적 연계에 대해 “飮入于胃, 游溢精氣, 上輸于脾, 脾氣散精, 上歸于肺, 通調水道, 下輸膀胱, 水精四布, 五經幷行”이라 표현하였습니다. 肺氣의 정상적 선통을 통해 氣의 宣發 작용이 강화되면 營衛의 소통이 원활해지는데 이는 太淵이 八會穴 중 脈會穴로서 작용하는 근거로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한편 氣가 울체되면 열로 화하기 쉽습니다. 특히 肺金이 열을 받게 되면 ‘火克金’의 기전에 의해 肺는 더욱 쇠해지고 津液이 소모되어 燥熱이 가중됩니다.
『醫門法律』에서는 “寒冷所傷不過裏束其外, 火熱所傷則更消爍其中, 所以爲害倍烈也. 然火熱傷肺, 以致諸氣膹鬱, 諸痿喘嘔而成燥病”이라 하였습니다. 따라서 ‘少府, 魚際 사’는 화열에 의해 肺氣의 膹鬱이 초래되거나 燥熱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작용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을 종합하여 肺正格의 작용을 정리해 보자면 肺正格은 일차적으로 표부와 上焦에서 氣의 膹鬱을 해소하기 위해 운용됩니다. “諸氣분鬱, 皆屬於肺”라 하였듯이 내인이든 외인이든 肺의 宣通 작용이 발휘되지 못하면 氣의 울결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 결과 울열이 생기거나 津液이 변조되어 痰飮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本經疏證』에서는 上焦에 陽이 실하고 陰이 허하면 氣가 생기지 못하고 氣가 생기지 않으면 열이 막혀서 濕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肺正格은 이런 기전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外感에 의한 ‘風寒束表’의 상황은 肺氣의 不暢을 초래하고 울열을 유발할 수 있는데 肺正格이 이런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肺正格은 당연히 호흡기계 병증시 급·만성을 가리지 않고 일차적으로 운용을 고려해야 하는 치법입니다.

肺는 膀胱과는 상통 관계를 이루고 大腸과는 표리 관계를 이루므로 下竅를 통한 대소변의 배출에도 중요한 관련을 지니고 있습니다. 肺의 肅降 작용이 이루어져야 하초로 氣血과 津液의 정상적 공급과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肺正格은 肅降 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대소변의 원활한 배출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肺正格은 宗氣의 추동력을 강화시켜 하행하는 것을 돕습니다. 肺에서 출발한 宗氣는 하행하여 氣街로 주입되고 하지를 통과하여 발끝까지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宗氣의 하행이 원활하지 못하면 『靈樞·刺節眞邪』에서 “故厥在于足, 宗氣不下, 脈中之血, 凝而留止”라 하였듯이 하지의 말단의 순환장애 관련 병증이나 퇴행성 병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素問·通評虛實論』에서 “氣虛者, 肺虛也; 氣逆者, 足寒也”라 하였는데 여기서 氣虛란 宗氣의 추동력이 약화된 상태를 의미하므로 결국 宗氣의 운행을 주관하는 肺虛로 파악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素問·臟氣法時論』에서 肺의 병증으로 “尻·陰股·膝·髀·腨·胻·足皆痛”이 언급된 것은 宗氣가 하행하지 못한 병리적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지의 순환장애에 의한 냉증이나 기능 약화, 관절계의 퇴행성 병변 등에 肺正格이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肺正格의 ‘少府 사’는 心火를 하강시키는 작용을 발휘하여 足寒을 개선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 肺勝格(1) ■

『靈樞·決氣』에서는 “上焦開發, 宣五穀味, 熏膚充身澤毛, 若霧露之漑, 是謂氣”이라 하고 이어 “腠理發泄, 汗出溱溱, 是謂津”이라 하였습니다. 上焦를 ‘開發’시키는 것은 宗氣입니다. 이는 津이 水穀之氣에서 화한 것이며 그 기능이 (宗)氣의 연장선에서 발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津은 “脾氣散精, 上歸于肺”하는 과정을 통해 중초에서 생성된 후 상초로 유통되고 肺의 宣發, 肅降하는 작용을 통해 전신에 흩어지며 공급됩니다. 津은 陽에 속하여 비교적 맑고 유동성이 큰 것으로 주로 衛氣와 함께 체표에 운행하여 皮膚, 肌肉을 온양, 자윤시킵니다. 따라서 津은 陽氣가 화한 水의 한 측면입니다. 이 때문에 張景岳은 津을 ‘陽之液’이며 ‘液之淸’이라 하였다.

『靈樞·經脈』에서는 手陽明大腸經의 所生病을 언급하면서 “是主津(液)所生病者……”라 하였습니다. 大腸은 津의 선통을 추동하는 肺와 表裏 관계를 이룹니다. 그리고 糟粕을 배출시키며 수분을 흡수하여 津의 재흡수와 선통에 관여합니다.
『靈樞·決氣』에서는 “穀入氣滿, 淖澤注于骨, 骨屬屈伸洩澤, 補益腦髓, 皮膚潤澤, 是爲液”이라 하였습니다. 液은 陰에 속하여 津과 대비되어 탁하고 점조한 것으로 관절, 뇌수, 七竅 등을 자양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따라서 張景岳은 液을 ‘陰之津’이며 ‘津之濁’이라 하였습니다.

『靈樞·經脈』에서는 手太陽小腸經의 所生病을 언급하면서 “是主液所生病者……”라 하였습니다. 小腸은 受盛之官으로서 水穀을 氣化시키고 이를 통해 輕淸한 陽氣와 重濁한 營血이 생성됩니다. 液은 營血과 같은 성상을 지니고 그 전구물질이 되어 기능적으로 연계됩니다. 따라서 小腸은 脾와 함께 營血의 생성과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李東垣이 “大腸主津, 小腸主液, 大腸小腸受胃之榮氣, 乃能行津液於上焦, 灌漑皮毛, 充實腠理”이라 하였듯이 津液은 일차적으로 중초에서 기원하고 상초로 유통되면서 그 기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이를 주관하는 中氣 운행의 이상은 津液의 불통과 변성을 초래하게 되는데 그 병리적 산물을 痰飮이라 규정합니다. 결국 정상적으로 津液으로 화하지 못한 유동물들이 痰飮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陽化氣’ 기능의 이상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총괄하자면 痰飮은 氣와 水液의 대사과정 이후 산생되는 濁陰을 총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병리적으로 작용하는 추상적, 구체적 물질을 광범위하게 의미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痰은 성질이 중탁하고 점조한 것으로, 飮은 맑은 것으로 이해되었고 飮은 水와도 그 의미가 연결됩니다.
『東醫寶鑑』에서는 “飮者, 因飮水不散而爲病; 痰者, 因火炎熏灼而成疾. 故痰形稠濁, 飮色淸.”이라 하였습니다.

『金匱要略』에서는 飮病을 병증이나 병위에 따라 留飮, 癖飮, 痰飮, 溢飮, 流飮, 懸飮, 支飮, 伏飮으로 구분하였는데 飮에 의한 병증은 기본적으로 陰證에 해당하므로 『臨證指南醫案』에서는 “陰盛陽虛, 則水氣溢而爲飮.”이라 하였습니다.
『本經疏證』에서는 “水와 飮은 형질이 있지만 濕은 형질이 없다”는 전제에서 형질에 입각하여 “濕은 널리 퍼져있는 안개나 이슬 같은 氣이고, 飮은 그릇 안에 담겨있는 것이며, 水는 가득 차서 사방으로 넘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飮과 水는 성상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러나 『本經疏證』에서는 飮은 水처럼 경계도 없이 아무 곳에나 넘치지[橫溢] 않고 반드시 장부에 붙어서 병증을 유발한다고 하였습니다. 飮에 의해 유발된 병증은 주로 고착성을 띠는 반면, 水에 의한 경우는 병증이 나타나는 범위가 일정하지 않거나 광범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本經疏證』에서는 “형질이 있는 것은 생함으로 말미암아 변화한 것[由生而化]이고 형질이 없는 것은 변화로 말미암아 생하는 것[由化而生]이다. 化는 변하는 것이며 生은 일으키는 것[化者化之, 生者發之]이므로 치료가 본래 다르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총괄하자면 濕은 氣化의 부산물중 형질이 없는 것으로 증기와 같은 상태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濕에 의한 병증은 정상적인 氣化 과정의 회복을 통해 ‘化濕’을 유도해야 합니다.痰과 (水)飮은 비정상적 氣化의 부산물로서 津液의 병리적 상태입니다.
증기가 맺혀 물방울이 되듯 형질이 있고 고착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이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氣化 과정의 회복과 함께 병리적 형질에 대한 축출[祛痰, 逐飮, 逐水]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肺勝格의 구성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肺勝格: 少府, 魚際 보; 陰谷, 尺澤 사

‘少府, 魚際 보’는 호흡을 주관하는 肺와 혈행을 주관하는 心의 火穴을 배혈한 것으로 心肺에서 발하는 宗氣의 작용을 고양시키는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초에 淸陽을 상달시키며 胸中의 陽氣를 선통시키는 작용을 발휘합니다. ‘陽化氣’하므로 흉격간에 濁陰이나 痰濁이 정체되는 것을 막습니다. 『千金方』에서는 魚際가 “痺走胸背, 不得息”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陰谷, 尺澤 사’에서 腎水의 送穴인 陰谷은 다른 경락의 水穴과 배혈하여 水飮을 구축하는 효능을 발휘하고, 尺澤은 肺의 선발, 숙강 기능 이상으로 水飮이 정류하고 범람하는 것을 다스립니다.
이 배합은 주로 상초의 水飮을 다스리지만 肺氣의 운행 불리에서 기인한 水飮證에 부위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尺澤의 주치로 『鍼灸甲乙經』에 “心膨痛, 心痛卒欬逆”, 『千金方』에 “短氣, 脇痛, 心煩”이 언급된 것이 이러한 측면을 반영합니다. 한편 경우에 따라 陰谷 대신 陰陵泉을 취하여 太陰經의 혈들만의 배합을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총괄하면 肺勝格의 기본 운용 목표는 痰飮, 水飮의 정류를 개선시키는 것인데 肺勝格은 肺熱補의 구성과 동일하게 補火瀉水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므로 주로 水飮의 정류에 의한 陰證을 다스립니다.
『傷寒明理論』에서는 “表寒也·裏寒也, 協水飮則必動肺, 以形寒寒飮則傷肺故也”라 하여 내외의 寒氣와 水飮에 의해 肺가 쉽게 상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少府, 魚際 보’는 胸中陽氣를 고양하여 肺氣를 선통시키고 陰證을 다스립니다.

『靈樞·本藏』에서 “肺大則多飮, 善病胸痺·喉痺·逆氣”라 하였듯이 肺氣가 선통되지 않으면 상초와 흉격에 水飮이 정류하거나 범람하게 되는데 ‘陰谷, 尺澤 사’가 이를 다스립니다. 肺는 ‘水之上源’이자 ‘貯痰之器’이므로 水를 총괄하는 腎의 이상으로 水飮이 범람하면 그 이상 징후가 肺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陰谷, 尺澤 사’는 肺寒의 상황을 개선시키면서 특히 肺와 腎 기능의 실조에서 유발된 水飮의 과잉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강좌(15)


■ 肺勝格(2) ■

지난 시간에 이어 肺勝格의 효능에 대해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肺勝格은 肺熱補의 구성과 동일하게 補火瀉水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므로 形寒·寒飮으로 肺가 상한 것을 다스리기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陰盛內寒의 병기를 개선시키고자 할 때도 운용됩니다.

