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식객유랑

대구 봉리단길

초암 정만순 2016. 9. 1. 10:09


대구 봉리단길



 味식학개론으로 본 봉리단길 BEST 5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이름 따 와, 대봉파출소∼대봉네거리 약 600m 구간

 
 
      



최근 전국적인 이슈 중 하나가 맛`술집 가로(街路) 열풍이다.

서울 이태원, 청담동발 맛집 붐은 지방으로 빠르게 그 세를 넓혀가고 있다.

부산의 해운대나 부산대 앞은 젊음의 거리로 명소 반열에 올랐고 ‘지방의 강남’으로 불리는 창원도 ‘대끼리 성남시장’을 띄우며 맛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대구에도 한창 주가를 올리며 뜨고 있는 핫 플레이스들이 적지 않다.

전국구급이 5, 6곳쯤 되고 구(區), 동(洞)단위 신흥 주점가까지 치면 20~30곳은 훌쩍 넘어선다. 대구와 경북에서 뜨고 있는 거리를 찾아 매일신문의 기자들이 골목 골목을 누벼본다.

가게 하나하나마다의 특징을 꼼꼼히 체크하고 꼭 가봐야 할 곳들도 추천해본다.

복리단길? 대봉동길?

기자가 ‘봉리단길’을 이해하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경리단길’에서 이름을 따왔고 ‘젊은이들의 새로운 맛집, 술집거리’라는 공통분모로 두 곳이 엮인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포털을 20여 분 검색하고 난 후였다.

봉리단길의 공간적 구획이 똑 부러지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대봉파출소에서 대봉네거리에 이르는 약 600여m 구간을 말한다.

취재팀이 이틀에 걸쳐 전수조사를 했을 때 대략 80여 곳의 음식점, 주점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2, 3층의 바(Bar)나 이면도로까지 합하면 수는 훨씬 늘어난다.

중년세대들에게 대봉동 술집에 대한 기억은 흐릿한 편이다.

봉리단길보다는 대봉맨션, 청구맨션 쪽 가로가 오히려 번창했다.

2000년대 4050세대들에게 대봉동은 ‘오늘은 특별한날’ ‘포항횟집’ ‘만리장성’ 정도로 기억된다.

시내 중심가 술집에 싫증 나면 한번 분위기를 바꿔서 들르는 정도였다.

1998년 무렵 매일신문 편집국 주당들에게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대봉도서관 입구에 돼지목살집이 하나 생겼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는 것이었다.

파인애플과 함께 숙성시킨 목살로 터벅함이 전혀 없고 쫄깃하다는 입소문이 났다.

맛을 들인 술꾼들은 뻔질나게 문턱을 넘나들었다.

당시엔 서점들이 밀집해 술집거리로 뿌리를 내리기에는 여의치 않은 구조였다.

그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린 집이 봉리단길의 원조 격인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당시 이 술집은 일단의 단골을 이끌고 다니며 브랜드를 키워갔고 신천동에 2호점까지 냈다.

대봉도서관 근처에서 술꾼들의 아지트로 인기를 끌던 ‘오늘은 특별한날’의 원톱체제가 무너진 건 2010년 일본식 선술집 ‘이노사케’가 입점하면서부터.

정통 조리사 출신인 이태운 씨가 대봉동에서 일식 퓨전주점 시대를 연 것이다.

이노사케가 ‘안착’하자 이 대표는 근처에 일식, 한식, 주점을 잇따라 오픈했다.

화로구이 전문점 ‘화친도가’와 한식주점 ‘이가’(李家) 등이 그것. 조금씩 ‘장르’가 달랐던

이 식당들은 각자 흥행가도를 달리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듬해 대봉우체국 맞은 편에 삼겹살집 ‘소금쟁이’가 문을 열었다.

젊은 시절부터 외식업에 눈을 떴던 윤재철 씨는 봉리단길의 ‘흥행 가능성’을 단박에 알아봤다.

윤 대표는 ‘카페 같은 삼겹살’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매캐한 연기의 기존 삼겹살집 방식 대신 도자기 화로와 참숯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스테이크 그릴로 고기를 초벌로 구운 뒤 손님 테이블에서 직접 잘라주는 방식도 그의 첫 작품이었다.

막 활황 조짐을 보이던 대봉동 상권은 2012년 대봉도서관 앞에 퓨전 바 ‘율’이 들어오면서 화룡점정을 찍게 된다.

주류를 맥주, 와인, 양주로 다양화하고 안주, 요리도 연어스시, 연어스테이크, 소고기스테이크로 특화하며 미식가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세(勢)가 형성되자 2012년부터 눈치 빠른 외식업자들이 봉리단길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냥 상권만 보고 온 게 아니고 각자 ‘개인기’를 하나씩 들고 왔다.

각자 독특한 메뉴와 개성 있는 마케팅을 통해 점포의 부가가치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던 것.

“삼겹살집이 10곳 가까이 되지만 다들 차별화된 메뉴와 조리법,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있어 거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습니다.

저도 입점 당시엔 이 골목이 이렇게 커지고 서울의 유명거리를 본딴 가로(街路) 이름이 붙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상가번영회 천종순 회장은 오늘도 회원명부를 꺼내 전화를 돌리며 업소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일단 상가를 더 키우고 가로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래야 복(福)리단길이든 봉(鳳)리단길이든 되지 않겠습니까.”

<다음 주에 계속>