『素問·調經論』에서는 陰分에 邪氣가 성하여 內寒하게 되는[陰盛生內寒] 병기에 대해 “厥氣上逆, 寒氣積於胸中而不寫, 不寫則溫氣去, 寒獨留則血凝泣, 凝則脈不通, 其脈盛大以濇, 故中寒”이라 하였습니다.
“厥氣上逆, 寒氣積於胸中而不寫”란 陰分의 邪氣가 寒邪로 작용하여 흉중에 응체되었음을 의미하는데 그 결과 肺氣의 선통과 숙강 기능을 비롯한 宗氣의 추동력이 제약받게 됩니다.
“溫氣去, 寒獨留則血凝泣, 凝則脈不通”은 宗氣의 추동력이 제약을 받아 혈맥내에서 營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그 결과 내부가 한랭해지며 제반 대사 기능은 침체되고 말초로의 순환장애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발된 제반 순환장애, 대사장애, 근골격계의 통증성 병변 등을 다스리기 위해 肺勝格이 운용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傷寒明理論』에서 “表寒也·裏寒也, 協水飮則必動肺, 以形寒·寒飮則傷肺故也”라 한 내용과도 연계지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암침법을 운용하시는 분들은 寒邪에 의해 초래된 痛痺의 치법으로 大腸勝格이 제시된 것을 아실 겁니다. 보통 동결건과 같은 한성견비통의 치법으로 많이 운용되고 있고 芝山의 의안에도 관련 기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大腸勝格 역시 肺勝格과 마찬가지로 補火瀉水하도록 熱補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寒邪에 의해 초래된 병변이나 제반 陰證을 다스린다는 측면에서는 肺勝格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大腸勝格을 구성하고 있는 혈들은 모두 陽經의 혈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서는 陰分에서 유래한 병변이나, 초기에는 邪氣가 겉에 머물러 병위가 陽分에 있었던 병증이 陰分으로 진행이 되어간 상황을 다스리기에는 그 작용이 충분히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大腸經과 표리 관계를 이루는 肺經을 다스리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데 이에 적절한 치법이 肺勝格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肺勝格은 形寒·寒飮의 상황에서 초래된 근골격계의 통증성 병변에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 있으며 특히 陰分에서 유래한 痛痺를 다스리는데 적절한 치법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상초의 흉곽 이상에서 발생한 견비통, 항강, 배통, 흉협통 등에 운용할 기회가 많으며 흔히 환자들이 담 결린다고 호소하는 통증성 병변에 좋은 효능을 보입니다. 이런 경우 순경 취혈의 방식으로 다른 경맥을 취하더라도 肺勝格의 ‘陰谷, 尺澤 사’만을 취하여 병용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한편 개인적으로 병증의 판단과 선혈을 위해 복진을 이용하는 편인데 肺勝格을 운용해야 할 경우는 일반적으로 우측에 복압이 증대되고 天樞를 중심으로 압통이나 경결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難經』에서 肺의 內證으로 “臍右有動氣, 按之牢若痛”이라 한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左肝右肺설과 연계를 지어서도 사암침법에서는 우협통에 肺經을 운용하라 하였으며 肺勝格의 적응증이 기본적으로 氣와 水飮의 병증이므로 우측에 그 이상이 반영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水飮의 정류에 의해 병증이 완고할수록 징후가 하복부로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만 기본적으로 氣分의 병증이므로 경결이나 구급이 나타나더라도 미만성의 양상을 보입니다.
배꼽 주위의 피하층에서 경계가 불분명한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잡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乾薑증의 복증인 ‘結滯水毒’과도 유사하다고 봅니다. 복진에 능하신 분들께서는 한번 관심을 가지시고 임상적 검증을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한편 水飮에 의해 유발되는 병증이 다양한 만큼 肺勝格은 변용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치법이 痰眩方입니다.

痰眩方: 少府, 魚際 보; 太白, 太淵 사

“痰盛嘔吐, 頭重不擧”한 痰暈의 치법으로 제시된 것인데 肺正格의 보사를 그대로 뒤집어 놓은 肺勝格(Ⅱ)형입니다. 이 경우 ‘少府, 魚際 보’는 흉격이나 심하의 痰飮으로 울결된 혈기를 퍼뜨려 淸陽을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太白, 太淵 사’는 ‘生痰之源’인 脾와 ‘貯痰之器’인 肺간의 연계 고리를 약화시킴으로서 痰飮이 형성되는 기전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치방은 痰飮에 의해 야기된 어지럼과 그 동반 증상들에 광범위하게 운용됩니다.

편두통이나 그 전조증으로 구역감이 들고 머리가 무거워 들지 못하는 경우, 약물 복용 이후 발생한 어지럼, 전정신경염, 양성돌발성 체위성 어지럼, 메니에르병, 소뇌의 이상에 의한 균형감각 장애, 사고나 타박시 뇌의 손상(뇌진탕)으로 인한 후유증 등이 痰暈과 관련되는 대표적인 병증들이죠.
일대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半夏白朮天麻湯을 운용해야 하는 두통이나 어지럼에 일차적으로 운용을 고려할 수 있는 치방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한편 간질[癲癎]도 痰暈의 범주로 보기도 합니다.
『醫學綱目』에서는 癲癎은 頭眩을 주증으로 한다고 하고 “痰在膈間則眩微不仆; 痰溢膈上, 則眩甚仆倒於地而不知人, 名之曰癲癎”이라 하였습니다.
痰眩方을 운용한 芝山의 치험례는 癲癎을 앓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입니다.
『사암침구정전』의 저자인 정호영 씨는 痰眩方이 癲狂과 현훈의 치료법으로 상당히 치료율이 높다고 하였고 보통 3회 이내에 뚜렷한 반응이 오고 10~15회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으며 철저한 사암침의 보사론에 따라 치료를 시행할 경우 임상에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간대성 경련을 동반하는 전신 발작의 치료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요즘에야 간질 발작을 호소하여 한의원을 내원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간질을 목표로 운용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부분 발작이나 간질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이에 근거하여 痰眩方을 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 일산화탄소나 유해가스에 의한 중독, 산소부족, 정신적 충격 등에 의해 유발된 갑작스러운 의식상실을 客忤, 鬼擊, 飛戶라 하였는데 少府, 魚際를 보하는 痰眩方이 이런 경우에도 운용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강좌(16)


■ 肺勝格의 변용 ■

痰飮이나 水飮에 의한 병증이 무척 많다보니 肺勝格은 매우 다양한 용도로 운용되며 변용방들도 다양합니다.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가. 氣鬱方

氣鬱方 : 少府, 魚際 보; 經渠, 三里 사

▲사암이 “氣鬱散之, 實也”라 하여 제시한 치법으로 肺勝格의 변용입니다.
肺經의 金穴인 經渠를 사한 것은 胸陽의 약화로 肺氣의 선통에 부하가 걸린 것을 직접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胃氣가 상역하면 肺氣가 정상적으로 숙강하지 못하므로 三里를 사하여 이를 다스리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胸陽를 고양시키고 肺의 부하를 덜어 肺氣의 숙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치법으로 보자면 만성기관지염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에 운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호흡기계 질환에서 유래한 흉협통에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치방은 肺脹을 다스리는 金鬱方(少府, 魚際 보; 經渠, 復溜 사)과도 유사한데 전반적으로 효능은 유사하다고 봅니다.

▲우울이나 불안장애시 발생하는 胸陽不振의 호흡곤란 상황에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나. 鬱痰方

鬱痰方 : 太白, 太淵 보; 陰谷, 尺澤 사

▲肺正格과 肺勝格을 병용한 치법입니다. ‘太白, 太淵 보’는 肺氣의 울결로 진액이 痰으로 화하는 것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陰谷, 尺澤 사’는 滌痰의 효능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痰이 물러가면 울열도 자연히 해소됩니다.
밥그릇에 말라붙은 밥찌꺼기를 떼기 위해서는 먼저 그릇을 물에 불려놓듯이 이 배합은 肺에 진액을 불어넣어 痰이 배출되기 쉽게 해주고 ‘陰谷, 尺澤 사’를 통해 痰의 직접적인 배출을 유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丹溪心法』에서는 鬱痰에 대해 “老痰이나 燥痰과 같으며 火痰이 心·肺의 사이에 울체된 것이 오래되어” 생긴 것이라 했습니다.
肺氣不暢에서 기인한 울열이 진액을 痰으로 화하게 하고 이것이 완고해지면 鬱痰이 되는 것입니다. 鬱痰은 완고한 痰涎으로서 빛깔이 어둡고 갖풀처럼 걸쭉해져 잘 뱉어지지 않습니다.
기침을 오래 동안 앓는 경우나 노인들에게서 잘 나타나는데 가래가 거의 없는 乾咳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鬱痰의 정체로 “胸滿, 多毛焦而色白, 面如枯骨, 咽乾·口燥, 咳嗽·喘促” 등이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痰이 흉부에 정체해 있으므로 胸滿, 咳嗽·喘促하는 것이고 진액이 응결하여 痰이 되었으므로 咽乾·口燥하며 毛焦而色白, 面如枯骨하게 되는 것이죠. 이 경우 대소변의 소통도 좋지 않게 됩니다.

▲肺의 울열을 해소하고 그에서 유발된 燥熱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肺正格을 운용하고 滌痰에 중점을 둔다면 鬱痰方을 운용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한편 鬱痰方은 점조한 분비물이 배출되는 만성 비염이나 부비동염에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다. 濕痰方

濕痰方 : 尺澤, 陰陵泉 보; 太白, 太淵 사

▲脾는 生痰之源이며 肺는 貯痰之器이므로 脾經과 肺經의 조절을 통해 痰證에 대처하는 방법으로서 太陰經의 혈들로만 구성되었습니다.
『醫宗必讀』에서 脾는 濕土로서 “喜溫燥而惡寒潤” 하지만 肺는 燥金으로서 “喜량潤而惡溫燥”한다 하고 痰飮의 병증시 脾에는 蒼朮, 白朮, 南星, 半夏가 요약이 되고 肺에는 貝母, 知母, 天門冬, 麥門冬, 地黃, 桔梗이 요약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濕痰方은 이 원칙에 입각해 구성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喜溫燥而惡寒潤”하는 脾를 다스리기 위해 太白, 太淵을 사하였고 “喜량潤而惡溫燥”하는 肺를 다스리기 위해 尺澤, 陰陵泉을 보한 것입니다.
太白, 太淵을 사한 것은 지난 시간 언급한 痰眩方에서처럼 脾와 肺의 연계를 약화시켜 痰의 생성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됩니다. 土穴을 사한 것으로 보아도 濕에서 유래된 痰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尺澤, 陰陵泉 보’는 肺寒補를 변용한 것입니다. 사암이 하치통을 肺火에 의한 것이라 하여 尺澤, 陰陵泉을 보한 예로 보자면 이는 진액을 훈증하여 痰으로 화하게 하는 ‘伏火’를 제어하고 진액을 보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이 치법은 『要訣』에서 제시한 肺寒補(陰谷, 尺澤 보; 太白, 太淵 사)와 같은 구조입니다. 火穴을 직접 사하지 않고 水穴만을 보하는 것으로 보아 적응증에서 열의 징후는 가볍거나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醫宗必讀』에서는 痰이 脾에 있는 것을 濕痰이라 하고 그 증세로 “脈緩, 面黃, 嗜臥不收, 腹脹食滯, 其痰滑而易出”을 언급하였습니다. 이는 濕鬱, 濕勝에 의해 유발되는 전형적인 증세들입니다.
이재원 선생은 이를 인용하여 濕痰方의 적응증으로 언급하였으나 상기 증세들은 일반적으로 脾正格이나 脾勝格, 胃正格 등의 적응증에도 해당합니다.
따라서 상기 증세들만을 근거삼아 濕痰方을 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 濕痰方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濕痰에 의한 전형적인 증세들 이외에도 이와 결부된 伏火의 징후들을 확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 肺正格의 변용 ■

肺正格 역시 여러 개의 변용방들이 제시되어 다양한 병증에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상에서 운용되는 빈도수도 높습니다. 이번 회에는 중요한 두 가지 치법을 살펴보겠습니다.

가. (肺系)瘀血方

太白, 太淵 보; 曲池, (外關) 사

* ‘太白, 太淵 보’는 肺正格의 일부입니다. ‘肺朝百脈’하고 營(血)의 운행은 肺氣의 운행에서 비롯되므로 肺氣의 운행불리는 혈의 운행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肺氣의 선통에 의한 宗氣의 운행은 營(血) 순환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따라서 肺正格의 변용으로 血證에 대처한다는 것은 宗氣를 추동시켜 脈中에서 영혈의 흐름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혈은 혈이 맑지 않아서 凝滯不行하는 脈의 병입니다. ‘氣爲血師’라 하였듯이 ‘太白, 太淵 보’의 배합은 肺氣를 선통시켜 營(血)을 운행시키는 한편 潤하는 작용을 통해 굳은 것을 부드럽게 해주어 결과적으로 혈맥의 운행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으로 운용될 수 있습니다.

* 曲池를 사하여 太陰經과 표리를 이루는 陽明經을 제어하였습니다. 사암침법에서 표리관계를 이용한 몇 안 되는 치법으로서 陽明經을 제어하여 太陰經의 순환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曲池는 肺經의 非天符要穴입니다.
어혈의 치료원칙은 活血袪瘀生新이므로 결과적으로 潤燥작용을 통해 活血을 돕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外關은 관용적으로 많이 사용되나 출처가 불명하며 瘀血方에 필수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瘀血方이 어혈증을 대상으로 운용되는 만큼 그 적응증도 매우 다양합니다.

⇒ 근골격계 질환 : 타박이나 외상으로 인한 손상, 기능장애 등 과거의 육체적 손상 여부가 중요한 정황 근거가 됩니다. 다만 이러한 경력만으로 어혈증을 진단하는 정황근거일 뿐 확진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타박이나 관절 염좌의 초기에는 체액이 정류하고 부종이 발생하는 濕鬱이 주가 되기도 하므로 이 경우 일괄적으로 어혈증으로 규정지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순환기계 질환 : 宗氣 추동력 저하에서 유발되는 말초 순환계의 장애에도 운용될 수 있습니다.
⇒ 생식기계 질환 : 여성의 골반강내 병증에도 많이 운용됩니다. 그러나 골반강내 병변은 肝鬱의 병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肝經을 다스려야할 때와 구분해야 합니다.
⇒ 출혈성 질환 : 혈맥에서 벗어나 있는 혈은 어혈이 됩니다. 사암은 咳血증의 치법으로 瘀血方을 제시하였습니다.

* 한편 어혈이 정류하게 되면 복진상 臍傍痛, 少腹急結, 少腹滿과 같이 주로 배꼽 주위나 하복부에서 저항, 압통, 종괴 등이 나타납니다. 이를 목표 삼아 (肺系)瘀血方을 운용할 수도 있지만 어혈증은 肝鬱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많으며 그 이상이 골반강인 하복부에서 반영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瘀血方은 구성상 宗氣의 순행을 주도하는 肺經을 통해 어혈을 다스리도록 되어 있으므로 엄밀하게 보자면 肝鬱이나 積熱로 유발된 어혈증을 다스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大黃牧丹皮湯, 抵當湯, 桃核承氣湯證과 같은 大黃증을 수반하는 경우에도 (肺系)瘀血方의 작용은 약하거나 미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 글쓴이의 소견으로는 宗氣의 추동력 이상에서 기인하는 어혈증은 주로 동맥 순환의 부전과 관련된 병증이 많으며 그 이상은 주로 대동맥이나 그 분지가 복부를 관통하는 부위에서 반영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難經』에서 肺病의 內證으로 “臍右有動氣, 按之牢若痛”이라 하였으므로 제반 어혈의 징후를 나타내면서 배꼽의 오른쪽에서 저항, 압통, 종괴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 (肺系)瘀血方을 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나. 酒痰方

太白, 太淵 보; 大敦, 隱白 사

* “음식이 소화가 안되며 또는 술 마신 후에 차를 많이 마셨거나 술 마신 다음날 식욕이 없고 신물을 토하는” 酒痰證의 치법으로 제시되었는데 실제는 肺正格과 脾正格의 병용입니다.
『明醫雜著』에서 “若老痰, 飮酒之人多有之, 酒氣上升爲火, 肺與胃脘皆受火邪, 故鬱結而成”이라 하였듯이 술에 의해 유발된 화는 肺에서 정상적인 진액의 생성을 방해하고 담을 조장합니다.
따라서 肺正格을 기본으로 삼아 脾精이 肺로 상승하여 진액이 정상적으로 산생될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그리고 脾正格의 ‘大敦, 隱白 사’를 취하여 술에 의해 脾氣의 손상과 그에서 유발된 木鬱의 상태를 개선시키고자 하였습니다.

* 酒痰方은 일단 음주후 숙취로 인한 두통, 頸項强, 속쓰림, 메스꺼움, 구역, 大便不爽, 泄痢下重, 치질 등에 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잦은 음주로 인한 만성 질환에도 운용됩니다.

* 酒痰方은 코의 혈관이 확장되어 붉게 된 증후인 準齄에도 운용됩니다. 準齄는 보통 혈열이 오랫동안 肺에 들어가 발생한 것이라 하는데 일반적으로 음주나 습열지물의 섭취에 의해 유발됩니다.
그러나 이에 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코나 얼굴에서 나타나는 혈관 확장증이나 비강내의 충혈이 심한 코막힘에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코는 肺之竅이면서도 얼굴 중앙에 위치하여 脾에도 배속되기 때문에 肺正格과 脾正格의 병용인 酒痰方은 코의 병증을 다스리기에 적절함을 알 수 있습니다.

* 한편 黃元御는 『素問縣解』에서 “入五藏則脾土下陷, 肝木抑遏, 少腹滿閉塞, 下爲飧泄, 久爲腸澼不斂也”라 하였는데 이는 과민성대장 증후군의 병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에 근거하면 脾氣를 상승시켜 肝氣의 울체를 해소하는 것이 치법이 되는데 酒痰方은 구성상 이를 다스리기에도 적합합니다



■ 大腸正格 ■

가. 大腸正格의 구성과 의미

大腸正格 : 足三里, 曲池 보; 陽谷, 陽谿 사

*‘足三里, 曲池 보’는 陽明經의 合土穴만의 배오이므로 陽明經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逆氣而泄’을 다스릴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足三里는 中氣를 부익하고 胃氣의 정상화를 통해 습의 정체를 다스리며 진액을 전신에 유포시키는 역할을 발휘합니다. 大腸의 기능 정상화에 중점을 둘 경우 足三里 대신 大腸의 下合穴인 上巨虛로 대신하기도 하며 습담의 정체가 주가 된다면 豊隆을 배합하거나 이로 대치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기가 상역하면 열로 화할 수 있는데 이를 陽明經을 통해 제어할 수 있습니다. 한편 ‘陽谷, 陽谿 사’는 열에 의한 진액의 손실을 막아 진액의 정상적 산생과 소통을 돕습니다.

* 이런 측면에서 大腸正格의 주요작용은 陽明經의 정상화를 통해 濁陰을 하강시키며 淸陽과 진액의 상승을 유도하는 升淸降濁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淸陽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탁음의 하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四聖心源』에서 “中氣衰則陰陽不交, 而燥濕偏見”이라 하였듯이 비위로 대표되는 中氣의 운행 이상은 燥나 濕의 편승을 초래하게 되는데 大腸正格은 化濕, 降濁작용을 통해 濕濁의 과잉을 제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大腸主津’의 기능을 정상화시켜 진액이 濕濁으로 화하지 않도록 하고 濕熱을 다스립니다.
『醫學入門』에서 淸熱燥濕에 補中을 겸하는 것이 습열을 다스리는 방법이라고 하였듯이 中氣 운행의 정상화는 습열증 치료의 관건입니다.

나. 虛邪賊風에 대한 大腸正格의 운용

* 한편 芝山의 의안에는 稟賦不足에서 기인한 병증이므로 大腸正格을 운용하였다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稟賦不足은 원래 先天之氣의 쇠약을 의미하지만 芝山은 특히 외사에 대응하는 衛氣가 쇠약하다는 의미로 사용한 듯합니다. 先天之氣는 元氣로서의 정기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정기가 약하면 당연히 외사의 침습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芝山이 이러한 상황을 “體氣虛弱, 風必傷腑”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內經』에서 언급한 虛邪賊風과 동일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風邪는 외감을 초래하는 주요인이며 陽邪에 해당하므로 외감시 陽分을 침습한다고 인식되었습니다. 따라서 ‘體氣虛弱’시 風은 陽分과 연계되는 腑를 상하게 한다고 인식한 것입니다. 이는 『素問·太陰陽明論』에서 “故犯賊風虛邪者, 陽受之; 食飮不節起居不時者, 陰受之. 陽受之則入六府; 陰受之則入五藏”이라 한 내용과 연계됩니다.
따라서 “體氣虛弱, 風必傷腑”의 상황시 陽分(衛分)을 강화시키며 袪風하도록 扶正祛邪를 유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大腸正格이 선택된 것입니다. 특히 陽明은 三陽을 총괄하고 腑와 연계되며 오행상 金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陽明을 강화시키는 大腸正格을 통해 木에 해당하는 風邪를 제어하고자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芝山이 특히 胎疾로 초래된 질병에 大腸正格의 운용을 원칙으로 삼은 것을 보면 면역계의 약화나 이상에서 유래되는 병증들에 대한 大腸正格의 효능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靈樞·壽夭剛柔』에서 “衛之生病也, 氣痛時來時去, 怫愾賁響, 風寒客于腸胃之中”이라 한 내용에 대해 『類經』에서 “風寒外襲而客於腸胃之間, 以六府屬表而陽邪歸之, 故病亦生於衛氣”라 주석한 내용과도 연계지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시대상황상 영양불량과 비위생적 환경, 주기적으로 발병하는 전염병이나 풍토병화된 소아의 감염증으로 인해 영아 사망률이 높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유아기나 성장기에 만성적인 영양부족과 잦은 병치레에 시달리거나 감염성 질환을 앓은 후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심한 쇠약증과 후유증으로 고생했을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기인한 병증을 모두 稟賦不足으로 표현하였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大腸正格이 습열증으로 표현되는 여러 감염성, 염증성 질환들에 대해 유효성을 보이는 이유도 扶正祛邪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曲池의 혈성으로 표현되는 祛風濕, 淸熱 작용은 陽明經 강화를 통한 扶正祛邪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芝山의 의안에서는 項上(耳下)結核을 大腸正格을 운용하는 주요 진단 조건으로 삼았습니다. 項上(耳下)結核은 경부 림프절의 종창이나 결절을 지칭하는데 이는 감염에 의한 흔적이며 면역계가 지속적인 활동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림프절의 결절은 다양한 곳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경부의 병변을 大腸正格의 적응증으로 삼는 이유는 경부가 陽明經에 배속되고 『素問·太陰陽明論』에서 “故傷於風者, 上先受之; 傷於濕者, 下先受之”라 하였듯이 風邪는 일차적으로 상부에 발현된다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芝山은 이러한 項上(耳下)結核이 胎疾이나 胎熱에 의한 것이라 하였습니다. 胎疾이나 胎熱이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선천적으로 면역 기능이 약하거나 민감하여 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 결과 경부 림프절이 쉽게 붓거나 만성적으로 부어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芝山이 大腸正格의 운용법을 터득한 임상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은은한 요통이 있었다. 간혹 환절기가 되면 손과 팔뚝이 수종처럼 되었다가 2~3개월 만에 없어지기도 하였지만 사계절 내내 풀리지 않기도 하였고 때로는 가을에 더욱 극심해지기도 하였다.
가슴과 등이 무겁게 눌리면서 윗배가 그득한 것 같았고, 귀울림이 심하게 일어났다가도 때로는 조용히 잠자듯이 잠잠해지기도 하였으며, 간혹 공포증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널리 약을 알아보았더니 누구는 內腫이라 하고, 누구는 心火라 하여 사람마다 말이 달랐으며 大腸의 증후라고 말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허로라 잘못 일컬으면서 침과 약을 시술하여 목숨을 재촉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大腸의 허증이었다. 내 셋째 동생과 큰아들 역시 모두 이것으로 그르쳐 죽었는데 무슨 이유였을까?
모태로부터 품부 받은 것이 부족한 상황에 痘疹을 겪은 餘熱로 項核이 되거나 喉症으로 변하거나 인후나 입안이 건조하면서 자꾸 재채기를 하기도 하고, 흉협부에 담에 의한 통증이 있거나 疝氣, 噎膈, 風疾, 眼淚 등으로 되기도 하였는데 여러 증들이 이른바 稟賦不足이라 하는 것이니 늦게 깨닫게 된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경전을 살펴본 것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심오한 이치를 어찌 알았겠는가!”


■ 大腸正格과 項上(耳下)結核 ■

* 지난 회에서 살펴보았듯이 芝山은 본인의 실제적 경험을 통해 大腸正格을 운용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芝山이 수록한 의안을 보자면 大腸正格을 시술한 내용이 가장 많으며 매우 다양한 병증에 大腸正格을 운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芝山이 大腸正格을 운용하는 주요 진단 조건으로 삼은 것이 項上(耳下)結核의 여부입니다. 芝山의 의안을 통해 유추하자면 項上(耳下)結核은 주로 경부 림프절의 종창이나 결절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結核, 瘰癧, 連珠瘡, 鼠瘻와 갑상샘의 결절인 癭瘤 등도 이에 해당합니다.

⇒ 結核 : 개개의 결절을 지칭
⇒ 瘰 : 작은 結核으로서 주위 조직과 유착되지 않아 접촉시 움직여지는 것
⇒ 癧 : 큰 結核으로서 주위 조직과 유착되어 접촉시 움직여지지 않는 것
⇒ 鼠瘻 : 결절의 궤양면이 천공되어 누공이 형성되고 외부로 삼출물이 분비되는 것
⇒ 馬刀挾癭 : 結核이 연속으로 이어져 가슴이나 겨드랑이에까지 미친 것

* 한편 『靈樞』에는 手陽明經의 是動病으로 ‘頸腫’이, 手太陽經의 是動病으로 ‘頷腫’이, 手少陽經의 是動病으로 ‘嗌腫’이 언급되었습니다. 위치상으로는 이하선종, 인후 편도 조직의 비대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들도 넓은 의미에서 項上結核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일단 手三陽經의 是動病에 경부 림프 조직의 종창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의 병후는 기본적으로 手三陽經의 병증으로 파악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項上(耳下)結核은 특히 감염의 흔적으로서 감염에 의한 염증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이에 대해 면역계가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거나 면역계의 반응이 과민화된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림프절의 결절은 다양한 곳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특히 경부의 병변을 大腸正格의 적응증으로 삼는 이유는 경부가 陽明經에 배속된다는 점과 『素問·太陰陽明論』에서 “故傷於風者, 上先受之 ; 傷於濕者, 下先受之”라 하였듯이 風邪에 의한 병변은 일차적으로 상부에 발현된다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한편 芝山은 項上(耳下)結核이 胎疾이나 胎熱에 의한 것이라 하였습니다. 胎疾이나 胎熱이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선천적으로 면역 기능이 약하거나 민감하여 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는 주로 어릴 적에 심한 감염성 병변을 앓고 난 이후 정기가 매우 상한 상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 결과 경부 림프절이 쉽게 붓거나 만성적으로 부어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芝山은 경부 림프절의 경결을 확인하면 병증의 종류나 유병기간에 상관없이 體氣虛弱에 따른 ‘風傷腑’의 징후로 보고 大腸正格을 운용하였습니다. 大腸正格이 경부 림프절의 결절에 대해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면 大腸正格이 인체 면역기능의 조절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風傷腑’에 의한 병증에 大腸正格이 유효성이 있다는 점에서 감염성 병변에 大腸正格은 扶正祛邪의 작용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芝山이 수록한 임상례를 통해 項上(耳下)結核에 대한 大腸正格의 다양한 운용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15살 된 남자애가 온몸이 붓고 두 눈을 조금밖에 뜨지 못해 사물을 겨우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脹症이 아닌가 의심하였으나 목덜미를 진찰해보니 결핵이 있었다. 비로소 ‘體氣虛弱, 風必傷腑’에 의한 병증임을 깨닫고 大腸正格을 시술하였더니 한 회 만에 부종이 사라졌고 목덜미의 결핵은 2, 3度 만에 사라졌다.”
☞ 경부림프절의 결절을 ‘風傷腑’의 근거로 보고 大腸正格을 운용한 것입니다.

② “15~16살쯤의 한 남자가 왼쪽 귀 아래에 허옇게 뾰로통한 것이 부어올랐을 뿐 특별히 아프지는 않았다. 이는 분명히 體氣의 허약함에서 기인한 일종의 風傷腑證이므로 大腸正格을 시술하자 몇 度 만에 효험을 보았다.”
☞ 특이 증상은 없으나 경부림프절의 결절만을 근거로 大腸正格을 운용한 예입니다.

③ “어떤 여자가 항상 두통이 있었는데 어떨 때는 목덜미가 아프거나 좌우의 다리가 아팠다. 두통이 크게 발할 때는 몹시 놀라는 증세가 나오기도 하였고 눈을 들어 사물을 볼 수가 없었다. 문진해보니 10살 이전부터 경항통이 있었다 하니 비록 肝의 병증과 비슷하지만 大腸의 증후가 있으므로 大腸正格을 시술하여 효험을 보았다. 두통은 본래 大腸의 증후가 없고 경항통은 肝의 증후로 의심해야 하므로 ‘體氣虛弱, 風必傷腑症’이라는 말을 인용하여 이를 해명한다.”

④ “50살가량의 한 남자가 요통과 함께 오른쪽 하지가 무력해지면서 바싹 말라버린 지가 이미 몇 해가 지났다. 귀 아래 大腸經을 진찰하니 결핵이 있으므로 왼쪽에 大腸正格을 시술하였는데 몇 회 만에 쾌차하였다.”
☞ 결핵성 척추염 환자로 보입니다.

⑤ “14~15살쯤 된 여자아이가 온몸이 붓고 두 눈이 감겨 조금밖에 뜰 수가 없었으며 頭瘡이 생긴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목덜미의 大腸經 영역에 결핵이 있는 것을 보고서 태독에 의한 병증인 것으로 판단하여 大腸正格을 시술했더니 두세 번 만에 부종이 다 가라앉고 태열도 역시 감소되었다.”

⑥ “3살 된 어린이가 항상 맑은 설사가 멎지 않았고 얼굴은 누렇게 떴으며 명치 아래에 伏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른 귀 아래의 大腸經의 영역에 결핵이 있기에 왼쪽에 大腸正格을 시술하였더니 몇 度 만에 쾌차하였다. 그렇다면 胎水가 장에 있어서 열기가 발산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氣虛傷腑하게 된 것인가? 결핵이 있지 않았다면 伏梁證으로 오진했을 것이다.”
☞ 원래 伏梁은 心正格을 운용하는 주요 진단 근거이나 목덜미에서 림프절의 결절이 촉지되자 이를 더 우선으로 삼아 大腸正格을 운용하였습니다. 胎水로 인해 열기가 발산되지 못했다는 표현으로 보아 大腸에 울열이 생긴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⑦ “20세의 한 여자가 항상 아랫배가 아팠는데 腎經이 약한 것인지 大腸이 부족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진찰해보니 목덜미에 결핵이 많이 있었으므로 병이 없는 쪽에 大腸正格을 시술하였더니 즉시 나았다. 이 치법으로 태질을 여러 번 치료하였더니 또한 나았다.”

⑧ “10살쯤의 여자 아이가 배꼽위에 복통이 있어서 며칠에 걸쳐 울며 몸부림을 치고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엎치락뒤치락 하였다. 목덜미와 귀 아래의 大腸經 분야를 진찰해보니 결핵이 있으므로 大腸의 허증인 줄 알고서 大腸正格을 시술하자 복통이 즉시 멎었다.”


■ 척주의 병증에 대한 陽明經과 太陰經의 운용 ■

① 陽經의 신체 분포 규율상 陽明은 인체의 전면에 배속됩니다. 즉 『素問·陰陽離合論』에서 “中身而上, 名曰廣明, 廣明之下, 名曰太陰, 太陰之前, 名曰陽明”이라 하였듯이 복부의 전면은 陽明에 해당하며 太陰은 陽明의 안쪽에 배치되어 표리 관계를 이룹니다. 따라서 체간에서 척주를 중심으로 등쪽으로 脊外는 太陽, 脊內는 少陰에 해당하며 복외는 陽明, 복내는 太陰에 해당하므로 체간의 앞뒤에서 太陽과 陽明은 서로 길항 관계를 이룹니다.

한편 足陽明經筋은 “上結於膝外廉, 直上結於髀樞, 上循脇, 屬脊”하며 “上循伏兎, 上結於髀, 聚於陰器, 上腹而布, 至缺盆而結”합니다. 이에 의하면 체간에서 足陽明經筋은 허벅지에서는 전내측과 전외측을 지나는 두 개의 갈래가 있는데 전내측을 지나는 갈래는 고관절 내측을 지나 서혜부에서 외복사근을 타고 缺盆까지 이어지며 전외측을 지나는 갈래는 고관절 외측에서 옆구리를 타고 척주에 이어집니다. 따라서 陽明의 영역에서 기인하는 요통은 복부 전면과 측면에 배치된 陽明經筋의 긴축이나 약화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足陽明經筋이 고관절을 거쳐 내측으로 외복사근을 지나는 갈래와 외측으로 옆구리를 타고 척주에 이어지는 갈래가 있으므로 긴축시 복부가 당기는 결과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회전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素問·刺腰痛』에서 “陽明令人腰痛, 不可以顧, 顧如有見者, 善悲”한다고 한 것이 이를 반영합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足陽明經筋이 이완되면 체간의 앞뒤에서 길항관계를 이루는 足太陽經筋의 긴축을 유발할 수 있는데 足太陽經筋의 긴축은 요추의 과신전과 전만을 초래하며 주변 근육을 긴장시킵니다.

이러한 상황은 주로 복부가 비만하고 복근이 이완, 약화된 사람들이나 임신부들에게서 발생하는 요통에서 관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요통에 陽明經을 운용할 시 足陽明經筋의 긴축으로 초래된 급증의 요통에는 일차적으로 胃勝格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胃勝格은 특히 陽明經의 井穴인 商陽, 厲兌가 함께 배치되어 足陽明經筋이 긴축된 급증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급성기를 지난 경우 胃正格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사암은 “보통 사람들이 요통은 모두 膀胱經과 연계된 것이라 하여 자침할 때마다 이를 사하지만 반드시 大腸經을 보해야할 경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大腸經은 직접 허리에 유주하지는 않으나 일단 大腸의 背兪穴인 大腸兪가 요통의 주요 발병처인 L5-S1 사이에 위치한다는 점으로도 大腸經이 요부 질환에 운용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단 사암은 ‘筋骨如折’한 요통이 大腸傷이라 하여 大腸正格을 치법으로 제시했으나 이것만으로 운용의 근거를 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상기한 경근론에 입각해 보자면 大腸正格은 복부의 陽明經筋이 이완되어 후면의 太陽經筋의 긴축을 초래한 결과 발생한 요통에 적합함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복부 비만인의 요통에 大腸正格이 운용될 기회가 많은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의 체형이나 肥瘦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마른 체형이더라도 복부만 비만하거나 복벽이 탄력 없이 이완된 경우, 요추의 전만이 심한 환자들에게도 大腸正格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의 경우 엎드린 상태에서 허리 부위의 척추구가 함몰된 것을 근거 삼아 大腸正格을 운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膀胱勝格과 병용하여 ‘足三里, 曲池 보; 臨泣, 束骨 사’로 운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大腸正格이 濕의 과잉을 다스릴 수 있다는 점에서 濕勝한 비만인들이 下虛의 경향을 보일 경우 腎正格과 병용하여 ‘三里, 曲池 보; 太白, 太谿 사’의 형태로 운용하기도 합니다.

한편 芝山은 목덜미에 瘰癧 양상의 결핵이 있는 것을 근거삼아 大腸正格을 운용해야 한다고 하고서 “本註에서 요통은 모두 膀胱과 연계된다고 하였는데 요즘 의사들이 요통을 다스린다는 자가 모두 보사법을 알지 못한다. 단지 委中을 자침하거나 崑崙을 자침하여 혹 낫기도 하나 낫지 않는 것은 허물을 모두 환자의 조리와 보호자의 수발에 탓을 돌려버리고 肺, 腎, 膽, 大腸의 부분을 구별하여 다스릴 줄을 알지 못하니 배를 잡고 웃을 만하다. 무릇 大腸요통은 간혹 瘰癧이 어깨 앞의 함몰된 곳에서부터 귓불 아래에 이르거나 턱[曲頷] 아래에 구슬 꿰어놓은 것 같은 것이 생기는데 三里, 曲池를 보하고 陽谷, 陽谿를 사하면 신효하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경항부의 결핵을 근거 삼아 요통에 大腸正格을 운용할 기회는 드문 것 같습니다.

② 『素問·生氣通天論』에서는 “陽氣者, 精則養神, 柔則養筋, 開闔不得, 寒氣從之, 乃生大僂”라 하였습니다. 여기서 ‘大僂’는 허리나 등이 구부러져 곧게 펼 수 없으며 구부릴 수도 없는 척추의 변형증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선천성 기형, 구루병, 결핵성 척추염 등으로 척추가 굽어지는 변형이 나타난 龜胸, 龜背와 같은 상황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는 척추의 변형이 양기(衛陽)의 기능 부전과 그로 인한 한기의 침습에 의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양기가 정상적으로 활동해야 ‘養筋’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므로 체강 내부의 경근이 단축된 결과 척추의 변형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암은 허리가 아프며 허리가 활처럼 굽은 양상[張弓弩弦]을 ‘肺傷之禍’로 규정하였습니다. 여기서 張弓弩弦은 변형성 척추증이나 요추의 심한 굴곡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龜胸, 龜背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한의학에서는 원인이 무엇이든 척추가 과굴곡되어 흉부와 척추 전반에 걸쳐 변형이 온 상태를 龜胸과 龜背로 표현하였습니다. 요즘에는 과거와 같은 극단적 형태의 龜胸과 龜背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실내에서의 좌식 생활과 자세불량에서 기인하는 굽은등과 어깨의 만곡이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東醫寶鑑』에서는 龜胸을 肺熱證이라 하였습니다. 이로써 보자면 흉격부의 변형이 衛氣와 관련된 肺氣의 不暢에서 기인하고 그로 인해 내부에 울열이 정체된 것으로 간주한 듯한데 이는 ‘大僂’가 衛陽의 불통에 의해 유발된다고 본 『素問』의 견해와도 부합됩니다. 따라서 굽은등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만성적인 어깨결림이나 통증, 그에서 기인하는 제반 척추증에는 일차적으로 肺氣의 선통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한편 足太陰經筋은 ‘循腹裏’하며 내부의 支筋이 ‘著於脊’하므로 구련이 발생하면 등이나 허리가 앞으로 굽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太陰經筋에서 유래하는 요통은 『素問·繆刺論』에서 “邪客於足太陰之絡, 令人腰痛, 引少腹控묘, 不可以仰息”라 한 것처럼 심할 경우 아랫배가 당기면서 허구리까지 견인되어 몸을 펴고 숨을 쉬기가 어려운 상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똑바로 허리를 펴려 하면 통증이 심해지므로 기립시 통증을 느끼고 활동하면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마르고 왜소한 체형으로 평상시 복근의 힘이 현저히 저하되어 자세가 굽었거나 흉곽이나 척주의 변형을 동반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암이 요추가 과굴곡된 張弓弩弦상의 요통을 肺傷으로 규정하고 치법으로 肺正格을 제시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肺正格은 太白, 太淵의 배합을 통해 太陰의 영역에 작용하므로 복강내 太陰經筋이 약화되며 구련된 張弓弩弦상의 요배통을 다스리기에 가장 적합한 치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大腸勝格과 痛痺 ■

『素問·痺論』에서는 “風寒濕三氣雜至, 合而爲痺也. 其風氣勝者爲行痺; 寒氣勝者爲痛痺; 濕氣勝者爲着痺”라 하여 痺證을 病邪의 종류에 근거하여 痛痺, 着痺, 行痺로 구분하였습니다. 그중 着痺와 痛痺는 병인에 해당하는 습사와 한사가 陰邪이므로 병위가 陰分에 이르고 병소가 고착성의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한기의 편승에 의한 기혈의 정체와 불통은 痛痺의 주된 병기입니다. 이에 대해 『景岳全書』에서는 “曰寒氣勝者爲痛痺, 以血氣受寒則凝而留聚, 聚則爲痛, 是爲痛痺, 此陰邪也”이라 하여 한기에 의해 혈기가 응체된 결과 통증이 발생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혈기의 응체가 맥을 기준으로 하는 병위상의 차이에 따라 임상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이 『內經』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素問·擧痛論』에서는 “寒氣客于脈外則脈寒, 脈寒則縮踡, 縮踡則脈絀急, 則外引小絡, 故卒然而痛”이라 하였습니다. 이는 한기에 의해 일차적으로 脈外에서 衛氣(衛陽)의 운행이 지장을 받게 되어 그로 인한 정체의 압박이 주로 락맥에 미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기는 맥의 수축을 초래하므로 “脈絀急, 則外引小絡”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경근의 구축을 초래하게 됩니다. 즉 『靈樞·經筋』에서 “寒則反折筋急, 熱則弛縱不收”라 하였듯이 한기의 정체는 근의 구련을 유발하는 대표적 요인입니다.

따라서 관절의 경직과 근육의 구축에 의해 운동범위에 제한이 나타나고 해당 경근의 신전시 통증이 유발됩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통처가 ‘喜按’하는 것은 허증의 병기에 해당합니다.
또한 『素問·擧痛論』에서는 “寒氣客於經脈之中, 與炅氣相薄則脈滿, 滿則痛而不可按也. 寒氣稽留, 炅氣從上, 則脈充大而氣血亂, 故痛甚不可按也”라 하였습니다. 이는 한기에 의해 脈中에서 營氣의 소통이 지장 받고 그로 인한 정체 압박이 脈滿을 유발한 상황입니다.

脈中에서의 울체로 脈滿이 초래되었으므로 외부에서 이를 압박할 경우 통증이 가중되어 ‘拒按’하는 실증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는 한기가 脈外에서 통증을 유발시키는 경우보다 중증이며 사기가 ‘經隧之中’에 진입한 陰分의 병증이므로 밤이 되면 가중되고 음습한 날씨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景岳全書』에서 “大抵痛痺之證, 多有晝輕而夜重者, 正陰邪之在陰分也. 其有遇風雨陰晦而甚者, 此陰邪侮陽之證也”라 하였듯이 寒勝의 상황으로서 사기가 陰分에까지 이르렀으므로 衛氣가 陰分에 깃드는 밤이면 衛氣와 사기가 相搏하여 脈滿해지는 결과 증세가 더욱 악화되는 것입니다.

이를 종합하자면 한기의 편승에 의한 통증은 크게 脈外에서 유래한 경우와 脈中에서 유래한 경우로 구분할 수 있는데 『素問·擧痛論』에서는 이를 “經脈流行不止, 環週不休, 寒氣入經而稽遲, 泣而不行, 客於脈外則血少, 客於脈中則氣不通, 故卒然而痛”이라 하였습니다. 脈을 기준으로 음양을 나누면 脈外는 陽分이 되고 脈中은 陰分이 되는데 脈中은 經脈이나 大絡인 ‘經隧之中’에, 脈外는 經脈이나 大絡의 분지인 絡脈이나 孫絡의 영역에 해당합니다.(이러한 원리는 陽經과 陰經 모두에 적용됩니다.)

한기가 脈外에 머물면 絡脈이나 孫絡이 ‘縮踡’되므로 ‘血少’하게 된 결과 통증이 발생하고 한기가 脈中에 진입하면 營氣의 불통을 초래하여 ‘氣不通’하게 된 결과 통증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痛痺를 비롯한 근골격계나 신경계의 통증성 병변은 원칙상 脈外에서 血少한 경우와 脈中에서 氣不通한 경우로 구분하여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脈外에서 血少한 경우는 脈虛에 해당하고 脈中에서 氣不通하여 脈滿하는 경우는 脈實에 해당합니다.

한편 사암은 痛痺의 치법으로 大腸勝格을 제시하였는데 상기 내용에 근거하여 痛痺方으로서의 大腸勝格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大腸勝格: 陽谷, 陽谿 보; 通谷, 二間 사

그 구성을 보자면 일단 火穴인 陽谷, 陽谿를 보하고 (寒)水의 天符穴인 通谷과 二間을 사하므로 陽分에서 陰結을 해소하며 逐寒 작용을 발휘하여 溫經通絡을 유도함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通谷 사’는 三焦正格, 小腸正格과 大腸勝格에서 운용되는데 일반적으로 정격보다 승격이 실증에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大腸勝格의 ‘通谷, 二間 사’의 배합이 寒勝의 양상을 다스리는데 적합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陽谷 보; 通谷 사’는 太陽經의 혈들로 구성된 小腸熱補가 되고 ‘陽谿 보; 二間 사’는 陽明經의 혈들로 구성된 大腸熱補가 됩니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大腸勝格은 주로 陽經을 통해 반영되는 寒勝의 상황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大腸勝格은 주로 寒勝에 의한 근골격계나 관절계의 고정성 통증에 널리 운용되며 특히 동결견 양상시 동반되는 견비통에 다용됩니다.

한편 陽經을 중심으로 한 병증시 脈外에서 ‘血少’한 경우는 脈虛에 해당하므로 小腸正格을, 脈中에서 ‘氣不通’한 경우 脈實에 해당하므로 大腸勝格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때 맥진상의 허실 징후와 ‘喜按’과 ‘拒按’의 여부가 주요한 판단 요건이 됩니다. 그리고 大腸勝格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나 陰分에서의 병증이 현저할 경우 肺勝格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太陰은 陽明과 표리관계를 이루므로 陽明의 병변이 깊어지거나 오래될 경우 太陰의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肺勝格은 陰經의 혈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므로 大腸勝格보다 陰分의 병증에 깊이 작용함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陰分의 병증이 현저할 경우 大腸勝格과 같은 구조로 구성된 肺勝格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芝山이 大腸勝格을 운용한 임상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60살 가량의 한 남자가 양쪽 견비통이 심하면서 마비가 있었다. 동네 의사가 天應穴을 난자하여 병세가 극심하게 되어 머리를 빗어 묶거나 옷을 여미는 것도 남에게 의지할 정도였다. 痛痺寒勝의 치법으로 치료하였더니 효험을 보았다.”
→ 병증의 한열허실을 가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환부에 시침하여 병증이 가중된 상황으로 한성견비통으로 보아 大腸勝格을 운용한 예입니다.

② “어떤 부인이 오른쪽 어깨가 아프고 저렸는데 손도 마찬가지였다. 그 오빠 되는 사람이 원래 침과 약으로 유명하여 데려갔더니 天應穴을 난자하여 통증이 더욱 심해졌고 오한과 발열이 발생하여 행동거지가 무척 어렵게 되었으며 옷을 입거나 허리띠를 묶는 것도 남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내가 痛痺寒勝의 치법으로 치료하였더니 하루 만에 오한과 떨림이 멎었고 몇 회 만에 痛痺가 그쳐서 혼자서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몇 度에 걸친 치료로 나았다.”
→ 글쓴이의 경험으로는 근육량이 많지 않고 수척한 체형의 견비통 환자들에게 환처에 자침할 경우 나중에 오히려 통증이 가중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大腸勝格을 운용하여 효험을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大腸勝格 운용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脾正格의 운용 ■

* 인체에서 氣機의 승강이 일어나는 총체적인 면은 水升火降으로 표현됩니다. 水升火降을 통해 음양의 교차가 이루어지고 모든 臟腑之氣의 승강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총체적으로 中氣의 작용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中氣는 脾와 胃의 기운을 총칭하는 표현으로서 脾는 太陰으로서 升氣를 주관하고 胃는 陽明으로서 降氣를 주관합니다.
그 중 脾土는 後天之本으로서 인체내 모든 운화의 추축이 되며 기의 상승을 주관합니다. 脾氣가 상승해야 淸陽이 상달하고 두면에 배치된 오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러한 脾氣가 상승하지 못하면 다른 臟腑之氣의 상승에도 영향을 미쳐 기의 하함에 의한 병증이 발생하게 되며 특히 中·下焦에서 혈기의 울체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脾正格 : 少府, 大都 보; 大敦, 隱白 사

* 이러한 측면에서 脾正格의 구성과 작용을 살펴보겠습니다.
‘少府, 大都 보’는 火의 天符穴인 少府에 脾經의 火穴인 大都를 배오한 것으로서 ‘益火生土’의 기전으로 脾의 升氣 기능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이 배오는 淸陽을 상달시키는데 중요한 작용을 함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차적으로 脾正格은 中氣의 운행을 정상화시키고 淸陽의 상승을 도모하는 것이 운용의 주요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脾正格은 淸陽이 상승하지 못하거나 하함하여 발생한 병증에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 있습니다.

* 또한 中氣虛로 유발된 濕鬱證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四聖心源』에서 “中氣在二土之交, 土生于火而火死于水, 火盛則土燥, 水盛則土濕”이라 하였듯이 中氣의 바탕은 화의 온후함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따라서 화가 쇠하면 中氣 운행에 이상이 발생하여 수습의 정체와 과잉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黃元御는 ‘水寒土濕’이라 표현하였습니다. 따라서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溫陽健脾를 통해 補氣를 도모하여 濕鬱을 개선시키는 일반적인 健脾法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때 경우에 따라 ‘大敦, 隱白 사’ 대신 水의 운행을 총체적으로 다스리는 ‘陰谷, 陰陵泉 사’를 배오하여 脾陽不進에서 기인한 수습의 정체를 해소시키기도 합니다(특히 陰陵泉은 水의 정체와 관련된 소화기계의 병증뿐만 아니라 순환기계, 호흡기계, 비뇨생식기계의 병증에 다양하게 운용됩니다.). 이 경우 脾熱補가 구성되는데 이는 脾正格의 다른 형태로서 나비가 물에 젖으면 날갯짓을 못하지만 물기가 마르면 원래처럼 날 수 있듯이 脾陽이 회복되면 습의 정체가 해소되어 비위의 무력을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 한편 脾氣가 상승하지 못하면 肝氣도 울체하는데 脾正格은 開達之性을 지닌 肝氣가 억눌린 상황을 개선시킵니다. 이러한 작용은 ‘大敦, 隱白 사’가 발휘합니다. 즉 木의 天符穴인 大敦과 脾經의 木穴인 隱白을 사하므로 肝氣의 橫逆에 의한 中氣의 손상을 막고 肝脾不和의 상태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肝氣는 開達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성질은 脾氣의 정상적 운행이라는 전제에서 발휘됩니다. 즉 脾主升 작용에 의해 肝氣가 소통하게 되어 정상적 疏泄 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四聖心源』에서는 이를 “乙木之升, 權在己土, 木生于水而實長于土, 土運則木達”이라 표현하였습니다. 실제 肝鬱의 근간에는 中氣 운행의 부진으로 인한 濕鬱이 전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開達하려는 肝의 속성이 울체되어 肝脾不和의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 脾의 이상은 심하에 잘 반영됩니다. 심하는 검상돌기 하단인 명치끝으로서 넓게는 胃脘부를 비롯한 상복부까지 포괄하기도 합니다만 보통 검상돌기하단을 정점으로 하여 양측 쇄골중선(midclavicular line)과 늑궁의 끝이 교차하는 양점의 선이 하나가 되어 이루는 삼각형의 구역을 말합니다.

『醫學入門』에서 脾는 中脘의 1촌2푼 위, 心의 3촌6푼 아래에 위치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足太陰脾經은 그 분지가 “復從胃, 別上膈, 注心中”하여 유주상으로도 心中이나 심하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또한 心脾相接이란 足太陰經과 手少陰經의 유주상 연속적 관계 이외에도 足太陰經 자체의 유주적 특징에서 기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심하부는 기본적으로 脾의 이상이 반영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脾의 腹募穴인 章門穴에서도 脾의 이상 반응이 반영될 수 있으나 특이적이라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 이상 반응이 心下痞입니다.

* 痞란 환자 스스로 국부가 막혀 통하지 않음을 느끼는 자각증으로서 心下痞는 이러한 상황이 명치 부위에서 느껴지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허함을 틈타 사기가 흉복의 가운데 정체한 결과 무언가 막혀 통하지 않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는 상태로 규정되며 메이는 느낌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朱丹溪가 “痞則內覺痞悶, 而外無脹急之形者, 是痞也”라 하였듯이 心下痞의 경우 압진시 저항이 동반되는 급격한 통증이나 창만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편 저항감이나 경결의 정도차에 따라 痞, 痞滿, 痞硬, 痞堅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傷寒論集成』에서는 痞證과 小結胸이 비슷해 보이나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므로 이를 구분해야 한다 하고서 小結胸은 “按之則痛, 不欲近手者”이고, 痞證은 “按之則痛, 雖痛其人反覺小按, 欲得按者”라 하였습니다. 즉 눌러서 아프면 小結胸이고 눌러서 아프지 않으면 비證이라는 도식화는 잘못된 점이라는 걸 지적한 것입니다.
心下痞는 심하부에서 痞塞을 자각하고 압진시 저항감이 있더라도 아프지는 않은 게 일반적이나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인데 다만 압통이 있더라도 ‘拒按’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結胸과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 脾正格은 기본적으로 “中氣虛弱, 不能運化精微”하여 발생한 心下痞에 운용됩니다. 일단 脾正格은 心經의 火穴인 少府를 포함하므로 心脾相接론에 근거하여 心經의 이상까지 대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脾正格은 특히 心下滿을 주치하는 井穴인 大敦, 隱白을 포함합니다(『圖註難經』에서는 “井法本應肝, 脾胃在心下, 今邪在肝, 肝侵脾, 故心下滿, 今治之於井, 不令木乘土也”라 하였습니다.).
한편 복진상 脾病과 胃病은 일반적으로 鳩尾, 巨闕부와 中脘부의 이상 반응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脾胃俱病의 경우처럼 心下痞의 영역이 상복부 전반에 걸쳐 넓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압통처에 입각한 脾病과 胃病의 도식적 구분은 한계가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 脾勝格의 운용 ■

* 『子華子』에서 음양이 교차하는 곳에 濕이 생겨난다고 하였듯이 濕은 水火의 中氣로 간주되었습니다. 이러한 濕은 太陰土氣가 화한 바이므로 인체에서는 濕土之臟으로서 後天之本에 해당하는 脾가 이를 주관합니다. 그리고 정기로서의 濕은 음식을 통한 水穀之精微에 의해 공급되므로 그 성질이 치우치지 않고 화평하며 인체를 유윤, 자양시키는 기초적 작용을 발휘하고 운화의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되면 파이프에 낀 녹찌꺼기처럼 오히려 脾의 운화력을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脾의 운화 기능 실조는 다시 濕의 정체를 초래하고 병리적 소인인 동시에 산물인 濕濁과 痰을 형성하게 됩니다. 따라서 脾는 生痰之源이 되는 것이며 사암침법에서도 습에 의해 초래된 병증을 다스리는데 脾經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濕證은 병변의 양상과 겸증, 병위가 매우 다양합니다.
『溫病條辨』에서 土는 雜氣라서 겸증이 대단히 많아 증을 변별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였고, 습사가 상초에 있으면 상한과 흡사하고 하초에 있으면 내상과 유사하며 중초에 있는 경우는 외감 같기도 하고 내상 같기도 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景岳全書』에서 ‘濕從陰者’는 寒濕이 되고 ‘濕從陽者’는 습열이 된다고 하였듯이 濕의 병변이 아무리 다양해도 결국 습열과 한습으로 귀결됩니다.

* 습은 기본적으로 陰邪이므로 양기의 운행을 막아 氣機의 저체를 초래하고 한습의 병증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景岳全書』에서 “有濕從內生者, 以水不化氣, 陰不從陽而然也”라 하였듯이 특히 습의 내증은 기본적으로 양기의 운행 이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즉 병리적 습은 ‘陽化氣’ 기능의 이상에 의해 초래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습은 양기의 울체에서 초래된 열과 결부되어 습열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 『景岳全書』에서는 “盖水之流濕, 本然同氣, 惟濕中有火, 則濕熱熏蒸, 而停鬱爲熱; 濕中無火, 則濕氣不化, 而流聚爲寒”이라 하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습의 정류를 다스리는 脾勝格의 구성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脾勝格 : 大敦, 隱白 보; 經渠, 商丘 사

* ‘大敦, 隱白 보’의 배오는 濕滯에 의한 脾의 과부하 상태를 개선시키고 억울된 脾의 升氣 작용을 회복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大敦은 肝木의 天符穴로서 강력한 行氣, 破氣 작용을 발휘하기 때문에 隱白과 배오될 경우 開達하려는 성질을 북돋아 濕滯에 의한 脾氣의 울체를 개선시키는 작용을 발휘합니다.
일반적으로 隱白은 제반 궐증에 灸法으로 百會와 함께 운용되기도 하는데 隱白의 이러한 효능은 淸陽의 不升으로 인한 기의 울체를 개선시키는 升擧下陷의 작용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經渠, 商丘 사’의 배오는 脾에서 비롯된 습의 과잉 양상이 肺에 압박을 주는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오행상으로 土의 子인 金을 사한 것이나 한편으로는 金克木의 기전을 제어하여 ‘大敦, 隱白 보’의 효능을 배가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經渠는 단독적으로도 肺에 걸린 부하를 덜기 위해 사법으로 운용됩니다. 따라서 ‘經渠, 商丘 사’의 배오는 특히 濕滯로 유발된 호흡기계나 흉부의 병변을 다스리는데 좋은 효능을 발휘합니다.

* 脾勝格은 濕滯로 脾의 운화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를 개선시켜 주는데 일시적으로 유발된 濕盛이나 본태적인 濕盛의 상황에 모두 대처 가능한 치법입니다.
특히 濕濁, 食積에 의한 脾의 과부하 상태를 완화시켜주는 치법으로 널리 운용되는데 이러한 측면은 消導行氣, 制濕之劑의 작용과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脾正格은 升陽을 유도하여 中氣의 운행을 정상화시키며 脾陽의 허쇠에서 기인한 습의 정체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脾勝格과 차이가 있습니다.

* 脾勝格은 습울의 실증 상황에 광범위하게 운용됩니다. 따라서 脾勝格은 상대적으로 체형이 비대, 비후한 사람들에게 운용될 기회가 많습니다. 이 경우의 일반적 증상은 피곤해서 활동하기를 싫어하고 동작이 굼뜨며 눕기를 좋아하고 아침 기상시 몸이 잘 붓고 무겁다고 호소합니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막힌 듯하며 실제 복진시 심하부의 불편감이나 압통이 잘 나타나는 편입니다. 따라서 소화기계를 비롯한 순환기계의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한편 습의 성질은 중탁하므로 아래로 가라앉고 陰分에 침투하기 쉽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습의 성질은 같은 외사이면서도 陽分에 쉽게 침투하는 풍과 대비되어 인식되어 『素問·太陰陽明論』에서는 “故傷於風者, 上先受之; 傷於濕者, 下先受之”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풍과 습은 함께 결부되어 인체의 내외 모두에 병변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주로 관절이나 근골격계의 통증성 병변이 주가 됩니다. 이 경우 관절의 굴신이 편치 못하며 뻣뻣한 느낌을 호소하거나 전신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기도 하는데 습한 날씨에 증세가 가중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몸을 굽히고 일하다 일으키거나 펼 때 힘들어 합니다. 승모근의 상부와 후두부의 조직들이 비후되어 어깨나 목뒤부위가 잘 뭉치고 항시 머리가 맑지 못하다고 호소합니다.
또한 하지의 병증시 슬개골 주위가 붓거나 주위가 비후되어 있고 계단을 오를 때 체중이 슬개골의 앞으로 실리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따라서 脾勝格은 濕勝에 의한 着痺의 주요한 치법입니다.

* 습의 과잉이 심할 경우 濕土의 天符穴인 太白을 취하여 脾勝格을 ‘大敦, 隱白 보; 太白 사’의 형태로 변형하여 운용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神門 사’를 배오하면 脾勝格과 心勝格의 병용이 되는데 사암은 이를 熱痰을 다스리는 치법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겠습니다.)
한편 芝山은 제반 습증의 치법으로 ‘陷谷, 大敦 보; 經渠, 商丘 사’를 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脾勝格에 胃勝格의 ‘陷谷 보’를 취한 것으로 脾胃俱實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脾熱補와 水飮 ■

가. 脾熱補

脾熱補 : 少府, 大都 보; 陰谷(또는 曲泉), 陰陵泉 사

* 脾熱補는 少府, 大都를 보한다는 점에서 脾正格과 운용의 의미가 유사하며 土를 侮하는 水를 사한다는 점에서 脾正格의 다른 형태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脾熱補는 少府, 大都를 보하고 水의 운행을 총체적으로 다스리는 陰谷과 陰陵泉을 사하므로 脾陽不進에서 기인한 濕濁의 정체를 해소시키며 수음의 범람을 다스리는 데 좋은 효능을 발휘합니다.
이는 나비나 잠자리가 날씨가 습해지거나 날개가 젖으면 날갯짓을 잘 못하지만 물기가 마르면 원래처럼 날 수 있는 것처럼 脾熱補를 통해 脾陽의 회복을 도모하면 습의 정체가 해소되어 비위의 무력을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脾小한 소음인들에게 운용될 기회가 많습니다.

* 특히 陰陵泉은 水의 정체와 관련된 소화기계의 병증뿐만 아니라 순환기계, 호흡기계, 비뇨생식기계의 병증에 다양하게 운용되는 혈입니다.
『鍼灸聚英』에 수록된 陰陵泉의 주치를 보자면 소화기계의 병증으로 ‘腹中痛, 不嗜食, 暴泄飱泄, 霍亂’이, 비뇨생식기계의 병증으로 ‘疝瘕, 尿失禁不自知, 小便不利, 氣淋, 寒熱不節, 陰痛’이, 그 외에 수음에 의한 병증으로 ‘胸中熱, 脇下滿, 水脹腹堅, 喘逆不得臥, 腰痛不可俛仰’ 등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陰陵泉을 사하는 것은 白朮을 운용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藥徵』에서는 (白)朮이 利水를 주관하는 약이기 때문에 소변의 自利나 不利를 모두 다스릴 수 있고 그 외에 ‘身煩疼, 痰飮, 失精, 眩冒, 下痢, 喜唾’ 등도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들은 수습의 과잉에 의한 병증들로서 일반적으로 陰陵泉을 사함을 통해 다스리는 병증들과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소변의 自利나 不利가 있는 것을 목표 삼아 陰陵泉을 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합니다. 또한 振水音의 여부를 통해 확인하기도 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위하수의 경향을 보이는 환자들에게서 관찰됩니다.

* 한편 陰谷 대신 曲泉을 사한다면 이는 肝脾不和를 다스리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水穴은 肺勝格의 예에서 보았듯이 병증의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나. 懸飮方

懸飮方 : 少府, 太白 보; 少海, 陰谷 사; 丹田 迎

* 상기 치방은 기본적으로 心熱補의 변용이지만 脾正格에서 大都 대신 太白을 보한 것으로 보자면 脾正格과 心正格의 병용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원래 한편 懸飮은 협부에 정류한 수음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본방을 懸飮의 대처방으로 규정짓는 것은 원래 적절치 못합니다.
그러나 사암이 이를 懸飮의 치법으로 제시한 점을 수용하여 懸飮方이라 칭하였습니다.

일단 ‘少府, 太白 보’의 배오는 오행상 ‘益火生土’의 기전을 극대화시켜 升陽 기능을 강화시키고 수음의 범람을 막기 위해 고려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丹田에 자침하라는 것은 扶陽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글쓴이는 崑崙을 함께 운용하기도 합니다.)

* 사암은 懸飮方을 ‘頭目眩暈, 口眼蠕動’하는 증세에 운용한다고 제시하였고 이를 心中之火의 부족에 의한 것이라 하였습니다.
『傷寒論』에서 “太陽病, 發汗, 汗出不解, 其人仍發熱, 心下悸, 頭眩, 身瞤動, 振振欲擗地者, 眞武湯主之”라 하였듯이 ‘頭目眩暈, 口眼蠕動’은 眞武湯證에서 ‘頭眩, 身瞤動, 振振欲擗地’하는 것과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頭目眩暈, 口眼蠕動’은 수음의 동요로 발생한 증세입니다.

‘口眼蠕動’은 筋惕肉瞤에 『金匱要略』에서는 ‘振振身瞤劇’하는 것은 伏飮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眞武湯은 扶陽하는 附子와 陰結을 깨뜨리는 芍藥, 利水하는 白朮, 茯苓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扶陽과 逐飮을 목표로 구성되어 있는 懸飮方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懸飮方은 ‘痰盛嘔吐, 頭重不擧’한 痰暈의 치법으로 제시된 肺勝格(Ⅱ)형(少府, 魚際 보; 太白, 太淵 사)과 함께 어지럼에 운용될 기회가 많습니다.
보통 어지럼이 장상론상 肝과 관련되고(“諸風掉眩, 皆屬于肝”) 血虛에서 기인한다는 관점 때문에 어지럼하면 肝正格을 떠올리기 쉽지만 肝正格은 보통 血虛動風의 병기로 초래된 어지럼에 적합합니다.

懸飮方이나 痰暈方은 淸陽을 상달시키는 少府를 보하고 담음이 발생하는 脾나 腎을 다스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공통점인데 회전성 현훈에 좋은 효능을 보입니다.
보통 급격히 발생한 어지럼, 심한 멀미 등으로 한의원을 내원하신 분들이나 노인들에게 운용될 기회가 많습니다.
肝正格은 陰谷을 보하고 懸飮方은 陰谷을 사하므로 그 작용에서 서로 반대입니다. 따라서 감별에 유의해야 합니다.

* 懸飮方은 만성적인 냉성 설사를 앓는 경우에도 운용됩니다. 보통 식사를 하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변의를 느끼고 설사를 하며 심한 장명음과 복통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식사를 하지 않으면 별 이상이 없습니다.
眞武湯證의 ‘自下利’에 이런 경우 많다고 하는데 이를 ‘傾瀉’라고 표현합니다. 복진시 일반적으로 심하부나 제상부에서 結과 동계가 촉진되며 복부는 탄력이 저하되어 있고 차가운 편입니다. 肝正格의 적응증과 유사한 상황에서 감별점이 됩니다


■ 胃正格의 운용 ■

胃正格: 陽谷, 解谿 보; 臨泣, 陷谷 사

* 腑는 精을 갈무리하여 ‘藏而不瀉’하는 臟과는 달리 ‘瀉而不藏’하는 생리적 속성을 발휘하므로 氣機의 흐름에 막힘이 없어야 합니다. 葉天士가 “胃陽受傷腑病, 以通爲補”라 하였듯이 腑氣는 선통 자체가 보하는 바와 다를 바가 없는데 腑氣의 선통은 胃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상 胃正格을 통한 胃氣의 정상화는 腸胃 전반에 걸친 氣機의 선통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胃는 降氣를 주관합니다. 따라서 脾正格의 주작용이 升淸이라면 胃正格의 주작용은 降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胃正格은 본기가 燥金에 해당하는 陽明之腑로서의 胃氣를 강화시켜 降濁 기능 감퇴에 의한 습의 정체를 막는 작용을 발휘합니다. 胃正格의 이러한 燥濕 작용은 실내에 습기가 눅눅할 때 군불을 피우면 습기가 없어지고 곰팡이가 사라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편 足三里의 광범위한 健胃작용과 下氣 작용이 胃正格의 응용목표와 일치할 때가 많기 때문에 解谿 대신 足三里를 취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습담의 정체가 심하다면 역시 解谿 대신 豊隆을 운용할 수도 있고 병증의 양상에 따라 上巨虛나 下巨虛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 한편 사암은 내상의 습은 脾虛에 의한 것이라 하여 脾正格을, 외상의 습은 胃虛에 의한 것이라 하여 胃正格을 제시하였습니다. 내상은 陰分에서 비롯되므로 陰에 속하는 脾를 다스리고, 외상은 陽分에서 비롯되므로 陽에 속하는 胃를 다스리라 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芝山은 外傷濕을 胃虛證이라 규정하고 비바람을 맞거나 勞役하여 땀을 흘리고서 습한 곳에 거처한 결과 발생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습한 환경에 노출되어 생활하거나 작업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제반 濕證에 胃正格이 운용될 기회가 많습니다.
이 경우 당연히 음습한 날씨에 증상이 가중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脾勝格을 운용해야 할 상황에도 이런 경향을 보이는데 기본적으로 허실의 차이가 있으며 脾勝格 적응증의 환자들은 보통 비대한 체형을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 특히 胃正格에서 陽谷을 운용하는 것은 濕濁을 배출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陽谷은 泌別淸濁을 주관하는 小腸의 火穴이며 陽經에서 火의 送穴입니다. 따라서 胃正格에서의 陽谷은 단순히 火生土의 의미로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泌別淸濁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분리된 濕濁이 배출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작용을 발휘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陽谷 대신 小腸經의 原穴인 腕骨을 운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암은 濕濁이 腸胃之間에 정류하여 발생한 병증에 胃正格을 운용할 때 陽谷을 중시하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食中風의 치법으로 ‘陽谷 보; 臨泣 사’가 제시되었는데 이는 胃正格에서 他經보사만 취한 것입니다. 食中風은 급증이므로 送穴로만 구성된 치법을 운용하여 효력을 분산시키지 않고 집중시켰음을 알 수 있습니다.

* 『素問·陰陽應象大論』에서 “濕勝則濡瀉”라 하였듯이 腸胃之間에 습이 정류하면 대변이 묽어집니다. 이는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야 할 수분이 장내에 정류한 결과로써 泌別淸濁 기능이 실조되어 발생하는 것입니다.
『醫學入門』에서는 濕瀉의 증상으로 물을 쏟듯이 설사하며[如水傾下] 장명음이 동반되고 몸이 무거우나 복통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장명음은 腸胃之間에 수습이 정류하였음을 확증시켜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복통과 함께 小便不利, 大便溏泄이 동반되는 濕腹痛과 복통이 없는 濕泄에 모두 胃正格이 제시되었습니다. 이 경우 胃正格의 작용은 설사에 平胃散과 五苓散의 합방인 胃苓湯을 운용하여 중초를 다스리며 수습이 대변과 소변으로 분리되도록 하는 것과 의미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素問·氣交變大論』에서는 歲木이 태과하면 風氣가 유행하여 脾土가 사기를 받게 되고 그 병증으로 ‘飱泄, 食減, 體重煩寃, 腸鳴, 腹支滿’이 나타나며 심하면 ‘忽忽善怒, 眩冒, 巓疾’하게 되거나 ‘搖落, 反脇痛而吐’한다고 하였는데, 사암은 이에 대한 치법으로 ‘陽谷, 解谿 보, 至陰, 竅陰 사’를 제시하였습니다.

『素問·氣交變大論』에서는 또한 歲土가 불급하면 風氣가 유행하여 ‘飱泄, 霍亂, 體重腹痛, 筋骨繇復, 肌肉瞤酸, 善怒’하고 ‘脇暴痛, 下引少腹, 善太息’한다고 하였는데 사암은 이에 대한 치법으로 ‘陽谷, 解谿 보; 臨泣, 束骨 사’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腸胃之間에 정류된 水濕에서 유래하는 병증에 사암이 胃正格을 기본 치법으로 삼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한편 황달의 치법으로는 ‘腕骨, 足三里, 內庭 보; 臨泣, 陷谷 사’가 제시되었습니다. 이 치법은 陽谷, 解谿 대신 腕骨과 足三里를 취하고 內庭을 추가한 胃正格의 변용입니다. 황달은 濕濁의 정체로 습열이 조장되어 발생합니다.
『四聖心源』에서 “濕家腹滿尿澀, 是木郁而生下熱, 法當利水瀉濕”이라 하였듯이 이 경우 濕濁을 분리시키면 울열은 자연히 완화됩니다. 따라서 足三里를 취하여 腑氣를 선통시키고 腕骨을 통해 泌別淸濁 기능을 정상화시켜 濕濁의 정체에 의해 유발된 간담도계의 병증을 다스리고자 한 것입니다.

실제 腕骨의 경우 여러 침구서에서 황달을 치료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황달에 胃正格을 운용한다는 건 간담도계의 병증에 茵蔯五苓散이나 平陳湯 계열의 처방에 五苓散을 합방하여 운용하는 의미와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生肝健脾湯, 淸肝健脾湯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 胃의 복모혈은 中脘입니다. 따라서 胃正格증의 복증은 주로 中脘 부위의 긴장이나 압통으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脾正格증의 복증이 심하부에서 나타나는 것과 차이를 보입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胃虛시 腸胃之間에 水濕이 정류하기 쉬우므로 복진시 장명음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脾虛와 胃虛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고 脾胃俱虛의 상황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脾正格과 胃正格을 병용할 수도 있는데 사암은 2가지의 치방을 제시하였습니다.

⇒ 丹田 迎; 中脘, 足三里, 太白 보; 大敦, 陷谷 사: 積痰의 치법으로 제시된 것으로 胃正格에서 解谿 대신 足三里를, 脾正格에서 大都 대신 太白을 취한 것입니다.

⇒ 丹田, 中脘 迎後 正; 陽谷, 少府 보; 大敦, 臨泣 사: 食鬱의 치법으로 제시된 것으로 脾正格과 胃正格의 타경보사만을 취하였습니다. 비위가 허약한 사람의 오래 된 식울증에 적합합니다.


■ 胃勝格과 관련 치법들 ■

가. 胃勝格

臨泣, 陷谷 보; 商陽, 厲兌 사

* 胃勝格은 陽明經의 井穴인 商陽, 厲兌를 함께 사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素問·天元紀大論』에서 “金木者, 生成之終始也”라 하였습니다. 이를 오수혈의 오행적 속성과 연관지어 보자면 경락이 기시하거나 종지하는 사지의 말단에 배치된 정혈이 오행상 金이나 木에 배속된다는 점에서 정혈은 해당 경락에서 강력한 통기 작용을 발휘함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胃勝格에서 井穴인 ‘商陽, 厲兌 사’의 배오는 사기의 울체나 혈기의 불통으로 陽明의 병위와 腸胃에 걸린 부하를 덜어내는 작용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이에 木穴인 ‘臨泣, 陷谷 보’의 배오되어 氣機불통에 의한 울체를 강력히 해소시키는 작용을 발휘합니다.

* 이러한 측면에서 胃勝格은 陽明의 병위에서 유형의 사기가 울체되고 혈기가 불통하여 발생한 병증에 광범위하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胃正格이 胃氣를 북돋아 수습의 정류를 해소하는 치법이라면 胃勝格은 濕濁, 食積 등이 胃氣의 선통을 막고 울열을 조장하는 상황을 다스리는 치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脾勝格과 마찬가지로 心下滿을 다스리는 정혈을 사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胃勝格은 심하와 상복에서 나타나는 병변에 운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胃勝格의 적응증은 기본적으로 실증이므로 복진상 중완을 중심으로 상복부에서 중등도 이상의 강한 압통과 경결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장위는 진액이 산생되는 원천입니다. 그러나 (腸)胃實의 상황에서는 사기의 저류에 의해 진액이 산생, 선통되지 못하고 濕濁으로 화하게 되므로 점막이나 피부는 오히려 건조해지고 대변은 굳고 관절은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견상 병증은 燥證에 가깝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감별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 胃勝格은 胃가 주하는 肌部에서 혈기의 울체를 다스리는 데도 유효하게 운용됩니다. 사암은 肌痺의 치법으로 胃勝格을 제시하였습니다.

나. 胃勝寒格

臨泣, 陷谷 보; 陽谷, 解谿 사

* 胃正格의 보사를 뒤바꾼 胃勝格(Ⅱ)형으로서 胃寒補와 胃勝格을 병용한 처방이라 하여 胃勝寒格이라고도 합니다.
일단 胃寒補처럼 열증을 다스리기 위해 운용되나 胃寒補에서 水穴을 보하는 것과는 달리 胃勝寒格은 木穴을 보한다는 점에서 陽明의 병위에서 氣機불통에 의해 유발된 울열을 해소시키기에 적절한 치법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胃勝寒格은 升陽瀉熱을 목표로 하는 陽明의 제반 병증에 운용될 수 있으며 습열의 실증을 다스릴 때 운용됩니다.
吳鞠通은 “徒淸熱則濕不退, 徒祛濕則熱愈熾”이라 하여 습열증의 치료시 청열과 祛濕을 병용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胃勝寒格은 이 원칙에 적합한 치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胃勝寒格은 陽明 병위에서의 울열을 해소하므로 解肌작용을 발휘하여 風熱의 병증으로 간주되는 두면부나 오관계, 피부의 병증에 널리 운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한의 陽明經證시 解肌의 목표로도 운용됩니다. 胃勝寒格의 이러한 작용은 升麻, 荊芥, 防風, 牛蒡子, 薄荷 등과 같은 疏散風熱제에 淸熱瀉火제를 배합한 약물들의 효능에 비견할 수 있습니다.

* 胃勝寒格은 소양인의 裏熱證을 다스리기 위해서도 운용됩니다. 소양인의 裏熱證은 胃受熱裏熱病으로 표현되는데 소양인 병증의 기본적인 병기는 脾大腎小한 생리구조에서 비롯되는, 胃局에서의 양기의 鬱縮에 의한 陽熱之氣의 항성입니다.
胃勝寒格은 소양인의 胃熱을 완화시키면서 양기의 鬱縮을 해소시키는 효능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胃勝寒格은 陽經의 혈들로만 구성되어 이러한 작용이 陽分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陰分의 열을 다스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胃勝寒格과 心勝格을 병용한 ‘臨泣, 陷谷 보; 太白, 神門 사’의 배오를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 土鬱方

中脘 正; 大敦, 陷谷(隱白) 보; 陽谷, 解谿 사

* 『素問·六元正紀大論』에서는 土鬱에 의한 병증으로 ‘心腹脹, 腸鳴而爲數後, 甚則心痛, 脇진, 嘔吐霍亂, 飮發注下, 胕腫, 身重’을 언급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張景岳은 濕이 상초와 중초에 정류하여 心腹脹한 것이고 하초에 정류하여 數後下利하는 것이라 하였고 濕이 肝을 범하므로 脇진하고 肉을 상한 결과 胕腫, 身重하는 것인데 이는 모두 ‘土發濕邪之證’이라 하였습니다.
『醫學入門』에서는 土鬱시 “邪熱入胃, 及中滿·腹脹·濕熱下利”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경우 下利는 腸胃에 습열이 정류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腸鳴而爲數後’하게 됩니다.

* 이런 측면에서 土鬱이란 사기의 정류와 울체(食積, 宿食)에 의해 中氣의 정상적 운행에 심한 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을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素問·六元正紀大論』에서는 “土鬱奪之”라 하였고 『醫學正傳』에서는 이를 확충하여 “土鬱奪而下之, 令無壅碍”라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大黃과 같은 약물을 운용하여 사기를 구축하고 ‘蕩滌蘊熱, 推陳致新’해야 할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土鬱方은 이런 상황을 다스리기 위해 고안된 치법으로서 陽明의 積熱을 다스리기에도 적절합니다. 胃勝寒格의 변용으로서 臨泣 대신 大敦을 취하였습니다.
大敦을 취한 것은 膽經과 오행상 속성이 같은 肝經의 혈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脾勝格과 胃勝寒格을 병용하여 脾와 胃를 모두 사하는 치법을 구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승격만을 배합한 구성이므로 복진을 통해 上脘과 中脘부의 긴장도 증대, 압통이나 경결을 확인하고 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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